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지금만나러 갑니다.

 

서정용 선님을 만났습니다

 

겨울이지만 봄날씨처럼 햇살이 유난히 따사롭던 1월의 어느 날, 창원에서 한의원을 하시는 대학원생 서정용 선님을 만나러 길을 떠났습니다. 말수는 적지만 형형한 눈빛이 인상적이고 독특한 화두를 곧잘 던지시는 서정용 선님이기에 우리가 준비한 질문들에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해 하면서 도착한 곳은 주남저수지 길에 있는 화덕피자집. 겨울방학 기간이기에 서로 반갑게 안부도 물었고 함께 점심도 먹으면서 실타래 풀 듯이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유리창 밖으로는 저수지 깊은 물 위로 햇빛이 눈부실 만큼 반짝이고 있었고 서정용 선님과 함께한 시간도 물흐르듯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겨울방학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요?


그냥 늘 지내는 대로 지내고 있습니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셨는지요?


제가 늘 들어앉아 있잖아요. 제가 대학 졸업하고 한의원을 한 지 20년쯤 됐어요. 집단상담을 다니는데, 두 번 했거든요. 이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난 다른 상황에서 드러나는 나의 모습, 그런 것이 좀 필요했어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진도가 안 나가고 정체가 되니까요. 그런 목적으로 입학을 한 거죠. 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이냐 하면, 실은 서울 쪽 불교대학원을 생각했었는데 너무 멀었어요. 찾아보니까 마침 이곳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왔죠. 그 전에 00이라고 행복명상 지도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 선생님이 전에 한번 정토마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프로그램에 직접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그 선생님을 뵈러 한번 갔었어요. 그래서 정토마을에 이런 대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은 어떠셨는지요?


그때는 공부를 더하겠다 그런 목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었고, 여러 사람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었죠. 수업들이 진행되면서 모호하게 알았던 부분이 명확해졌다는 것, 그런 것이 저에게는 컸어요. 제가 잠시 휴학을 했었는데, 일단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었어요. 1차 목적은 달성되었고, 그 이후에 다른 종류의 일들이 있어서 휴학을 했었어요. 복학을 한 이유는, 하던 공부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원래 성격이 좀 꾸준하게 하지를 못해요. 마음이 내키면 와라락 했다가, 해소가 되면 딴데 또 기웃거리고. 그래서 아 이번에는 하던 것을 마무리지어야겠다 싶더라구요

 

지난 기말세미나 때 같은 맥락의 주제를 계속 정리하고 정리하셔서 이번에 방대한 분량의 연구자료를 발표하셨어요. 모두가 재미있어하고 호응을 했던 발표가 되었는데요. 앞으로 본인의 연구 분야를 논문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 있으신가요?


원래 논문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구요. 대학원에 명상수업이 있다 보니까, 거기에다 숙제를 내주니까 생각을 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싶어서 자애명상에 대해 궁리를 해본 거죠. 그걸 정리한 것이 세미나 자료예요.

사실 제가 명상, 자애, 자비, 희생, 봉사, 이런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좀 불신하는 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자애명상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자료를 정리하면서 얻은 소득이 무엇이냐 하면 자애, 자비, 희생, 봉사, 이런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어요. 제 세미나 발표 내용을 보면 근본적으로 이타심도 개인의 이기심의 수단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삶의 이야기를 바라보면 그 이기심이 충분히 수긍이 되는 거죠. 순수하게 나는 이타적이야라고 주장한다면 역시 저는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그것을 숨기고 말을 안 할 뿐이지 그게 있을 거라는 말이죠. 없어도 상관 없구요. 좀더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제가 공부 진도를 나갈 때 굉장히 중요한 방법을 하나 놓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선입견이 있다 보니까. 하지만 그런 것이 없어졌기 때문에 좀더 제가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직 하고 있진 않지만 올 여름에 자애명상을 집중적으로 해볼 거거든요. 그런 뒤 결과를 보고 꾸준히 할지 생각해 보려구요. 자애명상을 가지고 논문을 쓸 것 같아요. 논문을 보통 자기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를 쓰잖아요. 제 세미나 발표자료가 정말 논문이 될 수 있을지 교수님께 여쭈어 보았는데요. 제 생각에는 너무 주관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이것 자체로 논문이 될 수 있겠다는 답변을 들었죠.

 

 

5학기 논문학기를 앞두고 계신데요.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제가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거든요. 테슬라 전기차를 만든 일론 머스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자기는 우리 삶이 가상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매트릭스도 그런 맥락의 내용을 담고 있잖아요. 얼마 전에 본 책 중에 유발 하라리도 그런 비슷한 말을 해요. 우리 삶은 하나의 가상현실이라고.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런 생각이 자주 일어나죠.

다들 삶의 의미를 찾잖아요. 삶의 의미 부여를 개인이 하게 되는데 정답은 없다고 봐야죠. 그 의미 부여를 할 때 사용하는 재료는 결국 그 동안 쌓아온 경험, 지식, 기억, 이런 종합적인 것에 의해서 삶의 의미를 자기가 규정하는 거니까요. 그것은 우리가 게임에서 제공되는 아이템이라든가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게임이 진행되듯이, 삶의 의미라는 것도 결국 가상현실 게임의 일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나오면서 했어요.

금강경에서는 '일체 상을 여의면 부처를 본다'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결국 우리가 이야기하는 삶의 의미라는 것도 하나의 상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현실을 인식할 때 육식(六識)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감각적인 요소들을 종합해서 나의 현실이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감각적인 마음 자체도 하나의 감각기관이잖아요. 현실이라는 것 자체가, 여기 지금 세 명이 앉아 있으면 현실이 세 개인 거죠. 70억 명이 있으면 현실이 70억 개인 거구요. 우리는 지금 각자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볼 때 내가 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진짜 현실인지 가상현실인지, 어쩌면 가상현실에 더 가깝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경일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나이가 들면 성숙해지고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보니까 어릴 때나 지금이나 그 정신세계라는 것이 똑같더라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 말이 참 공감이 가고,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는 세월이 지나고 하면 성격도 그렇고 지혜로워지고 그럴 줄 알았는데, 막상 지금을 딱 보면 경험이 좀 늘어서 테크닉은 늘었지만 마음의 움직임들,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패턴들은 동일하다는 거죠. 다만 좀 더 이해의 폭이 깊어진 것은 있겠죠. 그러고 보면 사람은 평생 나이를 안 먹는 것 같아요.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이 있어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인데요. 거기에 보면 생각하는 시스템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거든요. 시스템1은 직관적인 생각과 감정, 음식이 있으면 먹고 싶다라든가 하는 종류의 생각들인데, 우리의 9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해요. 시스템2는 숙고 시스템이라 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멀리 보고 추론하고 거기에 따라서 행동을 하는 건데, 이게 나머지가 된다고 해요. 소위 말하는 전문적인 운동선수들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든지 이런 경우에 동일한 숙고 시스템을 통해 공을 차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몸에 익어서 더이상 숙고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시스템1로 작용할 능력이 생긴다는 거죠. 사람에게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시스템2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최고의 선물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찾으면 하나쯤은 있겠죠.

 

20대로 돌아갈래? 하고 묻는다면 어떠실 것 같아요?


20대로 돌려준다고 하면 저주가 아닐까요. 그 나이까지 세월을 견뎌야 하니까요.

 

10년 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나이를 전혀 생각 안하고 살았거든요. 아까 나이를 물어보셨는데, 저는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 중요한 것도 아니고, 안 중요한 것도 아니고. 은하철도999 아시죠. 거기에서 철이하고 메텔하고 여행을 가잖아요. 거기에 어떤 이야기가 나오냐면 우주에 존재하는 우주 승려가 있었어요. 우주 승려가 죽으면서 "도가 참 어렵다. 이 방대한 우주에서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진리가 아닌지. 이 집에 가면 이게 진리이고, 저 집에 가면 저게 진리이고 그렇던데, 이제 와서 이런 진리를 찾다가 지쳐서 간다." 이러면서 "대왕생에 이르렀다"는 나레이션을 적어놓았더라구요.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마음은 육식 중의 하나이고 그렇게 알고 있었고 한데, 마하라지가 이렇게 말하거든요. 마음도 하나의 감각기관이다. 제가 거기에서 정말 마음이 감각기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마음은 추상적인 그 무엇도 아니고, 단지 우리가 손으로 만지면 촉감이 생기는 것처럼 촉각을 느끼는 하나의 감각기관이 있듯이, 눈으로 보는 시각기관이 있듯이, 마음이라는 것 역시 흔히 말하는 법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혹은 오식(五識)을 통해 받아들이고 종합하는, 이런 종류의, 구체적인 실체를 가진 그릇처럼 그런 감각기관일 뿐이다. 여기에 범위를 크게 부여할 필요는 없고 캐나갈 필요도 없지만, 신비스럽게 생각할 것도 아니구요.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각자 일은 각자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용맹정진이니 이런 말 정말 싫어하거든요. 감각기관이 보면 한번에 하나씩밖에 못하잖아요. 두 개가 동시에 안 되는 거죠. (웃음)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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