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는 명상]

천천히 읽는 명상의 주인공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입니다. 교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심리치유, 무의식과 종자론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마음 안에는 여러 가지 요소(또는 요인)들이 들어 있다. 사람들의 반응행동은 그가 가진 요소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동일한 자극이나 경계를 만나더라도 반응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화를 내거나 슬퍼하거나 또는 격분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응행동을 유발시키는 요인들은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있고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있다. 선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과론적(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불교 유식학의 관점에서는 종자론으로 설명한다. 후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무의식분석이다. 프로이트는 후천적인 무의식에 대해서는 주로 병리적인 관점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지만 선천적인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융은 선천적인 무의식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후천적인 무의식의 개념을 개인무의식이라 하고 선천적인 무의식의 개념을 집단무의식(또는 보편무의식)이라고 이름 하였다.

현대심리학의 무의식의 개념은 유식학의 아뢰야식의 개념에 해당된다. 아뢰야식의 구성물 중에서 선천적인 것은 본유종자이고 후천적인 것은 신훈종자이다. 즉 출생 시에 가지고 오는 개개인의 심리적 요소들은 본유종자이고 태어나서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종자는 신훈종자인 것이다. 종자(또는 씨앗)라는 용어는 무의식이라는 용어보다는 훨씬 더 생동적인 표현이다. 무의식은 글자의 의미로 보면 의식의 없는 상태이지만 종자는 생명을 지닌 씨앗으로서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는 역동적인 것이다. 심리적 요인들은 살아있는 것으로 감정 또는 정서에 해당된다. 죽은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며 역동을 일으키지 못하는 기억일 뿐이다.

()이라는 것은 강력한 심리적 요소로서 살아있는 것이며, 서양심리학의 콤플렉스라는 개념과 유사하다. 이 둘은 모두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종자에 해당한다. 이러한 심리적 요소들이 움직일 때는 예기치 못한 무서운 행동반응이 표출되기도 하는데 엄청나게 강한 것은 역린(逆鱗)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이나 콤플렉스는 생활 속의 걸림돌이고 장애물이다. 그것을 극복하고 완화시키는 것이 심리치유이고 자기통찰이며 무의식의 의식화이다.

무의식의 요소와 특성은 뒤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종자의 성질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종자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이긴 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않고 움직임도 없으므로 여간해서는 그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땅속 깊이 묻힌 씨앗의 존재를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조건이 맞고 환경이 주어지면 종자가 싹을 틔우듯이 심리적 요인으로서의 종자도 그것이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움직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의 종자로 인해 감정이 움직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환경과 자극으로 인해 감정이 움직였다고 생각해서 환경이나 자극을 탓하게 된다. 즉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 생각한다. 심리치유는 반응의 원인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종자는 찰나멸(刹那滅), 과구유(果俱有), 항수전(恒隋轉), 성결정(性決定), 대중연(待衆緣), 인자과(引自果) 여섯 가지의 성질을 구비하고 있어서 그 성질에 따라 움직인다.

찰나멸이란 순간순간(찰나)에 반응하고 순간순간에 소멸하면서 끝없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소멸한다는 의미는 종자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이 소멸한다는 뜻으로 종자 자체는 항구적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염치없이 운전하는 사람을 보면 종자가 움직이지만 그 사람이 멀리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정은 사라지고 평온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과구유는 원인과 결과가 서로 항상 연결되어 있어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곧바로 결과로 이어져 나타남을 말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는 의미와 유사하다. 착하고 아름다운 종자를 지닌 사람은 그 종자로 인해 착하고 아름다운 행동을 하게 되고 반대로 악하고 게으른 종자를 지닌 사람은 그 종자로 인해 악하고 게으른 행동을 하게 된다.

항수전은 종자가 찰나찰나에 일어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살아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닭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든 닭만 보면 공포증이 일어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성결정은 종자의 성품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의미이다. 종자는 선한 종자, 악한 종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는 종자가 있다. 개개인의 종자의 성질이 결정되어 있다면 인간의 미래는 매우 비관적이고 운명적이다. 그러나 유식학에서는 종자를 변화시키는 방법도 안내하고 있다.

대중연은 반응행동이 여러 가지 원인의 작용으로 인해 결과가 나타남을 의미한다. 종자의 성질에 따라 움직이지만 동일한 상황에서만 동일한 반응행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극에 따라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얌체 운전자의 운전행태에 과잉반응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질서를 무시하거나 염치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유사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인자과는 각각의 종자는 각각의 결과를 끌어낸다는 의미이다. 종자의 성질에 따라 결과가 유발되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들어 있는 종자의 성질에 따라 행동하게 되고 반응하게 된다.

이상으로 여섯 가지 종자의 성질을 설명하였다. 이는 본유종자와 신훈종자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신 안에 존재하는 종자를 통찰하고 그 특성을 알 수 있으면 자신의 행동특성이나 감정 반응양식을 알 수가 있고 나아가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스스로 치유하는 길로 나아가게 된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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