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는 명상]

천천히 읽는 명상의 주인공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입니다. 교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혼밥, 혼술, 혼족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인간 삶의 큰 변화이다. 인간은 무리지어 사는 것이 그 속성이다. 인간을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는 이유는 혼자 살기 보다는 함께 사는 것이 더 편리하고 더 낫다는 뜻이다. 혼자 살면 결혼도 하지 않고 2세가 생길 까닭도 없다. 경제적인 측면만을 생각하면 혼자 사는 것이 더 이익인지는 모르지만 사회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결혼이란 것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혹자는 결혼이 사랑의 무덤이라고 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혼을 자신의 권리이자 자연에 대한 의무가 아닐까 싶다.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부부관계를 맺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부부를 동반자(同伴者), 반려자(伴侶者)라고 하는데, ()이란 한자는 서로 짝을 짓는다는 뜻이다. 짝을 지음으로서 비로소 온전한 기능을 하게 된다. ‘버선 짝이 맞다, 신발짝이 맞다.’라고 할 때의 그 짝이다. 낱낱으로 존재할 때는 쓰임새가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함께 짝을 이루면 편리한 관계가 된다. 결혼은 신발짝처럼 하나로 합치면 편하고 온전할 것이라고 믿기에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함께 살다보면 어긋나는 경우도 생기고, 똑같은 행동을 두고 해석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 사람씩 각각으로 존재할 때는 문제될 수 없는 것들도 함께 생활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둘 만 있어도 질서가 필요하고 배려가 필요하다. 배우자에게 실망했다는 것은 결혼 전에 몰랐던 것들을 결혼 후에 알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상대방의 깊은 마음이나 성격, 능력, 생활방식을 결혼 전에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의 눈을 멀게하고 귀를 닫게 한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상대방의 부족한 면은 볼 수가 없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약점이나 콤플렉스까지도 매력으로 보인다. 상대방의 부족한 것들은 살아가면서 서서히 나타난다. 그 때 가서 사람들은 후회하거나 속았다고 한다.

잘난 점이 있으면 못난 점도 있는 것이 사람이다. 완전한 사람은 없다. 마음이 좋은 사람은 실속이 없거나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거나 이기적일 수도 있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활발하지만 치밀하지 못할 수가 있고, 내향적인 사람은 치밀하지만 활동성이 모자라기도 한다. 좋은 점이 반이면, 부족한 점도 반이라고 생각하면 실망할 일도 줄어든다. 상대방의 좋은 점은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고, 또한 언젠가는 부족한 점도 드러날 것이라고 짐작을 하는 것이 좋다. 사랑에 취했을 때는 좋은 점만 보이지만 사랑이 식어지면 그 반대가 된다.

결혼(結婚)이란 말에서 혼()이란 글자 속에는 혼()의 의미가 들어 있다. 어둡고, 고단하고, 힘들다는 뜻이 포함된다. 결혼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이 재미있고, 즐겁고, 편하고, 행복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고 환상이다. 그럴 수가 없는 것이 결혼이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늘어나고, 손아래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와 예절도 생겨난다. 결혼을 함으로써 혼자 살 때보다 할 일들이 더 늘어난다. 배우자에 대한 예의와 배려도 세심하게 해야 한다. 그러한 일들은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일이라 할지라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결혼이란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오랜 숙세(宿世)의 지중한 인연이 작용한 필연적인 만남이다. 부부만큼 상대방을 속속들이 아는 사이는 없다. 상대방의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을 너무나 잘 알아서, 마치 서로를 진솔하게 비추어 주는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된다. 얼굴을 비춰주는 거울은 고마운 존재이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거울을 보고 얼굴도 살피고 차림새도 다듬는다. 못생기고 지저분한 얼굴이 거울에 비친다고 거울을 깨뜨리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 때로는 거북하고 불편한 존재가 될 수는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함이나 단점을 지적하고 충고해 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고마움보다 원망과 분노를 느끼기가 쉽다. 남들에게 충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직장상사나 권력자들에게는 바른 말을 하기 보다는 비위를 맞추거나 아부하는 말을 하기가 쉽다. 그러나 부부는 비위나 맞추고 아부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그러다가는 둘이 함께 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를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도 한다. 가정에 대해 함께 책임을 져야하는 존재이므로 듣기 좋은 소리만 골라서 할 수는 없다. 부부는 상대의 못난 점도 그대로 비춰줌으로써 서로에게 불편한 거울이 되기도 한다.

거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거울에 때가 많이 끼면 상대방을 제대로 비추어내지 못한다. 평소에 부지런히 거울을 닦고 때를 지워내야 한다. 그것이 수행이다. 부부라는 거울이 완벽할 수는 없다. 거울이 잘못된 것인지, 상대방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 분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서로를 탓하게 되고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불법을 공부한다는 것은 마음의 때를 닦는 일이기도 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때를 발견하듯이 부부라는 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부족함를 깨달을 수만 있다면, 부부는 반려자, 동반자를 넘어 삶의 바른 길을 인도해 주는 스승이자, 진정한 도반(道伴)이 된다. 칭찬하는 스승보다 꾸짖는 스승이 수행에 더 많은 도움이 되듯이 편함보다 불편함을 주는 부부가 더 고마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혼밥, 혼술, 혼족이 때로는 편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도 할 줄 알고 미워도 할 줄 아는 짝을 찾아서 서로의 거울도 되고 또 자식도 낳아 기르는 것이 자연에 대한 의무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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