[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대학원 학식

우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모든 학생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구내식당(공양간) 무료개방은, 같은 재단인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불교호스피스 전문병원)의 환자 가족분들을 위해서 밥 한끼라도 따듯하게 드시도록 무료로 개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내식당은 대학생들, 교육생들, 환자 가족분들, 방문객들까지 늘 많은 분들로 북적거립니다. 원주를 맡고 계신 태감스님의 세심한 정성과 공양주 세분의 깊은 손맛, 정토마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상추, 쑥갓, 고추, 오이, 가지, 깻잎 등 신선한 먹거리로 가득한 마하보디 학식. 우리 대학원에 오시면 꼭 맛보고 가세요~

정토마을 원주 태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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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연극“무제”(부제: 생으로 부터의 침몰) 공연을 마치고

 

윤정숙 (전문가과정 졸업 / NOG 생명교육네트워크 공존 활동가)

 

어차피 썩을 몸뚱이 무슨 미련이 그리 많다고..... 어리석은 양반

1025()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10주년 기념식에서 공연한 연극 무제에서의 나의 마지막 대사이다. 살면서 나는 미련이 많을까?

연극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일 뿐이라는 연출가님의 말씀에 끌리어 시작한 연극하는 사람들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연극은 낯선 것이 아니라 감을 잡을 수 없는 혼동이었고 정해진 공연날짜는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단원이 몇 명 안 되는 인원인지라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선택에 대한 후회마저 생겼다. 그러다 조금씩 자기 역할을 잡아가는 동료를 보며 감탄과 희망이 생겼고 우리는 조금씩 적응하고 성장하게 되었다. 길을 걸으면서 중얼거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 몸짓을 연구하고, 전화로 대사를 주고받기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뿐인 모임 시간을 보충하였다.

연극 생초보들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 무대에 세워야 했던 연출가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참 막막하셨을 텐데 혼자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우리 배우들에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시고 한 편으론 자만심을 경계시키셨다. 연출가님은 공연 2주 전의 마음가짐, 1주 전 준비, 공연 직전의 자세 등 꼭 필요할 때 정확한 지적을 해주며 이끌어 주셨다. 배우는 한 사람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자기만 생각하면 안 되고 전체 속에서의 자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틈 날 때 마다 대본을 읽어야 한다는 기본까지. 그렇게 서서히 우리는 낱낱의 하나에서 우리라는 팀으로 하나가 되어 갔다.

드디어 공연 날이 되었다. 분장조차 생소한 우리들에게 연출가님이 손수 한 명 한 명 분장시켜 주실 때의 비장함, 실수하지 않으려 계속 대사를 되새기며 무대 뒤에서 기다리던 때의 떨림, 동료가 잠시 대사를 멈칫한 순간의 숨 막힌 긴장, 실수 없이 다 해내었을 때의 희열 등 모두 일심동체였던 듯하다. 배우, 스탭 막론하고.

연극내용이 어떤 가정에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라서 그런지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다. 물론 생 초보 일반인들이 했다는 데 대한 격려가 더 컸으리라. 사회자가 불러내어 무대인사로 다시 섰을 때 비로소 만감이 교차하였다. 드디어 해내었구나. 8개월 간의 불안과 고민,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기존 연극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평균나이 65세의 일반사람들이 대사 외우기부터 시작하여 전혀 생소한 일을 시작하여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보통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시간과 삶의 패턴을 내려놓고 함께 맞추어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기에. 또한 스탭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배우들은 오직 자기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음에 너무 감사했다.

우리 공연을 보신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우리가 표현한 이야기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생을 마무리 할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으리라.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10주년 기념식을 마치고 참석한 세계호스피스·완화의료의날 기념 음악회에서 남자의 자격팀의 함창을 보고 들으며 합창이나 연극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휘자의 손길에서 아름다운 화음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연극은 연출가의 손으로 어우러지는 구나. 각자의 개성을 죽이기도, 부각시키기도 하면서.

그 나이에 연극이라니?” “그 멀리까지 연습하러 가느냐?”는 핀잔도 이겨내었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극복하였다. 함께하는 속에서 자신을 죽이고 남을 받아들이는 것도 배웠다. 긴장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경험도 소중했다. 늦은 나이라고, 어려운 일이라고 주저하는 분들께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다. ‘가슴이 뛰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시도해보시라

내 인생에 이런 기회를 선택한 내가 대견스러우며 함께한 모든 분들께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연극에 참가하여 공연까지 한 것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동료들은 이런 소감을 말하였다.

삶 자체가 연극인 것 같다."

마치고 나니 안도감, 환희심이 나더라. 우리가 화합이 잘 되었고 개개인의 특성이 어우러져서 마무리를 잘 한 것에 기쁘고 감사하다. 요즘은 TV를 보면 연기를 분석하게 되고 생활에서도 연극과 연계시키게 된다."

내가 할 때는 그저 그랬는데 다른 분 하시는 것 보면 맘이 짠하고 울컥했다.”

주제를 잘 잡았다.”

각자 자기 역할을 참 잘해주었다.”극단 운영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다.”

도와주어야겠다 싶어 어설프게 시작했는데 갈수록 일이 많아져서 내가 잘못 들어왔구나 싶었다.”

매주 모이는 자체가 즐거웠다. 연극을 본 적도 별로 없는데 가까이서 연극 만드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고 앞으론 연극 공연을 보러 다녀야겠다.”

연출가님의 탁월한 지도력과 적절한 시간에 보조 선생님 투입으로 실력이 늘었다. 대본 몇 번 바뀔 땐 이러다 되겠나 싶었는데 역시 전문가이시다. 배울 땐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항상 좋으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안 좋았거나 실패할 때 이겨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공존 팀은 연습량은 부족하나 집중력이 좋고 공존이란 밭이 좋다. 연극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듯 서로 도와주는 모습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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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야외수업 후기불교와 명상심리 공부가 나에게 미친 영향 관찰

 

최성혜 (명상심리학과 석사과정 재학중)



별 생각 없이 살다가도 가끔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나름의 이유나 목적을 정할 때가 있다. ‘19.2월 명상심리학을 배우기로 하였을 때에도 그랬는데, 그때 나의 목표는 “쉰까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살았으니 남은 쉰은 주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쉰을 넘기는 무렵의 나에게는 당연하기도 했고 꽤 그럴싸하기도 했던 이 “문장” 혹은 “생각”이 지금도 무사할까? 혹시 무사하지 않다면 그 생각에는 어떤 흔들림이 있었을까?

 

이 보고서는 ‘19. 1학기를 보내면서, 당초의 목표에 관한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정리한 것으로, 작성하면서 그것이 내 안에서 납득된 생각인지 그저 남의 말을 들어 아는 것인지 더듬어 보고, 가급적 내 안에서 납득된 생각을 기록하고자 했다.


비교의 기준 : 쉰까지 주어진 상황대로 살았으니 남은 쉰은 주인으로 살고 싶다?

인식의 한계: 나는 나를 알까?

 

‘19.2월 당시 이 문장은 나에게 앞으로의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다짐이나 각오를 나타내는 긍정문이자, 미래의 삶에 영향을 끼칠 未來時制文이었다.


하지만 ’19년 상반기를 경과하면서, 나는 이 문장에 내가 의도하지 않은 몇 가지 판단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구체적으로 ‘① 나름 열심히 살았으나 애쓴 것보다 성과가 적다. ② 나는 현재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 ③ 현재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라는 類의 것들로, 요컨대 나는 과거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억울해하거나 화가 나 있었던 것이고, 이런 느낌은 나의 내면에 누적되어 나도 모르게 내가 쓴 문장에서 스멀스멀 살아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들에 내가 모르는 것들이 얼마든지 내포될 수 있다’는 경험은 내가 해석해 받아들인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도 실제와 무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개체 간 소통’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변적인 상황에서 부실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상대방의 말 한마디, 눈짓, 몸짓 하나에 수없이 상처받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타인에게 섭섭해 하고 성내는 것은 그저 소통수단(話者의 언어, 몸짓, 눈짓⇆ 聽者의 감각기능)의 성능에 대한 기대치가 실제보다 높은데서 비롯된 해프닝은 아니었을까? 더 나아가, 그 시점에서의 인식은 시간과 더불어 계속 재구성되면서 굳어진 것일 뿐, 애당초 실제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내 속에 묵혀 있는 생각이든, 새로이 떠오르는 생각이든 그것들의 무게가 그다지 무거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탐.진.치: 내 삶은 억울했을까?

 

이전에 나는 확실히 내 삶이 무엇인가 불공정하고, 나의 선의와 노력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의 경험분석에 몇몇 타인의 공감이 버무려져 내게는 명확한 사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살면서 감내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가 굉장히 제한적임을 납득하고, 막연히 알던 인과법칙을 꼼꼼히 배우면서 (마음이 동의하지는 않지만) 인과율(因果律)에 벗어나서 나에게만 예외적으로 내 몫이 아닌 억울함이 왔으리라는 생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그럼 오랫동안 내게 머물고 있는 억울함은 어디에서 왔던 것일까? 살펴보면, 딱히 구체적 사례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살면서 그저 내게 왔으니 내 것이라고 여겼던 행운이나, 남 뒷말을 하면서 내 뒷말은 듣기 싫어하는 등 나와 남에게 다르게 적용한 기준들이 적지 않았다. 행운은 잊어버리고 억울함은 오래오래 들고 있었으니 어리석었고, 덜 주고 더 받으려 했으니 어리석었다.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화를 내었고, 순리는 모르고 행운만 바라며 욕심을 내었다. 모두 도리에 맞지 않다. 탐진치였다.

 

부끄러운 깨침이지만, 자책할 것은 없다. 탐・진・치가 나 개인의 부족함이나 과오가 아니라, 감각을 가진 인간이 구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가르침에서 안도와 위안마저 느낀다. 삶은 외부와의 투쟁도, 가까스로 견디어내는 것도 아닌 그저 겸허히 받아들일 무언가로 여겨지며, 순간 마음이 겸손해진다.

 

남은 과제는 탐진치를 벗어나지 못할 굴레라며 짊어지고 갈 것인지, 무모하다 하더라도 벗어나고자 시도할 것인지 정할 일이다.

 


알아차림/받아들임: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입학 당시 내가 생각한 ’주인으로서의 삶‘은 대략 ‘주체적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길을 찾거나 만들어 가는 것’ 정도의 개념이었다. 내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꿈이 컸다.

 

하지만, 이제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온갖 괴로움을 지어내는 탐・진・치를 벗어나기 위한 무모한 도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한 학기의 수업은 도전의 방법으로 수행을 제시했다. 주인으로는 살고 싶고, 도전할 용기는 없다.

 

타협 또는 간보기. 나와 세상에 무지한 채 습관대로 사는 것은 호랑이굴에서 살아남기와 같으니 정신을 곧추세워 차려 일렁이는 흐름 속에서 가급적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알아차리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이미 생긴 일들은 그저 받아들이려는 시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앎을 넓혀가고, 잘못된 프레임들을 거둬가다 보면 조금은 더 자유롭고 유연한 삶을 살 수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살면서 불쑥불쑥 불편한 감정을 만나면, 무턱대로 화내거나 답답해하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만난 냥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고 보살피겠다고 마음을 내면, 설령 알아내지 못해도 시도로서 재미있고, 알면 알게 되어서 좋은 삶이 되지 않을까? 비록 그 앎이 항상적이고 불변하는 앎이 아니더라도.

 


놀이: 배운 것을 실천하기 위한 시도

 

* 명상(17회, 밴드기록): 집중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느낌, 이상한 증상이 생겨도 불안하지 않고 호흡에 집중하면 된다는 가르침에 감사

* 경계일지 쓰기(15건, 밴드기록): 경계에 부딪힐 때 생기는 반응을 보고, 관점을 바꾸어 반응을 조절하고, 기록하는 것은 재미있으나, 게을러 자주 하지는 못함

* 진언(30분): 생각보다 어려움이 없었으나, 명상에 더 집중하겠다는 변명으로 생략

* 운동밴드 활동(3개월): 3월부터 운동밴드 활동에 꾸준히 하면서 몸운동이 마음근육을 키운다는 걸 새삼 느꼈으나 이또한 끈기부족으로 4개월 차에 중단

* 안하던 일 하기(어린 시절 상처를 엄마께 말하기, 母子 사이에서 벗어나기, 불편하다고 여겼던 사람들과 술 마시기, 다르게 반응해보기, 경험과 느낌 말하기):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지만 재미있는 시도, 상대의 반응에서 의외로 내가 자유로웠음

* 기상할 때 기분 살피기: 기억 나는 꿈을 세 번 꾸었고, 꿈의 의미를 살펴보았는데 내면의 욕구와 연결고리를 찾은 꿈은 지금도 기억하나, 현실에서 달라진 건 모르겠음

* 공익요원 테스트: 주문의 효과 체험

 


효용과 한계

 

확실히 ‘19년 2월의 나에게는 어떤 모티브가 필요했다. 대학원에서의 배움과 학우님들 교수님들은 충분히 긍정적인 모티브가 되어주셨다. 세상에 대한 인식의 확장은 나를 더 유연하게 해주었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마음속 근기도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나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더 살피게 되었고, 타인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면서 기대를 낮추는 방법도 어렴풋이 이해된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보인다.


이런 변화는 몸무게를 늘게 했고, 습관적으로 시달리던 체증을 완화시켰다. 목표 지향적으로 내달리던 일하기 방식을 조금은 벗어났고, 온통 마음을 빼앗겼던 원망을 잊어버리고 지나는 시간이 늘었다. 연락이 뜸하던 친구에게 먼저 전화하고, 나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입학 때 가졌던 하나의 기원문은 수없는 의문문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때 그 기원문보다, 배우고 부딪히면서 생긴 의문문이 오히려 삶을 더 명료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공부는 나의 삶에 슬그머니 변화의 씨앗을 심었으나, “막무가내의 게으름”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배움을 삶과 접목시키는데 필요한 성실과 끈기는 어떻게 불러내어야 할까?

 

 

*이 글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열린 2019학년도 1학기 기말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발표자 최성혜님의 허락을 받아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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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2019 입학식, 졸업식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매년 3월 초에 졸업식과 입학식을 동시에 개최합니다. 2019년에도 졸업식과 입학식이 함께 진행되었는데 졸업생들은 갓 입학한 신입생들을 격려하면서 몇해 전 신입생이던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신입생들은 졸업생 선배들의 환영과 지지 속에 자신의 미래 모습을 설계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축하 공연을 펼쳐주신 졸업생들과 아름다운 봉사를 자원하신 재학생들,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내빈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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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최종석 교수의 불교사 특강을 듣고

 

수강생 박노영

 

불교사!, 과연 짧은 시간에 수천 년의 역사를 얼마나 꺼 집어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고작 오래 전 교과서에서 배운 불교의 사상이 자비라는 것과 우리나라에 전해진 루트에 따라 남방불교북방불교로 구분한다는 정도의 지극히 단편적인 나의 지식으로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단박에 원하는 답을 다 구하지 못한다면 마음을 비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듣자라고 생각으로 강의를 듣게 되었지만 여전히 불교에 대한 강의는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최종석 교수님의 불교사 강의는 진행 될수록 제 생각이 바뀌게 했습니다. 간결하면서 그 선이 분명하다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교단에서 오랜 기간 강의를 통해 몸에 밴 경험이겠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진진하고 재미 있었습니다. 강의 기법에 매료되었던 탓인지 순간순간 강의 내용을 열심히 쫓아갔었지만 저에게는 앞뒤의 정리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산파가 애를 대신 낳는 게 아니다라는 말씀은 저에게는 순간 지나가는 한 줄기 불빛 같았었습니다. 그 순간의 불빛이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지 못한 불교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깨우는 불씨가 된다면 다음에 시간을 갖고 공부를 하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강의는 한결 가볍게 듣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가 있었던 그 며칠 후 과연 불교사를 어떻게 접근해 볼까? 잠시 생각하다가 우선 인터넷을 통해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좋을 듯해 첫째는 원시불교는 붓다가 어떠한 시대적 배경에서 수행과 깨달음을 통해 원시불교가 성립 되어졌고, 원시 불교의 경전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가? 두 번째는 활발한 전파 과정에서 상좌부와 대중 부두 2개의 부파(部派)가 주장하는 교리상의 견해가 무엇인가? 세 번째는 대승 불교가 종래의 관점을 혁신한 수행관은 무엇인가? 네 번째는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발전은 개인 수행과 대중의 구원을 우선으로 하는 교리상의 차이 무엇일까? 다섯 번째는 불교의 발생지 인도에서의 불교 가 쇠퇴해 가는 환경은 어떠했는가? 여섯 번째는 밀교가 성립 발전의 배경은 인도 불교 쇠퇴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하나하나 답을 찾아 가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 거리도 했습니다만 결국은 역사라는 것이 시간의 흐름과 단편적이 방향성 무시할 수 없다는 점과 이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불교사 특강이 불교사의 이해가 종교적 접근보다 한 발짝 비켜난 문화사를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은 스스로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되어 불교에 대한 마음을 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의 중간중간에 화두를 던져 주셨던 말씀 중에 바라밀다심경의 핵심은 공덕을 쌓는 것이고 바라밀다경은 답안지가 아니라 문제지다란 말씀 가슴에 새겨 봅니다.

 

열강해 주신 최 교수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불자님들께도 부처님의 자비가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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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추상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지구의 낮과 밤이 완벽하게 같아지고 우리 민족이 한해의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기준점이 되어온 춘분(春分). 태양의 중심이 적도에 이르러 지구의 바로 위를 직각으로 내리쬐기 때문에 지구의 중력도 고르게 분포된다는 특별한 그날에 우리는 대학원 졸업생 추상문 선생님을 만나러 울산 시내로 출발하였습니다. 지난 3월의 졸업식 때 감격의 석사모를 쓰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화창한 봄날의 도심지는 많은 차량들로 붐볐고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지고 말았지만 추상문 선생님은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자, 이제 추상문 선생님과의 데이트에 동행해 보실까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졸업 논문을 쓰시고 심사에 통과되어 석사 학위를 취득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2016년도 봄에 논문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석사 5학기를 마치자마자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히 미국에 가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선생님이 논문을 쓰고 계신 것을 몰랐는데 이번에 논문을 쓰셨다고 하셔서 다들 놀랐어요. 재학 당시 선생님께서 준비하시던 논문 주제가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있었는데, 졸업생을 포함해서 다들 논문이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했을 것 같아요.

 

제가 정토마을에 근무하면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을 다녔잖아요. 당시에 제가 병원 식당일을 도와주면서 모든 환자들하고 친해졌는데 지도교수님이 저에게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도록 논문지도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환자들을 일일이 만나서 40문항으로 된 설문조사를 하게 되었죠. 환자분 30명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논문을 쓴다고 하니까 환자들이 협조를 참 잘해줬어요.

 

그런데 그 당시 미국에 있는 딸이 많이 아팠어요.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가서 살아야 하는가 싶어서 정토마을에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떠나서 한 1년 정도 미국에 가서 간호도 해주고 아이들과 생활을 하다가 다시 한국에 들어온 거죠. 한국에 다시 오게 된 이유는,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한국에 또 오고 싶은 거예요. 한국을 못 잊겠더라구요. 내가 살 곳은 한국이야. 그래서 우리 아이들한테 그랬어요. "이제는 아빠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간다. 내가 이제 미국에 오기는 힘들 것 같다. 너희들 행복하게 잘 살아라." 하고 마지막 인사도 다 해주고 그러고 왔어요.

 

한국에 들어왔을 때 논문 쓸 생각은 안하고, 그 생각은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뭘 할까 하다가 제가 평소 컴퓨터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 욕망이 많았는데 시간이 많으니까 컴퓨터를 배워봐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글2010부터 시작해서 파워포인트, 엑셀 이런 것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그러다 보니까 대학원을 마칠 때 못 쓴 논문이 생각났어요. 창피스러운 얘기지만 그 당시에 제가 컴퓨터를 못 만졌으니까 다시 논문을 쓸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 참에 내가 논문을 쓰자 해서 울산도서관에 매일같이 출근해서 논문을 쓰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논문 쓰기 바로 직전에 대학원 다닐 때 지도교수였던 장익 교수님께 전화를 했어요. "교수님, 제가 논문을 쓰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미안한 얘기지만, 저는 그 당시에 장익 교수님이 위덕대학교 총장님이 되신 건 몰랐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총장 되었다는 얘기는 안하시고 "제가 바빠요. 그러니 제가 새로운 지도교수를 소개해 드릴게요." 하면서 권기현 교수님을 소개해 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권기현 교수님을 만났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고마웠어요. 거기에서 용기를 얻은 거죠. 그래서 울산도서관에 출근을 하면서 제가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근무할 당시에 환우들과 나누었던 설문지 조사한 것을 앉아서 차근차근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도 하면서 논문을 쓰게 되었죠.

처음에는 참 힘들었어요. , 이거 참 막막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데 권기현 교수님이 참고할 만한 논문을 추천해 주시는 거예요. 이것을 한번 읽어보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논문을 썼는지 보고 참고를 해라 하셨죠. 울산도서관에도 논문집이 있어요. 그래서 사서에게 부탁을 해서 제가 다른 논문집도 보고, 그렇게 논문을 쓰기 시작했죠. 중간쯤 쓰다가 권기현 교수님께 확인도 받구요. "제가 이런 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했더니 쭉 보더니 "됐습니다" 하면서 이런 식으로 계속 쓰래요. "쓴 다음에 마무리를 하면, 정리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고 저한테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작년 여름에 얼마나 더웠어요. 저희집에는 에어컨이 없어요. 방에 선풍기밖에 없거든요. 그러니 더워서 안되겠더라구요. 그런데 울산도서관에 가면 냉방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시원해요. 새로 지은 도서관이고. 그래서 거기 다니면서 한 철을 보내면서 논문을 쓴 거죠. 작년 4월 말, 장익 교수님이 총장님이 되신 직후부터 제가 논문을 쓰기 시작해서 10월 말 마무리가 되었죠.

 

 

-논문을 쓰기 위해 굉장히 오랫동안 자료수집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죠. 2014, 2015, 2016년을 정토마을에서 근무했으니까 3년이 걸린 거죠. 논문 제목이 <말기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삶의 태도 연구>예요. 환자들이 살아가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런 것을 인터뷰해서 쓴 거죠. 환자들이 협조를 안해 주셨다면 그런 논문을 쓸 수 없을 거예요. 그 논문을 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정토마을에서 근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환자들과 접촉하게 되었고 환자들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논문을 쓰고 나서 권기현 교수님이 제 논문 쓴 것을 "오케이" 하는 순간 너무나 기뻤어요. "진짜 내 나이에 해냈네~" 하는 마음에 그날 저녁은 제대로 잠을 못 잘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남들이 제 나이를 말하면 거의 믿지를 않으려고 해요. 제가 1944년에 태어났어요. 만으로 하면 일흔셋인가 넷인가 그래요. 그렇게 안 보이시죠? (웃음)

 

그러고 나서 미국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어요. "아빠가 대학원 다녔던 거 알지? 그런데 아빠가 졸업 논문을 못 썼었어. 그런데 요즘에 논문을 완성했다" 하니까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손주들한테도 아빠 학위 받은 것을 알려주겠대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귀감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거예요. 큰딸이 고등학교 교사거든요. 나도 보람을 느꼈죠. 늦게 졸업을 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남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한테는 아주 큰 거예요. 자부심이랄까, 마음에 정말 큰 용기가 됐고 삶의 큰 계기가 되었죠.

 

(2019. 3. 2.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석사 졸업식)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잊을 수 없고, 너무너무 좋아요. 후배들한테도, 후배들은 또 어떤 마음의 자세인지 몰라도, 이렇게 한번 성취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행인 것은, 그 당시에 제가 환자들과 나누었던 설문지를 폐기 안하고 가지고 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권기현 교수님도 설문지를 보시더니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이거 안 버리셨네요. 대단하시네요. 바로 이거예요, 이거." 하고 좋아하시더라구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정토마을에 오기 전에 제주도의 어느 절에 있었는데, 사실은 거기에서 대학원에 다니려고 했었어요. 전공은 사회복지를 하려고 했구요. 그래서 제주대학교 대학원에 원서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능행 스님과 연결이 되었어요. 스님께서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와보니까 그 안에 대학원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 대학원을 여기에서 다녀야겠다 생각했죠. 저는 불자라는 자부심이 있고 불교에 참 많은 관심이 있었거든요. 전공과목이 좀 다르더라도 나 이거 한번 해보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능행 스님이 추천해 주셨죠. 사실, 정토마을에 근무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니까 참 편했어요.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내 인생에 최고의 선물은 두 딸! 나한테 진짜! 누구나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귀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죠? 미국에 있는 두 딸이 나한테는 최고의 선물이에요. 그리고 이틀에 한번씩 저에게 전화가 와요. 거의 매일 전화하다시피 하죠. 전화로 대화하고. 작은딸도 그렇고 큰딸도 그렇고 너무너무 아빠를 좋아해요. 아빠가 엄마 없이 키워줬고 그랬는데, 아빠가 한국에 가서 산다는 걸 자기들은 마음 아파해요. 같이 살고 싶은데, 아빠가 왜 그러지? 우리 같이 살고 싶지 않아? 그런 물음을 던지면서 안타깝게 생각하죠.

 

제 나이 50살에, 그러니까 25년 전에 제 집사람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 당시 저는 브라질에 살았어요. 두 딸이 있었는데 거기서 공부를 시켰죠. 제가 경제적으로 돈을 좀 많이 벌어서 애들을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둘 다 미국에 유학 보내고 그랬어요. 당시에 미국에 영주권 없이 유학 보내려면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두 아이를 공부시켰죠. 내가 애들한테 그래요. 항상 올바르게 살라고 하면서. 내가 중요한 것을 아이들에게 물려줬어요. 엄마 없이 자랐지만 내가 애들을 키우면서 한국말을 철저하게 가르쳤어요. 그래서 작은딸은 외국에서 태어난 아이인데 한국말 다 하고 한글로 편지까지 써요. 한문은 잘 모르지만 한국말은 잘해요. 우리 작은딸 자랑을 하자면 5개 국어를 해요. 에스파이아어, 포르투칼어, 영어, 한국말은 기본이고, 프랑스어. 어디 가서 안 통하는 데가 없어요. 보람 있죠.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은 두 딸이에요.

 

 

-선생님께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무척 기뻐하시면서 자랑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던 기억나는데요. 그 동안 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하셨고 자녀들은 아버지를 잘 모실 준비가 되어 있는데 가족을 두고 혼자서 한국에 들어오셨죠.

 

외국에 오래 살지 않으면 제 심정을 몰라요. 제가 브라질에 갈 때가 나이 서른 살 때였어요. 거의 40년이 넘었죠. 외국에서 몇십 년 오래 살다 보니까 한국이 너무 그리운 거예요. 나한테는 대한민국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어요. 내가 여기 와서 살려고 들어왔을 때 내 패스포트가 외국인 패스포트였어요. 그때는 인천공항이 없었는데 김포공항에 딱 들어서니까 6개월 입국비자를 주는 거예요. , 6개월 있다가 나가라는 거네? 살지 못하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랑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법무부장관한테 탄원서를 썼어요. 엊그제 집정리를 하다 보니까 그때 법무부 장관이 나한테 보낸 편지가 나오더라구요. 그걸 내가 간직하고 있었어요.

 

"장관님,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받았던 주민등록번호를 좀 살려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하고 편지를 보냈더니 한달 만에 회신이 왔어요. 당신의 이력을 쭉 써서 보내 달래요.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학교는 어디를 졸업하고... 쭉 썼어요. 제가 브라질에서 기업체 운영한 것도 쓰고. 또 자랑은 아니지만 나한테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민주평화통일회의 브라질 지부 자문위원이었던 것도 썼죠. 그랬더니 6개월 비자 끝나기 한 달 전에 법무부장관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이 편지를 받는 즉시 선생님이 사시는 동사무소로 가십시오. 가서 주민등록을 발급받으십시오." 그때 생각하면 진짜 눈물이 나요.

 

주민등록증 딱 받고 얼마나 좋은지, 정말... 그 기분은 정말 말도 못해. 그때 미국에 사는 친구한테 편지를 썼어요. 고등학교 동창인데, 만약 내가 죽을 때 네가 내 옆에 있다면 내 여권과 주민등록증을 나랑 같이 태워줘라. 나는 화장하기를 원하니까, 같이 가고 싶어. 진짜 나한테는 잊을 수 없는 일이에요. 내 폰 컬러링 알죠? 그래서 내가 컬러링도 애국가로 넣은 거예요. 여기서 살려면 핸드폰이 있어야 한다고 그러길래 핸드폰 사러갔는데 '컬러링은 뭘로 할까요?' 그러길래 "애국가로 해주세요" 했어요. 애국가도 1, 2, 3, 4절이 있잖아요. "4절로 해주세요" 했어요. 4절이 나는 좋아.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난 이 컬러링은 절대 풀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지요.

 

저는 지금도 꿈이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살아갈 세월이 짧아요.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을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사용할까, 항상 그 생각을 해요. 아픈 사람들 있는 데 가서 봉사도 하고 싶구요. 그런 게 제 꿈이에요. 저는 인생을 좀 보람되게 살고 싶다, 어떻게 해야 보람되게 살까,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한국에 일가친척이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솔직한 얘기로 명절이 싫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고향에 간다, 친척을 만난다, 누구 만난다 그러고 가는데 난 갈 데가 없는 거예요. 그게 참, 마음이 그랬어요. 제가 사는 곳이 원룸인데 그곳에 어려운 사람이 몇몇 있어요. 요양원에 갔으면 참 좋겠는데, 이분이 요양원에 안 가려고 해요. 자식들은 이분을 그렇게 많이 도와주지를 못하고 있어요. 제가 도와주고 있죠. 제가 그 사람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고 짧은 시간이지만 보람도 느껴요. 제가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보람된 일을 하고 싶고 여행도 다니면서 그러고 지내고 싶어요.

 

그리고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죄를 지은 것이 많을 거 아니에요. 앞으로 살면서 지금까지 지은 죄를 참회하면서 기도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런 얘기를 어느 날 어떤 스님께 얘기를, 내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했더니 그러시는 거예요. 기도하면서 참회도 하면서 이웃도 도와주면서 같이 삽시다. 그래서 지금 생각 중이에요.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참 막연한 질문이네요. 진짜 어려워요. 마음은 내 안의 진리이다.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나이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내가 선배가 될 거예요. 공부를 하다 보면 좀 막힐 때도 있겠지만 그걸 뛰어넘어서 끝까지 해내야 되겠다는 마음자세, 그런 마음 자세를 갖게 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항상 가슴속에 논문 쓰지 못했다는 생각을 담아두고 있었어요. 이번에 논문을 쓰고 나니까, 언젠가는 꼭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자세를 가지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원에서 명상심리를 배운 것은, 논문을 떠나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내 생활에, 내 마음자세에도 그렇고. 그런 것을 조화롭게 적용해 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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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4)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마음은 파도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출렁인다. 잠을 잘 때도 마음은 움직인다. 무의식은 쉼없이 작용하고 활동한다. 꿈은 무의식의 작용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쉼없는 자극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동일한 자극이 주어져도 사람에 따라 반응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반응이 서로 다른 이유를 유식학에서는 오심설로 설명을 하는데 탁월한 심리학적 해석이다.

오심설은 의식(제육식)에서 일어나는 인식과정을 설명하는데 순서대로 솔이심(率爾心), 심구심(尋求心), 결정심(決定心), 염정심(染淨心), 등류심(等流心) 등이다. 솔이심은 외부의 대상에 대해 처음으로 작용하는 순간의 마음이고, 심구심은 대상이 무엇인지 알려고 추구하는 마음이며, 결정심은 대상이 어떤 것이라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염정심은 대상을 결정한 후에 선심(善心)이나 악심(惡心) 등을 일으키는 것이고, 등류심은 잡염심과 청정심이 찰나찰나에 상속해서 같은 마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솔이심은 깜깜한 밤에 어떤 짐승을 만났다고 할 때 저기에 무엇이 있구나하는 마음이며, 심구심은 저것이 무엇일까하고 알고자 하는 마음이며, 결정심은 호랑이다하고 결정하는 마음이고, 염정심은 무서운 짐승이구나하고 개인적인 경험이 개입되는 마음이며, 등류심은 호랑이에 대한 평소의 무서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지속되고 이어지는 마음이다.

 

오심설은 의식이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인식의 오류가 발생하는 과정도 알 수 있다. 눈이 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안식이 사물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저기에 무엇이 있구나 하는 찰나적인 마음이다.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이나, 코에 어떤 냄새가 느껴지는 것은 모두 솔이심의 작용이다. 이 상태에서 더 이상의 마음을 내지 않으면 대상에 대한 인식도 진행되지 않고 멈추게 되며 인식 오류도 발생하지 않는다.

 

심구심은 솔이심이 인식한 것을 알아보려고 하는 마음이다. 저게 무엇일까, 고양이일까, 아니면 귀신일까, 하고 대상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순간적으로 들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를 알고 싶고, 코로 맡은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모두 심구심이다

 

결정심은 심구심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엇이라고 단정하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저것은 고양이다, 저것은 호랑이다, 또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일어난 그림자의 움직임이다 하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저 소리는 하모니카 소리이며, 저 냄새는 참기름 냄새이며, 이 맛은 씀바귀의 맛이다 등이 모두 결정심이다. 결정심은 작동하고 나면 곧바로 염정심이 따라 붙는다.

 

염정심은 결정한 대상에 대해 선한 마음이나 악한 마음 또는 선도 악도 아닌 마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과거에 나쁜 감정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이 일어나고 좋은 감정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이 일어난다. 개인적인 경험의 영향을 받는 마음이다. 고양이에게 할퀸 기억이 있는 사람은 고양이를 무섭게 인식할 것이며, 애완용으로 고양이를 길렀던 사람은 매우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염정심은 개개인의 경험의 지배를 받는 물든 마음으로 인식의 오류나 왜곡의 근원이며, 말라식이나 아뢰야식의 영향을 받는다.

 

등류심은 계속 이어지고 흘러가는 마음으로 염정심에서 인식한 것이 잡염식이든 청정심이든 상속되고 유전되는 마음을 말한다. 고양이를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고양이를 무서워 할 것이고, 고양이를 귀엽게 생각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귀엽게 보게 된다. 의식에서 인식한 것들이 말라식을 물들이고 다시 아뢰야식에 저장되어 부단히 이어지는 마음이 등류심이다.

 

오심설은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을 오해하는가를 밝힐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솔이심은 신체적인 이상 즉, 오감에 이상에 없으면 개인차는 크지 않다. 따라서 비슷한 정도로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심구심에서부터는 차이가 생겨난다. 무엇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체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갔구나 하면서 생각을 멈출 수도 있고, 지나 간 것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정심은 대상이나 현실을 파악한 후에 무엇이라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내담자의 경험과 주관적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내담자의 지적 능력과 경험의 세계가 동시에 반영된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고 주관적인 인식으로 인해 오해와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정심에서 일어나는 왜곡은 현실적인 판단의 미숙이나 지적 능력의 부족에 기인할 수도 있다.

 

염정심은 대상을 인식하고 결정한 다음에 주관적인 경험과 감정이 개입해서 일어나는 마음이다. 염정심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세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내담자의 주관적인 세계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형성된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음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찾는 것이 염정심을 이해하는 것이며 무의식의 요소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염정심에 이르면 개인차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등류심은 이어지는 마음으로 변화를 일으키려면 내담자의 새로운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 이는 무의식의 상태가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지속되는 것과 같다. 마음공부는 염정심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주관적이고 왜곡된 감정을 통찰하고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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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마음이 머문 자리는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지금 여기, 이 순간

 

김정희 ┃SATI수행 <행복,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참여

 

나는 작년 말, 정토마을 인도 보드가야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의료봉사 장소였던 SATI Arama 수행도량에서 잠시나마 수행자들의 삶을 보며 수행을 조금 더 경험하고 싶었던 중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SATI수행 공개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행복,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는 주제가 내 마음에 콕 들어왔다.

부처님께서 창안하셨다는 SATI수행은 내 몸에 집중하여 숨 쉬며 행동하는 모든 것을 알아차림 할 때 모든 망상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는 마음 운동이다. 수행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늘 깨어 좀 더 의미 있고, 좀 더 아름다워지고,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하신다.

우리는 수없이 어떤() 대상에 이끌려 진정 자신을 알지 못하고, 탐욕번뇌집착분노 등 온갖 망상에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SATI수행을 통해 일어나는 마음을 자각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여 마음 근육을 키운다면 중심이 튼튼해 흔들리는 마음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여여한 삶이 될 것 같았다. 이처럼 머리로는 알겠는데, 남에게 전달도 하겠는데, 행동으로 옮겨 내 것이 되게 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수행하는 중에도 내 마음은 망상으로 왔다 갔다 하고, 아니면 잠이 와서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최상의 자유와 행복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라 하는데, 나의 번뇌는 커져만 간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멀기만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익힌 앉아서, 걸으며, 밥 먹으며, 잠들기까지 순간순간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림 하는 마음 운동을 내 삶에서 잊지 않고 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여기 이 순간 그 어떤 수행으로도 나는 늘 깨어있고 싶다. 그래서 어디에도 걸림 없는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싶다.

12일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를 통해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선물해 주신 지도법사 붓다팔라스님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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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천천히 읽는 명상의 주인공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입니다. 교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심리치유, 무의식과 종자론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마음 안에는 여러 가지 요소(또는 요인)들이 들어 있다. 사람들의 반응행동은 그가 가진 요소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동일한 자극이나 경계를 만나더라도 반응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또는 격분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응행동을 유발시키는 요인들은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있고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있다. 선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과론적(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불교 유식학의 관점에서는 종자론으로 설명한다. 후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무의식분석이다. 프로이트는 후천적인 무의식에 대해서는 주로 병리적인 관점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선천적인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융은 선천적인 무의식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후천적인 무의식의 개념을 개인무의식이라 하고 선천적인 무의식의 개념을 집단무의식(또는 보편무의식)이라고 이름 하였다.

현대심리학의 무의식의 개념은 유식학의 아뢰야식의 개념에 해당된다. 아뢰야식의 구성물 중에서 선천적인 것은 본유종자이고 후천적인 것은 신훈종자이다. 즉 출생 시에 가지고 오는 개개인의 심리적 요소들은 본유종자이고 태어나서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종자는 신훈종자인 것이다. 종자(또는 씨앗)라는 용어는 무의식이라는 용어보다는 훨씬 더 생동적인 표현이다. 무의식은 글자의 의미로 보면 의식의 없는 상태이지만 종자는 생명을 지닌 씨앗으로서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는 역동적인 것이다. 심리적 요인들은 살아있는 것으로 감정 또는 정서에 해당된다. 죽은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며 역동을 일으키지 못하는 기억일 뿐이다.

()이라는 것은 강력한 심리적 요소로서 살아있는 것이며, 서양심리학의 콤플렉스라는 개념과 유사하다. 이 둘은 모두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종자에 해당한다. 이러한 심리적 요소들이 움직일 때는 예기치 못한 무서운 행동반응이 표출되기도 하는데 엄청나게 강한 것은 역린(逆鱗)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이나 콤플렉스는 생활 속의 걸림돌이고 장애물이다. 그것을 극복하고 완화시키는 것이 심리치유이고 자기통찰이며 무의식의 의식화이다.

무의식의 요소와 특성은 뒤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종자의 성질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종자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긴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않고 움직임도 없으므로 여간해서는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땅속 깊이 묻힌 씨앗의 존재를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건이 맞고 환경이 주어지면 종자가 싹을 틔우듯이 심리적 요인으로서의 종자도 그것이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움직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의 종자로 인해 감정이 움직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환경과 자극으로 인해 감정이 움직였다고 생각해서 환경이나 자극을 탓하게 된다. 즉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치유는 반응의 원인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종자는 찰나멸(刹那滅), 과구유(果俱有), 항수전(恒隋轉), 성결정(性決定), 대중연(待衆緣), 인자과(引自果) 여섯 가지의 성질을 구비하고 있어서 그 성질에 따라 움직인다.

찰나멸이란 순간순간(찰나)에 반응하고 순간순간에 소멸하면서 끝없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소멸한다는 의미는 종자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이 소멸한다는 뜻으로 종자 자체는 항구적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염치없이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 종자가 움직이지만 그 사람이 멀리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정은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과구유는 원인과 결과가 서로 항상 연결되어 있어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곧바로 결과로 이어져 나타남을 말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의미와 유사하다. 착하고 아름다운 종자를 지닌 사람은 그 종자로 인해 착하고 아름다운 행동을 하게 되고 반대로 악하고 게으른 종자를 지닌 사람은 그 종자로 인해 악하고 게으른 행동을 하게 된다.

항수전은 종자가 찰나찰나에 일어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살아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닭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든 닭만 보면 공포증이 일어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성결정은 종자의 성품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종자는 선한 종자, 악한 종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는 종자가 있다. 개개인의 종자의 성질이 결정되어 있다면 인간의 미래는 매우 비관적이고 운명적이다. 그러나 유식학에서는 종자를 변화시키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대중연은 반응행동이 여러 가지 원인의 작용으로 인해 결과가 나타남을 의미한다. 종자의 성질에 따라 움직이지만 동일한 상황에서만 동일한 반응행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극에 따라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얌체 운전자의 운전행태에 과잉반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질서를 무시하거나 염치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유사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인자과는 각각의 종자는 각각의 결과를 끌어낸다는 의미이다. 종자의 성질에 따라 결과가 유발되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들어 있는 종자의 성질에 따라 행동하게 되고 반응하게 된다.

이상으로 여섯 가지 종자의 성질을 설명하였다. 이는 본유종자와 신훈종자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종자를 통찰하고 그 특성을 알 수 있으면 자신의 행동특성이나 감정 반응양식을 알 수가 있고 나아가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스스로 치유하는 길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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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어떤 사람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20171223, 말세미나

모든 배움을 마치고 정리하고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스피치 특강을 통해 그 여느때보다 자신에 찬 모습으로 배움을 발표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보였습니다.

세미나를 마치고 읍내 나들이를 나선 교수님과 학생들의 미소에 시선을 머물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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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지금만나러 갑니다.



김원식 선님을 만났습니다.

 

2017년 연말이었습니다. 1229일 오후, 한적한 카페에서 대학원생 김원식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2년의 배움을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계신 김원식 선생님께 묻고 싶은 것이 많습니다. 김원식 선생님과 처음 마주앉은 시간, 그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보실까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셨는지요?


명상을 하면서 명상을 세상에 알리고 조직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나는 명상을 통한 경험들이 참 좋은데, 이 좋은 걸 사람들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거죠. 어떤 사람들과 하면 좋을까? 그러면서 병원환자분들과 해보면 좋겠더라구요. 그렇게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에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을 알게 되었어요. 입학은 16년도에 했지만, 대학원을 안지는 그보다 훨씬 오래 되었지요.

근데 그때는 아직 대학원이 활동영역이 넓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 공부를 조금 더 해봐야겠다 하고 미얀마에 가서 수행도 하고 그러면서 차일피일 입학을 미뤘던 게 3~4년 된 것 같아요.

 


입학 전까지 긴 틈이 있으셨네요. 선생님의 시작점을 다시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그렇다면 그 기간을 지나면서 안 하실 수도 있으셨는데, 3~4년이 지난 후에 입학을 결정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명상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저의 중요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현대중공업이라는 회사가 그렇게 만만한 직장은 아니란 말이에요. 퇴직하기 전 관리자로 있을 당시에 보면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요. 노동강도도 높지만, 근본적으로 불교에서 말하는 탐진치에 너무 많이 휘둘리고 누구라 할 것 없이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었었죠. 스트레스가 많다보면 안전사고도 그만큼 일어나고 나 또한 그 현장에서 그렇게 힘들었기 때문에 직원들의 고충이 충분히 느껴지니까요. 이 사람들에게 명상을 통해 일깨움을 주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현대중공업 동료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집니다. 나와 같은 스트레스와 어려운 현장에서 사고로 이어지는 그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네요. 그러한 시도들이 이루어 졌나요?


2000년도에 명상동호회를 조직해서 15명이 같이 명상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렇게 진행되던 중 12년도에 제가 퇴임을 하게 되었고, 멤버들도 나도 회사를 떠나서 각자의 일을 하고 현대중공업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상황들이 어려워지고 하니까 흩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정기적으로는 못하고 간혹 이벤트성으로 같이 만나는 정도로 지내고 있어요.

 



일과 동료에 대한 사랑이 많이 느껴집니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셨을때의 첫 마음은 어떠셨나요?


참 좋았었죠. 체계적으로 갖추어진 곳에서 공부를 정리하며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고요,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실제 명상은 많이 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상담시간은 많았지만 명상은 특강형태로 맛을 보는 정도인데. 그 정도로 명상을 했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지요.

 


대학원 학습과정 안에서 명상실습까지 진행된다는 게 쉽지가 않죠. 그 시간을 대학원 안에서 가져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요. 그것을 선생님 같은 분들이 마음을 모아서 명상스터디 같은 소조직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케이! 그거예요. 내가 제안하고 싶었던 것은 강의실 정도의 공간만 확보된다면 그런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대학원은 언제든 공간을 지지할 생각이 있고요. 그런 부분에 서포트할 준비는 되어있으니까요. 선생님의 바람처럼 학생들 사이에서 그러한 요구들과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이제 졸업을 앞두고 계시는데요, 공부를 하시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순간은 없으셨나요?


딱히 힘든 건 없었는데결과를 만들어서 기간내에 제출해 달라든지 하는 과제들 같은 경우에는 조금 신경을 써야 하니까 부담들이 조금 있었다 뿐이지 다른 힘든 건 없었어요.(웃음)

 



공부를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사실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새롭게 와 닿았어요. 기본적으로 배움을 얻겠다라는 마음가짐과 즐기고자하는 마음이 가장 컸으니까 매 순간들이 상당히 재미있고 즐거웠거든요더군다나 인간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들에서 , 내가 살아오면서 형식에 치우친 만남만을 가져왔구나.’ 하는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되었고, 앞으로는 마음으로 교감되는 진짜 만남을 가지며 살아가야겠구나 생각하게 되었죠.


 

이번에 인도 의료봉사를 다녀오셨는데요, 어떠셨나요?


저에게는 어쩌면 졸업여행에 가름 안 되겠나 싶어요. 새로운 경험 새로운 환경을 접함으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앎들을 얻을 수 있었죠. 생각보다 그 일정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봉사를 하겠다는 의도들이 모여서 뭔가 큰 움직임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 좋았고요. 붓다팔라스님이 인도 불교 부흥을 목적으로 대탑 가까운 곳에 선원을 세웠다는 그 장소 자체에 대한 놀라움도 저에게는 있었어요. ‘인도라는 어려운 나라에까지 와서 이렇게 애쓰시는구나.’ 했죠.

 


충격이라 말씀하신 것들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나요?


영향이라기 보다는 내 삶에 힘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이제 나도 살만큼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내가 살아오면서 얻었던 것들을 어디에든 베풀고 기여해야겠다는 마음들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들이 일상에 묻혀 살아가다 보면 작아지고 희미해진달 말이예요. 그런데 이번 같은 의료봉사처럼 외부적 낯선 충격을 통해서 그런 마음을 다시 뒤집어보고 강한 의지를 다시 내어보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2017년도는 선생님께 어떤 해였나요?


퇴임을 한 후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해였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을 어떻게 삶에서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것들을 지금도 생각하고 있고요. 그러한 것들에 대한 질문을 던져준 해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리고 계신 모습이 있으신가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아야하니까 지금까지 해온 공부를 토대로 전국을 다니면서 취약계층에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면서 나머지 여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제시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그려봅니다.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 우리가 하는 공부는 좋은 마음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마음이란 건 좋은 마음일 때가 진짜 마음이다. 좋은 곳으로 그 마음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커갈 수 있는 것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교육 전문가과정의 입학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또 앞으로 들어오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즐겨라. 즐기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랬을때에 모든 배움이 나에게 마음으로 채득되는 것이지 즐기는 마음없이 뭔가를 얻어보겠다고 아둥바둥 해봐야 얻어지는 것도 없을 뿐더러 공부하기가 매우 어렵다. 마음을 내려놓고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따뜻한 식사 한 끼를 함께하고 싶었지만, 인터뷰 후에 잡혀 있는 NGO 공존 활동가들의 교육프로그램 회의로 인해 차 한잔으로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연말에 귀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원식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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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마음이 머문 자리는 교육을 통한 생각들느낌들책이나 영화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함께 머물러 보세요.


입 크게 벌리세요 (스피치 특강 후기)

 

윤 정 숙 생명교육 전문가과정 2학기 재학생



 

 ~~~~~~~~ , , 다섯,......

어둠이 내려앉은 정토마을 3층 강의실에서 여남은 명 가까운 사람들이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도감스님께서 문을 빼꼼히 열고 들여다보신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놀라셨으리라.

 

, 이제 한 분씩 아~~~ 10초씩 하시는 겁니다. 입은 치과에 가서 벌리듯이 크게 벌려야 합니다. ~!”

강사님의 또랑또랑 우렁찬 목소리만 들어도 의욕이 불끈 솟는다.

저 작은 체구 어디에서 저런 목소리가 나올까.....?’

모두를 집중시키는 목소리에 매료되어 시키는 대로 고함을 지르지만 강사님의 기대엔 턱없이 모자란 우리들이다.

배에 힘 더 주세요, 배가 딴딴해야 합니다.” “입 더 크게 벌리세요.”

연이어진 주문에 든든히 먹은? 아니다. 배가 부르면 힘을 못 준다는 말씀에 적당히 먹은 저녁배가 꺼진다. 배가 고프다.

첫 날 인사하는 방법을 실습하며 찍은 영상들을 보며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둘째 날 발음연습 문장을 읽으며 킥킥거리기도 하면서 우리 학생들은 모처럼 하나 되어 온 몸으로 웃었다. 셋째 날 아무 준비 없이 돌발영상을 보고 진행해야 했던 3분 스피치는 정점을 찍었다. 자신의 모습을 재생 시켜 보면서 듣는 피드백은 민망하지만 소중했다.

도반이란 이런 것이다.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까지 모두 내어 보여줄 수 있는, 그럼에도 부끄럽지 않은...

 

스피치 강의는 자기를 알아가는 또 하나의 도구였다.

자신이 말하는, 특히나 남 앞에서 말하는 나의 모습을 언제 객관적으로 본 적이 있었던가...

마지막 날 10분 스피치는 말하는 자료까지 총동원된 발표 실습이었다. 첫 날 서툴렀던 인사법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져 있었고, 입 크게 벌리기는 모두의 숙제로 남았다. ! 그리고 재미있는 건배사를 배운 것은 덤이었으니, 이젠 건배사 제의에 절대 사양하지 않으리라.

토요일 종일 수업 후 저녁6시부터 밤830분까지 이어진 4회의 스피치 특강은 고단한 몸을 웃음으로 가득 채워 활력을 주었고 도반들과의 사이 간격을 메꾸어주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박수진 아나운서의 열정어린 목소리는 큰 울림으로 남았고, 스피치 강의는 우리에게 귀하고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드디어 실전의 기말세미나 날, 우리들의 은밀한? 수업을 모르시는 장익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인사와 끝인사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특급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발전을 위해 좋은 강사를 물색해준 대학원 행정 부장님께서도 발표 매너가 깔끔하고 좋아졌다하시니 이만하면 첫 술에 대단한 성과가 아닌가 자찬을 해본다.

같이 하신 도반님들의 소감을 간단히 들어보았다.

남 앞에서 말하는데 자신감이 좀 생겼다.”

스피치에서 어떤 점이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발음 교정의 기회가 되었다.”

같이 공부하며 강한 유대감이 생겼다.”

나의 모니터를 보며 내 문제점을 발견했다.”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새로움에 눈뜨고, 강사님의 열정에 같이 동화되었다.”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이 참 중요하구나........”

...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자)”

 

아침 9시부터 밤 9시 가까이 수업하고 또 차로 멀리까지 가야함에도 마음 합하여 기꺼이 함께 해준 도반님들 모두 사랑하옵고, 늦은 시간에 정토마을까지 오셔서 열정적인 수업을 해주신 강사님께 감사하오며,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을 다 뒤져서라도 좋은 선생님을 모셔오고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려 애써주시는 행정실 관계자 분들, 교학처장님, 원장스님, 모두모두 고맙고 사랑합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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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20171012일,

 

민 무료 공개특강 첫 번째 강의가 있던 ,

강당에 자리 놓고,

앉은뱅이 상을 닦고 있는 모습입니다.

 

비바람 부는 선 길을

려와 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셨지요.

제일 먼저 와서 자리를 워주신

살님의 모습에 시선을 머물러 봅니다. 

 

※ 2017년 가을, 시민특강 <자기심리치유>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NGO 생명교육 네트워크 공존이 함께 하는 무료 공개특강입니다. 본 특강은 10월부터 12월까지 3회에 걸쳐 진행되며, 사전 신청하신 61명의 시민이 함께 합니다.

 

***특강 일정 - 1강 10월 12일(목) 콤플렉스, 외면당한 또 하나의 나, 2강 11월 9일(목) 집중명상, 통찰명상, 3강 12월 14일(목) 명상을 통한 자기치유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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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일상의 시름을 잊고 힐링하는 시간.

여름이 무르익은 7,

8명의 선생님과 함께하였습니다.

모든 것 깊이 내려놓고 휴식하고,

여름의 햇살처럼 눈부시게 웃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시선을 머물러 봅니다.

 

2017.07.26. 2회 자기계발과 정신건강을 위한 자각명상 교원직무연수를 마치며

 

 

교사소진예방 연수교육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울산광역시 교육청의 교육기부 협약에 따라 진행되는 사회공헌사업으로서 교원의 심신 에너지소진예방과 자기치유 및 회복 능력을 개발하여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심리적 안정과 긍정적 학생 생활지도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특수분야 교원 직무연수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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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김수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보슬보슬 여름비 시원히 내리던 광복절 연휴,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 호스피스병동 봉사를 오신 김수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김수필 선생님의 마음과 만나는 시간, 함께 동행하실까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생사의 장 불교호스피스교육이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2015년도 여름 41기 교육을 받았고, 그 후에 봉사를 꾸준히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능인스님께서 대학원을 추천해 주셨고요.


사실 저는 대학원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거든요. 굳이 대학원 공부까지 해야 하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는데 능인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나에게도 어떤 계기가 필요하겠다 싶었고, 그렇게 도전하게 되었던 거죠.


 

계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추천에 의한 계기가 마련이 되신 경우네요, 입학하셨을때의 첫 마음이 궁금합니다.


우선은 불교를 공부한다는 것이 좋았어요. 전에도 불교관련 공부를 했었는데 그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제가 모르던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그리고 보통 대학원은 금요일 수업이면 끝나는데 토요일에 와서 또 플러스된 교육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겐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공부 량이 다른 대학원에 비해 많은 것에 대해서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으셨어요?


... 저는 그렇지는 않았어요. 금요일에 집에 안가고 여기서 자고 토요일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시간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던 것 같아요.

 

 

 

호스피스교육 스탭, 병원봉사 등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들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43기부터 스텝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스탭으로서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45기 생사의장 교육 때에는 학생 곁에 선생님이 늘 계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이번교육에 학생지원을 선생님이 맡으셨나보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보건교사이다 보니까 의약품관련해서는 담당을 하게 되었구요. 특별히 학생지원 소임을 살지는 않았어요. 누가 아프다고 약을 요구하시면 후에 지금은 상태가 어떠신지, 살피고 한번 물어봐도 주고 그런 것들이 사람의 마음을 안정되게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그렇게 보여지지 않았나 싶네요.^^

 


사실 이번 교육접수를 하는 과정에서 본인 건강에 대하여 자신이 없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사실 우리 행정실은 교육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는 교육생들이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교육을 마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만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그런 부분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지금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그러한 마음으로 살펴보고 챙겨주신 선생님이 계셨으니까 안전하게 교육이 진행될 수 있었구나 싶어서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기분이 좋네요.(웃음)


 

그런 스탭으로서의 일이 선생님께 어떤 도움으로 다가오시는 거죠?


교육생의 마음을 살피는 것? 사람을 살피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구요. 봉사와도 연결이 되는데요, 봉사는 세심함이 필요하잖아요. 환자대할 때 어떻게 대하는 것이 환자를 더 편안하게 하는지, 손짓 몸짓 표정 그런 것들이 세심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자비심 보리심 그 마음들이 생겨나는 건가요?


그런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으면 좋죠. 근데 저는 그런 마음이 별로 없는 사람이거든요. 자비심 자애심 이런 것이 제 마음속에는 별로 존재하지를 않아요. 근데 봉사를 하는 것에는 그런 마음들이 반드시 필요하죠. 모든 중생이 다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봉사에 있어서는 꼭 필요해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그 마음에 이미 자비심이 자리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가요?(웃음)

 

 

병원봉사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2층에 계신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로 시작했어요. 봉사활동을 하면 환자를 만날 때의 마음가짐, 대화법, 그런 것들을 관찰일기로 쓰라고 하셔요.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환자의 반응은 어땠는지 그렇게 관찰일기를 쓰면 능인스님(영적돌봄연구실장)께서 보시고 피드백을 해주시거든요. 이런 때에는 이렇게 이야기하면 좋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죠. 그리고 나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요. 나의 느낌이 잘못 들어가면 환자가 거북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를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 이런 것을 교육 받으니까 환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작년부터 호스피스병동 봉사를 하고 있는데요. 한 달에 한두번 정도 들어가고 있어요.


 

호스피스 활동을 하시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제 생사의 장 교육을 마치신 분들도 계시고, 대학원생 분들 중에서도 아직 봉사를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봉사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하나에 팁을 알려주신다면요?


우선은 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하고요, 그 다음이 시간이겠죠? 시간이 안 된다면 사실상 봉사를 하기가 어려워요. 안되는 시간을 억지로 내게 되면 봉사가 잘 될 수가 없거든요. 내가 편안한 상태로 환자를 만나야지만 환자도 편안해하는데, 내가 불편하고 힘든 기운으로 들어가게 되면 환자에게 그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거든요. 시간이 되고 마음을 낼 수 있을 때 천천히 시작하면 될 것 같아요. 서두르지 말고요.


그 조건이 되어야 꾸준한 봉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능인스님께서도 이런 말씀을 하셔요. 굳이 많이 자주 오려고 하지 말아라. 지치게 하지 말고,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이라도 꾸준히 오면 된다. 그 말이 봉사를 시작하려는 분들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제 3학기를 마치고 4학기를 앞두고 계시는데요, 공부를 하시면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순간들은 없으셨나요?


관심을 가진 분야의 수업은 쉽게 다가오는데 그렇지 않은 과목은 아무래도 지루한감이 있어요. 그래도 배운다는 입장에서 참여는 하는데, 사실 저에겐 생명교육 분야가 좀 흥미에서 떨어지는 부분이예요. 같이 공부하는 도반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 같은 경우에는 직업자체가 보건교사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생명윤리 이론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있고 좀 신선하지가 않은 부분이 있죠.(웃음) 그래도 1학기에서 이론을 마쳤으니까 2학기는 그런 점들이 좀 해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그리고 계신 모습이 있으신가요?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고 싶고, 바램이 있다면 남에게 쓰임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

살다보니 자기 울타리 안에서만 산다는 것은 이롭지 못하다. 부처님의 연기법에 따라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삶을 사는 것이 좋겠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봉사하면서 나름대로 깨어있는 삶을 살다보면 제 삶의 마무리 또한 아름답게 지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신다면요?


내 것인 것 같은데 결코 내 것이 아닌 것이 마음인 것 같아요. 그것을 찾아야하겠죠. 이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사라지는지 살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배움의 길을 함께 하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도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도반들을 통해서, 그리고 새로 들어오시는 후배들을 통해서 너무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사람관계에서 배워지는 것이 실은 수업을 통한 배움만큼 많거든요.

다른 사람의 질문들, 내가 생각하지 못 했던 사고방식들, 그런 것들이 참 좋아요.

그리고 어떤 공부일지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같이 꾸준히 공부합시다.^^

 

나에겐 자비심이 없다는 김수필 선생님께 모르고 행하는 자비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모르고 행하는 선한의 공식 : 마음=Real 자비심=김수필 선생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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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2017학년도 1학기 기말세미나.

한학기의 배움을 정리하고, 나누고, 또 다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시간.

학생들의 빛나는 모습에 시선을 머물러 봅니다.

그 빛나는 미소에서 내일의 대학원을 봅니다.

 

2017.06.24. 기말세미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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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마음이 머문 자리는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생명교육 전문가과정 1학기를 마치며... 

 

김 원 식 (생명교육 전문가과정 3학기 재학생)

 

 

오늘날 사람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삶의 속도에 갇혀 차 한 잔의 여유마저 갖지를 못하고 부자유하고, 산만하고, 부자연스럽고, 불완전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마 진정한 의미의 자유로운 삶, 행복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잃어버렸는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그 반대편에서 최선을 다해 고통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적 험로에서 우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예리한 직관으로 삶의 질적 향상과 행복으로 이르는 궁극의 길을 생명교육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해 주었고, 저는 이번 계기로 인하여 배움의 자세를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증진해 나가면서 밀고 댕기는 견인역할을 해 나가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보게도 되었습니다.

저는 소망합니다. 대학원을 중심으로 모든 인적 물적 구성요소가 함께하는 진정한 공동체가 되어 등대 불 밝혀 지역사회를 비춰주고, 그 빛이 확대되어 나라전체로, 세계화로 넓어지고 실행되어지기를 말입니다. 그 속에 저 자신 또한 밀알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해보고 싶습니다.

 

입학 할 때의 마음을 돌이켜 보니, 학교에 대한 기대가 참 많았습니다. 그 중에는 학교가 중심이 된 TF팀이 운영되어 지역사회에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일을 조직적으로 운용하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러한 실천여지가 어렵게 보이기도 해서 과연 공부를 이어가야 하는지를 되물어 보게도 되었습니다.

 

3학기를 마치는 이 시점에서, 입학지원서에 적었던 내용을 다시 꺼내어 나누어 봅니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대한민국 이라고 합니다. 물질과 정신의 불균형에서 오는 결과로 많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여 끝내는 죽음을 선택하는 극단에 이르게 됩니다. 물질이 풍요로운 미국 또한 정신적인 빈곤을 스스로 알고 동양의 명상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도구로 다양한게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역시 명상을 일반 생활인들이 쉽게 접근하여 활용 할 수 있게 연구 개발 체계화 시켜 나가야 될 것으로 봅니다.

 

1. 스트레스 완화[집단/개인] 도시인 습득용이 명상기법 창안

2. 소모임 명상처 만들기[행복한 마을 만들기]

3. 임상 상담 system & 지원 source 개발 적용 상담 활용 "

 

학기동안 지도하신 교수님들께 감사올리고 곁에서 교무지원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도, 그리고 저의 자존감을 평정의 마음으로 볼 수 있게 해주신 학습동지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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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장익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살이 따끈한 오늘, 웹진 마음은 장익 교수님을 뵈러 경주 위덕대학교로 향합니다. 장익교수님의 마음을 만나러 가는 길, 함께 동행하실까요?

 

 

교수님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운명처럼 능행스님을 만난거지. 그게 아마 80년대 후반쯤 될까?


스님은 굉장히 학술적이고 공부에 진지한 분이셨어요. 그때 제가 조계사 불교대학하고 대원불교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그 두 군데를 다 와서 공부를 하셨어요. 그래서 인상 깊게 스님을 보고 있었고요. 결정적인 만남은 그 후 10년쯤 뒤였어요.


뭐랄까... 괴로운 일이 운명을 바꿔주는 계기가 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그때 저희 아버님이 진찰을 받았는데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어요. 저는 그때까지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 병원에서는 더 이상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다는 거예요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부터 공부를 했어요.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케어라든가, 암환자에 대한 호스피스라든가 하는 그런 개념이 전무했고 일본에 서적이 조금 있는 정도였어요.


일본에 니시라는 교수가 있는데 니시요법이라고 야채즙, 녹즙, 붕어체조, 인삼요법, 버섯요법, 그 당시 내가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강원도까지 가서 약초 캐고 하면서 효자 노릇 좀 했죠. 어쨌든 아버지께서 한 2년간을 무사히 건강히 계시다가 가셨죠그 기간에 참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부끄럽게도 내가 불교학자이면서도 아버지 죽음을 정신적으로 뛰어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런 기회에 말기 암환자에 대한 케어 실습을 내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고, 공부하는 데에도 전환점이 된 거 같아요. 학술적 공부가 내 임무라 생각했는데, ‘아 이 세상에 필요한 공부가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버지 49재를 마치고는 바로 인도 행 비행기를 탔어요. 무작정 갠지스에 가서 죽음을 보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각오가 필요했죠.


그렇게 돌아왔는데 능행스님이 청주에서 정토마을을 시작하셨더라고요그때 내가 갔을 때 비닐천막치고 자원봉사자 교육을 하고 있었어요. 겨울에 눈은 오고 추운데 40~50명이 비닐천막에 빽빽이 모여 있었죠. 그 열기가 정말 대단했어요. 그곳에서 강의했던 기억이 나요. 인연의 시작은 뭐 그런 정도10년 전 불교대학에서의 인연이 스님은 호스피스 쪽 길을 걸었고, 나는 그런 쪽에 관심과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게 다시 연결되었던 거죠.

 


활동과 학문이 딱 결합이 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만남이요.


상당히 감동적이었어요. 그렇게 열악한 환경인데, 모두의 정열은 정말 대단했거든.

 

 

그 인연이 대학원까지 어떻게 연결이 되었나요?


제가 97년도에 이곳 경주 위덕대학교를 오게 되었어요. 그때 스님이 언양에 건물하고 땅을 구입하신다고 한번 왔으면 좋겠다하셔서 간 적이 있어요. 가서 보니까 공장폐허에 불모지인데 위치가 참 좋았어요아 스님이 이제 가까이 오시는구나.’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리고 스님이 공부와 학업, 교육 쪽에 워낙 관심이 많으시니까 어느날 그 곳에서 마하보디상담대학을 시작하셨던 거예요. 그 대학을 하시면서 내게 연락이 왔는데, 이게 학위과정도 아니고, 전문가과정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학술적으로도 진척이 없고 학생들도 발심이 덜 하다고, 학위과정으로 어떻게 할 수 없겠나 하는 문의를 주셨죠.


당시 내 생각에는 학생들이 이론수업만 들어서는 안되고 적어도 하루쯤은 임상이라든가 실습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겸해서 그야말로 우수한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 학교에서 일을 추진해보려 하니까 조건이 안되는 거예요. 근데 스님과 연락을 하다보니까 스님 쪽에서는 그게 가능했던 거죠. 스님은 임상이 가능하고, 우리 대학원은 이론이 가능하니까, 그러면 합쳐보자 한 거예요. 그렇게만 한다면 이 분야의 최고의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다. 그렇게 스님도 나도 오케이 하고 2007년도에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으로 승격을 하고 위덕대학교 불교대학원하고 MOU를 맺고 학위도 취득하고 임상과 실습도 겸하게 되었죠.


내가 볼 때는 가장 이상적인 배움의 장이예요.

 


그렇게 저희 대학원에서 여러 학생들이 논문을 썼는데요, 그 중에 성과적인 논문이 있었나요?


불교 쪽에서는 참 쉽지 않은 논문을 많이 냈어요. 혁신적이라고 봐야지.


불교학에서 보면 불교학, 불교사, 지역불교 이렇게 연구하다가 응용불교라고 하는 새로운 쪽이 있었는데 말이 응용이지 전문적이지 못했거든요. 대중적인 연구 정도밖에는 안되었는데 우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같은 경우에는 응용의 분야를 명상심리라고 하는 쪽에 한정을 시켰지만, 그쪽 분야에서는 정말 최초의 논문들이었죠. 임상까지 거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걸 다시 적용해서 임상적 효과를 입증하는 단계까지 간 논문이 그 당시에는 없었어요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학생들이 아주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지요.


 

졸업생 분들도, 재학생 분들도, 또 입학을 고민하는 분들도 저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의 학문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글쎄, 학문이라는 것은 원래 축적이 되어야 하고, 네트워크 형성으로 활용도가 펼쳐져 나가는 거예요지금까지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네트워크 연결망이 부족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의 졸업생들은 개인적인 공부에 그치고는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계기가 열렸다고 봐요. 우리가 임상을 통해 논문도 쓸 수 있고, 현장에서 바로 케어에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기 때문에 이런 계기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함께 고민해야 할 거예요.


능행스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우리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이 성공한다면 전국 어디에 가도 성공할 수 있다고요. 적어도 이런 자재요양병원 쌍둥이가 50개는 되어야 한다고요.(웃음)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전국을 누비면서 활동을 하고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해요. 분명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그리고 계신 모습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그냥 이렇게 사느라고 나 자신을 잘 못 돌아봤네. 이제부터 좀 돌아보려 해요. 조만간 유럽이나 미국이나 일본 쪽으로 이 분야의 구체적 선진사례들과 학술적인 연구들을 살펴보고 싶고, 특히 그런 것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직접 다녀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런 걸음을 통해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한번 더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은 발목 잡힌 곳이 많아가지고 쉽게 움직여지질 않네요. (웃음)

 


교수님께서도 인생의 고비가 있으셨나요?


... 글쎄요. 저에게는 불교학을 만난 것이죠. 아마 이 길이 아니었으면 잘 먹고 잘 살았을 수도 있는데.(웃음)

어린 나이에 좀 더 쉬운 길도 있었는데 왜 힘든 이 길을 선택했을까? 그게 항상 고민이었어요. 이게 내 운명임을 받아들일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죠. 지금은 오히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그 고비를 운명이라고 받아들이신 계기가 있으세요?


불교학 속에서 내 스스로가 이해되고, 인생에 대한 철학적 수용이 되고, 내 삶에 대한 문제가 풀어지니까요. 불교학 쪽에서 나를 송두리째 재발견하는 계기를 줬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글쎄, 나는 두 갈림길 중에 가고 싶은 길을 가지는 못 했지만, 그 길보다 훨씬 더 잘 온 것 같아요. 지나온 지금은 그렇게 말할 수 있죠.

 

 

 

교수님의 인생에 있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불교학을 만난 것이죠.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죠.

 


앞으로 남기고 싶은 선물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별로 남길만한 그런 걸 갖고 있지 못한데...

 


교수님께서는 선물로 불교학을 받으셨는데, 선물을 안 주고 가신다구요?(웃음)


그런 선물이라면 뭐 좀 더 많은 사람이 불교학을 만나서 나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마음은 화두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다듬고 가꾸고 찾아가야 하는 것이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거죠. 마음은 그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해요이 마음을 잘 성찰하고 가꾸어 가야하고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저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대학원이 2년 반 과정이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그 시간 안에 좀 더 올인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너무 빨리 보려고 하지 말고, 이 길에 한번 매진해서 몰두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미래에는 분명히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생명교육전문가과정도 멀게 느껴지지만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기 때문에 각자 깊이 있는 자기성찰, 그리고 학술과 실천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적극성을 가지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은 불교가 아직 개척해 놓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길 없는 길을 가다보니 이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좀 흔들리기도 하고 힘들어 하기도 해요.


보물은 역시 숨어있는 거니까요. 보물은 찾는 대상이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을 보면 보물 만나기 직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죠.(웃음)


조금만 다른 안목으로 바라보면 길도 보이고 세상도 열리는데, 자꾸 자기의 좁은 안목으로만 세상을 보려 하니까 눈앞에 보물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아까 제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것이 자세도 중요하지만 자기 내면적인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예요그래서 스스로가 불교 생명과 윤리, 과연 이것이 이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거기에 대한 깊은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해요그렇다면 분명 길도 보이고 적극성도 가지게 될 것이고, 멀지 않은 때 훌륭한 인물로 전문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학생들 각자가 자기만의 학문적 화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죠. 생명교육과정의 학생들에게도 부탁을 한다면, 불교 윤리는 상당히 다양해요. 그래서 어떤 가시적인 종교윤리가 아니고, 세속적 윤리도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지고지순하면서도 현실적이고, 사회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안도 굉장히 넓다고 생각해요. 근데 현재까지 불교윤리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면 지나친 계율주의나 원칙주의에 빠져있어서 현대적인 해석을 못하고 있고, 그런 것이 오히려 본질적인 생명윤리에 접근을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제가 볼 때는 불교라는 것은 진정한 인간의 완성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생명윤리에 있어서도 불교가 해야 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긍지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곧 그것은 불법에 대한 긍지인데, 그 긍지가 자기에 체득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또한 명상심리와 생명윤리는 한 뿌리라고 생각해요. 자기를 돌아보는 명상이나 심리나 이것 또한 생명윤리와 접점이 있어요. 그리고 그 바탕에는 불교라고 하는 엄청난 세계가 있고요. 이걸 뿌리로 해서 다양한 전공도 앞으로 가능하고,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할 일이 정말 많아요.


학생들 스스로 불교적 철학 안에 내가 어떤 철학으로 생명윤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의 답을 얻어야 해요. 그러면 흔들리지 않죠.


불교생명윤리라고 하는 어느 부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철학적인 부분에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봐요. 사회적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한데, 이것이 주인의식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교수님께서는 불교 생명윤리에 대하여, 학생들에 관하여, 학교에 관하여, 애정이 담긴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교수님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웹진을 발행하는 오늘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었습니다애정어린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준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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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천천히 읽는 명상의 주인공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입니다. 교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필요한 가면, 페르조나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길어진 수명에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매우 절박하고도 현실적인 문제이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인 여건이 되면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기도 하고 전원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그래서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귀농을 적극적으로 권하며 지원방안들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고 귀농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매우 필요한 노력들이다.


귀농이나 귀촌에는 물질적인 여건도 갖추어져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준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인 성찰과 노력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흔히들 시골 사람들의 텃세가 만만하지 않다는 말들을 하기도 하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베풀어야 이웃과 친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시골 생활이 행복하려면 보다 근원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핵심은 시골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회지에서 쓰던 가면은 벗어던지고 시골생활에 맞는 가면을 써야 시골의 삶에 적응할 수가 있다.

 

카를 융은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심리학자요 정신과 의사이다. 서양의 심리학자이면서도 동양 사상에 깊이 심취하였고 특히 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깊어서 티벳 불교의 구도자 파드마 삼바바가 저술한 티벳 사자의 서라는 책의 서문을 쓰기도 했다. 인간의 마음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학자들 중에 카를 융을 따를만한 사람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불교심리학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유식학과 닮은 점이 많아서 유식학과 분석심리학을 비교한 논문도 여러 편이 있다.


융 심리학의 중요한 개념 중에는 페르조나라는 것이 있다. 하회탈처럼 가면이란 뜻이다. 하회탈에는 양반탈, 각시탈, 백정탈, 초랭이탈 등이 있다. 양반탈을 쓰면 비록 하인이라 할지라도 양반처럼 여유가 있고 늠름하게 행동해야 하며, 각시탈을 쓰면 수줍어하고 차분하게 행동해야 하고, 초랭이탈을 쓰면 경망스럽고 방정맞게 행동해야 한다. 가면()의 성격(정체성)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얼른 생각하면 위선처럼 보이기도 해서 바른 삶의 태도가 아니라고 할지 모르나 사람은 누구나 지위와 환경에 맞는 탈을 쓰고 산다. 그것이 타인과 사회와 관계를 맺는 데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융의 주장이다. 페르조나는 타인을 속이기 위한 나쁜 의미의 가면이 아니라 신분과 체면을 지키며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가면이다.


우리는 많은 가면들을 수시로 바꿔 쓰면서 살아간다. 하나의 가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버지, 회사원, 사장, 자식, 남편, 학교동창, 종교인, 향우회원, 군대친구, 술친구, 욕친구 등등이 있다. 자식들 앞에서는 아버지의 가면을 쓰고 사랑과 권위를 지키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자식의 가면을 쓰고 나이도 잊고 어리광을 부리거나 애교를 부릴 수도 있다. 그러다가도 회사에 가면 사장으로서 위엄과 엄격 그리고 가혹한 모습도 보여야 한다. ‘욕 친구를 만나면 모든 가면을 또 벗어던지고 소시적 욕하던 친구의 가면을 얼른 뒤집어 써야한다. 만약에 욕 친구 앞에서도 사장의 페르조나를 쓰고 거들먹거리거나 폼을 잡는다면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서 초등학교 시절의 순진하고 철없던 페르조나를 쓴다고 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기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가면을 너무 오랫동안 쓴다면 벗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것이 권위적인 가면이라면 더욱 그렇다. 법조인이나 경찰, 높은 지위의 군인으로 오래 생활했거나 정치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가면을 벗어던지기가 힘들 수 있다. 흔히들 경찰 티가 난다. 군인 티가 난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현직을 떠나서도 군인이나 경찰의 페르조나를 쓰고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종교인들의 가면도 매우 강하게 작용한다.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쓰고 생활하는 가면이 근원적인 자신의 참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 쓰긴 쓰고 살지만 그것이 자신의 참 모습이 아님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르조나와 자기를 동일시하게 되면 자신의 내적 세계와의 관계는 끊어지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평생 자기의 진정한 모습으로 살지 못하고 페르조나를 자신이라고 착각하며 살게 된다. 직업상 썼던 페르조나를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살면 언젠가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고 마침내는 심리적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진정한 자기,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불교의 목표이자 불교인들의 수행이기도 하다.


페르조나는 필요한 가면이다. 상황에 맞게 잘 쓰는 사람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타인과의 관계도 잘 맺는 원만한 사람이다. 시골에 가면 농부의 페르조나를 써야한다. 그런데 한 번도 써 보지 못한 것이라면 당연히 서툴 수밖에 없다. 시간을 두고 배워야 한다. 배우기 위해서는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힘든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고 생각하면 즐거운 일일 수도 있다. 투박한 언어도 배우고 은유적인 그들의 행동도 배우는 것이 좋다. 전통적인 시골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요즘 사람들과는 차이가 난다. 명절이라 선물을 들고 가도 별로 반기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나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왜 가져 와요.’ 하면서 선물을 보지도 않고 밀쳐두는 할머니들도 있다. 선물 주는 것을 호들갑떨며 반기면 다음에 또 가지고 오라는 의미로 전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다. 감사의 표시를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귀농과 귀촌을 꿈꾼다면 물질적인 준비도 있어야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썼던 가면들도 벗어야 한다.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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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모든 학문은 삶의 현장이며, 삶은 모든 학문의 기초입니다.- 박경리

 

 

생명교육전문가과정 수업시간,

진지함과 치열함이,

열정과 유머가 함께 어우러진

학생들의 빛나는 모습에 시선을 머물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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