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김경일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지난 56,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 갈 무렵, 김경일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학교 안에서 매일 딱딱하게만 만나다가 이렇게 만나니 좋다하시며 소탈하게 웃으시는 교수님께 묻고 싶은 것이 참 많았습니다. 교수님과의 깜짝 데이트, 그 날의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교수님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어떻게 인연이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만났던 것은... 남산 밑에 우룡스님 계신 함월사 있죠. 그게 2007년인가 8년인가 그럴 거예요. 그때 제가 동대(동국대학교)에 강의를 할 때인데요, 수업을 듣던 스님 중에 한 분이 그 절에 계셨어요. 그 스님께서 절에 중학생 여자아이가 있는데 비행도 하고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어요. 스님의 부탁이기도 하고, 절에 있는 아이이기도 하고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상담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어떤 스님이 오셔서 내 옆에서 뭔가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절에 스님이 나를 소개 했고, 그러니까 그 스님이 아!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그러셨어요. 그게 능행스님과의 첫 만남 이예요. 그래서 저도 기회 되면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랬죠.

그리고 그 뒤에 만나게 된 것이 해를 넘기고 나서 학교를 만드신다 하시고 저에게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학교를 다른 사람하고 추진을 해 나가신 것으로 알아요. 그때 처음으로 교육과정도 짜고 강사, 교수들 섭외하고... 그러면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던 거죠.

그렇게 함월사에서 학생 상담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지만, 본격적인 만남이 된 것은 스님이 심리상담에 대한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고, 학교를 추진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것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 우리 생활에서 여러 가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 대한 도움의 손길은 계속 필요할 거예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그런 의도에서 출발되었고, 그런 의도에서 서로가 우연이지만, 그렇게 만난거지요.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하잖아요? 교수님께 오월, 그리고 가족이란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가족, 가정이라는 것은 제일 중요하게는 우리 영혼의 안식처,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가정이고, 가장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가족이잖아요. 가족을 떠나서 우리는 행복을 이야기하기가 어렵지요. 이야기에 한계가 있지요. 그만큼 우리 삶에 있어서 가족이라는 것은 소중한 인적 자원, 내지는 집단이죠.

가장 소중하니까 가장 정성을 쏟아야 하고, 가장 배려해야 하고, 가장 아껴야 하는 것이 가족이지요. 그리고 가족이라는 제도는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제도 중 가장 오래된 제도이기도 해요.

가족이 안정됨으로 해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사회활동이나 대인관계, 자기 성장 이런 것들이 가능한데, 만약 가족이 흔들리면 어쩌면 그 한 사람의 삶 전부가 흔들린다고 볼 수가 있죠. 가정에 불운이 있다든지, 걱정거리가 있다든지 하면 사람이 밖에 나와서도 표정이 밝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가족은 그렇게 소중하다. 결국 가족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가족 구성원이 지금 현대에서는 조금 달라져 가잖아요. 혈연으로 엮어진 예전에 가족하고 지금 현대에서 저희가 이루고 사는 가족구성원의 의미하고 같은 깊이 일까요?

 

-기본 틀은 같다고 봐야하는데요, 다만 과거의 가족은 대가족이고, 현대로 갈수록 핵가족이 되어 가잖아요. 또 요즘은 이혼, 재혼 가족들이 늘어가고요. 그런 가정이 과거에는 아주 소수였지만, 지금은 굉장히 늘어나고 있죠? 사회적인 지원과 사회가 배려해야 하는 그런 가족의 범위도 훨씬 넓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으로는 가부장제 중심이었는데 가면 갈수록 엄마 중심이 될 수도 있고 가족 모두가 중심이 되어가는 모습도 하나의 변화로 봐야죠.

그러나 근본은 과거나 지금이나 혈연중심의 가족이라는 것이고, 다만 시대환경에 따라서 조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고 거기에 또 맞추면서 살아가야 하겠죠. 근본은 같지만, 부분적으로 가족의 개념에 변화가 와있다고는 봅니다.

 

5월하면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란 이름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 데요, 뉴스에 오르내리는 가족에 대한 사회적 문제들을 접하다 보면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참 오월과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싶기도 하고요... 가족상담을 하고 계신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가족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전통적으로 가족이라는 것의 중요성과 소중함은 있는데 시대 상황에 변화가 오면서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현상이 많이 일어나죠. 이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전통적으로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가족 해체도 적은데 지금은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한다는 의식이 굉장히 약화되어 있고, 또 우리 사회 전체도 자녀가 부모를 부양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가 안 되고, 의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단 말이 예요.

돈이 없는 부모들은 대부분 혼자 살게 되고, 자식들이 잘 찾아오지도 않고. 이런 가족 해체 현상들이 점점 심화되어가죠.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삶의 방식자체의 변화에 나이가 들어도 자식에게 경제를 의탁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죠.

그러한 문제들이 심화되면 결국은 돈 문제로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이 생기고... 뉴스에서 처럼 돈 때문에 생기는 가족 간의 이야기는 사실 인간이 격을 수 있는 가장 최악에 비극이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문제들을 막아내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과제이지요. 그런 점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결속력 있는 가족이 될지... 그것은 참 대안이 나오기가 쉽지가 않아요. 앞으로도 거기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겠지요.

예전에는 부모가 건강이 안 좋으면 자식들이 집에서 모시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요양원, 요양병원으로 다 가잖아요. 이런 것들도 결국은 가족 해체의 한 모형이 되어가고 있는 거예요. 자꾸 이렇게 서로가 떨어진다고요. 집에 있으면 어쨌든 늘 얼굴을 보게 되지만 요양원 같은 곳으로 가게 되면 볼 시간이 없고, 멀어지게 된단 말이죠.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전체가 이렇게 가고 있어요.

여기서 또 개인차가 발생하는 부분은 노후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과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한 격차가 엄청나다는 것이죠. 오늘 중앙일보를 보니까. 지금 50대 이상 사람들 중 90%가 연금이 25만원이라고 올라와 있거든요. 나머지 10%200만원이 넘어가고요. 이것은 빈부격차가 노후에 관해서는 굉장히 심하게 차이가 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 것들도 가족해체에 부채질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런 해체현상이 일어나다 보니까 패륜적인 문제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는 없죠. 딱히 어떤 대안을 생각해 내기는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그게 남에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 생각하니 굉장히 슬프고, 대안조차 모색 되지 않는 다는 것이 더더군다나 서글프고...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이 오월이 마냥 아름다울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늘이 있지요. 오히려 가정의 달이 더 쓸쓸한 사람들이 있지요. 어린이날이 가장 상처가 되는 어린이들도 있거든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부모가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는 날이 어린이날이라, 그 서러움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날인데요. 차라리 그런 경우라면 어린이날이 없는 게 더 좋을 수가 있죠.

가정의 달도 마찬가지죠. 가족과 떨어져 있거나, 버림받고 찾아오지도 않고 이런 부모, 자식들이 꾀 많을 텐데 그런 사람들에게 가정의 달 가정의 달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아픔을 한 번 더 확인시키는 것 밖에는 안 되겠죠.

 

 

 

 

저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마음이란 어떤 걸까요?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내가 봤을 때 우리 마음은 자기 마음이면서도, 또한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마음 이다.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지만,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마음이다. 이렇게 즉흥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어요.

마음이란 자신의 속에서 일어나는 어떤 작용 현상이지만 자신 스스로가 조절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요. 이 마음이라는 것이 모든 문제를 일으켜 내고 있어요. 인간의 모든 심리적인 문제원인이 거기에 있지요. 정신적 논리적 문제가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고 봐요. 사람은 누구나 다 행복해지고 싶어 하지요. 행복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기반도 되어야 하겠지만 궁극적인 것은 마음에서 오는 것인데, 행복 하고 싶다. 행복해 지고 싶다는 의지와 욕망은 있지만 그렇게 안 된단 말이지요.

결국 이 마음이란 것은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못 한다는 거예요. 우리의 마음은 내가 아는 마음보다 모르는 마음이 훨씬 크다는 뜻입니다. 내가 모르는 마음이 훨씬 크고 내가 모르는 그 마음이 진짜 내 마음이라는 것이죠. 평생을 살아도 내 마음 나도 몰라요.(웃음)

 

마지막으로 저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학생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하는 자세는 겸손해야 한달까. 배우는 자세, 학문하는 태도란 받아드리고 수용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이예요. 그리고 의문을 갖고 무엇을 더 알아보고자 하는 태도는 좋지만 너무 빨리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어떤 이론으로 공부를 받아드리려 하면 받아드리는 데에 한계가 있어요. 공부할 때에는 늘 마음을 비우고 비워서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겠다는 자세, 배우겠다는 그 자세로 공부를 하면, 그 뒤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과 서로 상충되고 틀리더라도 조절해 낼 수가 있어요. 그런데 공부하는 사람이 자기의 주관을 너무 강하게 해서 공부를 하게 되면 좋은 것을 받아드리지 못하고 자꾸 걸리게 돼요. 특히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공부과정은 더더욱 그렇죠.

속을 텅 비우고 선입견 없이 공부를 해라.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요.

 

만남을 허락해 주신 김경일 교수님께 다시한번 깊은 감사 인사드립니다.

 

 

 

 

 

 

 

 

PS. 인터뷰 뒷이야기

 

 

 

교수님은 요즘 주말이면 늘 농장으로 일하러 가십니다. 흙과 가까이 하는 그 시간들이 교수님에게는 삶의 활력이 되신다며 이런 말씀도 남겨주셨습니다.

 

왜 그러하냐면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은 그런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거든. 정원생활 같은, 자연 같은 것들이요. 사람의 그런 욕구들을 채워줄 수 있으면 참 좋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째로 빠져 들어가 버리면 그건 또 안 돼요. 이 쪽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적당한 균형 감각이 중요해요.”

 

청년시절부터 시골에 청소년 수련원이나, 선방 같은 것을 하고 싶으셨다는 교수님은 조직을 만들게 되면 그곳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 한 삶을 살 것 같아서 대신 혼자만의 농장과 인연을 만드셨습니다.

얽매이는 삶을 살지 않으려 노력하신 교수님에게도 딱 하나 발목을 붙드는 것이 있습니다.

 

강아지가 나를 묶고 있지(웃음) 하나는 진돗개, 하나는 발발이가 있는데, 얘들이 나의 발을 굉장히 묶어두죠. 어디를 가려해도 일주일 이상은 갈 수가 없어요. 외국을 가도, 여행을 가도 일주일 내로 잡아야 해요. 지금 하고 있는 농사일은 쫒기지 않아요. 바쁘면 그냥 안 하면 되요. 적게 먹으면 되니까. 근데 강아지는 생명이기 때문에 그렇게 미룰 수가 없잖아요.”

 

교수님의 농장에는 어떤 작물들이 자라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 커집니다.

 

호두나무300그루, 도라지 400, 더덕도 한 300평 되지, 초석장도 있고.. 이제 고추 모종 사다가 심어야죠. 작년에는 한 300포기 심었더니 일이 좀 많았어요. 따는 것도 힘들지만, 나누어 주는 것도 힘들어요. 한번은 수박을 생각 없이 많이 심었더니 수박이 너무 많이 열어서 그거 따서 나눈다고 고생했지... 전 농장주인이 보니까 땅을 아주 잘 가꾸어 놨어요. 나는 그냥 들어가서 심는데도 워낙 잘 돼서 그거 나누어 준다고 골병들었지.. 따서 내어주는 것도 쉽지가 않아요. 배추농사 지어도 누구 가져다 주는게 힘들어. 그러니까 몇 년씩 둬도 되는 더덕, 도라지 그런 걸 심게 되는 거죠. 도라지는 한 89년 되었고, 더덕도 이제 5년 되어서 캐야 되고...”

 

늘 작은 부분들까지 세심히 학생들을 지적해 주시고 챙겨주시며 지도해 주시던 강의실에서 뵙던 부드럽지만, 조금은 어려운 교수님에게서 우리는 오늘 따뜻한 흙내음을 느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날, 농부 김경일 교수님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날의 인터뷰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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