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문 자리]
마음이 머문 자리는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설레는 봄날, 새 볼펜 한 자루를 들고...
임 주 은 (석사과정 1학기 재학생)
마른 나뭇가지에 새잎이 돋아나는 3월, 봄바람이 살며시 기웃거리던 화창한 날...
입학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새 볼펜 한 자루를 샀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내가 정토마을로 발걸음을 하게 된 계기였다. 나는 학부시절부터 사회복지학 전공과목 중 특히 상담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주변인과 내 자신을 이해해야할 일들이 많았던 것일까. 유독 사람의 마음에 대해 알고 싶어 했었고 특히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그 학문 속에 담겨있는 것 같아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 학부에서 배웠던 상담학문은 서양에서 들어온 개념과 역사, 기법들이 중심이었다. 그때 동양에서 특히 불교에서 다루는 상담심리학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문제 속에 있는 내담자를 만나고 그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 욕구가 커지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이 더해진 것 같다. 그래서 빠듯한 형편에 일과 공부를 함께 병행해보리라는 다소 대책 없는 포부를 가지고 있던 찰나 마하보디교육원의 채용정보를 확인하고 무작정 이력서를 들고 찾아가 교육원 문을 두드렸었다. 그 때로부터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대학원을 들어가기 전 내가 거쳐야할 단계들이 필요했던 걸까. 인연이 닿은 곳은 교육원이 아닌 정토마을 법인사무국이었다. 15년도 1월에 입사하여 작년 9월엔 정토마을자재요양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이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되며 호스피스병동의 전담사회복지사라는 또 다른 역할과 마주하였다. 바쁜 일을 핑계로 문턱이 발가락 끝에 닿아 있어도 넘으려 하지 않았던 나는 호스피스병동에서 일을 해나가며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를 부여했던 것 같다.
‘암과의 투병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환자와 보호자들을 내가 잘 돌볼 수 있을까.’
좀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통해 나의 영성과 전문성을 성장시켜서 그들의 눈가에 습습히 고여있는 슬픔을 잘 닦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 인연을 맺고도 미뤄두었던 대학원의 문을 용기 내어 두드렸다.
사실 병동에서의 일만 해도 몸과 마음이 참 고되다. 하지만 내가 병원에서 마주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내일도, 몇 시간 후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하며 찰나같이 지나가는 그 순간들을 절실히, 그리고 전문성 있게 돌보기 위해서는 나를 계속해서 성장하게끔 이끌어야 했다. 금요일 저녁, 토요일 주간에 이루어지는 대학원 수업시간은 시간 없다 탓하기가 무색할 만큼 내가 틈을 내어 듣기에 충분했다.
입학한 후 첫 수업은 충격적이었다. 불교학과니 만큼 불교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하는데 지금껏 종교가 불교라고 했던 내가 부끄러울 만큼 교리를 몰랐던 나는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과 용어들을 알아들을 수 없어 무작정 들리는 대로 써내려갔던 것 같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덜컥 겁도 났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필기하는 속도가 처음보다 늦춰졌다. 궁금한 것을 메모해두는 여유 또한 생겼다. 그리고 나름 일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 내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4월에 들어서며 만개했던 벚꽃이 옅은 빗방울과 바람에 떨어지며 풀잎자리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새로운 수업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이었는데 이제는 수업을 들을 때 마다 곁가지처럼 늘어나는 호기심 어린 질문들이 수업을 집중케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요즘은 늘어나는 과제들을 치러내느라 분주한데 이 모습이 꼭 지금의 계절을 닮았다. 생동감 넘치는 봄의 아름다운 풍경이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나와 도반들의 모습 같다.
‘나’와 ‘너’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나의 직업이 ‘나’의 영성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되어 이 곳을 찾았다. 그리고 이 곳을 졸업하는 시점의 내 모습을 좀 더 그려보며 미소 지어본다.
앞으로 자신의 내면에 대한 궁금증으로 또는 자신의 내적, 영적 성장을 목표로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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