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6)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마음을 흔히 바다에 비유하기도 하고 우주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것은 마음이 무한하게 넓고 깊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마대사는 마음이 법이요, 마음이 부처라고 했다. 마음을 떠나서는 삶과 인생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명상을 한다, 참선을 한다, 정신분석을 한다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불취외상(不取外相) 자심반조(自心返照)라고 가르쳤다. 바깥의 경계를 취하지 말고 자기의 마음을 밝히라는 것이다. 간화선을 꽃피운 송나라 때의 대혜 종고 선사는 애응지물(碍膺之物) 기제각(旣除覺)이라고 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으면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신심명을 저술한 3조 승찬 대사는 단막증애(但莫憎愛)하면 통연명백(同然明白)이라, 사랑하고 미워하지 않는다면 확연히명백하다.’고 했다. 마음의 문제를 사랑과 미움이라는 두 개의 핵심감정 작용으로 정리를 해 버린 것이다. 원각경에도 중생의 고통은 증애심(憎愛心)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을 알면 아는 만큼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모르면 모르는 만큼 병리적인 삶을 살게 된다. 법구경 술천품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다. “전쟁터에서 혼자서 천 명의 적군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더 위대한 전사이다.” 자기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통찰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자신의 내면을 알아차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옛날 옛적에 의좋은 형제가 있었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형제는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형님은 자신보다도 동생을 더 생각했고 동생도 자신보다 형님을 더 생각했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두 사람의 우애를 멀리할 수는 없었다.

가을걷이가 끝나자 모처럼 두 사람은 멀리 나들이 길에 나서게 되었다. 산등성이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길가에 뭔가 반짝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자연석 돌에 박힌 노다지 금덩어리가 분명했다. 형제는 서로의 눈을 의심하며 금덩어리를 살피고 또 살폈다. 가난하게 살아 온 고단한 삶이 끝난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그들은 가던 길을 재촉하며 한 나절을 더 걸어 강가에 도착했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배가 강 한 가운데쯤에 이르렀을 때, 형님은 갑자기 노다지 덩어리를 깊은 강물 속으로 던져 버리는 것이다. “풍덩소리와 함께 노다지는 깊은 강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동생은 깜짝 놀라 형님을 쳐다보았다. 형님은 상기된 표정으로 동생에게 말했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읜 후로 이 세상에서 너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금덩어리를 줍고 나서 한나절을 걸어오는데 문득문득 만약에 네가 없다면 이 금덩어리를 나 혼자 가질 수가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이 일어났다. 내 마음 속에 그런 나쁜 생각이 들어있는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우야,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 나를 용서해 다오. 이런 생각이 결국은 금덩어리 때문에 일어난 것이므로 강물에 던져버렸다. 나에겐 금덩어리보다도 네가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형님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금방 환하게 웃으며 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동생도 고개를 떨구며 형님께 말했다.

형님 죄송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형님은 부모님 이상으로 저를 아껴주시고 챙겨주셨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걸어오는 동안 그런 나쁜 생각들이 문득문득 일어났습니다. 제 마음 속에 그런 나쁜 생각이 들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형님이 미리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제 속이 후련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동생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나룻배 위에서 서로 부둥켜안았다. 강물은 고요하게 흘러가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무심하게 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우애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평생을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았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평소에는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많은 요소(?)들이 숨어 있다. 그러나 어떤 경계나 상황, 또는 환경에 부딪히게 되면 숨어있던 요소들이 움직이게 된다. 유식학에서는 그것을 종자라고 한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온 것을 본유종자라고 하고 출생 이후 만들어진 것을 신훈종이라고 한다. 탐심, 진심, 치심 같은 것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강한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정신장애를 일으키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종자들을 통찰하고 극복하는 것이 마음공부이고 심리치유이다. 종자들을 극복하게 되면 삶이 보다 편하고 자유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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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2019 입학식, 졸업식기말세미나(2019. 1학기) & 대학원 MT


2019년 1학기 기말세미나가 열리던 6월 29일 토요일. 일찍부터 대학원 선배님들께서도 오셔서 격려와 지지로써 자리를 빛내주셨고 꽃꽃이와 간식 후원도 해주시는 가운데 석사 과정 및 생명교육전문가 과정 학생들이 2019학년도 1학기 수업과 관련된 주제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매 발표마다 김경일 교학처장님과 김영덕 위덕대학교 대학원장님께서 관련 피드백을 해주셨는데, 세미나가 시작되자 학생들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열정적이고 수준 높은 발표를 하여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고 교수님들께서도 큰 기쁨으로 감동을 표현하셨습니다. 선배님들도 함께 해주셨기에 더욱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숨가쁘게 이어진 열띤 발표와 피드백 시간을 끝내고 모두 다함께 1박2일 MT를 떠났습니다. 물론 교수님, 선배님들도 함께였죠.

MT 장소는 간월자연휴양림. 대학원이 위치한 영남알프스(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에는 멋진 자연휴양림이 몇 군데 있는데, 간월자연휴양림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랍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풍성하고 맛난 음식과 모처럼 늦은 밤까지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들. 거기에 좋은 사람들까지. 불볕더위를 식혀줄 비마저 내려서 모기도 없고 시원했던 밤공기 속에 이야기꽃을 피우고 웃음소리가 넘쳐났던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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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이 위치한 정토마을에는 아주 특별한 병원이 있습니다. 바로 불교계 최초의 호스피스 전문병원인 자재요양병원입니다. 그곳이 오늘 만나볼 대학원생 이현 선생님의 근무지랍니다.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로 계시죠. 늘 보아도 시원시원한 말투에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유쾌한 웃음, 멀리서도 금새 알아볼 만큼 힘차고 빠른 발걸음으로 병원을 누비고 다니는 이현님. 그런데 한동안 이현 선생님이 너무 바빠서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여유롭게 차 한잔 함께 나눌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답니다. 오늘 마침 이현 선생님이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하면서 앞동네 궁근정리에  '별이 나린'이라는 멋진 카페가 있다고 추천해 주셔서 당장 함께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전원 카페 주인장님이 "뷰"가 가장 예쁜 자리를 마련해 주시길래 우리도 가장 비주얼이 좋은 차를 골라서 시킨 뒤 (물론 맛은 절대 보장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죠~) 이야기 보따리를 풀러보았습니다. 

 

 

- 반갑습니다. 먼저 석사 5학기 수료를 축하합니다. 학기를 모두 마치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5학기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아요. 사실, 처음 입학했을 땐 막막했어요. 대학원 석사 과정 5학기면 2년 반인데 제 인생에서 이 2년 반이 어떻게 쓰여질까 무섭기도 하고, 이게 잘하는 것인가 불안하기도 했죠. 그런데 누구 말처럼 발을 걸쳐놓으니까 끝나기는 하네요.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일 때문에 부득이 수업에 빠진 적도 있긴 했지만 아주 좋은 시간들이었어요. 많이 배우기도 했구요.

 

 

- 간호학이 전공이신데 대학원 전공으로 명상심리학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부분은 기사에서 빼셔도 되는데요(웃음). 꼬드김에 넘어간 거죠, 능인 스님(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 영적돌봄 연구실장)께. (웃음) 간호학과 공부는 학교 다니면서 많이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공부라는 게 끝이 없다는 것 맞아요. 그렇지만 일을 해보니 저에게는 간호학 공부보다 다른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가 마침 제가 전라도에서 귀농을 해서 살다가 이쪽으로 이사를 왔을 때인데,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명상심리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도 있었죠. 그땐 명상이 뭔지도 몰랐고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몰랐지만요. 세상에서 제일 따분한 게 명상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명상 수업을 해보니 '너무 흥미로워, 너무 재미있어',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힘주어)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구요!!

 

-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셨나요?

 

우선, 김경일 주임교수님께 들었던 심리학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제가 왜 그러는지 내면의 세계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 내면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 저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럴까를 보는 거죠. 그 전에는 그냥 환자, 보호자, , 직원, 이렇게만 구분이 되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인간에 대한 관심 그리고 궁금함 이런 게 생기기 시작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구요. 그 전에는 상대방에게 "이러시면 돼요" "이러시면 안 돼요" 했다면 지금은 ", 그렇군요" "그러셨군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거죠.

 

제가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능인 스님께서 지도하시는 CPE(정토마을 자재병원 CPE센터) 수업까지 같이 들었는데요. 그래서 더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처음 여기 자재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와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지금까지 중환자실에서 수많은 임종환자를 보았는데 그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호스피스 병동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중환자실에서는 감정이랄 게 없어요. 이 사람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죽은 삶이든 살아 있는 삶이든 어차피 이 사람에게 트리트먼트를 해주는 것, 그것이 목적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게 아니잖아요. '감정을 가지지 말아야지, 이 사람과의 관계에 선을 그어야지' 했는데, 어느 순간 그게 무너진 거예요. 호스피스 병원의 특성상 옆에 계속 가게 되고, 얼굴을 보고 표정을 살피게 되고, '아 이건 싫다는 건데, 이건 좋다는 건데'를 알게 되더라구요. 이제 눈빛만 봐도 알게 되는 거예요. 그랬던 분들이 임종을 하시는데, 일방적으로 관계가 끊김을 당하는 느낌. 말로는 그러죠. '참 잘 살아오셨어요. 조심해서 가시고, 걱정 마시고, 편안하게 가시라'고. 하지만 말로만 그렇죠, 다 생각나요. ', 그 동안 내가 중환자실에서 감정 없이 보낸 분들에 대한 벌이구나.' 환자 한분 한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중에는 제가 감정적으로 무너진 모습도 보였죠.

 

한번은 TV에서 중학생들이 노숙자 할아버지가 겨울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자기들이 입고 있던 몇십만 원짜리 패딩점퍼를 벗어서 입혀드리고 업고 집에 모셔다드린 뉴스를 봤거든요. 너무 예쁜 얘기잖아요. 그런데 제가 그걸 보고 미친 듯이 울었어요. 감정이 무너지는 걸 느낀 거죠. 이게 좋은 건지, 슬픈 건지 그게 구분이 안 되는 거예요. 이건 슬픈 것, 좋은 것, 감동적인 것 중에 감동적인 거잖아요. 칭찬해줄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 순간 감정이 무너진 거예요. TV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면 애들이 저한테 "엄마 또 울어?" 하고 물어요. 힘들더라구요.

 

지금은 무너졌다는 느낌은 받지 않아요. 그 전에는 제 감정을 숨겨야 프로라고 생각했었죠.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되려면 감정? 배제해야지. 내가 슬퍼도 고객인데 웃어야지, 잘해드려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젠 '뭐 어때? 나도 사람인데, 울고 싶으면 우는 거지.' 그런 마음이 되니까 이젠 대놓고 울어요. 애들 보는데서도 "슬프지 않니?" 하면서 울고. 지금은 그렇게 바뀌었죠.

 

이렇게 되기까지 능인스님께서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어요. 저에게 "감정을 그렇게 꼭꼭 눌러놓고만 있느냐, 아무도 이현 선생을 프로답지 못하다 저 사람 뭐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 없다. 오히려 더 인간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다" 그렇게 얘기해 주셨죠. CPE 교육을 하시면서 굉장히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항간에는 착해졌다는 말도 들었어요. 예전에 중환자실에서 만났던 선생님들을 지금도 만나고 있거든요. CPE 교육 끝나고 "너 참 온순해졌어. 카리스마가 다 없어졌어. 너답지 않아" 그런 얘기 정말 많이 들었어요. (손가락으로 눈을 위로 당기며) 눈이 이렇게 됐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쳐져 있대요. 그 사건을 계기로, 그렇게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내 안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대학원에서 공부도 하고 그러면서 이렇게 변화가 된 거죠.

 

-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대학원 공부를 해오셨잖아요. 쉬운 일은 아니셨을 텐데, 지금도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있을까요?

 

제가 얼마 전에 느낀 건데요. 저는 항상 '제가 잘한다'의 기준이 80점었어요. 엄마로서도 80, 간호사로서도 80, 딸로서도 80, 며느리로서도 80, 80점 이상은 되어야 '잘한다' '할 만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제가 저를 힘들게 하는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을 해보니까, 엄마 이현도 나고 며느리 이현도 난데 굳이 이걸 하나하나 나눌 필요가 있을까 싶은 거예요. 며느리 이현이 20점이면 부인 이현은 5점만 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토탈 80점만 되면 잘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공부와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 일도 공부도 둘 다 다같이 잘하려고 하면 둘 다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하려고 하니까 잘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후배들은 즐기면서 대학원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재미있고 도움이 되는 수업 듣고 여러 사람 만나면서 즐겁게 지내는 게 가장 나은 방법 같아요. 직장은 잠시 잊어두고 쉬러 오는 거죠. 머리를 비우고 또다른 나를 만나러 오는 시간이니까요. 그렇게 하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그걸 마지막 학기 때 깨달았어요. 늦게 발견을 한 거죠. 제가 가장 힘들었던 건 첫 학기 때였어요. 1학기, 2학기 때 다 힘들었죠. 세미나 준비도 아주 잘해야 해, 최고로 잘할 거야, 이런 생각을 하니까 머리만 아프고 더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3학기 때부터 '못 하면 말지,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니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다른 사람 의견도 듣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도 3학기 때 출석률이 더 나아졌죠. 완전히 즐긴 건 마지막 학기였어요(웃음).

 

 

- 세미나 때마다 매우 자신감이 넘치는 발표에 대해 교수님들께서 칭찬을 하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따로 배운 것은 아니구요, 간호사 생활을 하고 잠시 쉴 때 1년간 간호학원에서 강의를 한 적은 있어요. 발표는 대학교 때부터 많이 했었어요. 조별 발표를 하게 되거나 하면 제가 나가서 하곤 했죠. 그런데 사실은 카메라 울렁증도 있고 얼굴 굳어지고 그래요.

 

 

- 이현 선생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혹은 가치)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가족'이네요. 삶의 이유죠. 어떨 때는 원수 같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뭘 해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들이죠. 엄마 아빠, 우리 어머님 아버님, 내 남편, 내 아이들. 그 사람들이 있으니까 내가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그냥 저 혼자 살았으면 열심히 살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들 때문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거죠. 그 사람들한테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고, 부인이 되고 싶고,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 더욱더 노력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분이 저 서른 살 때 그런 말을 했어요. "세상엔 당연한 게 없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거? 당연한 게 아니라 고마운 일이다. 자식 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 감사한 일이다. 손 있는 사람은 손으로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라고 말한다." 그때 저는 정말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어. 사실 저는 항상 제가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늘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만하면 됐지' 합니다. 노력하는 나,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들어요. 이만하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 살면서 꼭 하고 싶으신 것이 있나요?

 

저는 다이어트가 굉장히 절실하구요(웃음). 그런데 이건 늘 할 수 있는 거니까. 지금 이 순간은 뭘 바라고 있는 게 없어요.

 

.. 지난달까지는 자재요양병원 인증을 통과시키는 게 목표였죠. 그래서 연등 달 때도 '인증통과'라고 썼어요(웃음). 지난달까지는 제 목표가 그거였거든요. 저는 우리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이 너무 좋아요.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내가 병동에서 본 환자분들이 표정들이 그래서 다 좋으셨구나' 알게 되었죠. 아닌 말로 '나중에 우리 엄마아빠도 모셔와야지' 그런 생각도 하죠.

 

자재요양병원 임종실에선 정말 임종하시는 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가족들에게 충분히 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줘요, 여덟 시간 동안을요. 처음엔 다들 슬퍼하시다가 시간이 지나면 정리를 하시더라구요. "너는 뭘 알아보고, 너는 누구에게 연락하고" 이러면서 "우리 엄마 잘 가셨어" "우리 아빠 잘 가셨어" "우리도 잘 살아가면 돼" 하시구요. 환자분을 보내드릴 때도 편안하게 보내드리고 그러시더라구요. 저는 불자도 아니고 종교도 없어요. 왜 합장하는지도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우리 병원에서 임종의식을 할 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성스러운 무언가가 있어요.

 

- 인생 최고의 선물이 있다면요?

 

우리 아이들이죠. 그리고 제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 친구, 엄마 아빠도요. 인생 최고의 선물은 사람들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어릴 때 굉장히 내성적이었고 말도 한마디 못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엄마하고 떨어지는 게 불안해하는 분리불안을 겪어서 학교만 가면 아파서 조퇴를 할 정도로 학교생활이 엉망이었어요. 성적도 아주 안 좋았구요. 그런데 아빠가 부도나고 힘들어지면서 살아야겠었나 봐요. 그 다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제가 변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성격이 많이 변했죠.

 

제가 어렸을 때는 왕따도 당해봤어요. 그래서 지금 사람들을 더 좋아하나 봐요. 또다시 왕따를 당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항상 모든 사람한테 80점 이상이어야 해,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싫다 하면 어쩔 수 없지 뭐' 이런 생각으로 바뀌었죠. 동전의 양면, 단점과 장점이 같이 있는 것 같아요.

 

 

- 10년 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너 참 애썼다, 지금의 저한테도 하는 말이거든요. 너 참 사느라고 애쓰는구나. 애썼어, 정말 애썼다, 너 참 애썼다 애 키우느라고. 애 둘 다 학교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고 하느라고, 남편이랑 둘이서. 참 애썼네, 잘 살았네, 지금의 저한테도 그 말을 하고 10년 후의 저한테도 그 말을 할 것 같아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또 일이 벌어지면 해결해 나가야죠. 그럼 또 애쓰겠죠. 그럴 것 같아요.

 

-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너와 나. 마음이라는 게 저 혼자 갖고 있다고 해서 전달이 되지는 않거든요. 좋은 마음이든 싫은 마음이든 상대가 있어야 하고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찻잔이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래서 누군가가 있는 너와 나인 거죠. 싫든 좋든 좋은 마음만 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 상대가 있어야 하고, 그걸 바라보는 나도 있어야 하고, 그런 것 같아요.

 

 

- 졸업을 앞두고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저보다 잘하고 계시고 저보다 능력들이 출중하시기 때문에 제가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열심히 살고 계신 분들이라 너무 보기 좋아요. 앞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갈 수 있는 일에 초대해 주신다면,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한 얼마든지 참석하겠습니다.

 

- 인터뷰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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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대학원 야외수업 후기불교와 명상심리 공부가 나에게 미친 영향 관찰

 

최성혜 (명상심리학과 석사과정 재학중)



별 생각 없이 살다가도 가끔은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나름의 이유나 목적을 정할 때가 있다. ‘19.2월 명상심리학을 배우기로 하였을 때에도 그랬는데, 그때 나의 목표는 “쉰까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살았으니 남은 쉰은 주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쉰을 넘기는 무렵의 나에게는 당연하기도 했고 꽤 그럴싸하기도 했던 이 “문장” 혹은 “생각”이 지금도 무사할까? 혹시 무사하지 않다면 그 생각에는 어떤 흔들림이 있었을까?

 

이 보고서는 ‘19. 1학기를 보내면서, 당초의 목표에 관한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정리한 것으로, 작성하면서 그것이 내 안에서 납득된 생각인지 그저 남의 말을 들어 아는 것인지 더듬어 보고, 가급적 내 안에서 납득된 생각을 기록하고자 했다.


비교의 기준 : 쉰까지 주어진 상황대로 살았으니 남은 쉰은 주인으로 살고 싶다?

인식의 한계: 나는 나를 알까?

 

‘19.2월 당시 이 문장은 나에게 앞으로의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다짐이나 각오를 나타내는 긍정문이자, 미래의 삶에 영향을 끼칠 未來時制文이었다.


하지만 ’19년 상반기를 경과하면서, 나는 이 문장에 내가 의도하지 않은 몇 가지 판단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구체적으로 ‘① 나름 열심히 살았으나 애쓴 것보다 성과가 적다. ② 나는 현재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 자격이 있다. ③ 현재는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라는 類의 것들로, 요컨대 나는 과거의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억울해하거나 화가 나 있었던 것이고, 이런 느낌은 나의 내면에 누적되어 나도 모르게 내가 쓴 문장에서 스멀스멀 살아 있었던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들에 내가 모르는 것들이 얼마든지 내포될 수 있다’는 경험은 내가 해석해 받아들인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도 실제와 무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개체 간 소통’이라는 것이 이렇게 가변적인 상황에서 부실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상대방의 말 한마디, 눈짓, 몸짓 하나에 수없이 상처받고, 내 마음을 몰라주는 타인에게 섭섭해 하고 성내는 것은 그저 소통수단(話者의 언어, 몸짓, 눈짓⇆ 聽者의 감각기능)의 성능에 대한 기대치가 실제보다 높은데서 비롯된 해프닝은 아니었을까? 더 나아가, 그 시점에서의 인식은 시간과 더불어 계속 재구성되면서 굳어진 것일 뿐, 애당초 실제라고 할 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내 속에 묵혀 있는 생각이든, 새로이 떠오르는 생각이든 그것들의 무게가 그다지 무거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탐.진.치: 내 삶은 억울했을까?

 

이전에 나는 확실히 내 삶이 무엇인가 불공정하고, 나의 선의와 노력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의 경험분석에 몇몇 타인의 공감이 버무려져 내게는 명확한 사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살면서 감내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가 굉장히 제한적임을 납득하고, 막연히 알던 인과법칙을 꼼꼼히 배우면서 (마음이 동의하지는 않지만) 인과율(因果律)에 벗어나서 나에게만 예외적으로 내 몫이 아닌 억울함이 왔으리라는 생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그럼 오랫동안 내게 머물고 있는 억울함은 어디에서 왔던 것일까? 살펴보면, 딱히 구체적 사례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살면서 그저 내게 왔으니 내 것이라고 여겼던 행운이나, 남 뒷말을 하면서 내 뒷말은 듣기 싫어하는 등 나와 남에게 다르게 적용한 기준들이 적지 않았다. 행운은 잊어버리고 억울함은 오래오래 들고 있었으니 어리석었고, 덜 주고 더 받으려 했으니 어리석었다.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화를 내었고, 순리는 모르고 행운만 바라며 욕심을 내었다. 모두 도리에 맞지 않다. 탐진치였다.

 

부끄러운 깨침이지만, 자책할 것은 없다. 탐・진・치가 나 개인의 부족함이나 과오가 아니라, 감각을 가진 인간이 구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는 가르침에서 안도와 위안마저 느낀다. 삶은 외부와의 투쟁도, 가까스로 견디어내는 것도 아닌 그저 겸허히 받아들일 무언가로 여겨지며, 순간 마음이 겸손해진다.

 

남은 과제는 탐진치를 벗어나지 못할 굴레라며 짊어지고 갈 것인지, 무모하다 하더라도 벗어나고자 시도할 것인지 정할 일이다.

 


알아차림/받아들임: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입학 당시 내가 생각한 ’주인으로서의 삶‘은 대략 ‘주체적으로 삶의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길을 찾거나 만들어 가는 것’ 정도의 개념이었다. 내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꿈이 컸다.

 

하지만, 이제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온갖 괴로움을 지어내는 탐・진・치를 벗어나기 위한 무모한 도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한 학기의 수업은 도전의 방법으로 수행을 제시했다. 주인으로는 살고 싶고, 도전할 용기는 없다.

 

타협 또는 간보기. 나와 세상에 무지한 채 습관대로 사는 것은 호랑이굴에서 살아남기와 같으니 정신을 곧추세워 차려 일렁이는 흐름 속에서 가급적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알아차리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이미 생긴 일들은 그저 받아들이려는 시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앎을 넓혀가고, 잘못된 프레임들을 거둬가다 보면 조금은 더 자유롭고 유연한 삶을 살 수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살면서 불쑥불쑥 불편한 감정을 만나면, 무턱대로 화내거나 답답해하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만난 냥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고 보살피겠다고 마음을 내면, 설령 알아내지 못해도 시도로서 재미있고, 알면 알게 되어서 좋은 삶이 되지 않을까? 비록 그 앎이 항상적이고 불변하는 앎이 아니더라도.

 


놀이: 배운 것을 실천하기 위한 시도

 

* 명상(17회, 밴드기록): 집중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느낌, 이상한 증상이 생겨도 불안하지 않고 호흡에 집중하면 된다는 가르침에 감사

* 경계일지 쓰기(15건, 밴드기록): 경계에 부딪힐 때 생기는 반응을 보고, 관점을 바꾸어 반응을 조절하고, 기록하는 것은 재미있으나, 게을러 자주 하지는 못함

* 진언(30분): 생각보다 어려움이 없었으나, 명상에 더 집중하겠다는 변명으로 생략

* 운동밴드 활동(3개월): 3월부터 운동밴드 활동에 꾸준히 하면서 몸운동이 마음근육을 키운다는 걸 새삼 느꼈으나 이또한 끈기부족으로 4개월 차에 중단

* 안하던 일 하기(어린 시절 상처를 엄마께 말하기, 母子 사이에서 벗어나기, 불편하다고 여겼던 사람들과 술 마시기, 다르게 반응해보기, 경험과 느낌 말하기):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지만 재미있는 시도, 상대의 반응에서 의외로 내가 자유로웠음

* 기상할 때 기분 살피기: 기억 나는 꿈을 세 번 꾸었고, 꿈의 의미를 살펴보았는데 내면의 욕구와 연결고리를 찾은 꿈은 지금도 기억하나, 현실에서 달라진 건 모르겠음

* 공익요원 테스트: 주문의 효과 체험

 


효용과 한계

 

확실히 ‘19년 2월의 나에게는 어떤 모티브가 필요했다. 대학원에서의 배움과 학우님들 교수님들은 충분히 긍정적인 모티브가 되어주셨다. 세상에 대한 인식의 확장은 나를 더 유연하게 해주었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마음속 근기도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나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더 살피게 되었고, 타인에 대한 존중을 유지하면서 기대를 낮추는 방법도 어렴풋이 이해된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보인다.


이런 변화는 몸무게를 늘게 했고, 습관적으로 시달리던 체증을 완화시켰다. 목표 지향적으로 내달리던 일하기 방식을 조금은 벗어났고, 온통 마음을 빼앗겼던 원망을 잊어버리고 지나는 시간이 늘었다. 연락이 뜸하던 친구에게 먼저 전화하고, 나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입학 때 가졌던 하나의 기원문은 수없는 의문문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때 그 기원문보다, 배우고 부딪히면서 생긴 의문문이 오히려 삶을 더 명료하게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과장일까?

 

공부는 나의 삶에 슬그머니 변화의 씨앗을 심었으나, “막무가내의 게으름”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배움을 삶과 접목시키는데 필요한 성실과 끈기는 어떻게 불러내어야 할까?

 

 

*이 글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열린 2019학년도 1학기 기말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발표자 최성혜님의 허락을 받아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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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선택] 기회와 희망의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교육, 행사, 세미나 등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무료시민특강- 2019 치유와 성장의 힐링 극장

(자세한 정보 알아보기)

 

49th 생사의 장 불교호스피스교육

(자세한 정보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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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학문의 장"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2019학년도 후기 신입생 모집을 합니다.

 

본 대학원의 석사과정과 생명교육전문가과정은 실천학문으로서 사회 공익적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른 배움과 활동을 통해 이 세상을 지혜의 빛과 자비의 빛으로 밝히실 훌륭한 인재를 기다립니다.

 

모집공고: 홈페이지 (www.mahaedu.org)

모집기간: 2019년 6월 10일(월) ~ 6월 20일(금) 17:00까지

모집요강: 본 게시글 첨부파일에서 다운로드

입학원서 및 자기소개서: 상단에서 다운로드 (또는 방문수령, 전화요청)

 

*전화로 문의와 상담을 해주세요. 052-255-8521,8523 / 010-4656-0180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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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대학원 1박2일 특강 -불교집단상담 이론과 실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불교집단상담 이론과 실제> 특강이 4월과 5월 2회에 걸쳐 1박2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특강은 불교상담을 활성화하고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구조화한 과정으로서 밝은사람들연구소장인 박찬욱 교수가 진행해 주셨으며 열정적인 강의와 실습으로 특강을 이끌어가셨습니다.

수강생들은 대학원 재학생들 및 외부청강 신청자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상담 현장에서 전문가로 활동중이신 분들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많이 참여하여 치열한 학구열을 보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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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대학원 야외수업 후기

 

송민정 (명상심리학과 석사과정 재학중)

 

햇살이 따사롭던 지난 511일 김경일 교수님과 저희 신입생 그리고 3학기 선배님들과 함께 밀양 영남 알프스 케이블카를 타고 천왕봉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에서 카풀을 하고 울산을 거쳐 밀양으로 가는 길이 그날따라 유난히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케이블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케이블카 대기실에서 교수님과 일행 모두를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습니다. 통유리로 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온 사방천지가 5월의 푸르른 초록으로 저희를 반겨 주었습니다. 원래도 자연을 사랑했지만 명상을 알고 나서는 자연을 더 잘 느끼고 반응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 것 같아 그에 너무 감사합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주변 경치를 조금 감상하고 천왕봉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케이블카에서 천왕봉까지는 1시간 반 가량의 짧고 완만한 등산 코스였지만 평소 운동을 안하는 저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 선배님들과 담소를 나누며 가는 길에 여러 모양의 나무들도 보고 특히 가지가 여덟 개로 나뉜 특이한 소나무도 만났습니다. 저희는 이 나무를 팔정도(八正道) 나무(?)라고 이름붙이며 배운 지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천왕봉에 올라 뿌듯한 느낌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총무님께서 챙겨주신 정성스런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좀 취한 뒤 하산하였습니다. 하산길에 막걸리와 두부김치, 그리고 인생라면을 파는 작은 주막에 들렀는데 거기서 먹었던 두부김치와 라면의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안주도 그렇거니와 그곳의 분위기와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잘 못하는 술도 몇 잔 마셨더니 지금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하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다시 차를 타고 호박소로 향하였습니다. 뜨거운 햇살만큼 시원한 물줄기의 폭포와 계곡을 보며 개인적으로 소리 명상을 좀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오늘의 명상수업을 위해 오천평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천평은 평평한 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었는데, 평평한 바위가 그 정도의 규모로 펼쳐진 곳은 국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고 교수님께서 설명하셨습니다. 그 바위 사이로 물이 흐르고 사방은 숲으로 둘러 쌓인 마치 명상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 같은 곳이었습니다. 저희 일행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더더욱 완벽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곳 바위 한군데에 자리를 잡고 계곡물에 발을 담궈 보았습니다. 햇살은 따사로우나 아직 5월 초반의 계곡물은 살을 에일 듯한 온도로 다가왔습니다. 선배님들은 내 몸이 네 것이다이런 농을 던지시며 계곡물에서 오래 버티기 게임을 하였습니다. 몇 번이고 물에 들어갔다가 물 안에서 5초도 참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며 마음을 강하게 먹고 다시 들어가 버텨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5초가 지나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감각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로 마음 먹었더니 신기하게도 계속 버텨지고 물이 더 이상 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명상적 체험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약간은 피곤했던 정신이 맑아지는 것도 느꼈습니다.

그 자리에서 우리 일행은 각자가 준비해 온 다양한 종류의 명상에 대해서 스피치를 하고 명상 시연을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장소에서 각자가 준비해 온 다양한 명상(숲명상, 만다라명상, 구름명상 등)을 하면서 교실 속 명상 시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다채로운 경험을 하였고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온전하게 현존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장소에서 함께했던 또 하나의 추억이 제 가슴 속에 남았네요.

모두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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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의열 선배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대학원이 자리한 울주군 상북면 정토마을에는 매일같이 많은 분들이 찾아옵니다. 불교계 최초의 독립형 호스피스 전문병원인 자재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가족을 면회하러 오시는 분, 돌아가시거나 아프신 가족을 위해 기도하러 오시는 분, 그리고 병동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까지. 호스피스 봉사자들 중에는 우리 눈에 매우 친숙한 분들도 아주 많습니다. 바로 대학원생들입니다. 대부분 재학중에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하여 졸업 후에도 봉사를 계속 하십니다. 그 중에는 재학생 신분으로 봉사를 하고 계신 이의열 선생님도 계신답니다. 늘 단정한 모습에 품격 있는 매너와 사람 좋은 미소를 자주 보여주는 선생님이죠. 오늘은 때마침 이의열 선님이 호스피스 봉사를 오시는 날입니다. 요즘 들어 정토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에는 아름다운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최근 궁근정리에 유럽 황실 풍의 고풍스런 카페 '부르봉'이 새로 문을 열었다기에 이의열 선생님이 봉사를 마치면 그곳에 함께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가 카페에 들어가 정토마을에서 왔다고 하자 카페 주인장께서 능행 스님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다면서 반가워 하셨고 특별히 예쁜 꽃이 담긴 꽃병으로 데코레이션까지 해주셔서 인터뷰 내내 우아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이의열 선생님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반갑습니다. 대학원 생활을 포함해서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여기 정토마을에 일주일에 두 번을 오죠. 목요일날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불교호스피스 돌봄 봉사를 하고, 토요일에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수업에 와요. 금요일에는 제가 나가는 선원에 매주 참석해요. 일주일에 3일은 그렇게 정해져 있구요, 나머지는 텃밭 가꾸고 운동도 하고 그래요. 등산이나 골프나. 그렇게 소일하고 있습니다.

 

텃밭은 임대를 한 거예요. 크지도 않아요. 열 평. 오이, 토마토부터 채소를 주로 가꾸죠. 지금은 텃밭에서 상추가 많이 나오구요. 밥에 넣어 먹는 활콩(완두콩)도 심고, 옥수수도 심었고. 특이한 것은 내 밭에만 칸나를 심었어요.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칸나 큰 걸 하나 사다가 여름에 빨간 정렬적인 꽃이 좋아서 그거 하나 심어놨어요. 딴집은 작물 심기 바쁜데 나는 한쪽에다가 칸나 딱 한 그루 큰 걸 한 포기 심었어요.

-선생님은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시고 중소기업 대표도 지내시고 젊은 시절부터 산업현장에 몸담아 오셨는데요, 우리 대학원에 진학하시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우연하게 정토마을 마하보디교육원에서 하는 불교호스피스 "생사의 장" 45기 교육을 받았어요. 그러고 나서 불교호스피스 돌봄 활동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자신이 없는 거예요. , 제가 크게 피지컬하게 할 수 있는 기술도 없었고, 영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영적인 무장이 되어 있어야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생명교육전문가 과정을 밟으면 호스피스 활동을 하는 데, 내공을 쌓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입학을 하게 되었죠.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 어떠셨나요?

 

대학원에 입학해 보니 우선 공부가 재미있고 도움도 돼요.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못했던 유식학 같은 것도 접해 봤구요. 일반심리하고 불교의 명상심리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런 것도 흥미 있어요. 생명윤리 쪽도 전체적으로 더듬어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어요. 그래서 특별한 일 아니면 거의 수업에 빠지지 않고 와요.

 

제가 한 3년 전에 정년퇴직을 했어요. 67세에 회사일을 그만두었는데 그때까지는 나의 생계와 연관된 것일 수도 있고, 제 전공이 경영학이기 때문에 전공과도 연관된 것일 수 있는 그런 일을 쭉 한 거죠. 조금 거창하게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 산업화의 화두를 타고 운 좋은 세대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자리도 있었고, 또 열심히 일도 했고, 산업화 시대의 일꾼의 한 사람으로 일을 했었죠.

 

정년 후에는 진짜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퇴직하고서는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불교와 관련된 것이었어요. , 특히 얘기하자면 생사 문제, 살아 있는 동안에 살고 죽는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쭉 하고 있었고, 생과 사에 대한 관심이 계속 있었죠. 그렇지만 그것을 본격적으로 못했는데, 회사일을 다 놓고 나니까 자유롭게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된 거죠.

제가 불교를 믿는 것도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믿는 거구요. "생사의 장" 교육도 그런 맥락에서 받았어요. 기왕이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하면서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겠다 해서 호스피스 돌봄 활동을 하는 거예요.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했는데 너무 힘들어요, 솔직히. (웃음)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가 하는 활동이 환자분한테 도움이 되는 건지, 나한테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하는 건지, 이기적인 것인지 이타적인 것인지, 그게 애매모호한... 그래도 진심을 다하자 이렇게 생각하죠.

 

산업 역군으로 일할 때는 목표지향적이었죠. 주어진 목표가 있으면 어떻게든 달성해야 했고, 불가능에 도전한다든지 그런 거였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같은 해외시장 개척해서 우리나라의 건설 장비를 유럽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두세 대씩 팔던 걸 1천 대까지 파는 데 이바지하기도 했죠.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지만요. 조직의 일원으로서 유럽에 가서 열심히 하여 그 정도까지 유럽에 뿌리를 내리게 한 거죠.

 

그런데 지금 입장에서는 그런 목표지향적이라든지, 성과지향적인 이런 거 질색이에요. 이제는 그런 거 없이 담담한 마음으로 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요새는 내가 되고자 하고 바라는 게 없어요. 다 놓아버렸어요. 그러니까 마음이 너무 편한 거예요. 내 인생에서 지금이 제일, 내가 하고 싶은, 평안하고 좋은 시기를 지나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요. 나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졌다는 게 내 생애에 감사해야 할 일이죠. 누구에게 감사를 해야 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부처님께도 감사해야 하고, 나와 관련된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요.

 

-오늘도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 봉사를 다녀오셨는데요, 호스피스 봉사를 하려는 분들, 할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께 봉사가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말씀해 주신다면요?

 

호스피스에 한번 도전해 보면, 심적으로는 어렵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가면서 보람을 느낄 거예요. 자기가 정말 진심을 보여주면 환자들은 본능적으로 알거든요. 이 사람이 어떤 마음 상태로 나에게 와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아요. 겉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면 고마워하고, 갈 때 오히려 그 사람이 내 손을 꽉 잡아줄 정도로.

어려운 부분은, 환자분이 계속 바뀐다는 거예요. 안면이 익을 만하면 가보면 돌아가시고 안 계세요. 그러면 또 새로운 분을 만나서 또 안면을 익혀야 해요. 누구나 처음 보는 사람끼리는 경계심이 있잖아요. 환자분 입장에서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와서 봉사를 하는 거고, 나도 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니까요. 그렇게 몇 번 만나다 보면 서로 좀 통할 정도가 되는데, 그러면 또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구요. 새로운 상황에서 가야 하는 게 저에겐 굉장한 부담감이죠. 저 사람이 과연 나를 받아줄까 하는 생각에 괜히 힘들고, 불편하신 분한테 가서 폐 끼치는 건 아닌가? 편하게 누워 계신 게 나은데? 그런 생각도 들어서, 그런 걸 극복하는 게 어려웠어요.

 

이별도 어렵죠. 그런데 이별은, 그분과 계속 같이 있으면 느낄 텐데, 가면 그냥 텅 빈 침대만 보여요. 그러니까 그분이 어떤 상태에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어떻게 운명을 하셨는지를 모르니까 이별 장면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만남은 항상 내가 체험하는 거니까, 만나야 하니까요. 상황이 다 다르고, 다른 분이니까 만날 때마다 서먹서먹한 것도 있을 수 있고, 서로 간에 탐구도 하죠. 저쪽에선 저 사람은 어떨까 하시고, 우리는 우리대로 저분한테 어떻게 대해야 도움이 될 건지를 생각하고. 그런데 굉장히 제한적이잖아요, 이 얘기가. 그분한테 아무 얘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분한테 과거 얘기를 물을 수도 없는 거고, 내 과거를 이야기할 수도 없는 거고. 호스피스 돌봄을 하는 사람들과 환자들의 관계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하고 힘든 자리인 것 같아요.

 

-지금 대학원에서 하는 공부가 봉사활동에 도움이 되시나요?

 

환자 돌봄은 심리적인 소통이니까 공부를 하고 있다는 위안이랄까, 자신감이랄까 그런 건 있다고 봐야죠. 환자 돌봄도 심리소통이에요. 간병, 돌봄 그것도 심리의 싸움이 아닌가 싶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거니까요. 자신감은 있지만 이것을 딱 끄집어내어 사용한다 그런 것은 아니구요, 그런 건 오히려 호스피스 경험이 많으신 능행스님 같은 분께 배우는 것이 훨씬 낫죠.

불교호스피스 "생사의 장" 교육을 받을 때 들었던 말인데요,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어려운 환자를 돌보는 것은 나를 공양하는 것과 똑같다'. 그걸 항상 기억해요. 교육받기 전에는 몰랐었거든요. “생사의 장에서 들은 말인데, 어떤 책에도 인용되어 있더라구요. 그런 자세로 하면 될 것 같아요. 환자분을 부처님으로 보고, 부처님을 내가 지금 모시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 사람의 성별과 직업과 아무것도 모르는 초면이지만 내가 부처님을 대하고 있다라는 생각으로 대하면 되지 않을까. 항상 그렇게 하려고 하죠.

 

제가 봉사를 한 지가 3년 되었는데요, 나도 맛사지 같은 걸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요. 발맛사지 같은 거. 여기에 와서 남자 환자들 보면 손발이 차가워요. 그분들은 온기만 전달되어도 좋아해요. 거기에는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몸 위에서부터 쫙 주물러 드리면 온기만 전해져도 고마워하더라구요.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역시 기말세미나 발표를 했을 때죠. 저도 사회생활 하면서 여러 가지 발표회에 많이 참여했고 주관도 해봤고 들어보기도 했는데, 여기 학생들이 발표하는 건 상당히 기발하고 잘한다 그런 걸 느껴요. 준비들도 착실히 해오고. 그래서 ', 나는 잘못하면 나이값도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시더라구요. 재미있는 주제를 정해서 프리젠테이션을 전문가들도 아니신데 다들 잘들 하시더라구요. 그게 상당히 기억에 남죠. 오히려 꼭 해야만 하는 강제적인 게 아니고 대부분 다 자발적으로 대학원에 들어오신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다들 즐겁게 공부하시는 것 같아요. 기말세미나 주제가 다양한 것도 좋아요. 참신한 것 같아요. 저도 이걸 발표해도 되는 건가 했었는데 (웃음)...

 

-현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생명교육전문가 과정 3학기차이신데 아쉬움은 없으신지요?

 

글쎄요, 아쉬움? 내가 명상 수업할 때 그랬어요. 실제로 실습을 하자, 이론만 하지 말고. 그래서 그게 올해부터 도입되어 사실 20, 30분 명상을 하다가 쉬고 그런 건 좋죠. 아까 얘기하던 건데, 욕심인지 모르지만 여기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불교병원인데요, 같은 재단인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학생들에게도 호스피스 특강 같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환자들한테 가서 돌보는 것은 좀 부담이 되겠지만, 특강은 필요한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 대학원은 다들 잘하시더라구요. 야외수업도 좋았고, 하하하. 야외수업은 만점이죠, 만점. 이번 야외수업 때 나는 놀러 가는 줄 알았는데 다들 페이퍼를 준비해 오셨더라구요. 거기 온 사람들 중 나만 빼고 다... 나는 입으로만 했는데 다른 분들은 다 페이퍼를 해가지고 와서 발표를 하셨어요. 야외에서 수업을 해도 놀러만 다니지 않고 사전에 수업 준비를 해가지고 오시더라구요.

 

-앞으로 계획하는 일이 있으신지요?

앞으로는 그냥 지금처럼만 살아야겠다. 욕심 부릴 게 없어요, 이 나이에. 제가 올해 칠십이거든요. 칠십이 되면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아는 거지. 그리고 내 육체적인 한계, 지적인 한계, 여러 가지 한계를 아니까. 젊었을 때는 그걸 안 내려놓으려고 해요, 내가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내가 이루고 싶은 건 없어요. 다만, 아까 이야기한 테마, 죽음의 문제, 그것이 아직은 좀 미진한데 그걸 더 공부를 하고 싶죠. 그게 불교인데. 좀더 수행을 해서 진짜 두려운 마음 없이 담담하게 죽을 있는 준비를 하고 싶어요, 실제로 안 닥쳐봤으니까 지금은 모르죠. 큰소리치다가 그 때가 되면 어떻게 될지 지금은 모르니 그게 유일하게 해야 할 일인 거죠. 죽을 때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랄까, 내공이랄까 그런 것을 계속 하고 싶어요. 그 외에 세속적인 명예, , 지위, 그런 것을 추구할 나이도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하나는, 제가 불교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게 제 생애에서 가장 큰 선물이죠. 대학교 1학년 때 백봉 선생님이라는 분을 만났는데 그게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지금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삶에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하는 순간들이 두서너 번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백봉 선생님은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친견을 했는데, 어쩌다 보니 잊고 지낸 게 또 10여 년 되거든요. 그러다가 2011년에 해외 출장을 가는데, 급작스럽게 가다가 책이 없어서 책을 한권 사려고 인천공항에서 두리번거다가 우연히 눈에 띈 게 백봉 선생의 책이었어요. 비행기 안에서 읽을 게 그것밖에 없어서 열심히 읽다 보니까 내가 왜 여지껏 외도를 했지? 그야말로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발심을 해서 지금 다시 공부를 하고 있죠. 굉장히 우연히, 필연이었거든요. 그때 어떻게 그 많은 책 중에, 그 순간에, 그 선생님 책이 공항 서점에 잘 나와 있지 않은데, 공항 서점에 나와 있을 책이 아닌데, 하고 많은 책 중에 딱 눈에 띄더라구요.

 

또 한 가지는, 정토마을에서 하는 생사의 장교육에 들어오게 된 거죠. 제가 은퇴 후 할일이 없어서 아침에 석남사나 가보자 하고 혼자서 차 끌고 바람 쐬러 갔는데 나올 때 보니까 플래카드가 하나 걸려 있는 거예요. 이렇게 보니까 "생사의 장 45기 모집"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생사의 장? 이게 뭐지? 보니까 아무나 올 수 있고, 제목도 호기심이 가더라구요. 불교 호스피스라는 제목이. 호스피스는 옛날에 좀 들어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거 한번 들어도 괜찮겠구나 싶어서 전화를 걸어서 내 나이에 지원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들어온 거죠, 그것도 거의 우연히. 그때 석남사에 안 갔으면 플래카드를 못 봤을 거고, 땅 보고 걸었으면 못 봤을 거예요. 그런데 거기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고 지원해서 교육을 받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불교 호스피스 봉사를 하게 되고,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들어와 인터뷰도 하게 되었네요. (웃음) 고맙게 생각해요. 이런 활동의 장, 공부할 수 있는 장,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신 정토마을 능행스님이 참 대단하시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오늘 스승의 날이네요. 능행스님은 원력만 갖고 계신 것이 아니라 실행력이 있으신 분이죠, 실행력.

 

이 두 가지만 봐도 그건 순전히 우연이잖아요. 모르면 우연이고 알면 필연이라고 하는데 여튼 과거 인연의 소산이겠죠. 그렇게 살다 보면 까맣게 잊은 사람을 우연히 어디서 만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경험도 살면서 두세 번 한 것 같아요.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을 우연히 만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죄짓지 말고 살자는 말도 있죠. 세상은 참 보면 우연 같은 필연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마음은 '(')자 아녜요, 마음심자. 중국에 불교가 넘어왔기에 불경에 마음심자가 아주 많이 나오는데, 최근에 불경 공부를 하다 보니까 구분하기가 어렵더라구요. 마음심은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하는데 말이죠. 하나는 망심(妄心), 하나는 진심(眞心). 허망한 마음과 진짜 마음, 이렇게 구분해야 돼요. 그런데 그걸 그냥 뭉뚱그려서 마음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진심은 뭐고, 망심은 뭐냐. 망심은 허망한, 헛된 것이라는 거 아녜요? 헛된 마음은 우리가 지각하는 대상으로부터, 대상을 지각함으로써 나오는 마음이 망심이에요. 진심은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 '일체유심조"라고 할 때의 ''이에요. 진짜마음은 바탕 자료, 온 우주, 참나와 똑같은 거예요. 온 우주의 바탕이 진심, 진짜 마음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구분을 명확하게 안하고 써요. 그냥 '마음'이라고 뭉뚱그리기 일쑤죠.

진심과 망심을 구별하는 게 불교 공부의 기초가 되는 건데, 그걸 뚜렷하게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최근에야 그걸, 굉장히 중요한 그걸 깨달았어요. 마음공부다 그러면 그때는 아마 진심을 이야기하는 거 같아요. 진짜 마음자리를 알아내는 게 모든 불교 신자들이 추구하는 거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부처자리, 성불한다는 게 결국은 진심을 알아내는 거죠. 우리가 성불하십시오하고 인사하잖아요. 그게 진심자리거든요. 마음이 바로 우주이고 우리를, 모든 모습 있는 걸 알게 한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전부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누가 불교가 뭐냐고 묻는다면 마음심자 하나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게 진심, 진짜 마음이죠.

 

그런데 우리가 마음이 괴로워, 마음을 내려놔야 할 때는 전부 망심이거든요. 그래서 진심과 망심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불교 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걸 알고 구분해서 망심을 내려놓고 진심을 찾아들어가는 게 불교 공부하는 거다라는 걸 알면 좀 편하게 공부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지금 마음이 무어냐 물어보셨는데, “마음은 우주의 본체이고 허공이고 진심자리다그렇게 대답하겠어요. 그 진심을. 그런데 불경에 봐도 그것을 명쾌히 구분을 안 해놨어요. 그래서 저는 문맥을 봐서 진심을 얘기하네, 망심을 이야기하는가? 해석하는데 한자라는 게 많이 헷갈리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번역해서 쓰다 보니까 늘 마음 마음 그러는데 '내 마음 나도 몰라' 할 때는 완전히 망심이거든요. '모든 건 마음에서 우러나왔다'라든가 '마음이 전부다'라든지 일체유심조, 마음밖에 없다고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 보고 마음을 깨우쳤다 할 때는 그건 전 우주의 근본바탕, 나의 참자기, 성철 스님이 자기를 봐라할 때의 참 자기죠. 웹진의 마음은 그런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사랑하는 동료들과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재미있게들 하시고, 다들 인연이 되어서 오셨겠지만 훌륭한 분들이 많이 오셔서 저는 뭐 특별히 해드릴 말이 없네요. 빠지지 않고 수업에 올 수 있는 인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일부러 빠지는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다 일이 있어서 빠지는 건데, 여기 올 수 있는 인연이 매주 만들어지면 좋겠죠.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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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5)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중생들의 삶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삶이다.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대부분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의 속성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생의 삶은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이익을 추구하는 삶은 항상 상대방과의 관련성 속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자신이 더 많은 이익을 가지려고 하면 타인은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갈등과 다툼이라는 습에 깊게 물들게 되면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나타나게 된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무료하게 느껴지는 황제라면 의도적으로 전쟁의 일으켜서 전쟁의 승리를 행복으로 여기게 된다. 승리자의 기쁨을 얻기 위해 적을 만들고 죄 없는 많은 생명들, 어린 아이들까지도 무참하게 해치기도 한다. 그러한 행동의 근원에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주의 사고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유식학은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을 극복하고 우주 전체가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인식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설(三性說)이 그것이다. 인간의 인식단계를 세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중생의 단계와 보살의 단계, 그리고 그 중간의 단계를 나누어 설명한다.

삼성설은 사람들이 대상을 인식하는 세 가지의 방식을 설명한 것으로 첫째가 변계소집성(偏計所執性)이요, 둘째가 의타기성(依他起性)이며, 셋째가 원성실성(圓成實性)이다. 변계소집성에서 변계라 함은 주변계탁(周邊計度)의 뜻으로 일체의 모든 현상을 나와 대상으로 구분하고 계산하여 인식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식방법은 자아와 대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알고 집착하여 그릇된 상을 인식하게 된다. 허망한 인식을 통해 얻는 상을 변계소집성이라 한다. 변계소집성이란 사물을 인식할 때에 범부의 미망한 소견으로 말미암아 실체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잘못 알아서 나타나는 일체의 사물 인식방식을 가리킨다. 이는 모든 대상을 분리하여 개별적인 존재로 봄으로써 상호관련성을 보지 못하며, 개별화된 것으로 인식하여 집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생들의 보편적인 인식방식이다.

의타기성은 현상계의 모든 존재는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의존하여 존재한다는 것이다. 구름은 구름대로, 비는 비대로, 강은 강대로 각기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관련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 연기(緣起)를 의미하는데 모든 현상은 인연에 따라 일어난 것이므로 인연이 사라지면 현상도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고정불변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모든 것은 한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의타기성은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는 바탕이며 모든 인간관계도 상호 관련 속에 이루어짐을 밝히고 있다. 내 중심의 사고방식을 극복하여 전체의 관련성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고려하는 성숙된 사람들의 인식방식이라 할 수 있다.

원성실성은 둥근 원처럼 모든 현상을 하나의 유기체에게 일어나는 작용이라고 본다. 마치 심장의 박동과 장기의 움직임, 그리고 손발의 놀림을 제각각의 작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몸이라는 하나의 유기체에서 일어나는 통일된 현상으로 보는 인식방식이다. 변계소집성이 낱낱의 현상을 독립된 것으로 보는 성질이라면, 의타기성은 낱낱의 독립된 현상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며, 원성실성은 낱낱의 작용들은 결국은 하나의 유기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는 인식방식이다.

원성실성은 사물의 본질이 공임을 보는 것이고, 우주만상은 공에서 비롯된 다양한 현상임을 직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바다는 근본적으로는 같은 모습이지만 바람이 불면 파도가 되어 일렁이고, 태풍이 몰아치면 집채만 한 해일을 일으키기도 한다. 파도가 높거나 낮거나 해일이 일거나 잠잠하거나 바다의 근원은 하나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원성실성이다. 그러나 파도는 파도이고, 해일은 해일이며, 파도와 해일은 별개의 존재라고 인식한다면 그것은 변계소집성에 의한 인식이다.

 

변계소집성은 낱낱에 집착하는 왜곡된 인식이다. 의타기성은 모든 현상은 상호 관련 하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관점은 타당한 것이지만, 아직 근본이 하나라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원성실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변계소집성의 관점에서 의타기성을 보는 견해는 잘못된 견해이며, 왜곡과 혼란의 출발이다. 원성실성으로부터 의타기성을 보는 견해가 건강한 인식방식이며 곧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우주의 근원은 공이며 인식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마음에 따라 인식하는 대상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세상의 모습은 내 마음의 모습이며 세상의 빛깔은 내 감정의 빛깔이 투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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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선택] 기회와 희망의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교육, 행사, 세미나 등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홈페이지에서 상세 내용을 확인하세요 http://www.mahaed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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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2019 입학식, 졸업식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매년 3월 초에 졸업식과 입학식을 동시에 개최합니다. 2019년에도 졸업식과 입학식이 함께 진행되었는데 졸업생들은 갓 입학한 신입생들을 격려하면서 몇해 전 신입생이던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신입생들은 졸업생 선배들의 환영과 지지 속에 자신의 미래 모습을 설계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축하 공연을 펼쳐주신 졸업생들과 아름다운 봉사를 자원하신 재학생들,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내빈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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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최종석 교수의 불교사 특강을 듣고

 

수강생 박노영

 

불교사!, 과연 짧은 시간에 수천 년의 역사를 얼마나 꺼 집어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고작 오래 전 교과서에서 배운 불교의 사상이 자비라는 것과 우리나라에 전해진 루트에 따라 남방불교북방불교로 구분한다는 정도의 지극히 단편적인 나의 지식으로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단박에 원하는 답을 다 구하지 못한다면 마음을 비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듣자라고 생각으로 강의를 듣게 되었지만 여전히 불교에 대한 강의는 낯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최종석 교수님의 불교사 강의는 진행 될수록 제 생각이 바뀌게 했습니다. 간결하면서 그 선이 분명하다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교단에서 오랜 기간 강의를 통해 몸에 밴 경험이겠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진진하고 재미 있었습니다. 강의 기법에 매료되었던 탓인지 순간순간 강의 내용을 열심히 쫓아갔었지만 저에게는 앞뒤의 정리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산파가 애를 대신 낳는 게 아니다라는 말씀은 저에게는 순간 지나가는 한 줄기 불빛 같았었습니다. 그 순간의 불빛이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접근해 보지 못한 불교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깨우는 불씨가 된다면 다음에 시간을 갖고 공부를 하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강의는 한결 가볍게 듣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가 있었던 그 며칠 후 과연 불교사를 어떻게 접근해 볼까? 잠시 생각하다가 우선 인터넷을 통해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좋을 듯해 첫째는 원시불교는 붓다가 어떠한 시대적 배경에서 수행과 깨달음을 통해 원시불교가 성립 되어졌고, 원시 불교의 경전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가? 두 번째는 활발한 전파 과정에서 상좌부와 대중 부두 2개의 부파(部派)가 주장하는 교리상의 견해가 무엇인가? 세 번째는 대승 불교가 종래의 관점을 혁신한 수행관은 무엇인가? 네 번째는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발전은 개인 수행과 대중의 구원을 우선으로 하는 교리상의 차이 무엇일까? 다섯 번째는 불교의 발생지 인도에서의 불교 가 쇠퇴해 가는 환경은 어떠했는가? 여섯 번째는 밀교가 성립 발전의 배경은 인도 불교 쇠퇴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하나하나 답을 찾아 가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우뚱 거리도 했습니다만 결국은 역사라는 것이 시간의 흐름과 단편적이 방향성 무시할 수 없다는 점과 이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불교사 특강이 불교사의 이해가 종교적 접근보다 한 발짝 비켜난 문화사를 배우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은 스스로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계기가 되어 불교에 대한 마음을 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의 중간중간에 화두를 던져 주셨던 말씀 중에 바라밀다심경의 핵심은 공덕을 쌓는 것이고 바라밀다경은 답안지가 아니라 문제지다란 말씀 가슴에 새겨 봅니다.

 

열강해 주신 최 교수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불자님들께도 부처님의 자비가 늘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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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추상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지구의 낮과 밤이 완벽하게 같아지고 우리 민족이 한해의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기준점이 되어온 춘분(春分). 태양의 중심이 적도에 이르러 지구의 바로 위를 직각으로 내리쬐기 때문에 지구의 중력도 고르게 분포된다는 특별한 그날에 우리는 대학원 졸업생 추상문 선생님을 만나러 울산 시내로 출발하였습니다. 지난 3월의 졸업식 때 감격의 석사모를 쓰신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한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화창한 봄날의 도심지는 많은 차량들로 붐볐고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해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지고 말았지만 추상문 선생님은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 주셨습니다. 자, 이제 추상문 선생님과의 데이트에 동행해 보실까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졸업 논문을 쓰시고 심사에 통과되어 석사 학위를 취득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2016년도 봄에 논문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석사 5학기를 마치자마자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히 미국에 가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선생님이 논문을 쓰고 계신 것을 몰랐는데 이번에 논문을 쓰셨다고 하셔서 다들 놀랐어요. 재학 당시 선생님께서 준비하시던 논문 주제가 신선하면서도 의미가 있었는데, 졸업생을 포함해서 다들 논문이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했을 것 같아요.

 

제가 정토마을에 근무하면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을 다녔잖아요. 당시에 제가 병원 식당일을 도와주면서 모든 환자들하고 친해졌는데 지도교수님이 저에게 환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도록 논문지도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환자들을 일일이 만나서 40문항으로 된 설문조사를 하게 되었죠. 환자분 30명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논문을 쓴다고 하니까 환자들이 협조를 참 잘해줬어요.

 

그런데 그 당시 미국에 있는 딸이 많이 아팠어요.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가서 살아야 하는가 싶어서 정토마을에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떠나서 한 1년 정도 미국에 가서 간호도 해주고 아이들과 생활을 하다가 다시 한국에 들어온 거죠. 한국에 다시 오게 된 이유는, 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한국에 또 오고 싶은 거예요. 한국을 못 잊겠더라구요. 내가 살 곳은 한국이야. 그래서 우리 아이들한테 그랬어요. "이제는 아빠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간다. 내가 이제 미국에 오기는 힘들 것 같다. 너희들 행복하게 잘 살아라." 하고 마지막 인사도 다 해주고 그러고 왔어요.

 

한국에 들어왔을 때 논문 쓸 생각은 안하고, 그 생각은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뭘 할까 하다가 제가 평소 컴퓨터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 욕망이 많았는데 시간이 많으니까 컴퓨터를 배워봐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글2010부터 시작해서 파워포인트, 엑셀 이런 것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그러다 보니까 대학원을 마칠 때 못 쓴 논문이 생각났어요. 창피스러운 얘기지만 그 당시에 제가 컴퓨터를 못 만졌으니까 다시 논문을 쓸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 참에 내가 논문을 쓰자 해서 울산도서관에 매일같이 출근해서 논문을 쓰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논문 쓰기 바로 직전에 대학원 다닐 때 지도교수였던 장익 교수님께 전화를 했어요. "교수님, 제가 논문을 쓰고 싶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이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미안한 얘기지만, 저는 그 당시에 장익 교수님이 위덕대학교 총장님이 되신 건 몰랐어요. 그런데 교수님이 총장 되었다는 얘기는 안하시고 "제가 바빠요. 그러니 제가 새로운 지도교수를 소개해 드릴게요." 하면서 권기현 교수님을 소개해 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권기현 교수님을 만났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고마웠어요. 거기에서 용기를 얻은 거죠. 그래서 울산도서관에 출근을 하면서 제가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근무할 당시에 환우들과 나누었던 설문지 조사한 것을 앉아서 차근차근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도 하면서 논문을 쓰게 되었죠.

처음에는 참 힘들었어요. , 이거 참 막막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데 권기현 교수님이 참고할 만한 논문을 추천해 주시는 거예요. 이것을 한번 읽어보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논문을 썼는지 보고 참고를 해라 하셨죠. 울산도서관에도 논문집이 있어요. 그래서 사서에게 부탁을 해서 제가 다른 논문집도 보고, 그렇게 논문을 쓰기 시작했죠. 중간쯤 쓰다가 권기현 교수님께 확인도 받구요. "제가 이런 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했더니 쭉 보더니 "됐습니다" 하면서 이런 식으로 계속 쓰래요. "쓴 다음에 마무리를 하면, 정리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고 저한테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작년 여름에 얼마나 더웠어요. 저희집에는 에어컨이 없어요. 방에 선풍기밖에 없거든요. 그러니 더워서 안되겠더라구요. 그런데 울산도서관에 가면 냉방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시원해요. 새로 지은 도서관이고. 그래서 거기 다니면서 한 철을 보내면서 논문을 쓴 거죠. 작년 4월 말, 장익 교수님이 총장님이 되신 직후부터 제가 논문을 쓰기 시작해서 10월 말 마무리가 되었죠.

 

 

-논문을 쓰기 위해 굉장히 오랫동안 자료수집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죠. 2014, 2015, 2016년을 정토마을에서 근무했으니까 3년이 걸린 거죠. 논문 제목이 <말기 선고를 받은 사람들의 삶의 태도 연구>예요. 환자들이 살아가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런 것을 인터뷰해서 쓴 거죠. 환자들이 협조를 안해 주셨다면 그런 논문을 쓸 수 없을 거예요. 그 논문을 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정토마을에서 근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환자들과 접촉하게 되었고 환자들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논문을 쓰고 나서 권기현 교수님이 제 논문 쓴 것을 "오케이" 하는 순간 너무나 기뻤어요. "진짜 내 나이에 해냈네~" 하는 마음에 그날 저녁은 제대로 잠을 못 잘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남들이 제 나이를 말하면 거의 믿지를 않으려고 해요. 제가 1944년에 태어났어요. 만으로 하면 일흔셋인가 넷인가 그래요. 그렇게 안 보이시죠? (웃음)

 

그러고 나서 미국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어요. "아빠가 대학원 다녔던 거 알지? 그런데 아빠가 졸업 논문을 못 썼었어. 그런데 요즘에 논문을 완성했다" 하니까 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손주들한테도 아빠 학위 받은 것을 알려주겠대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귀감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거예요. 큰딸이 고등학교 교사거든요. 나도 보람을 느꼈죠. 늦게 졸업을 하고 석사 학위를 받았지만, 남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저한테는 아주 큰 거예요. 자부심이랄까, 마음에 정말 큰 용기가 됐고 삶의 큰 계기가 되었죠.

 

(2019. 3. 2.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석사 졸업식)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잊을 수 없고, 너무너무 좋아요. 후배들한테도, 후배들은 또 어떤 마음의 자세인지 몰라도, 이렇게 한번 성취해 보는 것도 좋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행인 것은, 그 당시에 제가 환자들과 나누었던 설문지를 폐기 안하고 가지고 있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권기현 교수님도 설문지를 보시더니 깜짝 놀라시는 거예요. "이거 안 버리셨네요. 대단하시네요. 바로 이거예요, 이거." 하고 좋아하시더라구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정토마을에 오기 전에 제주도의 어느 절에 있었는데, 사실은 거기에서 대학원에 다니려고 했었어요. 전공은 사회복지를 하려고 했구요. 그래서 제주대학교 대학원에 원서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능행 스님과 연결이 되었어요. 스님께서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와보니까 그 안에 대학원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 대학원을 여기에서 다녀야겠다 생각했죠. 저는 불자라는 자부심이 있고 불교에 참 많은 관심이 있었거든요. 전공과목이 좀 다르더라도 나 이거 한번 해보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능행 스님이 추천해 주셨죠. 사실, 정토마을에 근무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니까 참 편했어요.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내 인생에 최고의 선물은 두 딸! 나한테 진짜! 누구나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귀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죠? 미국에 있는 두 딸이 나한테는 최고의 선물이에요. 그리고 이틀에 한번씩 저에게 전화가 와요. 거의 매일 전화하다시피 하죠. 전화로 대화하고. 작은딸도 그렇고 큰딸도 그렇고 너무너무 아빠를 좋아해요. 아빠가 엄마 없이 키워줬고 그랬는데, 아빠가 한국에 가서 산다는 걸 자기들은 마음 아파해요. 같이 살고 싶은데, 아빠가 왜 그러지? 우리 같이 살고 싶지 않아? 그런 물음을 던지면서 안타깝게 생각하죠.

 

제 나이 50살에, 그러니까 25년 전에 제 집사람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 당시 저는 브라질에 살았어요. 두 딸이 있었는데 거기서 공부를 시켰죠. 제가 경제적으로 돈을 좀 많이 벌어서 애들을 외국인학교에 보내고 둘 다 미국에 유학 보내고 그랬어요. 당시에 미국에 영주권 없이 유학 보내려면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두 아이를 공부시켰죠. 내가 애들한테 그래요. 항상 올바르게 살라고 하면서. 내가 중요한 것을 아이들에게 물려줬어요. 엄마 없이 자랐지만 내가 애들을 키우면서 한국말을 철저하게 가르쳤어요. 그래서 작은딸은 외국에서 태어난 아이인데 한국말 다 하고 한글로 편지까지 써요. 한문은 잘 모르지만 한국말은 잘해요. 우리 작은딸 자랑을 하자면 5개 국어를 해요. 에스파이아어, 포르투칼어, 영어, 한국말은 기본이고, 프랑스어. 어디 가서 안 통하는 데가 없어요. 보람 있죠.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은 두 딸이에요.

 

 

-선생님께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때 무척 기뻐하시면서 자랑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던 기억나는데요. 그 동안 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하셨고 자녀들은 아버지를 잘 모실 준비가 되어 있는데 가족을 두고 혼자서 한국에 들어오셨죠.

 

외국에 오래 살지 않으면 제 심정을 몰라요. 제가 브라질에 갈 때가 나이 서른 살 때였어요. 거의 40년이 넘었죠. 외국에서 몇십 년 오래 살다 보니까 한국이 너무 그리운 거예요. 나한테는 대한민국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어요. 내가 여기 와서 살려고 들어왔을 때 내 패스포트가 외국인 패스포트였어요. 그때는 인천공항이 없었는데 김포공항에 딱 들어서니까 6개월 입국비자를 주는 거예요. , 6개월 있다가 나가라는 거네? 살지 못하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랑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법무부장관한테 탄원서를 썼어요. 엊그제 집정리를 하다 보니까 그때 법무부 장관이 나한테 보낸 편지가 나오더라구요. 그걸 내가 간직하고 있었어요.

 

"장관님,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받았던 주민등록번호를 좀 살려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살고 싶습니다." 하고 편지를 보냈더니 한달 만에 회신이 왔어요. 당신의 이력을 쭉 써서 보내 달래요.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학교는 어디를 졸업하고... 쭉 썼어요. 제가 브라질에서 기업체 운영한 것도 쓰고. 또 자랑은 아니지만 나한테 혹시나 도움이 될까 싶어 민주평화통일회의 브라질 지부 자문위원이었던 것도 썼죠. 그랬더니 6개월 비자 끝나기 한 달 전에 법무부장관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이 편지를 받는 즉시 선생님이 사시는 동사무소로 가십시오. 가서 주민등록을 발급받으십시오." 그때 생각하면 진짜 눈물이 나요.

 

주민등록증 딱 받고 얼마나 좋은지, 정말... 그 기분은 정말 말도 못해. 그때 미국에 사는 친구한테 편지를 썼어요. 고등학교 동창인데, 만약 내가 죽을 때 네가 내 옆에 있다면 내 여권과 주민등록증을 나랑 같이 태워줘라. 나는 화장하기를 원하니까, 같이 가고 싶어. 진짜 나한테는 잊을 수 없는 일이에요. 내 폰 컬러링 알죠? 그래서 내가 컬러링도 애국가로 넣은 거예요. 여기서 살려면 핸드폰이 있어야 한다고 그러길래 핸드폰 사러갔는데 '컬러링은 뭘로 할까요?' 그러길래 "애국가로 해주세요" 했어요. 애국가도 1, 2, 3, 4절이 있잖아요. "4절로 해주세요" 했어요. 4절이 나는 좋아.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난 이 컬러링은 절대 풀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지요.

 

저는 지금도 꿈이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살아갈 세월이 짧아요.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을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사용할까, 항상 그 생각을 해요. 아픈 사람들 있는 데 가서 봉사도 하고 싶구요. 그런 게 제 꿈이에요. 저는 인생을 좀 보람되게 살고 싶다, 어떻게 해야 보람되게 살까,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한국에 일가친척이 아무도 없어요. 그래서 솔직한 얘기로 명절이 싫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고향에 간다, 친척을 만난다, 누구 만난다 그러고 가는데 난 갈 데가 없는 거예요. 그게 참, 마음이 그랬어요. 제가 사는 곳이 원룸인데 그곳에 어려운 사람이 몇몇 있어요. 요양원에 갔으면 참 좋겠는데, 이분이 요양원에 안 가려고 해요. 자식들은 이분을 그렇게 많이 도와주지를 못하고 있어요. 제가 도와주고 있죠. 제가 그 사람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고 짧은 시간이지만 보람도 느껴요. 제가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런 보람된 일을 하고 싶고 여행도 다니면서 그러고 지내고 싶어요.

 

그리고 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죄를 지은 것이 많을 거 아니에요. 앞으로 살면서 지금까지 지은 죄를 참회하면서 기도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런 얘기를 어느 날 어떤 스님께 얘기를, 내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했더니 그러시는 거예요. 기도하면서 참회도 하면서 이웃도 도와주면서 같이 삽시다. 그래서 지금 생각 중이에요.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참 막연한 질문이네요. 진짜 어려워요. 마음은 내 안의 진리이다.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나이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내가 선배가 될 거예요. 공부를 하다 보면 좀 막힐 때도 있겠지만 그걸 뛰어넘어서 끝까지 해내야 되겠다는 마음자세, 그런 마음 자세를 갖게 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항상 가슴속에 논문 쓰지 못했다는 생각을 담아두고 있었어요. 이번에 논문을 쓰고 나니까, 언젠가는 꼭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자세를 가지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대학원에서 명상심리를 배운 것은, 논문을 떠나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내 생활에, 내 마음자세에도 그렇고. 그런 것을 조화롭게 적용해 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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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4)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마음은 파도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출렁인다. 잠을 잘 때도 마음은 움직인다. 무의식은 쉼없이 작용하고 활동한다. 꿈은 무의식의 작용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쉼없는 자극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동일한 자극이 주어져도 사람에 따라 반응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반응이 서로 다른 이유를 유식학에서는 오심설로 설명을 하는데 탁월한 심리학적 해석이다.

오심설은 의식(제육식)에서 일어나는 인식과정을 설명하는데 순서대로 솔이심(率爾心), 심구심(尋求心), 결정심(決定心), 염정심(染淨心), 등류심(等流心) 등이다. 솔이심은 외부의 대상에 대해 처음으로 작용하는 순간의 마음이고, 심구심은 대상이 무엇인지 알려고 추구하는 마음이며, 결정심은 대상이 어떤 것이라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염정심은 대상을 결정한 후에 선심(善心)이나 악심(惡心) 등을 일으키는 것이고, 등류심은 잡염심과 청정심이 찰나찰나에 상속해서 같은 마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솔이심은 깜깜한 밤에 어떤 짐승을 만났다고 할 때 저기에 무엇이 있구나하는 마음이며, 심구심은 저것이 무엇일까하고 알고자 하는 마음이며, 결정심은 호랑이다하고 결정하는 마음이고, 염정심은 무서운 짐승이구나하고 개인적인 경험이 개입되는 마음이며, 등류심은 호랑이에 대한 평소의 무서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지속되고 이어지는 마음이다.

 

오심설은 의식이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인식의 오류가 발생하는 과정도 알 수 있다. 눈이 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안식이 사물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저기에 무엇이 있구나 하는 찰나적인 마음이다.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이나, 코에 어떤 냄새가 느껴지는 것은 모두 솔이심의 작용이다. 이 상태에서 더 이상의 마음을 내지 않으면 대상에 대한 인식도 진행되지 않고 멈추게 되며 인식 오류도 발생하지 않는다.

 

심구심은 솔이심이 인식한 것을 알아보려고 하는 마음이다. 저게 무엇일까, 고양이일까, 아니면 귀신일까, 하고 대상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순간적으로 들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를 알고 싶고, 코로 맡은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모두 심구심이다

 

결정심은 심구심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엇이라고 단정하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저것은 고양이다, 저것은 호랑이다, 또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일어난 그림자의 움직임이다 하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저 소리는 하모니카 소리이며, 저 냄새는 참기름 냄새이며, 이 맛은 씀바귀의 맛이다 등이 모두 결정심이다. 결정심은 작동하고 나면 곧바로 염정심이 따라 붙는다.

 

염정심은 결정한 대상에 대해 선한 마음이나 악한 마음 또는 선도 악도 아닌 마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과거에 나쁜 감정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이 일어나고 좋은 감정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이 일어난다. 개인적인 경험의 영향을 받는 마음이다. 고양이에게 할퀸 기억이 있는 사람은 고양이를 무섭게 인식할 것이며, 애완용으로 고양이를 길렀던 사람은 매우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염정심은 개개인의 경험의 지배를 받는 물든 마음으로 인식의 오류나 왜곡의 근원이며, 말라식이나 아뢰야식의 영향을 받는다.

 

등류심은 계속 이어지고 흘러가는 마음으로 염정심에서 인식한 것이 잡염식이든 청정심이든 상속되고 유전되는 마음을 말한다. 고양이를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고양이를 무서워 할 것이고, 고양이를 귀엽게 생각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귀엽게 보게 된다. 의식에서 인식한 것들이 말라식을 물들이고 다시 아뢰야식에 저장되어 부단히 이어지는 마음이 등류심이다.

 

오심설은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을 오해하는가를 밝힐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솔이심은 신체적인 이상 즉, 오감에 이상에 없으면 개인차는 크지 않다. 따라서 비슷한 정도로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심구심에서부터는 차이가 생겨난다. 무엇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체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갔구나 하면서 생각을 멈출 수도 있고, 지나 간 것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정심은 대상이나 현실을 파악한 후에 무엇이라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내담자의 경험과 주관적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내담자의 지적 능력과 경험의 세계가 동시에 반영된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고 주관적인 인식으로 인해 오해와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정심에서 일어나는 왜곡은 현실적인 판단의 미숙이나 지적 능력의 부족에 기인할 수도 있다.

 

염정심은 대상을 인식하고 결정한 다음에 주관적인 경험과 감정이 개입해서 일어나는 마음이다. 염정심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세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내담자의 주관적인 세계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형성된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음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찾는 것이 염정심을 이해하는 것이며 무의식의 요소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염정심에 이르면 개인차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등류심은 이어지는 마음으로 변화를 일으키려면 내담자의 새로운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 이는 무의식의 상태가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지속되는 것과 같다. 마음공부는 염정심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주관적이고 왜곡된 감정을 통찰하고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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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선택] 기회와 희망의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교육, 행사, 세미나 등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불교사 특강


■강사: 최종석 교수
■일시:  2019. 2. 16(토) 10:00~16:00시
■대상: 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무료)
     (외부청강생 5명 / 5만원)
■접수문의: 052)255-8521, 8523

✻최종석 교수: 종교학 박사. 독일 자르브뤼켄대학 종교학과 전임강사,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금강대학교 불교문화학부 교수, 금강대학교 대학원장 역임.

 

 


"연극하는 사람들" 연극 단원 모집(자원봉사)

안녕하세요. NGO생명교육네트워크_공존입니다.
우리 단체는 좀 더 평화롭고 안전하게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공동체의식을 높이고자 설립되었습니다.

"연극하는 사람들" 극단 또한 그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이며 우리 극단의 단원은 NGO공존의 활동가이자 자원봉사자입니다.

●연극을 통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연극을 위한 첫 만남이 2019년 2월 16일 오후 4시 30분 NGO공존 사무실에서 열립니다.
  연극 단원 1차 지원 하신 분들과 기존의 단원 분들이 함께 할 예정입니다.

■1차지원 마감 : ~ 2월 12일까지
■2차지원:  2월 16일 부터~   (기한 예정 없음)
■첫 만남:  2019. 2. 16. 16:30 NGO공존 사무실(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3층)
구글지원서 링크:

4th 솔마더(Soul mother) 수련생 모집

솔마더(Soul mother)는?
개인적 수행과 영적인 성장을 원할 때, 치유적 능력 및 상담가 자질을 향상하고자 할 때, 기도봉사를 하거나 계획하고 있을 때, 호스피스 돌봄에 활용하고자 할 때 필요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현장에서 영적돌봄에 활용될 수 있도록 수련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입니다.
■기간: 2019년 4월 ~ 11월(총 8회/1박 2일/회당 15시간)
■교육비: 140만원 (수련복 별도)
■접수마감: 2월 25일(월) (선착순 30명, 사부대중)
■문의: 052-255-8522,8524/010-8848-8522 
구글지원서 링크:

 

 

 

불교논리학 기초반

 

■개강: 2019.3.18~10.23 (매월 세번째주 월, 화, 수)
■정원: 30명
■자격: 90%이상 출석 가능한 분(논리학 강의 이수자 우선 선발)
■교육비: 무료(교재비 별도)
교재: 논리로 여는 열쇠
구글지원서 링크:

 

 

생사의 장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생사를 인생이라는 한 선에 놓고 무엇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자기성찰과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발견하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교육기간: 2019. 8. 17~22
■대상: 사부대중
■정원: 40명(선착순)
■교육비: 80만원(학인스님 20% 할인)
■문의전화: 052-255-8522, 8524 / 010-8848-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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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어떤 사람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2018학년도 기말세미나

 

 

 

 

12월 22일, 대학원 종강과 함께 기말세미나가 열렸습니다. 학생회비로 떡과 음료가 준비되었지만 개인적으로도 과자나 사과즙 등을 푸짐하게 가져오셔서 풍성한 잔치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더욱 기쁜 것은 졸업하신 선배님들도 속속 도착하셔서 기말세미나 시작 전부터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선후배 간의 독독한 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생들이 관심분야에 대한 연구 발표와 김경일 지도교수님, 권기현 교수님, 김문정 교수님의 열정적인 피드백으로 풍성하게 마무리되었고 모두가 함께한 뒤풀이 자리도 아름답게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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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교육을 통한 생각들느낌들책이나 영화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함께 머물러 보세요.



올해도 어린이명상수업으로 한 해를 열어봅니다

 

 

 

파랑지역아동센터 안지현 센터장 

 

인연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울주군 상북면 궁근정리에 파랑지역아동센터를 세우고 이 지역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온 지도 어언 십수 년.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지만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복지 업무상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시간 속에서 정토마을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맺은 각별한 인연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2018.12.명상수업 장면)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명상수업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계절을 여러 해 보냈고 우리 아이들이 명상수업을 통해 성숙한 모습으로 자리를 찾아가고 있기에 커다란 보람이 느껴집니다.

 

(2018. 6. 숲명상 장면)

 

우리 아이들은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고학년 반, 저학년 반으로 나누어 명상수업을 받았는데요. 강사이신 도우스님의 지도 아래 자존감을 높여주는 자애명상도 체험하고,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도 사유하고,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내면도 표현하고, 숲에서 자연과 말없이 교감을 나누면서 자아를 찾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는 것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느껴진답니다.

 

(명상중인 저학년반 아동)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명상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자존감을 키울 수 있고, 긍정적인 마음을 기를 수 있고, 자신을 사랑하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고,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아이들도 명상수업 시간을 편안해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명상 수업 때 아동들이 작성한 글과 그림)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조손가정의 한 친구랍니다. 이 친구는 할머님과 단둘이 살고 있는데 센터에 처음 올 때만 해도 할머님이 돌아가시면 혼자 남게 될까봐 남모르는 두려움과 고민을 가지고 있었고 위축감도 커서 늘 마음이 쓰이고 안타까웠어요. 그러던 중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명상수업에 참여하여 스님과의 만남에서 많은 지도와 사랑을 받으면서 그 친구가 아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른 또래아이들처럼 명랑하고 씩씩한 친구로 잘 자라주고 있으니 감사할 뿐이죠.

 

 

(2018. 12. 2018학년도 어린이명상수업 수료식) 

 

우리 파랑지역아동센터에서도 같은 지역사회에서 몇 년째 명상수업 재능기부를 해주시는 데 대한 보답을 하고 싶어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같은 재단인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한 달에 한번씩 고학년 친구들과 부모님이 함께 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요. 센터를 졸업한 중학생들도 매달 빠지지 않고 자원봉사에 꼬박꼬박 참여하고 있어 마음이 아주 뿌듯하답니다. 모두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명상수업을 계속 받았던 친구들이지요. 아이들이 명상수업을 통해 지식과 인성을 키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스님과 여러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함을 전하며, 올해에도 멋진 명상수업을 기대해 봅니다.

 

(명상수업 아동들 및 졸업생(중학생)으로 구성된 자원봉사팀)

 

 

*어린이명상수업은 2018년부터 NGO 생명교육 네트워크 공존(NGO공존)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NGO공존의 활동가로서 어린이명상수업을 지도하는 도우스님과 스태프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졸업생, 재학생입니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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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지금만나러 갑니다.

 

서정용 선님을 만났습니다

 

겨울이지만 봄날씨처럼 햇살이 유난히 따사롭던 1월의 어느 날, 창원에서 한의원을 하시는 대학원생 서정용 선님을 만나러 길을 떠났습니다. 말수는 적지만 형형한 눈빛이 인상적이고 독특한 화두를 곧잘 던지시는 서정용 선님이기에 우리가 준비한 질문들에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해 하면서 도착한 곳은 주남저수지 길에 있는 화덕피자집. 겨울방학 기간이기에 서로 반갑게 안부도 물었고 함께 점심도 먹으면서 실타래 풀 듯이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유리창 밖으로는 저수지 깊은 물 위로 햇빛이 눈부실 만큼 반짝이고 있었고 서정용 선님과 함께한 시간도 물흐르듯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겨울방학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요?


그냥 늘 지내는 대로 지내고 있습니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인연이 어떻게 시작되셨는지요?


제가 늘 들어앉아 있잖아요. 제가 대학 졸업하고 한의원을 한 지 20년쯤 됐어요. 집단상담을 다니는데, 두 번 했거든요. 이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난 다른 상황에서 드러나는 나의 모습, 그런 것이 좀 필요했어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진도가 안 나가고 정체가 되니까요. 그런 목적으로 입학을 한 거죠. 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이냐 하면, 실은 서울 쪽 불교대학원을 생각했었는데 너무 멀었어요. 찾아보니까 마침 이곳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왔죠. 그 전에 00이라고 행복명상 지도하시는 분이 계신데, 그 선생님이 전에 한번 정토마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프로그램에 직접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그 선생님을 뵈러 한번 갔었어요. 그래서 정토마을에 이런 대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은 어떠셨는지요?


그때는 공부를 더하겠다 그런 목적이 있긴 했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었고, 여러 사람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었죠. 수업들이 진행되면서 모호하게 알았던 부분이 명확해졌다는 것, 그런 것이 저에게는 컸어요. 제가 잠시 휴학을 했었는데, 일단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었어요. 1차 목적은 달성되었고, 그 이후에 다른 종류의 일들이 있어서 휴학을 했었어요. 복학을 한 이유는, 하던 공부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원래 성격이 좀 꾸준하게 하지를 못해요. 마음이 내키면 와라락 했다가, 해소가 되면 딴데 또 기웃거리고. 그래서 아 이번에는 하던 것을 마무리지어야겠다 싶더라구요

 

지난 기말세미나 때 같은 맥락의 주제를 계속 정리하고 정리하셔서 이번에 방대한 분량의 연구자료를 발표하셨어요. 모두가 재미있어하고 호응을 했던 발표가 되었는데요. 앞으로 본인의 연구 분야를 논문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 있으신가요?


원래 논문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구요. 대학원에 명상수업이 있다 보니까, 거기에다 숙제를 내주니까 생각을 좀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싶어서 자애명상에 대해 궁리를 해본 거죠. 그걸 정리한 것이 세미나 자료예요.

사실 제가 명상, 자애, 자비, 희생, 봉사, 이런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좀 불신하는 편이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자애명상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자료를 정리하면서 얻은 소득이 무엇이냐 하면 자애, 자비, 희생, 봉사, 이런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어요. 제 세미나 발표 내용을 보면 근본적으로 이타심도 개인의 이기심의 수단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삶의 이야기를 바라보면 그 이기심이 충분히 수긍이 되는 거죠. 순수하게 나는 이타적이야라고 주장한다면 역시 저는 거부감을 느끼겠지만 그것을 숨기고 말을 안 할 뿐이지 그게 있을 거라는 말이죠. 없어도 상관 없구요. 좀더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졌다고나 할까요.

제가 공부 진도를 나갈 때 굉장히 중요한 방법을 하나 놓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선입견이 있다 보니까. 하지만 그런 것이 없어졌기 때문에 좀더 제가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직 하고 있진 않지만 올 여름에 자애명상을 집중적으로 해볼 거거든요. 그런 뒤 결과를 보고 꾸준히 할지 생각해 보려구요. 자애명상을 가지고 논문을 쓸 것 같아요. 논문을 보통 자기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를 쓰잖아요. 제 세미나 발표자료가 정말 논문이 될 수 있을지 교수님께 여쭈어 보았는데요. 제 생각에는 너무 주관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이것 자체로 논문이 될 수 있겠다는 답변을 들었죠.

 

 

5학기 논문학기를 앞두고 계신데요.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제가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거든요. 테슬라 전기차를 만든 일론 머스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자기는 우리 삶이 가상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매트릭스도 그런 맥락의 내용을 담고 있잖아요. 얼마 전에 본 책 중에 유발 하라리도 그런 비슷한 말을 해요. 우리 삶은 하나의 가상현실이라고.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런 생각이 자주 일어나죠.

다들 삶의 의미를 찾잖아요. 삶의 의미 부여를 개인이 하게 되는데 정답은 없다고 봐야죠. 그 의미 부여를 할 때 사용하는 재료는 결국 그 동안 쌓아온 경험, 지식, 기억, 이런 종합적인 것에 의해서 삶의 의미를 자기가 규정하는 거니까요. 그것은 우리가 게임에서 제공되는 아이템이라든가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게임이 진행되듯이, 삶의 의미라는 것도 결국 가상현실 게임의 일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나오면서 했어요.

금강경에서는 '일체 상을 여의면 부처를 본다' 이런 이야기를 하잖아요. 결국 우리가 이야기하는 삶의 의미라는 것도 하나의 상이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현실을 인식할 때 육식(六識)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감각적인 요소들을 종합해서 나의 현실이다라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감각적인 마음 자체도 하나의 감각기관이잖아요. 현실이라는 것 자체가, 여기 지금 세 명이 앉아 있으면 현실이 세 개인 거죠. 70억 명이 있으면 현실이 70억 개인 거구요. 우리는 지금 각자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볼 때 내가 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진짜 현실인지 가상현실인지, 어쩌면 가상현실에 더 가깝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경일 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나이가 들면 성숙해지고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보니까 어릴 때나 지금이나 그 정신세계라는 것이 똑같더라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 말이 참 공감이 가고,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어릴 때는 세월이 지나고 하면 성격도 그렇고 지혜로워지고 그럴 줄 알았는데, 막상 지금을 딱 보면 경험이 좀 늘어서 테크닉은 늘었지만 마음의 움직임들,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패턴들은 동일하다는 거죠. 다만 좀 더 이해의 폭이 깊어진 것은 있겠죠. 그러고 보면 사람은 평생 나이를 안 먹는 것 같아요.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이 있어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인데요. 거기에 보면 생각하는 시스템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거든요. 시스템1은 직관적인 생각과 감정, 음식이 있으면 먹고 싶다라든가 하는 종류의 생각들인데, 우리의 9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해요. 시스템2는 숙고 시스템이라 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멀리 보고 추론하고 거기에 따라서 행동을 하는 건데, 이게 나머지가 된다고 해요. 소위 말하는 전문적인 운동선수들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든지 이런 경우에 동일한 숙고 시스템을 통해 공을 차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몸에 익어서 더이상 숙고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시스템1로 작용할 능력이 생긴다는 거죠. 사람에게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시스템2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최고의 선물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찾으면 하나쯤은 있겠죠.

 

20대로 돌아갈래? 하고 묻는다면 어떠실 것 같아요?


20대로 돌려준다고 하면 저주가 아닐까요. 그 나이까지 세월을 견뎌야 하니까요.

 

10년 후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는 나이를 전혀 생각 안하고 살았거든요. 아까 나이를 물어보셨는데, 저는 신경을 안 쓰고 있어요. 중요한 것도 아니고, 안 중요한 것도 아니고. 은하철도999 아시죠. 거기에서 철이하고 메텔하고 여행을 가잖아요. 거기에 어떤 이야기가 나오냐면 우주에 존재하는 우주 승려가 있었어요. 우주 승려가 죽으면서 "도가 참 어렵다. 이 방대한 우주에서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진리가 아닌지. 이 집에 가면 이게 진리이고, 저 집에 가면 저게 진리이고 그렇던데, 이제 와서 이런 진리를 찾다가 지쳐서 간다." 이러면서 "대왕생에 이르렀다"는 나레이션을 적어놓았더라구요.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나네요.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마음은 육식 중의 하나이고 그렇게 알고 있었고 한데, 마하라지가 이렇게 말하거든요. 마음도 하나의 감각기관이다. 제가 거기에서 정말 마음이 감각기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마음은 추상적인 그 무엇도 아니고, 단지 우리가 손으로 만지면 촉감이 생기는 것처럼 촉각을 느끼는 하나의 감각기관이 있듯이, 눈으로 보는 시각기관이 있듯이, 마음이라는 것 역시 흔히 말하는 법이라는 추상적인 관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혹은 오식(五識)을 통해 받아들이고 종합하는, 이런 종류의, 구체적인 실체를 가진 그릇처럼 그런 감각기관일 뿐이다. 여기에 범위를 크게 부여할 필요는 없고 캐나갈 필요도 없지만, 신비스럽게 생각할 것도 아니구요. 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각자 일은 각자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용맹정진이니 이런 말 정말 싫어하거든요. 감각기관이 보면 한번에 하나씩밖에 못하잖아요. 두 개가 동시에 안 되는 거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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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산책(3)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마음을 그림으로 나타낼 때는 흔히 둥근 원 또는 구로 그린다. 그것은 마음이란 물건이 원만하고 둥글다는 의미보다 가장자리에서부터 가운데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알 수 있는 얕은 표면의 마음이 있고 표면 아래로 들어가면 점점 더 깊은 마음 즉 자신이 알 수 없는 마음도 있다.

마음은 지구에 비유할 수 있다. 지구의 내부를 지표,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분하듯이 사람의 마음도 전 오식, 의식, 말라식, 아뢰야식 등으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이 유식학이다. 전 오식이 가장 얕은 수준의 마음이라면 아뢰야식은 지구의 내핵에 해당하는 가장 깊은 마음이다. ‘내 마음은 내가 안다.’라고 할 때의 마음은 대부분 마음의 표피 정도이다. 깊은 속마음은 보통사람(범부)들은 알지 못한다.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나 하는 정도에 따라 인격자 또는 성숙한 사람의 기준을 삼을 수도 있다. 정신치료자 소암선생은 자신을 모르는 것을 정신장애로 설명하기도 했다. 수박껍데기를 보고 수박 속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속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다. 타인의 속마음을 짐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속마음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유식학에서는 사람의 가장 깊은 마음을 아뢰야식(阿賴耶識)이라고 한다. 아뢰야식은 무시이래로 즉 시작을 알 수 없는 아득히 먼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정보들이 보관되어 있는 마음이 창고이다. 보관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아뢰야식을 장식(藏識)이라고도 한다. 아득히 먼 과거, 생명의 출현에서부터 사람으로 진화해 온 모든 과정의 정신적인 산물들과 개인의 모든 경험들이 총체적으로 보관된 곳이다. 융의 분석심리학에 대비하면 콤플렉스, 개인무의식, 집단무의식, 아니마, 아니무스, 원형, 자기 등이 통합된 개념이다. 마음에 보관된 정보들은 화석처럼 생명을 잃은 것이 아니라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다시 살아난다는 의미에서 종자, 씨앗이라고 부른다. 태어날 때 가지고 온 종자를 본유종자라 하고 태어나서 새롭게 만들어진 종자를 신훈종자라고 구분하기도 한다. 옛날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고 이 놈의 종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바로 인간의 선천적인 기질이나 소인을 지칭할 때 쓰였던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좋은 종자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종자도 있다. 가장 최신 심리학에 해당하는 긍정심리학에서도 행복의 조건으로서 태어날 때의 행복지수를 언급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태어날 때 가지고 온다고 해서 반드시 숙명적으로 비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훈습에 의해서 종자는 변할 수도 있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로이드의 무의식의 개념과 아뢰야식은 자신이 모르는 마음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그 구성물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난다. 프로이드의 무의식 개념은 감당하기 힘들어서 억압한 것들, 외면한 것들, 트라우마 등 주로 병리적인 것들의 저장소라고 할 수 있지만 아뢰야식은 병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것, 생산적인 것, 종교적인 것 등 훨씬 다양한 것들의 저장소이다.

 

아뢰야식은 되살아날 수 있는 종자의 보따리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무수히 많은 종자들을 품고 산다.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종자는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으로 마치 물속에 잠겨있는 장애물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학교로 출퇴근하는 길옆에 큰 저수지가 있었다. 항상 시퍼런 물이 가득 차 있어서 저수지 안에는 물고기들만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해 심한 가뭄이 들더니 저수지 물이 서서히 마르기 시작했다. 가장자리부터 바닥을 드러내더니 점점 깊은 바닥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저수지 바닥은 검은 색을 띤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상태로 열흘 정도 가뭄은 이어졌는데 무심하게 저수지 옆을 지나다니던 어느 날,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시커먼 모습의 저수지 바닥에 잔디처럼 새싹들이 파릇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것인가? 그 사이 어디에서 날아온 씨앗은 아닐 것이다. 진흙 속에 묻혀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래 전부터 이미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바닥이 드러나고 햇빛을 받으면서 순식간에 싹을 틔웠다. 보통 때는 짐작할 수도 볼 수도 없었지만 씨앗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의 마음에도 자각할 수 없는 많은 씨앗(조건)들이 숨어 있다. 마치 암을 유발하는 DNA 인자가 잠복해 있다가 자라날 환경이 되면 암을 유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마음을 살핀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아뢰야식을 통찰하는 작업이다. 단번에 깊은 심연을 알 수는 없다. 가까운 것부터 순서에 따라 자신의 내면을 살피게 된다. 흔히 말하는 알아차림 명상은 가장 자각하기 쉬운 것부터 자신을 살피는 작업이다.

 

유식삼심송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유식 3)

 

불가지집수(不可知執受), 처요상여촉(處了常與觸), 작의수상사(作意受想思), 상응유사수(相應唯捨受), “아뢰야식은 그 작용을 알 수 없고, 집수와 처()와 요()의 작용도 알 수 없다. 항상 촉()과 작의와 수()와 상()과 사()로 더불어 상응하되, 오직 사수(捨受)로만 한다.”

 

아뢰야식은 작용이 미세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범부의 식견으로는 알지 못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꾸준히 마음공부를 이어가면 조금씩 아뢰야식의 종자들을 통찰하게 되고 마침내 자유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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