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상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봄볕 따사로운 2월의 어느 점심시간, 임상상담전문가과정 졸업을 앞두고 계신 대학원생 이상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대학원과 이상필 선생님의 만남은 딱 3년 전. 이상필 선생님은 졸업과 동시에 생명교육전문가과정에 재입학을 결정하시고,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고 하는데요, 선생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아주 많이 궁금해집니다. 3년만의 설레이는 만남에 함께 동행해 보실까요?^^
임상상담전문가 5학기 모든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앞두고 계십니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셨는지, 첫 입학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입학원서를 냈고, 면접을 봤죠.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저희 아버지가 그 당시에 돌아가셨는데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유골함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안방에 모셨는데, 어머니께서 그걸 너무 무서워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근처 절에 모시게 되었어요.
그렇게 아버지를 보냈고 어머니께서 힘들어 하셨고 저도 슬픔이라기보다...뭐라 할까. 뭔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면접을 보면서 우리가족 상황에 대해 원장스님께 상담을 요청 드리기도 했던 것 같아요. 스님께 어머니에 대해서도 또 저에 대해서도 조언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게 2014년 2월쯤이었던 것 같아요.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이 참 궁금해요. 기억이 나시나요?
첫 마음? 글쎄... 특별한 마음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그 전에도 상담대학원을 다녔었거든요. 교육대학원에서 졸업을 하고 1년쯤 있다가 여기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전부터 불교 공부를 좀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에겐 여기 대학원엔 상담과 불교 두 가지가 같이 있으니까 그런 면이 마음에 들었고, 저의 인간적인 개인사도 좀 해결하고 싶고 해서 입학을 했죠. 특별히 뭔가 계기가 있어서 했다고는 볼 수 없어요. 연속적인 공부처를 찾아서 온 게 여기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이었던 거죠.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공부를 하시면서 힘들었던 순간과 좋았던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저에게 힘들다는 것은 사람과 함께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 힘듦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거 같거든요. 그래서 그 힘듦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그 힘듦을 조금씩이나마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드니까 그런 면에서 좋았던 거죠. 약간 동전에 양면 같은 거예요.
3년 이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활동들이 있으셨는지, 그리고 그 활동들이 어떠셨는지?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호스피스교육, 임상기도와 임종의식교육도 받았고요. 쉬어가던 학기에는 병원 위드팀 봉사도 했고...대학원에서 했던 특강은 다 했었네요. 열심히 했다기 보다 교육과정 안에 있는 것들을 했던 거죠.
저에겐 여기에 오는 게 힐링 같은 의미 였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는 힘이 드니까요. 입학하기 전에도 불교 공부를 했는데, 저는 신앙으로 보다는 불교에서 말하는 내용들을 배우고 생활에서 실천해서 마음을 잘 다스리고 싶어서 불법을 배웠고, 여기에 왔을 때에도 그에 연장선이었던 거거든요.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제 마음에 불편함이 참 많은데 그런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어서 제가 대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계속 하고 있는 거고요. 그러니까 여기에 온 때에는 편안한 거죠. 저에게 무언가 주어지지 않는 다면요(웃음), 저는 그런 게 싫거든요. 예를 들어서 총무를 하라던지 하는 것이요.(웃음) 일같이 느껴지니까요. 멍하니 앉아 있더라도 왔다 가면 마음이 편하고 좋더라구요. 여기서 약간 치유하는 그런 느낌을 받아요.
선생님 자체는 매우 성실하기 때문에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 성실함과 책임감이 너무 잘 보이니까 그런 일들이 또 맡겨지는 것 같아요. 학생회 총무의 역할을 하셨었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렸어요.(웃음)
선생님은 수학을 가르치시잖아요? 윤정숙, 이승훈 선생님도 수학 선생님 이시고요. 저희가 봤을 때... 세 분의 공통점은 너무나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인데요, 어떻게 수학선생님 세 분이 명상심리라고 하는 이 과정을 선택하셨을까... 저희에게는 그게 항상 궁금했어요. 세 분 선생님께서는 비슷하게 느끼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글쎄요...불법에 관심이 있다는 것 정도가 비슷하다면 비슷한 것이겠죠? 그리고 저도 수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수학의 원 뿌리는 철학이거든요. 세상을 보는 안목. 그런 면에서 불교에서 말하는 불법과 좀 통하지 않나 저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다른 선생님들도 그런 측면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수학이 숫자를 계산하고는 있지만 그 근본 뿌리는 철학이니까요.
좀 이해가 가네요. 저희는 쉽게 수학은 이과, 철학은 인문학 이렇게 분리해서 생각하는데, 수학을 철학으로 접근한다니 그럴 수 있겠네요.
그것 말고도 불법이 굉장히 과학적이잖아요. 수학도 어찌 보면 과학의 기초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 면으로 보면 좀 논리적이고, 분명하다고 할까요? 불교라는 종교가 뭔가 분명한 것 같아요. ‘아 맞다’ 하고 금방 수긍할 수 있는 그런 게 있더라구요 수학도 그렇잖아요. 풀어보면 정확한 답이 나오니까. 명확하고 분명하고, 확실하고. 그런 믿음성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졸업을 하시고 동시에 생명교육전문가과정에 다시 신입생으로 입학을 결정하셨는데요, 졸업을 앞두신 선배님의 마음과 또 다시 입학을 결정하신 선배님의 두 마음이 궁금합니다.
저는 그냥 계속적인 공부에 연장선이예요.
저에겐 호스피스활동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좀 있어요. 졸업을 하고도 활동을 위한 공부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좀 했거든요. 졸업이라는게 뭔가 끝난다는 의미잖아요? 아무 명목 없이 왔다갔다 활동이 될까? 그런 걱정이 좀 있었거든요. 근데 다행히 계속 공부할 수 있는, 그래서 계속 이곳에 올 수 있는 핑계거리가 생기게 되어서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있어요.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 싶으신 마음이 있으시다니 굉장히 반갑게 들려요.
실제 환자를 만나서 봉사도 하고 싶고요, 능인스님 하시는 것처럼 어느 정도 임상으로 실력을 쌓고 나면 실전에서 강의 같은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 그런 꿈도 약간 있어요.(웃음)
그 꿈이 너무 반갑네요. 호스피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상사례잖아요. 죽음을 돌보는 경험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 호스피스의 아주 핵심적인 역할일 텐데요. 앞으로 학교 안과 밖에서 배움과 임상을 통해 선생님께서 뭔가 하나의 꽃으로 피어났으면 하는 바램이 듭니다.
활동을 부지런히 할 수 있다면, 실전에서 연습을 자꾸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좀 두렵기는 해요. 그렇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저에게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고 하셨는데요, 입학과 동시에 휴학을 하시면서 뭔가 계획을 가지고 떠나실 준비를 하고 계신 것 같아서 너무 궁금했어요. 어쩌면 이게 너무 듣고 싶어서 이번 인터뷰에 선생님을 초대하게 되었는지 몰라요. 몹시 궁금합니다.(웃음)
저는 꼭 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작년에 이 휴직이라는 제도가 새롭게 생겨서 드디어 올해 제가 휴직을 하게 된 거죠.
뭘 하고 싶었냐 하면요, 하나는 출가를 하고 싶었고, 또 다른 하나는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백일출가를 신청을 해뒀고, 면접도 봤어요. 그래서 다음주 월요일에 당장 가야 하는데... 지금 귀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 병원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되어서 이 계획이... 출가를 3개월 하고 2~3개월 정도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할 거라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지금 뭔가가 다 얽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괜히 휴직을 냈다 싶죠. 이건 뭐 쉬지도 못 하고 아~ 정말 슬퍼요.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을 못 하면 계속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자기가 이 순간 하고 있는 일에 집중을 잘 못 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오래도록 하고 싶었던 것인데, 마침 여유가 좀 되니까 해보려고 한 건데 말이죠.(웃음)
얼마나 바랐던 휴가인데...그 슬픔이 충분히 공감이 되요. 천천히 살펴보면서 가라고 그런 것 같아요. 너무 몸을 혹사시키신 것도 있어요. 이 참에 내 몸도 좀 살펴보고 그렇게 천천히 가야겠어요.
그렇게 저도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 준비 없이 되지는 않는가보다 하고요.(웃음)
앞으로 그리고 계신 모습이 있으신가요?
이 공부를 쭉 지속해서 이 배움을 현장에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 계획은 54살이 되면 학교생활 20년차가 되거든요. 그때 딱 그만 두고 봉사를 할 거다. 그리고 실전이 좀 싸일 거잖아요? 그렇게 공부도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강의도 할 수 있는 능력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좀 하죠.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마음은 요물이죠. 요물(웃음). 오늘 이랬던 마음이 내일 저렇고 내일 저렇다가 또 모레는 이렇게 변하는... 그 마음을 잘 다스린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내 마음은 사실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실제로 사람들 앞에 가면 마음이 거부하는 그런 거죠. 이 마음이 진짜인지 저 마음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고... 물론 그 순간에는 그 마음이 진짜이긴 하겠지만,
그 마음들을 내가 잘 수용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사실은 이 공부의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공부의 결과로서 이 요물을 잘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겠지요?(웃음)
끝을 맺고 그리고 또 다시 시작을 하는, 선배이면서 신입생이기도 하신데요, 또 다시 도반으로 만나게 될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마음 가는 데로, 그리고 중단하지 마시라는 것. 뭐 그러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을 만나는 것, 대화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힘들다 하시면서도 기꺼이 인터뷰를 허락해 주신 이상필 선생님,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다.’ 라는 의식을 하여 힘들지만 응할 수 있었다 하신 선생님의 공부 이유는 사람을 사랑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라고 하십니다.
선생님의 꿈의 끝자락 즈음에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이 함께 하고 싶다는 말에 그렇다고, 여기서 배웠으니 꿈에 포함되어 있다며, 같이 하자니 다행이라 하시는 선생님의 웃음이 아름다웠습니다.
함께 마주하고 웃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기꺼이 내어 주신 이상필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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