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의열 선배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대학원이 자리한 울주군 상북면 정토마을에는 매일같이 많은 분들이 찾아옵니다. 불교계 최초의 독립형 호스피스 전문병원인 자재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가족을 면회하러 오시는 분, 돌아가시거나 아프신 가족을 위해 기도하러 오시는 분, 그리고 병동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까지. 호스피스 봉사자들 중에는 우리 눈에 매우 친숙한 분들도 아주 많습니다. 바로 대학원생들입니다. 대부분 재학중에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하여 졸업 후에도 봉사를 계속 하십니다. 그 중에는 재학생 신분으로 봉사를 하고 계신 이의열 선생님도 계신답니다. 늘 단정한 모습에 품격 있는 매너와 사람 좋은 미소를 자주 보여주는 선생님이죠. 오늘은 때마침 이의열 선생님이 호스피스 봉사를 오시는 날입니다. 요즘 들어 정토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아름다운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최근 궁근정리에 유럽 황실 풍의 고풍스런 카페 '부르봉'이 새로 문을 열었다기에 이의열 선생님이 봉사를 마치면 그곳에 함께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가 카페에 들어가 정토마을에서 왔다고 하자 카페 주인장께서 능행 스님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반가워 하셨고 특별히 예쁜 꽃이 담긴 꽃병으로 데코레이션까지 해주셔서 인터뷰 내내 우아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이의열 선생님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반갑습니다. 대학원 생활을 포함해서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여기 정토마을에 일주일에 두 번을 오죠. 목요일날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불교호스피스 돌봄 봉사를 하고, 토요일에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수업에 와요. 금요일에는 제가 나가는 선원에 매주 참석해요. 일주일에 3일은 그렇게 정해져 있구요, 나머지는 텃밭 가꾸고 운동도 하고 그래요. 등산이나 골프나. 그렇게 소일하고 있습니다.
텃밭은 임대를 한 거예요. 크지도 않아요. 열 평. 오이, 토마토부터 채소를 주로 가꾸죠. 지금은 텃밭에서 상추가 많이 나오구요. 밥에 넣어 먹는 활콩(완두콩)도 심고, 옥수수도 심었고. 특이한 것은 내 밭에만 칸나를 심었어요.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칸나 큰 걸 하나 사다가 여름에 빨간 정렬적인 꽃이 좋아서 그거 하나 심어놨어요. 딴집은 작물 심기 바쁜데 나는 한쪽에다가 칸나 딱 한 그루 큰 걸 한 포기 심었어요.
-선생님은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시고 중소기업 대표도 지내시고 젊은 시절부터 산업현장에 몸담아 오셨는데요, 우리 대학원에 진학하시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우연하게 정토마을 마하보디교육원에서 하는 불교호스피스 "생사의 장" 45기 교육을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불교호스피스 돌봄 활동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자신이 없는 거예요. 뭐, 제가 크게 피지컬하게 할 수 있는 기술도 없었고, 영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영적인 무장이 되어 있어야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생명교육전문가 과정을 밟으면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데, 내공을 쌓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입학을 하게 되었죠.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 어떠셨나요?
대학원에 입학해 보니 우선 공부가 재미있고 도움도 돼요.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못했던 유식학 같은 것도 접해 봤구요. 일반심리하고 불교의 명상심리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런 것도 흥미 있어요. 생명윤리 쪽도 전체적으로 더듬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어요. 그래서 특별한 일 아니면 거의 수업에 빠지지 않고 와요.
제가 한 3년 전에 정년퇴직을 했어요. 67세에 회사일을 그만두었는데 그때까지는 나의 생계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고, 제 전공이 경영학이기 때문에 전공과도 연관된 것일 수 있는 그런 일을 쭉 한 거죠.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 산업화의 화두를 타고 운 좋은 세대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자리도 있었고, 또 열심히 일도 했고, 산업화 시대의 일꾼의 한 사람으로 일을 했었죠.
정년 후에는 진짜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퇴직하고서는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불교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또, 특히 얘기하자면 생사 문제, 살아 있는 동안에 살고 죽는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쭉 하고 있었고, 생과 사에 대한 관심이 계속 있었죠. 그렇지만 그것을 본격적으로 못했는데, 회사일을 다 놓고 나니까 자유롭게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된 거죠.
제가 불교를 믿는 것도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믿는 거구요. "생사의 장" 교육도 그런 맥락에서 받았어요. 기왕이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하면서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겠다 해서 호스피스 돌봄 활동을 하는 거예요.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했는데 너무 힘들어요, 솔직히. (웃음)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하는 활동이 환자분한테 도움이 되는 건지, 나한테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하는 건지, 이기적인 것인지 이타적인 것인지, 그게 애매모호한... 그래도 진심을 다하자 이렇게 생각하죠.
산업 역군으로 일할 때는 목표지향적이었죠. 주어진 목표가 있으면 어떻게든 달성해야 했고, 불가능에 도전한다든지 그런 거였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같은 해외시장 개척해서 우리나라의 건설 장비를 유럽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두세 대씩 팔던 걸 1천 대까지 파는 데 이바지하기도 했죠.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요. 조직의 일원으로서 유럽에 가서 열심히 하여 그 정도까지 유럽에 뿌리를 내리게 한 거죠.
그런데 지금 입장에서는 그런 목표지향적이라든지, 성과지향적인 이런 거 질색이에요. 이제는 그런 거 없이 담담한 마음으로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요새는 내가 되고자 하고 바라는 게 없어요. 다 놓아버렸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너무 편한 거예요. 내 인생에서 지금이 제일, 내가 하고 싶은, 평안하고 좋은 시기를 지나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요. 나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게 내 생애에 감사해야 할 일이죠. 누구에게 감사를 해야 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부처님께도 감사해야 하고, 나와 관련된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요.
-오늘도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 봉사를 다녀오셨는데요, 호스피스 봉사를 하려는 분들,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께 봉사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말씀해 주신다면요?
호스피스에 한번 도전해 보면, 심적으로는 어렵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가면서 보람을 느낄 거예요. 자기가 정말 진심을 보여주면 환자들은 본능적으로 알거든요. 이 사람이 어떤 마음 상태로 나에게 와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아요. 겉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면 고마워하고, 갈 때 오히려 그 사람이 내 손을 꽉 잡아줄 정도로.
어려운 부분은, 환자분이 계속 바뀐다는 거예요. 안면이 익을 만하면 가보면 돌아가시고 안 계세요. 그러면 또 새로운 분을 만나서 또 안면을 익혀야 해요.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끼리는 경계심이 있잖아요. 환자분 입장에서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와서 봉사를 하는 거고, 나도 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니까요. 그렇게 몇 번 만나다 보면 서로 좀 통할 정도가 되는데, 그러면 또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구요. 새로운 상황에서 가야 하는 게 저에겐 굉장한 부담감이죠. 저 사람이 과연 나를 받아줄까 하는 생각에 괜히 힘들고, 불편하신 분한테 가서 폐 끼치는 건 아닌가? 편하게 누워 계신 게 나은데? 그런 생각도 들어서, 그런 걸 극복하는 게 어려웠어요.
이별도 어렵죠. 그런데 이별은, 그분과 계속 같이 있으면 느낄 텐데, 가면 그냥 텅 빈 침대만 보여요. 그러니까 그분이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어떻게 운명을 하셨는지를 모르니까 이별 장면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만남은 항상 내가 체험하는 거니까, 만나야 하니까요. 상황이 다 다르고, 다른 분이니까 만날 때마다 서먹서먹한 것도 있을 수 있고, 서로 간에 탐구도 하죠. 저쪽에선 저 사람은 어떨까 하시고, 우리는 우리대로 저분한테 어떻게 대해야 도움이 될 건지를 생각하고. 그런데 굉장히 제한적이잖아요, 이 얘기가. 그분한테 아무 얘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분한테 과거 얘기를 물을 수도 없는 거고, 내 과거를 이야기할 수도 없는 거고. 호스피스 돌봄을 하는 사람들과 환자들의 관계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힘든 자리인 것 같아요.
-지금 대학원에서 하는 공부가 봉사활동에 도움이 되시나요?
환자 돌봄은 심리적인 소통이니까 공부를 하고 있다는 위안이랄까, 자신감이랄까 그런 건 있다고 봐야죠. 환자 돌봄도 심리소통이에요. 간병, 돌봄 그것도 심리의 싸움이 아닌가 싶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거니까요. 자신감은 있지만 이것을 딱 끄집어내어 사용한다 그런 것은 아니구요, 그런 건 오히려 호스피스 경험이 많으신 능행스님 같은 분께 배우는 것이 훨씬 낫죠.
불교호스피스 "생사의 장" 교육을 받을 때 들었던 말인데요,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어려운 환자를 돌보는 것은 나를 공양하는 것과 똑같다'. 그걸 항상 기억해요. 교육받기 전에는 몰랐었거든요. “생사의 장”에서 들은 말인데, 어떤 책에도 인용되어 있더라구요. 그런 자세로 하면 될 것 같아요. 환자분을 부처님으로 보고, 부처님을 내가 지금 모시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의 성별과 직업과 아무것도 모르는 초면이지만 내가 부처님을 대하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대하면 되지 않을까. 항상 그렇게 하려고 하죠.
제가 봉사를 한 지가 3년 되었는데요, 나도 맛사지 같은 걸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발맛사지 같은 거. 여기에 와서 남자 환자들 보면 손발이 차가워요. 그분들은 온기만 전달되어도 좋아해요. 거기에는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몸 위에서부터 쫙 주물러 드리면 온기만 전해져도 고마워하더라구요.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역시 기말세미나 발표를 했을 때죠. 저도 사회생활 하면서 여러 가지 발표회에 많이 참여했고 주관도 해봤고 들어보기도 했는데, 여기 학생들이 발표하는 건 상당히 기발하고 잘한다 그런 걸 느껴요. 준비들도 착실히 해오고. 그래서 '야, 나는 잘못하면 나이값도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시더라구요. 재미있는 주제를 정해서 프리젠테이션을 전문가들도 아니신데 다들 잘들 하시더라구요. 그게 상당히 기억에 남죠. 오히려 꼭 해야만 하는 강제적인 게 아니고 대부분 다 자발적으로 대학원에 들어오신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다들 즐겁게 공부하시는 것 같아요. 기말세미나 주제가 다양한 것도 좋아요. 참신한 것 같아요. 저도 이걸 발표해도 되는 건가 했었는데 (웃음)...
-현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생명교육전문가 과정 3학기차이신데 아쉬움은 없으신지요?
글쎄요, 아쉬움? 내가 명상 수업할 때 그랬어요. 실제로 실습을 하자, 이론만 하지 말고. 그래서 그게 올해부터 도입되어 사실 20분, 30분 명상을 하다가 쉬고 그런 건 좋죠. 아까 얘기하던 건데, 욕심인지 모르지만 여기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불교병원인데요, 같은 재단인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학생들에게도 호스피스 특강 같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환자들한테 가서 돌보는 것은 좀 부담이 되겠지만, 특강은 필요한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 대학원은 다들 잘하시더라구요. 야외수업도 좋았고, 하하하. 야외수업은 만점이죠, 만점. 이번 야외수업 때 나는 놀러 가는 줄 알았는데 다들 페이퍼를 준비해 오셨더라구요. 거기 온 사람들 중 나만 빼고 다... 나는 입으로만 했는데 다른 분들은 다 페이퍼를 해가지고 와서 발표를 하셨어요. 야외에서 수업을 해도 놀러만 다니지 않고 사전에 수업 준비를 해가지고 오시더라구요.
-앞으로 계획하는 일이 있으신지요?
앞으로는 그냥 지금처럼만 살아야겠다. 욕심 부릴 게 없어요, 이 나이에. 제가 올해 칠십이거든요. 칠십이 되면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아는 거지. 그리고 내 육체적인 한계, 지적인 한계, 여러 가지 한계를 아니까. 젊었을 때는 그걸 안 내려놓으려고 해요, 내가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내가 이루고 싶은 건 없어요. 다만, 아까 이야기한 테마, 죽음의 문제, 그것이 아직은 좀 미진한데 그걸 더 공부를 하고 싶죠. 그게 불교인데. 좀더 수행을 해서 진짜 두려운 마음 없이 담담하게 죽을 있는 준비를 하고 싶어요, 실제로 안 닥쳐봤으니까 지금은 모르죠. 큰소리치다가 그 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 지금은 모르니 그게 유일하게 해야 할 일인 거죠. 죽을 때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랄까, 내공이랄까 그런 것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 외에 세속적인 명예, 돈, 지위, 그런 것을 추구할 나이도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하나는, 제가 불교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게 제 생애에서 가장 큰 선물이죠. 대학교 1학년 때 백봉 선생님이라는 분을 만났는데 그게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지금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삶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하는 순간들이 두서너 번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백봉 선생님은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친견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잊고 지낸 게 또 10여 년 되거든요. 그러다가 2011년에 해외 출장을 가는데, 급작스럽게 가다가 책이 없어서 책을 한권 사려고 인천공항에서 두리번거다가 우연히 눈에 띈 게 백봉 선생의 책이었어요. 비행기 안에서 읽을 게 그것밖에 없어서 열심히 읽다 보니까 내가 왜 여지껏 외도를 했지? 그야말로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발심을 해서 지금 다시 공부를 하고 있죠. 굉장히 우연히, 필연이었거든요. 그때 어떻게 그 많은 책 중에, 그 순간에, 그 선생님 책이 공항 서점에 잘 나와 있지 않은데, 공항 서점에 나와 있을 책이 아닌데, 하고 많은 책 중에 딱 눈에 띄더라구요.
또 한 가지는, 정토마을에서 하는 “생사의 장” 교육에 들어오게 된 거죠. 제가 은퇴 후 할일이 없어서 아침에 석남사나 가보자 하고 혼자서 차 끌고 바람 쐬러 갔는데 나올 때 보니까 플래카드가 하나 걸려 있는 거예요. 이렇게 보니까 "생사의 장 45기 모집"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생사의 장? 이게 뭐지? 보니까 아무나 올 수 있고, 제목도 호기심이 가더라구요. 불교 호스피스라는 제목이. 호스피스는 옛날에 좀 들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거 한번 들어도 괜찮겠구나 싶어서 전화를 걸어서 내 나이에 지원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들어온 거죠, 그것도 거의 우연히. 그때 석남사에 안 갔으면 플래카드를 못 봤을 거고, 땅 보고 걸었으면 못 봤을 거예요. 그런데 거기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지원해서 교육을 받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불교 호스피스 봉사를 하게 되고,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들어와 인터뷰도 하게 되었네요. (웃음) 고맙게 생각해요. 이런 활동의 장, 공부할 수 있는 장,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신 정토마을 능행스님이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오늘 스승의 날이네요. 능행스님은 원력만 갖고 계신 것이 아니라 실행력이 있으신 분이죠, 실행력.
이 두 가지만 봐도 그건 순전히 우연이잖아요. 모르면 우연이고 알면 필연이라고 하는데 여튼 과거 인연의 소산이겠죠. 그렇게 살다 보면 까맣게 잊은 사람을 우연히 어디서 만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경험도 살면서 두세 번 한 것 같아요.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죄짓지 말고 살자는 말도 있죠. 세상은 참 보면 우연 같은 필연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마음은 '심(心')자 아녜요, 마음심자. 중국에 불교가 넘어왔기에 불경에 마음심자가 아주 많이 나오는데, 최근에 불경 공부를 하다 보니까 구분하기가 어렵더라구요. 마음심은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하는데 말이죠. 하나는 망심(妄心), 하나는 진심(眞心). 허망한 마음과 진짜 마음, 이렇게 구분해야 돼요. 그런데 그걸 그냥 뭉뚱그려서 마음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진심은 뭐고, 망심은 뭐냐. 망심은 허망한, 헛된 것이라는 거 아녜요? 헛된 마음은 우리가 지각하는 대상으로부터, 대상을 지각함으로써 나오는 마음이 망심이에요. 진심은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 '일체유심조"라고 할 때의 '심'이에요. 진짜마음은 바탕 자료, 온 우주, 참나와 똑같은 거예요. 온 우주의 바탕이 진심, 진짜 마음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구분을 명확하게 안하고 써요. 그냥 '마음'이라고 뭉뚱그리기 일쑤죠.
진심과 망심을 구별하는 게 불교 공부의 기초가 되는 건데, 그걸 뚜렷하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근에야 그걸, 굉장히 중요한 그걸 깨달았어요. 마음공부다 그러면 그때는 아마 진심을 이야기하는 거 같아요. 진짜 마음자리를 알아내는 게 모든 불교 신자들이 추구하는 거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부처자리, 성불한다는 게 결국은 진심을 알아내는 거죠. 우리가 “성불하십시오” 하고 인사하잖아요. 그게 진심자리거든요. 마음이 바로 우주이고 우리를, 모든 모습 있는 걸 알게 한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전부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누가 불교가 뭐냐고 묻는다면 “마음심자 하나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진심, 진짜 마음이죠.
그런데 우리가 마음이 괴로워, 마음을 내려놔야 할 때는 전부 망심이거든요. 그래서 진심과 망심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불교 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걸 알고 구분해서 망심을 내려놓고 진심을 찾아들어가는 게 불교 공부하는 거다라는 걸 알면 좀 편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지금 마음이 무어냐 물어보셨는데, “마음은 우주의 본체이고 허공이고 진심자리다” 그렇게 대답하겠어요. 그 진심을. 그런데 불경에 봐도 그것을 명쾌히 구분을 안 해놨어요. 그래서 저는 문맥을 봐서 진심을 얘기하네, 망심을 이야기하는가? 해석하는데 한자라는 게 많이 헷갈리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번역해서 쓰다 보니까 늘 마음 마음 그러는데 '내 마음 나도 몰라' 할 때는 완전히 망심이거든요. '모든 건 마음에서 우러나왔다'라든가 '마음이 전부다'라든지 일체유심조, 마음밖에 없다“고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 보고 마음을 깨우쳤다 할 때는 그건 전 우주의 근본바탕, 나의 참자기, 성철 스님이 ”자기를 봐라“ 할 때의 참 자기죠. 웹진의 ”마음“은 그런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사랑하는 동료들과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재미있게들 하시고, 다들 인연이 되어서 오셨겠지만 훌륭한 분들이 많이 오셔서 저는 뭐 특별히 해드릴 말이 없네요. 빠지지 않고 수업에 올 수 있는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일부러 빠지는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다 일이 있어서 빠지는 건데, 여기 올 수 있는 인연이 매주 만들어지면 좋겠죠.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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