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졸업생 김정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오후, 졸업생 김정옥 선님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선님은 왠지 더 따뜻했고 왠지 더 힘이 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어떤 변화들이 있으셨는지, 함께 귀기울여 볼까요?


 

작년 3월에 졸업을 하시고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집에서 좀 쉬었어요. 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근 10년 동안 집을 등한시 한 것 같고, 가족들에게도 좀 미안했어요. 그리고 어쨌거나 이루고자 한 것을 성취한 후였기 때문에 좀 쉬고 싶었고요.


또 졸업하고 한 1년을 저 나름으로는 많은 아픔이 있었어요. 작년 여름부터 이번 봄까지? 너무너무 힘이 들었어요. 엄마가 편찮으시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아주 작은 부분이었고, 너무나 가까이 있는 분들에게서 상처를 받으면서 좌절도 많이 했고,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숨어버렸어요. 완전 방콕했죠.

 


그런 아픔이 있으셨네요∙∙∙ 그 고비를 좀 넘기셨어요?


, 이제는 극복이 되었어요. 사실 이 인터뷰 한다는 것도 많이 주저되었지만 그 힘듦에 파묻혀서 언제까지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더 용기를 주었어요. 용기를 내려고요. 다시 당당히 마주서고 싶어요.


 

대학원에서 배움을 가지시면서 좋았던 점도 있으셨을 것이고, 또 힘들었던 부분들도 있으셨을 텐데요, 어떤 부분들이 있으셨나요?


좋았던 점이 많았지요. 우연찮게 호스피스교육을 받게 되면서 인연이 되었고, CPE공부를 하면서 대학원이 생겼고, 그렇게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었죠.


제게는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고, 쉽지는 않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참 즐거웠어요. 정말 하고 싶었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신이 났던 것 같아요. 동료들과 얘기도 나누고 다른 사람 공부하는 모습도 보면서 내 삶도 돌아보게 되었고 집에서도 더 당당하게 지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집의 식구들도 또 많은 지지를 해 주었고요, 편안하게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호스피스 교육을 몇 년도에 받으셨죠?


10년 된 것 같아요. 25기였어요.

 


그때부터 온전히 이곳에서 학업을 하셨다는 거네요? 보통 우리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은 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CPE도 상담이고, 10년의 시간동안 공부를 하신 건데, 님이 바로 전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준비단계를 아주 단단히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었던 점은 없으셨어요?


힘들었던 점은 주부로만 살다보니까 컴퓨터 작업이 늘 어려웠고, 발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전긍긍했던 생각이 나요. 어려웠지만,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 지금쯤 그 어려움을 극복해서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게 남아 있어요. 제가 회피를 많이 했거든요. 제가 잘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숨어버리는 성향이 있어요. 많이 죄송하기도 하고, 제게는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어요.

 

 

이번에 졸업하고 혜진원 직무연수 소진예방프로그램에 보조 강사로 함께 해 주셨는데요, 그때의 소감이 궁금했어요. 듣고 싶습니다.


사실 그 제안은 저에게 슬럼프에서 나오기 위한 첫 번째 큰 용기가 되었어요.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 뭐든지 거절은 하지 말자! 무조건 오케이다.’ 하고 마음을 먹은 찰나에 대학원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그래서 거침없이 오케이 했는데 그 후에 고민은 많이 했지. ‘내가 또 왜 이랬노하면서∙∙∙(웃음)


혜진원에 갈 때 까지는 그냥 원장스님 뒤에서 보조만 맞추면 되겠지? 손이 필요할 때 하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게 아닌 거예요.


다행인 건 원래 일정이 있던 날 태풍 때문에 연기가 되어서 원장스님과 먼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그게 내게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그리고 얼마 전 부터 뭔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내 안에서 계속 용기를 만들었어요. ‘무조건 긍정마인드로 가자!’ 아픈 마음에서 나와야 하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 저에게 혜진원 직무연수는 첫 스타트였던 거죠. 참 보람 있었어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원장 스님께서 보조강사들은 앉아 있고,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선택해서 가라고 했잖아요? 그때 진짜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걱정스럽고(웃음) 안 오면 어떡하지? 하고요(웃음) 근데 인원이 다 차는 순간에 그런 걱정은 다 없어지고 그냥 편안히 그 순간에 머물 수 있었어요.


아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뭘 그렇게 잘 하려고 애쓰고 고민했나싶은 마음도 올라오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죠. 자신감이 생겼죠불안,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 순간을 계기로 해서.


 

다음번에도 이런 자리가 있으면 함께 하겠노라 하셨잖아요? 그때는 이번처럼의 용기는 안 내도 되시겠네요?


그때는 이번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경험인 것 같아요.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혜진원 선생님들이 참 젊으신 선생님들이셨잖아요? 선배님께는 어쩌면 딸과 같은?


그랬어요. 혜진원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딸아이의 마음을 알게 된 부분들도 있었어요. ‘이 또래는 이런 고민들을 하는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었고, 참 세상공부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으셨나요?


아이를 낳아보지도 않은 이 젊은 선생님들이 그곳에서 24시간 엄마노릇 선생노릇 다 해야 하는데 너무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힘들면 안하고, 피하고 보는데 혜진원 선생님들을 보면서 참 뭐랄까. 겸손해 지더라고요. 저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안 보려 하고 배제시키고 피하며 살아왔거든요. 그런 저의 모습을 많이 반성한 시간이었어요.


또 우리 딸이 목표, 보람된 일들을 찾고 싶어 하는데 공부를 하면서도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그게 뭔지, 많이 헤매더라고요. 근데 혜진원의 선생님들도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막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그 눈물을 보면서 그 나이에는 충분히 그런 생각, 고민들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도 내 이야기와 딸 이야기를 함께 하면서 공감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들의 아픔과 또 저의 힘듦을 함께 나누었고 함께 공감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을 먼저 드러낸다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어떻게 그런 이야기들을 하실 수 있었어요?


저는 자신을 드러내는 부분은 어렵지 않아요. 편안하게 잘하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쉽고, 그렇게 사람들과 만날 때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다가설 수 있는 것 같아요.

 


님께서 그렇게 편안히 자신을 드러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더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선님께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경청해 주는 힘이 있으시잖아요? 훌륭한 상담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앞으로 그리고 계신 모습이 있으신가요?


뚜렷한 목표는 안 세웠지만,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어떻게든 사회에 환원할 계획입니다. 대학원 졸업할 때에도 공부했던 것을 나보다 아픈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동료들과 이야기했었고요.


그런데 제가 말을 잘 못하는 부분에 늘 주눅이 들어 있었거든요. 1년 반을 집에서 지내면서 고민을 하면서 누군가의 옆에 있음으로 편안한 마음이라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치유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지고 아픈 분들, 나보다 못한 분들과 늘 함께하려고 원을 세웠어요.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출렁이는 바닷물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기쁘다가도 슬퍼지고, 좋기도 슬프기도 하고 하잖아요. 출렁이는 바다, 출렁이는 바닷물처럼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선님의 뒤를 이어 졸업을 하게 될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 것 같아요.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 뭘 이야기하노. (웃음)


저는 그랬어요. 뭔가 제대로 갖추어서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마음이 참 컸어요. 그래서 늘 갖추어 있지 않았기에 할 수가 없었는데, 그런 것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인 지금에서 최선을 다 하면 배우는 이 모든 것이 내 삶에서 참 충만해 진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사실이 또 충만해졌고요. 후배님들께서도 그냥 있는 그대로에서 아낌없이 함께 나누는 삶을 산다면 참 보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들어서 배움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나누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왔지 싶거든요.

 

 

김정옥 선님을 만나며 마음가득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진심어린 이야기로 함께 해주신 김정옥 선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재능기부 : 교정 (이선영 - 부산 개금고등학교 국어교사)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