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승혜신 선님을 만났습니다.

 

누굴 만나면 좋을까? 이번에 떠오른 얼굴은 대학원생 승혜신 선님이었습니다. 4학기를 마치고 이제 5학기 인턴이 되시는 선, 4학기를 등록하면서 진지하게 휴학을 고민하셨던 선님께 오늘의 안부를 여쭙고 싶었습니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셨는지, 입학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장스님께서 권유를 해 주셨어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해 보라고요. 명상심리대학원이 있다는 건 같은 공간에 있으니까 알고 있었는데, 불교와 명상까지는 관심이 가는데, ‘심리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어서 선뜻 선택이 되질 않았어요.


제가 이곳에 와서 불교를 처음 만났거든요. 스님들과 가깝게 생활해 본 것도 처음이었고요. 그러면서 불교 공부를 해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에 권유를 해 주셔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불교와 명상에 대해 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어요.


살아가면서 영성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달라이 라마 스님이나, 틱낫한 스님을 보면서 뭔가 온전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모습들에서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채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죠.


심리에 대해서는 제가 거부감이 좀 커요.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은 좀 있지만 그래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 기쁨, 희망, 설렘 그런 마음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 질문과 맥락이 비슷한데요,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 초심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과정 자체가 임상상담전문가과정이잖아요. 제가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직업이다 보니까 공부가 그런 부분들에 접목이 되면서 제 자신을 다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그리고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의 설렘? 그런 것들이 다 같이 있었어요.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그동안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셨지요. 어느덧 임상상담전문가과정 5학기 인턴과정을 앞두고 계신데요. 인턴과정을 앞둔 선배님의 지금 마음은 어떠하신가요?


(웃음)성실하다고요?


사실 일을 하면서 주말에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특히 이번 4학기 같은 경우에는 많이 힘들었고요. 처음 입학할 때에는 몰랐는데, 2~3학기 지나면서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몸 상태도 많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주말이면 산에도 다니고 하면서 나름 몸 관리 한다고 노력을 했는데, 공부를 하면서는 그것도 잘 되어 지지가 않았어요.

이런 몸으로 4학기를 하게 되면 건강 유지가 힘들 것 같아서 쉬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렇게 휴학을 고민했던 거예요. 공부가 하기 싫거나, 기대가 안 채워지거나 했던 게 결코 아니었어요.


4학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실 충실한 학생의 모습은 아니었어요. 명상수업 시간에 뻔뻔하게 코골며 자서 공공의 적이 되기도 했고요.(웃음) 너무 엉터리로 4학기를 하지 않았나, 했다기보다 버텨왔다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4학기 한 한기를 너무 엉망으로 해서 교수님들께도, 후배들에게도, 또 저 자신에게도 많이 미안했어요.


 

그래서 성실한 모습이라는 이야기에 웃으셨구나. 저희는 결석을 한 번도 안 하시기에(웃음)


다니기로 한 이상은 아무리 힘들더라도, 오긴 와야 한다는 마음이었어요. 근데 힘드니까 한편으론 수업시간에라도 휴식을 가져가야 한다는, 그런 절박함도 함께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 마음으로 4학기 수업을 했어요.(웃음)

 

 

5학기 인턴 수업은 주무실 수가 없는 수업일 텐데, 못 주무셔서 못 오시는 건 아니시겠죠?(웃음)


∙∙∙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욕심이 나는 학기예요. 이번 인턴과정에 함께 할 선배님들과도 좋은 도반이었거든요. 꼭 함께 하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그 과정 동안 과연 나 자신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돼요. 제가 뭘 하면 대충하는 성격이 못 돼요.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대충 흘러가는 시간들이 너무 싫은 거예요. 너무 아깝고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그래요.


 

학업을 하시면서 이번 4학기가 선배님께 가장 큰 고비였던 건가요?


그렇죠. 체력적으로 너무 무리가 되더라고요.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못 가지고 계속 피로가 누적되니까∙∙∙.


 

그럼 그 고비가 아직 극복이 안 되신 건가요? 고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학기가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이 겹쳐지면서 일과 생활 모든 것에서 소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래도 몸 관리를 잘해서 마무리까지 잘해봐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한편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5학기 과정을 마치고 쉬어야 극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그런 고비들 속에서도 대학원과 함께 4학기를 보내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다면요?


기말 세미나 끝나고 재학생들끼리 같이 식사하고 차 한 잔 하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마련이 되잖아요? 그때 누구는 어떻게 변했고 누구는 이렇게 변했고 누구는 처음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달라졌다는 그런 서로의 변화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 선후배 간의 교감들을 함께 나누는 그런 시간들이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데 저는 동기가 없잖아요. 처음 입학해서 후배로 있을 때에는 선배님들의 모습에서 ! 저 선생님은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진짜 이렇게 변화하셨구나.’ 하는 느낌들이 있었고 서로 이야기 할 수 있었어요.


사람은 변화할 수 있는 거구나. 마음공부들을 하니까 변화들이 생겨나는구나. 하면서 서로 신기해하고, 우리가 이렇게 자랐구나 하면서 확인해 주고, 그런 자리가 굉장히 좋았는데, 지금은 함께 공부했던 선배님들은 안 계시고, 후배들과는 함께 한 시간이 짧으니까 그런 이야기들이 되지 않고∙∙∙. 동기가 없는 저에게는 저의 변화를 발견해주고 이야기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아쉬움으로 남아요.

 


이번 인턴과정에 선배님들과 함께 하시면서 본인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헤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거니까 굉장히 새로울 것 같아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했던 선배님들이니까∙∙∙. 기대가 돼요.

 

 

10년 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오늘 하루를 사는 사람인데∙∙∙. 저에게 10년 후는 없습니다.(웃음)

오늘 하루를 그저 살겠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김섬진~ 제 첫 손주 섬진이가 최고의 선물이예요. 섬진아 기뻐해 줘라~^^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하늘이요. 늘 변화무쌍하고, 수시로 바뀌는 하늘.

마음도 항상 변화하고 흘러가는 거잖아요.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도반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우리 대학원 교육과정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학업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영적 성장에 있어서 공부를 통한 배움보다도 도반들과의 관계 속에서 배워가는 게 굉장히 많거든요. 그 속에서 자기 성장도 되고 진정한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부끄러운 선배예요. 제 위에 선배님들은 수업 분위기도 잘 이끌어 주시고 힘이 많이 되어주었는데 저는 달랑 혼자인 선배가 그런 역할을 잘해 주지 못해서 미안함이 있어요. 영향력 없는 선배라서.

 

자신의 벽을 허물고 도반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들 속에서 배움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후배들을 향한 승혜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편집진들도 관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인터뷰가 부담스럽지는 않으셨는지 질문에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주신 승혜신 선, 진솔한 이야기로 함께 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재능기부 : 교정 (이선영 - 부산 개금고등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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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여섯 번째]

천천히 읽는 명상의 주인공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입니다. 교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불교대학을 다니는 보살님이 있었다. 한 번도 빠지는 일이 없었고 항상 꼿꼿하게 앉아서 열심히 듣고 기록하면서 공부를 하시는 분이다. 어느 날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다음 생에는 절대로 태어나고 싶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됩니까?” 하고 물었다. 얼굴은 맑고 순진하게 보였지만 주름은 깊게 패여 있었다.

. 태어나고 싶지 않으세요?” 하고 되물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대답을 했다.

사는 것이 고달파서요. 신랑을 다시 만나기도 싫고, 그냥 안 태어나고 싶어요.” 괴롭고 고통스런 삶을 살아왔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를 그렇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충분히 이해되는 질문이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다음 생에는 태어나지 않겠다고 깊이 다짐을 하고 또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면 안 될까요?” 했다. 보살님이 겪어 온 삶을 알 수는 없지만 윤회를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느낄 수가 있었다. 태어나지 않겠다고 기도하고 다짐에 다짐을 한다고 태어나지 않을까? 그런 노력만으로는 아마도 윤회를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크게 보면 하나의 씨앗이요, 나누어 보면 하나의 씨앗 속에 무수한 요인들 즉 작은 씨앗들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범부의 안목으로는 씨앗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유식학은 설명하고 있다. 이 부분은 무의식의 설명과 일치한다. 무의식이라는 것도 자신이 모르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미묘하고 광대하게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하는데 그것 역시 무의식의 개념과 일치한다. 씨앗의 존재와 작용 그리고 성질은 자신이 알지 못하지만 그것은 근본 마음이며 찰나찰나 자신을 지배하는 마음이다. 내가 모르는 마음이 나를 지배한다고 생각하면 뭔가 찜찜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씨앗이 사라지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기도한다고 씨앗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윤회를 끊겠다는 보살님의 바램은 옳다고 해도 그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씨앗은 스스로 움직이는 힘, 즉 본능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씨앗 안에서 생명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한은 씨앗은 죽지 않는다. 워낙 미세하고 고요하게 작용함으로 마치 없는 듯이, 죽은 듯이 보일 뿐이다.

해외 토픽에 실린 내용이다. 3천 년이 지난 무덤을 발굴하다가 무덤 안에서 그릇에 담긴 연꽃 씨앗을 발견했다고 한다. 사람의 호기심은 끝간 데를 모른다. 씨앗을 정성껏 다루어 심었더니 싹이 낫다고 한다. 3천 년이 흘렀지만 씨앗은 죽지 않았기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였더니 살아난 것이다. 업보나 인연은 그렇게 움직인다.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을 만나면 스스로 살아나게 된다. 노 보살님이 간절하게 바란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윤회의 씨앗이 살아 있다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싹이 트고 생명은 이어지게 된다.

보살님! 봄에 살아있는 씨앗을 땅에 묻었다고 합시다. 씨앗이 스스로 싹이 나길 원한다고 싹이 나고 원하지 않는다고 싹이 나지 않습니까?”하고 되물었더니 비가 오고 따뜻하면 무조건 싹이 나지요.”하고 대답했다. 윤회는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씨앗은 그 자신의 조건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윤회는 본인이 멈추고 싶다고 해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윤회의 씨앗이 소멸되어야만 멈추게 된다.

마음의 씨앗을 소멸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내면, 즉 마음을 알아차려서 마음에 걸리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대혜종고 선사께서 서장에서 밝히신 애응지물(礙膺之物)을 제거하는 것과 같다. 달리 표현하면 업장을 소멸하는 것이라 해도 되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해도 되고,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해도 된다. 정신분석적으로 말하면 무의식의 의식화 작업이다. 미해결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고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일이다.

태어나지 않겠다는 간절한 염원은 또 다른 원을 만들고 강력한 정동적(情動的) 집착에너지를 축적하는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이 생에서 만들어진 모든 인연들을 조용히 내려놓겠다는 태도가 윤회를 벗어나는 바른 길이다. 사랑도 내려놓고 미움도 내려놓으면 된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원하지 않을 때 비로소 걸림이 없게 되는 것이며 걸림이 없으면 마음의 움직임도 멈추게 된다. 그것이 해탈이고 열반이다. 불교의 궁극은 그렇게도 설명된다.

윤회를 벗어나겠다는 노 보살님의 기도는 방향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고난과 시련을 안겨준 여러 인연들을 자비로서 용서하고,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흔적없이 떠나보내는 것이 좋다. 그것이 진정한 힐링이자 중도이며 또한 윤회를 벗어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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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선택]

기회와 희망의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가능한 선택에서는 교육, 행사, 세미나 등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1)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2016학년도(후기) 신입생모집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2016학년도(후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수행과 돌봄이 하나 된 실천학문의 메카,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가능한 선택을 많은 분들과 함께 공유해주세요.^^

 

                 2) 43기 생사의 장 불교호스피스교육 화로운 삶, 그리고 시(調作)”

 

                 43기 생사의 장 불교호스피스교육 "조화로운 삶, 그리고 시작(調作)" 교육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나를 만나는 오롯한 선물 같은 시간이 되실 거예요. 기꺼이 경험해 보시기를, 기꺼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똑똑, 마음을 두드려 전합니다.

                 어서오세요.^^

                (45명 선착순 마감입니다. 접수를 서둘러주세요~**)

 

  

                  3) 제2회 교사 소진예방 연수교육 -자기개발과 정신건강을 위한 자각명상-

               본 교사 소진예방 연수교육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울산광역시 교육청의 교육기부 협약에 따라

               사회공헌사업으로 진행됩니다.

 

                4) 대한불교조계종 승려연수교육 불교호스피스 기본과정 7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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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1031일 토요일,

임상상담전문가과정 학생들은 환자들과 습니다.

CPE수업 실습날이 던 그날은,

대학의 선배님이기도 하신 토마을 재요양병원 임상연구실의 능인스님께서 수업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손잡아 드리고, 을 깍아드리고, 이 되어드리며,

우리는 돌봄을 통한, 스스로의 돌봄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날, 우리의 맑고 밝은 따뜻함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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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7년이란 시간을 함께하였습니다. 작년 12월 불교호스피스 교육프로그램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논문을 마치시고 3, 모두의 축하 속에 졸업을 하신 능인스님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스님의 지나온 걸음에 살며시 동행하여 봅니다.^^

 

 

 

석사 졸업까지 7년이란 시간이 걸렸잖아요. 대학원과 함께 해온 소감? 여정에 대해서 말씀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내가 대학원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승려로서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말들을 맘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정말 7년 동안 공부를 하면서 이제야 뒤돌아보니 아픈 만큼 기뻤어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했던 시간도 많았고... 살아있구나. 싶은 느낌?

가장 열정적인 인생을 살았던 것 같아요. 내가 이정도로 할 줄은 몰랐는데, 하다 보니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힘들지만 함께하고 싶은, 그런 여정이었어요.(웃음)

 

슬럼프라는게 있잖아요. 7년 동안 공부를 하셨으면 그 안에서 어느 때인가 어려운 고비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6년째 되던 해. 작년 이예요. 제 감정 중에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것에 대해서 가장 힘이 들었어요. 승려생활을 하면서도 분노조율이 잘 안됐었고 그게 해결되지 않다보니까 내가 공부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구나 하는 좌절감이 들었고요. 정말 책상에 있는 책을 몽땅 내던져서 태워버리고 싶은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임상(충남대학교병원 영적돌봄 활동)을 하게 되고 환자들을 만나면서 학교에서 배웠던 공부를 실천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거기에서 나를 이해하게 되고 대학원에서 공부했던 것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들을 만나면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너무 빨리 공부의 결실을 꺼내어 쓰려 했었나 봐요.

교학과 실천이 합일이 되는 순간 정말 큰 힘이 났던 것 같아요. 배움으로써의 갈증을 느끼고 답답하고 그러다가 임상을 통해서 환자들과 함께 숨 쉬면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그랬거든요. 그런 여정을 하다 보니까 고맙지 않은 일, 감사하지 않은 것들이 없더라구요. 그러면서 공부를 하던 여정에서 고통스럽던 순간들도 참 감사한 일이었구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스님께는 영적돌봄가로서의 활동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네요.

 

-엄청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충대(충남대학교병원)에 다니면서 내가 처음으로 내 화에 대해서 이해해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어요. 예전에는 화가 무조건 나쁘다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충대(충남대학교병원)에 있으면서 나의 화는 죽어가는 사람들과 있을 때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화를 조금 더 깊이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받아주지 않아하는 마음으로 만났는데 그 에너지가 나에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나에게도 이런 따뜻함이 있구나... 그게 너무 너무 좋았어요.

왜 참선이나 명상을 하면 말하기 어려운 아주 좋은 에너지들이 있잖아요. 그 에너지들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자 또 다시 열심히 수행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 자애로움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느껴졌을 때, 그 순간에는 정말 죽는다 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때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얼마 전이지만, 스님께서는 논문을 써야하는 시기였잖아요. 모든 것들이 결집되어 있는 힘든 시기셨을 텐데요. 그런 때에 그런 활동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어떤 힘이었을까? 궁금해져요. 어떤 것이 스님께 그런 힘을 주었던 걸까요?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 죽어가는 사람들을 만나잖아요. 항상 후회스러운 일이 각자 여러분야로 많은데 환자들에게는 그 순간에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굉장히 많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당장 몇 시간 후에 죽는 다면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좀 많았어요. 논문은 나의 공부의 결정체다 생각을 하며 열심히 했었고, 논문을 쓰면서 힘겨움도 많았지만, 환자를 보면서 오늘이 항상 마지막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을 생각했던 순간이 나에겐 있었으니까. 그때 그때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졸업장 받았을 때 느낌이 어떠셨나요?

 

-... 완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 쫙 빠지면서.. (웃음) 기운 없는 힘이 빠진 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애썼던 힘이 빠지면서 이제는 정말 나의 모습으로 꽃 필 시간이 왔구나. 그랬어요.

예전에는 열등감, 불편한 마음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진짜 내가 원하는, 내가 나를 그리는 모습? 어디에도 묶이지 않고 자유로운? 가장 자연스러움으로 내 기량을 펼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죠.

 

스님에게 7년 동안 대학원과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 있으시다면 어떤 순간일까요?

 

-개인적으로 내 안에서 기억나는 것은 집에서 제사 있는 날은 새벽부터 나물하고 제사 준비하고 겨울이면 눈쓸고 하면서 되게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기차타고 열심히 학교에 와요. 와서는 하루 종일 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는 거에 굉장히 힘들어 하면서도 그래도 가고는 있구나. 하는 마음? 그게 기억에 제일 남아요. 졸았지만 다 듣고 있었다는 거(웃음)

그리고 과목에서의 여정은 싸이코 드라마 했던거요. 싸이코 드라마는 내가 가장 아팠던 부분을 현실적으로 잘 드러내고 객관화 시켜서 보는 작용을 했었고, 미술치료, 춤테라피 같은 역동적인 수업 들이 기억이 나네요. 내 마음을 마음껏 풀어낼 수 있었던? 그런 기억들이 나요.

 

스님께서 앞으로의 꿈? 그리시는 모습이 있나요?

 

-나는 명상심리학을 전공을 했고 현대적으로 보면 상담가의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하잖아요?그런데 상담이라는 것이 직업적인 일로써의 상담이 아니라 수행면에 있어서의 상담을 하고 싶어요. 수행하는 사람들, 스님뿐 아니라 재가자들도 수행을 하잖아요. 그 수행하는 자들의 고민들을 진정성 있게 잘 듣고 함께 나누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영화를 보면 교수가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여정을 이야기를 하잖아요. 나는 항상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내가 움직이는 한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로써 소통하지 못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에너지 자체로 그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막연하게 죽음은 이런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진짜로 명료하게 깨어있으면서 정말 죽음의 느낌, 슬픔이 있다면 슬픔을 오롯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임상 상담가로서의 저를 꿈꾸어 봐요.

 

스님께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요? 한 단어로, 마음을 표현 해 주세요.

 

-나에게 마음은 돌이예요. 늘 저는 항상 마음을 다질 때 꾸준히 천천히 끊임없이이 말을 참 좋아하거든요. 돌은요. 돌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있잖아요? 물방울이 똑똑똑 떨어지는데 돌은 가만히 있는 듯 하지만 영향을 받잖아요. 거기에서 돌이 나는 딱딱해서 니가 아무리 떨어져도 나는 패이지 않아가 아니라, 외부의 자극도 포용하면서, 돌의 역할도 하면서... 깍여야 하는 부분은 바람에 또 깍이고 떨어져 나갈 것은 떨어져 나가고 그리고 또 붙어야 하는 것은 또 곁에 와서 붙고...

왜 연약한 나무들도 돌에 붙어서 살잖아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외부에서 어떤 것들이 와도 마음에 따라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는 돌이요.

 

후배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 -천히 꾸-준히 그러나 끊임없이. 단박에 끝내가지고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겠다 하는 분명한 목표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하다보면 목표지점에 닿아 있어요. 상담은 그래요. 영업이나 사업 같은 것들은 목표지점이 있어야 하지만, 상담은 목표지점 보다는 지금 이 순간, 지금이 중요해요. 지금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자신과 대화도 많이 하고. 천천히 끊임없이 간다면 어느 순간에 자연스럽게 목표지점에 닿는 때가 있을 거예요.

 

 

 

요즘 환자를 만나고 돌아 온 스님을 뵐 때면 정말 밝은 빛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능인스님은 아침을 맞이하는 일 자체에서도 감사함을 느낀다고 하십니다. 마지막 여정에 있는 환자를 만나면서 모든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고요.

스님을 만나며 오늘 하루라는 선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이야기 나누어주신 스님께 다시 한번 두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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