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학문의 장"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생명교육전문가 과정 2020학년도 후기 신입생을 추가모집합니다.

 

생명교육전문가 과정은 "명상 + 심리상담 + 생명윤리가 통합된 과정"입니다.

자기성찰적 학술과 실천의 응용학문 / 수행과 돌봄이 하나된 실천학문 / 명상수행과 상담의 접목 / 불교와 현대심리학의 통합

*졸업생 및 재학생들이 연구활동가, 교육지도자, 상담가, 호스피스 봉사자, 명상지도자, 연극활동가, 시민특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집공고 및 원서배부: 홈페이지(www.mahaedu.org)

-원서접수 : 2020년 -원서접수: 2020.7.15(수)~8.31(월)까지

-모집과정 : 생명교육전문가 과정 (4학기)

-지원자격 : 제한 없음(의료,철학,교육,사회복지 전공자 및 NGO 활동가 우대)

-접수방법 : 방문 또는 이메일 (grad.mahabodhi@daum.net)

-입학문의 052-255-8521,8523 / 010-4656-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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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는 매 학기 기말세미나가 열리는데 매번 학생들의 발표와 토론, 교수님들의 피드백이 인상 깊게 가슴에 남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 2020학년도 1학기 기말세미나는 매우 경사스럽고 감명 깊었습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수업이 줄어들어 학생들과 교수님들 모두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오히려 재학생들의 발표 수준이 더욱 높아진 데다 5학기생 전원이 석사 학위를 받고 기말세미나 발표에 참여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경사스러운 날에 졸업생들(석사 및 전문가과정)도 오셔서 선후배간 얼굴을 익히고 따스한 안부를 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며 여러 분들이 맛난 간식도 후원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누리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지만, 그러한 시간들에서마저도 우리를 더욱 깊은 배움과 앎으로 이끌어주는 역동이 될 수 있음을 알아차리게 하였던 기말세미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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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대학원에서도 졸업식과 입학식을 취소하였고 한동안 대면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우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학생들의 학구열이 높아 학생들간의 연구 소통이 활발하고 학생들과 교수님과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잘 이루어져 사제관계가 매우 돈독한 편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온라인 수업 때도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4월 말경, 대면수업 진행이 확정되면서 드디어 신입생들과 선배들의 반가운 만남, 그리고 교수님과 학생들이 오랜만에 만나 야외수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장소는 대학원에서 가까운 밀양 재약산의 표충사. 근대의 선지식 해산도인께서 주석하셨던 재약산 내원암, 한국에서 작은 법당으로 알려진 한계암도 가보았습니다.

 

여정 동안 김경일 교수님께서 선사들의 이야기와 사찰 문화유적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해주셔서 불교 사상을 좀더 알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바깥세상은 코로나19로 어수선하지만 4월의  산천은 티없이 고운 아이들 얼굴이었습니다. 오고가는 길도 정비되어 즐거웠습니다. 좋은 기운도 받고 마음도 맑게 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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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는 정규 학과과정에 포함된 명상수업 이외에도 집중명상을 실습할 수 있도록 매학기 명상특강을 진행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티(sati) 명상은 붓다께서 설파하신 해탈 수행법의 하나로 마음근육을 강화시켜주는 수행법입니다. 

 

올해에는 1월 초 겨울방학 때 붓다빨라 스님을 모시고 사띠명상 특강을 진행한 데 이어 6월에도 대학원생, 정토마을 공동체 스님들, 외부 신청자들을 모시고 사띠명상 특강을 진행하였습니다.

 

붓다빨라(본원) 스님은 인도 델리대학교 교수이자 김해 다보선원장이십니다. 오래 전 통도사 출가 후 인도 붓다가야 등지에서 계를 받고 수행 정진하셨으며 미얀마 마하시 선원에서 수행지도법사로 인가받아 인도와 한국을 오가면서 수행과 수행지도 중이십니다.

 

붓다빨라 스님은  늘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시며 특유의 커다란 웃음소리로 마음을 유쾌하게 해줍니다. 붓다빨라 스님은 칠판 가득 판서를 하시며 명쾌한 이론 설명을 해주신 것은 물론, 가부좌 방법에서부터 좌념, 행념, 생활념 등을 몸소 보여주고 가르치면서 함께 명상에 들도록 지도해 주셨습니다. 

 

참가자들 모두가 삶 속의 수행을 배우면서 마음 근육의 탄력성, 마음에너지 보충하기, 마음 오염원 제거하기, 마음 비우기, 마음 채우기, 마음휴식, 자기성찰 등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하루를 온전히 명상으로 채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방역에 적극 협조해 주시고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쓴 채 명상수행에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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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무료시민특강을 엽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면 공개강연을 열지 못하다가 초중고 및 대학 등이 등교수업을 재개한 6월이 되어서야 일정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강사이신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김경일 주임교수의 강연 주제는 "마음의 병은 왜 생기는가". 1강 <현대심리학적 입장>, 2강 <불교심리학적 입장>으로 소주제를 나누어 진행하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삶의 방식을 예전처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오히려 자신을 성찰하는 많은 분들이 계신 덕분인지 특강 주제가 공개되자마자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매우 많으셨습니다.

 

사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많은 분들이 특강에 참석하셨겠지만 엄격한 방역과 예방수칙에 따라 실제로는 소수 인원을 모시고 특강을 진행하였습니다. 특강일 전 참석자들께 코로나19 관련 예방수칙 및 당부사항을 전달하였고 강당 방역 및 참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발열체크를 하였으며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1~2미터 간격을 유지하고 특강을 들었습니다. 

 

평소 때는 차와 맛난 간식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가졌었는데 때가 때인지라 생활거리두기를 위하여 간식도 각자 책상에 놓아드렸습니다. 이날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불교호스피스 전문병원인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기념품을 주셔서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드릴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김경일 교수님은 1강에서 서구의 다양한 현대심리학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고, 2강에서는 잘 정리된 <불교, 석가 세존의 가르침>을 설명하셨습니다. 특강 중에 기억에 남는 한 구절을 되새기면서, 무사히 마친 봄 무료시민특강을 추억해 봅니다. 

"너희들 살아보니, 고통스러울 때가 있었지?" 
"네, 산다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음이 병, 걸린 것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의 아픔을 인정하고 달래고 어루만져야 합니다.  
성장과 성숙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_()_

(다음 특강은 가을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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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9)

- 사람과 강아지 -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강아지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성질을 지닌 것은 아니다. 아주 순해서 사람을 잘 따르는 시츄나 말티즈 같은 것도 있고, 양떼를 감시하는 데 적합한 콜리라는 강아지도 있고, 주인에게 유난히 충성심이 강하고 용맹한 진돗개도 있고, 사냥을 잘하는 세퍼드도 있다. 강아지라 하여도 타고나는 근본 성품에는 차이가 있다. 근본 성품은 훈련을 통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 이미 타고나는 것이다. 유식학에서는 사람이 타고나는 근본 성품을 본유종자(本有種子)라고 말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경험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종자를 신훈종자(新勳種子)라고 한다. 훈련을 통해 강아지의 성품을 어느 정도는 바꿀 수 있듯이 사람도 교육과 경험을 통해 근본 성품을 어느 정도는 바꿀 수가 있는데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을 신훈종자라고 한다.

 

강아지를 성품의 유형에 따라 구분 지울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능력이나 성품에 따라. 천재, 수재, 범재, 둔재, 등 지능지수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착한 사람, 악한 사람, 신중한 사람, 급한 사람, 명랑한 사람, 우울한 사람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심리검사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MBTI라는 성격 검사는 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융은 사람의 성품(심리적 기능)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사람이다. 태어날 때 이미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구분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근기(根機)라는 말은 불교에서 수행이나 공부를 할 때 사람의 성품의 정도를 나타낼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상근기(上根機), 중근기(中根機), 하근기(下根機)라고도 하는데 선수행이나 화두수행은 상근기의 사람에게 더욱 적합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은 성품의 정도에 따라 알맞은 공부가 있고 행동에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초기 기독교의 그노시스 학파에는 사람의 그릇을 영적 단계, 정신적 단계, 육체적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하기도 했다.

을 믿는 자가 모두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영적 단계에 이른 사람만이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 학파는 모든 사람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독교 주장에 밀려 지금은 역사의 책갈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신을 믿기만 하면 누구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인간의 자기반성과 자정 노력을 오히려 소홀하게 취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유식학에서는 인간의 근기(종류)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이른바 오성각별설(五性各別說)이 바로 그것이다. MBTI 검사의 16가지 성격유형은 좋다, 나쁘다라는 우열의 구분이 아니라 유형, 즉 종류의 구분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유형에 대한 그노시스 학파의 3가지 구분과 유식학의 5가지 구분은 뚜렷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단계별 또는 성품의 수준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첫 번째가 보살종성(菩薩種姓)이다. 최상의 근기로서 장차 보살이나 부처가 될 성품을 말한다. 물론 씨앗이 그러하다는

것이지 수행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보살에 이른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성품을 지닌 사람들은 타인을 돕는 것이 즐겁숙한 사람들이다. 보살의 이타행이 몸에 익어서 자신의 이익보다도 타인을 돕는 일에서 더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가 있다.

 

 

둘째가 독각종성(獨覺種姓)이다. 스승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수행을 해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차별성을 극복하고 무아에 이를 수 있는 사람, 아라한의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다.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수준, 알아차림이 가능한 수준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가 성문종성(聲聞種姓)이다. 올바른 진리와 법을 배우고 들어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성품이다. 혼자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배워야 가능한 사람들이다. 수준이 조금 낮지만 세상에는 배워도 안 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면 이 단계도 결코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넷째가 부정종성(不定種姓)이다. 아직 성품이 정해져 있지 않는 상태이기에 노력하면 성문종성으로 올라갈 수도 있고 노력하지 않고 염정심(번뇌의 마음)으로 살면 무성종성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좋은 인연을 만나야 한다. 좋은 스승, 좋은 도반을 만나면 진리의 길로 나아갈 수가 있지만 배우려는 의지가 없으면 불법의 진리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는 사람들이다.

 

 

다섯째가 무성종성(無性種姓)이다. 불성을 갖추지 못한 성품이다. 가장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범죄를 일삼고 남을 롭히는 것을 즐기는 일종의 반인격적 성격장애자들이다.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사람들은 불법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대승불교의 교의에는 일체중생 개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이는 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씨앗을 지니고 있다는 가르침이다. 무성종성의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유식학의 가르침과는 모순처럼 보인다. 이러한 불일치를 학문적으로 따져서 하나로 통합하려는 노력은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부질없는 헛수고일 뿐이다. 양자를 모두 수용해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각각의 가르침의 근본을 받아들이면 된다.

 

 

개유불성은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근본 종자 속에는 부처가 될 씨앗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타고난 근본종자를 바꾼다는 것은 단순한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생을 통해 닦고 또 닦아야 가능한 일이다. 두 가지 이론의 모순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품을 살피고 한 단계 위로 올라갈 노력을 하는 것이 현명한 사람들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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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김두환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2020년 6월 21일은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는 하지이자 오후 3~4시경 부분 일식이 예정된 멋진 날입니다. 일요일이기도 한 이날 만나기로 한 분은 생명교육전문가 과정을 밟고 계신 대학원생 김두환 선생님입니다.

 

원래 대학원의 수업은 토요일에 진행되고 김두환 선생님은 먼 지역에서 통학 중이셔서 그 동안엔 좀처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날 특별히 붓다빨라 스님의 사띠명상 특강이 열리고 김두환 선생님도 참석을 하셔서 점심 때 시간을 내어 잠깐 만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두환 선생님은 평생을 교직에 몸담고 계시다가 정년퇴임한 이력이 있으십니다. 남다른 탐구심과 학구열로 첫 학기 기말세미나 때부터 칠판 가득히 판서를 하면서 열정적으로 발표를 하여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셨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영남알프스 산들로 둘러싸인 카페에서 음악처럼 그윽한 차향기를 마주한 채로 김두환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벌써 생명교육전문가 과정 3학기네요. 이번 학기 어떠셨는지요? 지금 서울에 계시니 이번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수업을 진행하다가 대면수업을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었죠. 

사실, 출석을 많이 못했죠. 수업에 참여한 날이... 제가 또 그 사이에 수술까지 했으니까, 한 2주 정도 되나 싶네요. 그 수업 자체도 빠졌었거든요.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집중이 안 되었던 학기이기도 해요.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학기가 아니었는가 해요. 그것을 우리 불교와 관련된 생각을 코로나19와 연결해서 할 수 있었거든요. 제가 공존(NGO 생명교육 네트워크_공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우리 연구과제와 연결해 보면, 우리 인류가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인 것이 아니라 원래가 원래가 그런 것이 아닌가. 이번 학기는 이러한 것을 일깨워주는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NGO 생명교육 네트워크_공존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2017년 10월 14일 설립한 비영리단체로서 인류와 일체 생명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함께 존재할 수 있도록 생명 교육을 통해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존의 주요사업으로는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무료시민특강, 어린이명상수업이 있으며 멤버들도 각 분야에서 연극 활동, 명상지도자 활동, 호스피스 활동, 교육지도자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선생님은 공존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계시죠. 거기에서 연구하고 있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요.

현재 자료수집 단계에 있어요. 지금까지 진도 나간 것을 보면, 일단 지금까지는 연구자들이 종교 위주로 공부를 했거든요. 기독교, 유교, 천주교를 세 사람이 나누어서 기본적으로 공부를 하고, 인간교육 또는 생명교육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어요. 종교 자체가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 없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니까 당연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다음이 우리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정리할 단계였는데,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연구자들이 서로 만나지를 못했죠. 거기에 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또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요. 세 사람 다 불교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려고 했거든요.  생명교육과 관련된 교리를 한번 찾아보자라고 했는데, 결국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전염병 사태가,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거죠. 계기가 되고 동기를 주었어요. 

늘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연기론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혼자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제가 전에 기말세미나 때도 발표를 했었지만, 용기를 가지고 했었는데, 연기란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하나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 하나의 행동이 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얘기죠. 나의 존재와 세계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불교의 연기론이 말해주는 것이고, 최근의 이 (코로나19) 사태는 진짜 그것이 전부임을 증명해준 거예요. 


 

 


● 지난 학기 기말세미나 때 선생님께서 12연기(緣起)를 주제로 정말 열띤 발표를 하여 박수를 받았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판서를 하시면서 정말 열정적으로 하셨죠.

원래는 연구내용을 정리하여 책을 발간할 계획이었는데, 올해엔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 올 거예요.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공존의 구체적인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그 바탕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연구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  

혹시 아시는지요. 종교계가 생명윤리에 대하여 선언을 한 것이 있더라구요. (네). 우리와 아주 유사한 내용인데, 자살예방을 위한 것으로 기억해요. 모든 종교가 거기에 다 참여했고, 그 선언문을 각 사찰에 보냈다는 뉴스였어요. (2019. 6. 18. '생명 살리기,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인 선언') 말하자면, 이미 우리나라 종교계가 자살을 먼저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한 거죠. 이미 만들어진 이론도 한번 찾아볼 필요가 있어요.

 


● 선생님,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시게 된 동기가 있으셨나요.

2019년 1월이었어요. 정시모집이 끝났을 때죠. 그때 제가 갑자기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이미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알고 있었거든요. 초파일에 정토마을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모셔오는 행사를 할 때 (2016년) 석남사에 갔다가 집사람하고 들른 적이 있거든요. 진신사리 친견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받은 많은 홍보물 중에 대학원 것이 있더라구요. 원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랬는지 '아, 여기는 대학원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2019년 1월달의 상황이 굉장히...

2012년 봄에 학교에서 퇴직을 하고 7년쯤 되는 기간 동안에 뭔가 하려고, 나름대로 마지막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도 안 되는 것 같았어요, 그게. 뚜렷하게 눈에 보이게 뭐가 안 된다, 사업이 안 된다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의 정리가 안 된 것 같았죠. 거기에다가 집사람이 서울의 아이들 집에 올라가 버리고 혼자 있는 상태였었고, 아이들 집에도 걱정거리가 있는 상태 등등이 내 인생을 정리하는 데 상당히 방해? 어려움을 준 것 같아요. 

그래서 무엇인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찰라에, 사람마다 다 해결방법이 다른데, 공부를 해야 되겠다. 그냥 공부가 아니고 바로 내가 70 넘어서, 그때 나이가 일흔하나였거든요. 우리나라 나이로. 정리를 해보자. 평소에 내가 좋아했고 또 공부하려고 했던 불교 공부를 해보자. 그럼 혼자서 할 수 있는가, 그건 아닐 거다. 분명히 사람 사이에 들어가서  공부를 해보자 하는데, 딱 생각난 것이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보자, 가보기 전에 전화를 했지요. 

전화를 할 때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한 뒤입니다. 아마 오지 말라고 해도 갔을 거예요. (웃음) 그래서 들어간 거예요.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내 나이 또래는. 

그러나, 저는 70이 넘으면 굉장히 평화스러워질 줄 알았어요. 공자 말씀에도 70이 되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거침이 없다고 논어에서 이야기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더라구요, 이게. 솔직히 이야기하면, 소위 말하면 분노라든가 또는 욕심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는 거예요. 욕심은 뭐, 그리 욕심은 없었지만은, 작은 욕심도요. 그런데 분노라는 것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늙어가는 내 자신이 변하지 않는 모습에 제가 실망을 한 거예요. 사람이 이렇게 못났나. 누구나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느꼈어요. 좀 모자란다. 하~ 좀 멋지게 늙을 수 없나.  

제가 원래 약간은 그런 기질이 있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도 아이들에게 생활지도를 할 때 내가 가진 인격을 가지고 지도를 못했을 때 굉장히 어려움을 느꼈어요.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이런 아이들도 있고 저런 아이들도 있고, 말 잘 들을 수도 있고 그런데, 그걸 자꾸 내 인격과 연결시켜서 힘들어하는 거예요. 

아마 70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역시 그랬을 것 같아요. 70이 되면 사람다워야지 왜 그 모양이냐, 이런 게 아마 마지막이라도 정리를 해야겠다는 동기를 갖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해요. 

 


●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 어떠셨나요? 대학원 공부가 도움이 되고 계신가요?

대학원에 올 때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 열심히 해야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이게 마지막이거든요, 마지막. 무조건 열심히 해야지. 특히 이것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는데, 그리 안 보였어요? 하하.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대학원에 가면 나보다 젊은 친구들과 공부를 공부답게 하는 분위기를 한번 만들어 볼까? 이런 생각도 했어요.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일도 있고, 석사 학위는 딴 바이고, 분위기는 제가 알거든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게 문제가 아니고, 다시 대학원에 들어간다면 정말 학우들과 학문이랄까 불교 공부를 정말 열심히 토론하고 공부하는, 그런 대학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제가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조금은 의도적으로 했죠, 하하하. 대학원생들이 활발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습니까. 

 


● 벌써 한 학기만 남았는데요, 아쉬움은 없으신지요? 작년에는 대학원 공부 이외에도 같은 재단인 마하보디교육원에서 불교논리학 공부도 하셨는데요.

불교논리학 이야기 좀 할까요? 사실, 내용은 우리나라 책 가지고 그냥 공부하면 다 있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티벳인들이, 티벳불교에서 어떻게 공부를 시키느냐, 불자들뿐만 아니라 스님들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보면서 저는 놀랐습니다. 제가 교사잖아요. 딱 앉아가지고 강의를 듣고 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모습입니다. 

(티벳 논리학 특유의 토론방식인 딱셀에서처럼 손벽을 치고 발을 구르는 시연을 하면서) 이런 모습들, 그리고 몸으로 행동을 하잖아요, 그렇죠? 그걸 잘 응용하면, 한국의 교실에서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티벳 논리학에서 손벽을 치고 발을 구르는) 그런 행동들이, 토론의 결과로서 그렇게 한다고 알고 있거든요. 티벳에 가면 군데군데 토론팀이 모여서 다 이렇게 손을 치고, 그 얼마나 다이나믹하고 매력적인 동작입니까. 그래서 공통적인 어떤 결론이 났을 때 진짜로 지식이 되는 거죠.

또한 티벳 논리학의 1구, 2구 같은 형식들도 소위 집합 개념을 가지고 하는데, 개념이 명확해진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한국) 스님들도 적응을 잘 못하잖아요. 그건 개념이 정확하지 않다는 의미거든요. 티벳 논리학의 그 방법이 정말 좋았어요. 

우리가 티벳어를 한국 말로 알 수만 있다면, 티벳 스님들이 티벳어를 쓰지 않고 바로 강의를 하실 수 있다면 굉장한 성과가 있을 거예요. 지금은 통역 과정이 정말 기니까 뭔가 안 맞지만, 티벳 스님들이 우리말을 완전히 배웠을 때 그 수업 방식은 최고가 될 거예요!

 


●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저는 늘 모자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가 원하는 바가, 내게 주어진 것들이. 어찌 보면 욕심일 수도 있는데, 늘 좀 모자랐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아 정말 멋진 선물이다라는, 말하자면 엄청나게 오랫동안 기억나고 잊을 수 없는 그런 감동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늘 모자람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사람들이 흔히 결혼을 했다, 아이를 가진다 등등을 말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대단해 하지 않고, 보편적 생각을 가지고, 별 흔들림이 없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인정 없는 사람. 물론, 작은 기쁨들이 늘 있어 왔죠. 그런 하나를 딱 꼬집어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모든 그런 것을 다 뛰어넘어서 정말로 멋있다,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어제 저녁에 생각을 해보았는데, 어떻게 마음을 한 단어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은 직접적인 직유로서는 안 되지만 은유로서는 되니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 저는 마음을 '내 손자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손자가 두 놈 있는데 그 중에 한 놈, 그 놈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아이 마음을 알 수 없거든요. 알고 싶은데, 정말 모르겠는 겁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마음을 모르듯이, 일반적인 마음이라는 것도 그럴 것이다. 

특히 불교 공부를 하면서, 유식 공부를 하면서 마음이라는 건 정말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이것 때문에도 끊임없는 고민과 어떤 지적 호기심이 지금 계속 생기고 있거든요. 정말 마음을 모르겠는데, 지금 현재는 '우리 그놈이다'. 모르는 거니까. 그놈 마음도 알고, 진짜 보편적인 마음도 아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하하하.


●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이왕 오신다면, 대학원에서는 선생님들이 다 가르쳐주시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걸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교수님들이 끌어주시는 방향대로 공부를 하시되 이왕 오신다면, 우리가 취업을 위해서 오시는 분들은 없잖아요. 마음을 알기 위해서 오는 분도 있고, 마음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 오시는 분도 있고. 진짜로 한 2년 동안 몰두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대학원의 학위는 기본적으로 학문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것도 공부하시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졸업하고 어디를 가든 논문 한편은 척척 써낼 수 있는, 연구보고서를 써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가면 어디 가서든 그 능력이 아마 쓰일 수 있고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난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또 공부를 하시게 되면, 박사를 하시더라도 기본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논문은 다른 것과는 좀 다르잖아요. 그렇죠? 그 능력을 딱 자기 것으로 갖추고 간다면 공부하기가 얼마나 쉬워요? 대학원은 그것을 하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냥 공부는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 끝을 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리고 싶네요. 

 

 

● 바쁘신 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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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최경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포근한 날씨가 많은 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2학기 기말세미나를 앞둔 어느 겨울날,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나 포근해서 바람마저도 봄날처럼 따사롭게 느껴지던 그날, 대학원생 최경희 선생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학기 중엔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을 듣느라 바쁘고 평일엔 평일대로 개인상담 일로 바쁘게 지내시는 최경희  선생님이기에 만남이 몇 번씩 연기되곤 했었거든요.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는 대학원에서 멀지 않은 울주군 상북면의 아름다운 한옥 카페입니다. 영남알프스가 이어지는 아늑한 산길 언덕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한옥 카페는 평일인데도 차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많았고 바깥날씨도 따듯해서 우리는 한적한 정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커다란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오후의 햇살이 내리비치는 그곳에서 우리는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최경희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윽한 커피향처럼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요?

 

요즘 네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하는 일 부분은 개인상담이구요. 그밖에 다른 일은 별로 없어요. 잘 쉬고 있어요.


-네 가지 일을 하신다고 하셨는데요. 대학원 공부까지 포함하면 다섯 가지 일을 하고 계시네요? 가장 애착을 갖고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개인상담요. (잠시 침묵)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상담을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예요.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시작했구요. 그렇게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어요. 그런데 내담자들을 생각하니까... 얼마 전에 자살 시도를 했던 내담자도 있었구요. 힘들었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니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눈물이 나네요. 상담을 할 때 같이 울기도 해요. (계속 눈물) 맨날 울지는 않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데 있었던 일을 물어보시니까 갑자기...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그렇죠. 상담을 시작하고서, 음... 상담을 먼저 시작했다기보다 마음공부를 먼저 시작했죠. 그러다가 상담 분야를 알게 되었구요. 학부 1학년 때부터 태롯(tarot)이 손에 잡혔죠. 그러다가 불교 쪽이 자기를 바라보는 데는 가장 맞는 것 같았고 저하고도 맞는 것 같아서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온 거예요. 대학원에 들어와서는 제가 몰랐던 것들에 대해 좀더 고민을 할 수 있었고 사람의 균형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의 심연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죠. 저에게는 이 대학원에 오게 된 게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대학원에 들어와서 불교를 학문적으로 배우게 되신 건가요?

 

저는 초파일에 한번 절에 가는 정도? 그 정도였고 교회는 편하지 않은 사람. 누가 종교를 물어보면 불교예요라고도 하고, 무교라고도 하고, 그냥 그 정도였어요. 저는 불교를 학문이라기보다는 불교 = 삶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불교를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나를 알고 싶어서 불교 쪽 관련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게 된 거죠. 아직도 깊이 있게 공부하지는 못했지만요. 나를 알고자 불교 공부를 시작했는데, 인간을 알게 되고 나아가서는 우주 전체를 이해하게 되는 역할을 불교가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편안해졌어요. 도움이 많이 되었죠. 개인상담에도 도움이 되구요. 상담에도 불교를 접목해서 개인상담 때 명상을 시도하기도 해요. 내담자와 같이 명상을 하기도 하고 숙제로 과제를 내주기도 하죠. 그러면 명상에 관심도 없던 내담자가 명상 동아리에 가입을 하여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래요.


-이제 논문학기만 남으셨는데요, 졸업 후 계획이나 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 부분은 아직까지도 고민이긴 한데요. 처음에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개인상담센터를 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랬는데 지금 현재 상담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많고, 상담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그리고 상담센터를 차리시는 분들도 많은데 문을 닫는 분들도 많으세요. 주변에서 그런 일들을 보면서 때때로 고민을 좀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지금 하고 싶고, 내 양심에 맞는 일을 하면 세상이 나에게 시키는 일이 올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죠.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을 하나 하나 해나가는 것,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제가 중학생 학생회에서 활동을 좀 하다가 결혼해서 민간복지기관에서 일을 좀 하다가 민간복지기관의 장이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이어서 그분하고 일을 같이 했었어요. 앞에 나가 노동운동을 같이 했다기보다는 연결된 일들, 행사나 집회 있으면 한번씩 가고 그런 정도였죠. 제 생각도 그런 쪽을 띠고 있죠.

그분은 선두에서 리드하는 그 모습과 함께 인품이 넉넉하셔서 뒤에서 또 끌어안는 부분도 넉넉하셨어요. 저는 정치인에 대해서 안 좋은 말만 들었었는데, 제가 그분 밑에서 직접적으로 일했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물론 사람이니까 실망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분은 아우르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주변에 그분을 존경하는 분들도 많았고 저 또한 그랬었죠.

제가 선택은 해왔지만 항상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구나, 공동체가 있고, '함께'가 있고, 그걸 중심으로 내가 선택하고 움직였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그분도 사람이 먼저인 분이었고 공동체가 먼저인 분이었어요. 대학원에서 만난 김경일 교수님 또한 마찬가지구요. 김경일 교수님 수업 때 저는 맨 앞에 앉거든요? 김경일 교수님 강의 때면 너무 좋아서요. 솔직히 대학원 수업 중에 김경일 교수님 수업이 제일 좋아요. 제가 웃음이 떠나질 않죠. 교수님도 아실 거예요. 하하하.

첫 1학기 끝나고 강의평가 때 제가 뭐라고 평가했느냐 하면요, 김경일 교수님 강의는 정말 물 흐르듯 흘러간다, 이런 강의는 처음 들어본다고 적었어요. 그런데 정말 김경일 교수님은 한결 같으세요. 위트도 있으시구요. 김경일 교수님 너무 좋아하죠.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첫 마음이 기억나시나요?

 

입학했을 때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어요. 내가 상담을 하면서 불교 쪽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상담에 접목하리라. 내가 실력이 된다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거죠. 내가 하는 일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다면 널리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겠다, 그런 프로그램을 한번 만들어보겠다라는 큰 포부를 안고 왔었죠, 하하하.

제가 개인상담을 하면서 내담자들과 명상을 하고 과제를 내주고 있어요.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설명을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깊이 알고 제대로 알아야 그 사람에게 맞게끔 설명을 해줄 수가 있어요.

알아듣기 쉽게요.

그래서 상담 때 제가 아는 선에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끔 '유식'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거나, 우리 불교 쪽 용어로 '아뢰야식'이라든가 이런 것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죠. 아직 프로그램을 만든 건 아니지만 불교를 접목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현대 상담이론들이 많이 있는데, 저는 서양에서 온 이론들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우리나라의 불교적인 것이 너무 좋아서, 점목하고 싶어서 조금씩 활용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구체화되겠죠.


-대학원 생활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학교생활하면서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 제일 좋았죠. 학교 가는 토요일이.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 음... 정말 하고 싶은 걸 배우러 가니까요.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하는 편이었구요.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1학기 때 야외수업을 갔을 때예요. 통도사 암자를 몇 군데 돌았거든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죠.

그 다음은 기말세미나예요. 세미나 때 같이 공부했던 선배님들, 동기들이 공부했던 것을 설명하고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도 세미나 발표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고민해가면서 준비했던 것들. 그게 제 기억에 남네요. (박수가 많이 나왔지요). 이곳엔 정말 공부가 많이 된 분들이 오시더라구요, 저 빼고. (웃음)


-이제 논문학기 한 학기가 남았는데요, 대학원 생활에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올해는 개인적으로 따로 공부한다고 부득이 한달에 한번씩 주말에 수업에 빠졌는데요. 그쪽에 가서는 채워지지만, 이쪽에서는 수업에 빠지고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그것이 좀 아쉬웠었죠. 더 깊이 공부를 하고자 했던 욕심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10년 후의 모습은 어떠실 것 같은가요?

 

일단 아이들은 20대 후반이고 자기들이 알아서 할 거구요. 저는 아마도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아... 갑자기 또 훅... (눈물) 최고의 선물은 태어난 거죠. 저는 예전에 힘들었을 때는 왜 태어났나,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 때문에 지금 상담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 건데요. 지금 몇 년에 걸쳐서 나를 만나고 보니까, 나를 알게 되니까 세상에 태어난 것이 너무 감사해요. (그때 상공에 까마귀가 나타나 "까악까악" 울음) "맞아, 맞아" 하하하.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태어난 것도 감사한데 제가 만난 모든 인연들, 모든 상황들. 정말 나에게 이런 일이 왔을까, 그때는 그것이 너무 힘들고 부정하고 싶었는데 그 일들이 나를 키웠더라구요. 나를 성장시켜 주었고, 이 세상을 알게 해주었고, 나를 알게 해주었고. 아직 다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나에게 온 모든 것들에게 또 감사하죠.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아... 갑자기 또 훅 들어오네요. 마음... 마음은 나의 세상, 내가 생각하는 세상. (손으로 저수지를 가리키면서) 저 물과 같은 것 같아요. 세상을 그대로 비추어 주고, 나무를 그대로 비춰주고, 그림을 그대로 비춰주고. 그런데 그 마음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그대로 비춰지는 사람도 있고, 그대로 비춰지는 것에 자기 것이 들어가면 그대로 세상을 볼 수 없죠. 그래서 제가 갖고 싶은 마음을, 세상을 그대로 비추는 물과 같은 마음이죠. 그래서 제가 마음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그걸 위해서. 그 마음에 머물고 싶어서.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너무 잘하고 계셔서요. 후배님들 보면 오히려 제가 배우거든요. 우리가 후배였을 때 선배님들이 저희한테 했던 말씀들이 있어요. 정말 칭찬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우리 기수들이 후배를 보면 또 그 마음이 드는 거예요. 어떻게 저런 생각들을 하지? 야, 공부 많이 한다. 잘한다. 선배님들이 저희들 볼 때 해주신 말들이 이 마음이었구나, 그냥 이쁜 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대학원에서 맺은 인연들인데 저 또한 선배로서 후배한테 이 길에 있어서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뭔가 물어오면 내가 아는 선에서 답을 해주고 싶고 도움을 주고 싶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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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대학원 학식

우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모든 학생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구내식당(공양간) 무료개방은, 같은 재단인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불교호스피스 전문병원)의 환자 가족분들을 위해서 밥 한끼라도 따듯하게 드시도록 무료로 개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내식당은 대학생들, 교육생들, 환자 가족분들, 방문객들까지 늘 많은 분들로 북적거립니다. 원주를 맡고 계신 태감스님의 세심한 정성과 공양주 세분의 깊은 손맛, 정토마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상추, 쑥갓, 고추, 오이, 가지, 깻잎 등 신선한 먹거리로 가득한 마하보디 학식. 우리 대학원에 오시면 꼭 맛보고 가세요~

정토마을 원주 태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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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선택] 기회와 희망의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교육, 행사, 세미나 등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2020학년도 대학원 신입생 추가모집]
-모집과정:
1) 석사과정 (명상심리학 전공/5학기)
2) 생명교육전문가 과정 (자격제한 없음 / 4학기)
-원서접수: 2020. 1. 8(수) ~ 1. 14(화)
-문의 052-255-8521,8523 / 010-4656-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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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가을야외수업 : 불교 기초교리 2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는 매 학기마다 김경일 주임교수님과 함께 야외수업을 갑니다. 올해 1학기에는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에서 명상수업을 진행하였고, 2학기에는 경주 남산으로 야외수업을 다녀왔습니다.

경주 남산은 신라 법흥왕 때부터 부처님이 상주하는 신령스러운 산이자 불국토(佛國土)로 알려진 곳으로서, 우뚝 솟은 큰바위 곳곳에 수많은 마애불상들이 새겨져 있어 지극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야외수업 주제가 "불교기초교리"이기에 더욱 의미 깊은 장소였답니다.

야외수업 날, 서늘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경주 남산 삼릉에서 출발하여 삼릉계곡으로 들어서자 삼국시대로부터 천년의 세월 동안 숱한 비바람을 꿋꿋이 견뎌온 남산의 마애불들이 나타났습니다. 잔잔한 목소리로 마애불에 새겨진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가운데 상선암에서 바둑바위까지 아름다운 여정이 이어졌습니다.

오후에는 금오산방에서 편안히 앉아 차도 마시고 "불교기초교리 2"를 공부하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을 즐겼습니다. 우리의 배움은 야외에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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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연극“무제”(부제: 생으로 부터의 침몰) 공연을 마치고

 

윤정숙 (전문가과정 졸업 / NOG 생명교육네트워크 공존 활동가)

 

어차피 썩을 몸뚱이 무슨 미련이 그리 많다고..... 어리석은 양반

1025()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10주년 기념식에서 공연한 연극 무제에서의 나의 마지막 대사이다. 살면서 나는 미련이 많을까?

연극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것일 뿐이라는 연출가님의 말씀에 끌리어 시작한 연극하는 사람들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연극은 낯선 것이 아니라 감을 잡을 수 없는 혼동이었고 정해진 공연날짜는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단원이 몇 명 안 되는 인원인지라 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선택에 대한 후회마저 생겼다. 그러다 조금씩 자기 역할을 잡아가는 동료를 보며 감탄과 희망이 생겼고 우리는 조금씩 적응하고 성장하게 되었다. 길을 걸으면서 중얼거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 몸짓을 연구하고, 전화로 대사를 주고받기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뿐인 모임 시간을 보충하였다.

연극 생초보들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 무대에 세워야 했던 연출가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참 막막하셨을 텐데 혼자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우리 배우들에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주시고 한 편으론 자만심을 경계시키셨다. 연출가님은 공연 2주 전의 마음가짐, 1주 전 준비, 공연 직전의 자세 등 꼭 필요할 때 정확한 지적을 해주며 이끌어 주셨다. 배우는 한 사람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자기만 생각하면 안 되고 전체 속에서의 자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틈 날 때 마다 대본을 읽어야 한다는 기본까지. 그렇게 서서히 우리는 낱낱의 하나에서 우리라는 팀으로 하나가 되어 갔다.

드디어 공연 날이 되었다. 분장조차 생소한 우리들에게 연출가님이 손수 한 명 한 명 분장시켜 주실 때의 비장함, 실수하지 않으려 계속 대사를 되새기며 무대 뒤에서 기다리던 때의 떨림, 동료가 잠시 대사를 멈칫한 순간의 숨 막힌 긴장, 실수 없이 다 해내었을 때의 희열 등 모두 일심동체였던 듯하다. 배우, 스탭 막론하고.

연극내용이 어떤 가정에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라서 그런지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다. 물론 생 초보 일반인들이 했다는 데 대한 격려가 더 컸으리라. 사회자가 불러내어 무대인사로 다시 섰을 때 비로소 만감이 교차하였다. 드디어 해내었구나. 8개월 간의 불안과 고민,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기존 연극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평균나이 65세의 일반사람들이 대사 외우기부터 시작하여 전혀 생소한 일을 시작하여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보통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시간과 삶의 패턴을 내려놓고 함께 맞추어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기에. 또한 스탭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배우들은 오직 자기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음에 너무 감사했다.

우리 공연을 보신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우리가 표현한 이야기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생을 마무리 할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으리라.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10주년 기념식을 마치고 참석한 세계호스피스·완화의료의날 기념 음악회에서 남자의 자격팀의 함창을 보고 들으며 합창이나 연극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휘자의 손길에서 아름다운 화음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연극은 연출가의 손으로 어우러지는 구나. 각자의 개성을 죽이기도, 부각시키기도 하면서.

그 나이에 연극이라니?” “그 멀리까지 연습하러 가느냐?”는 핀잔도 이겨내었고,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극복하였다. 함께하는 속에서 자신을 죽이고 남을 받아들이는 것도 배웠다. 긴장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는 경험도 소중했다. 늦은 나이라고, 어려운 일이라고 주저하는 분들께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다. ‘가슴이 뛰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시도해보시라

내 인생에 이런 기회를 선택한 내가 대견스러우며 함께한 모든 분들께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연극에 참가하여 공연까지 한 것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동료들은 이런 소감을 말하였다.

삶 자체가 연극인 것 같다."

마치고 나니 안도감, 환희심이 나더라. 우리가 화합이 잘 되었고 개개인의 특성이 어우러져서 마무리를 잘 한 것에 기쁘고 감사하다. 요즘은 TV를 보면 연기를 분석하게 되고 생활에서도 연극과 연계시키게 된다."

내가 할 때는 그저 그랬는데 다른 분 하시는 것 보면 맘이 짠하고 울컥했다.”

주제를 잘 잡았다.”

각자 자기 역할을 참 잘해주었다.”극단 운영의 어려움을 절실히 느꼈다.”

도와주어야겠다 싶어 어설프게 시작했는데 갈수록 일이 많아져서 내가 잘못 들어왔구나 싶었다.”

매주 모이는 자체가 즐거웠다. 연극을 본 적도 별로 없는데 가까이서 연극 만드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고 앞으론 연극 공연을 보러 다녀야겠다.”

연출가님의 탁월한 지도력과 적절한 시간에 보조 선생님 투입으로 실력이 늘었다. 대본 몇 번 바뀔 땐 이러다 되겠나 싶었는데 역시 전문가이시다. 배울 땐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항상 좋으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안 좋았거나 실패할 때 이겨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공존 팀은 연습량은 부족하나 집중력이 좋고 공존이란 밭이 좋다. 연극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듯 서로 도와주는 모습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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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8)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불교 수행의 목표는 성불(成佛)이다. 부처를 이루는 것이다. 불자들의 인사말 중에는 성불 하세요라는 말이 가장 흔하다. 또는 해탈(解脫)이라고도 한다. 묶인 것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열반(涅槃)이라고도 한다.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고득락(離苦得樂)이라고도 한다.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무아(無我)의 증득이라고도 한다. 무아의 대한 해석은 간단하지가 않다. 불법에 바탕을 둔 해석이 있는가하면 주관적인 신비한 경험을 무아라고 하는 견해들도 있다. 무아의 대한 해석은 불교교리에 대한 혼란을 불러오기도 한다. 분별심이나 차별성을 극복하는 것이 불교의 목표라고도 한다. 하나의 목표점에 대한 서로 다른 표현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정신치료 분야에서도 불교의 가르침은 매우 소중하게 적용되고 있다. 정신건강이란 관점에서 불교의 목표가 무엇인가? 또는 깨달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종교적의 본질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실존적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논의이다. 정신치료는 학문의 영역이고 또 과학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종교적인 신비한 색체는 일단 배제된다. 전생의 문제나 기도의 공덕, 또는 초월적인 정신세계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임상적인 문제들과 합리적이고 경험적인 내용을 다룬다.

 

간화선법의 체계를 마련한 대혜종고 선사께서는 서장에서 애응지물(礙膺之物), 즉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 수행의 요체라고 밝혔다. 매우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적이다. 사변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경험하는 불편함을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으면 사는 것이 불편하다. 일상의 삶이 수시로 흔들리게 된다. 속된 말로 열 받는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된다. 쉽게 열 받는 사람을 자유인 또는 도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세상살이에 걸리는 것이 없어야 진정한 자유인이다. 애응지물에서 벗어난 사람을 도인이요, 성인이요, 부처라고 하는 것이 대혜선사의 가르침이다. 공자는 나이 칠십이 되어서는 어떤 일을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했다. 종심소욕불유구 (從心所慾不踰矩) 걸림이 없는 삶의 경지를 나타낸 말이다. 걸리는 것이 없다는 말은 올라오는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사람은 경계(대상)를 만나면 마음이 움직이고 감정이 올라오게 마련이다. 원각경에는 그것을 증애심(憎愛心), 즉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라고 했다. 사랑과 미움은 인간 삶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감정이지만 호오(好惡)의 감정도 미추(美醜)의 감정도 항상 움직이게 된다. 경계를 만날 때 일어나는 감정을 참된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경험의 지배를 받는 중생들의 삶이다. 사람들은 애응지물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마음에 걸린 것들에 매달려서 불편하게 살아간다. 이미 조건화되어 있어서 걸린 것들을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정신치료적 관점에서 볼 때의 불교의 목표는 걸림이 없는 사람, 올라오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광대무변한 불교의 진리를 모두 함축한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일반인들의 실천적 수행방안으로서는 적확한 지적이다. “성불하세요라는 말보다 마음에 걸린 것들을 내려놓으세요라고 하는 말이 훨씬 살아있는 표현이다. 사구(死句)가 아닌 활구(活句)에 가깝다.

 

유식학에서는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아뢰야식이라고 이름 한다. 무시이래(無始以來)의 좋은 경험이나 나쁜 경험들을 모두 보관하는 창고를 말한다. 마음에 걸리는 것들도 이곳에 모여 있다.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역동도 많은 차이가 있어서 잘못 건드리면 폭발하는 것도 있고 약간의 불편만을 느끼는 것들도 있다. 애응지물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 때문에 걸린지를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명확하게 안다면 쉽게 벗어날 수가 있다.

 

애응지물을 자각하고 살펴서 벗어나는 것이 명상이고 수행이다. 모든 명상은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통찰하는 일이다.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자각이 없으면 변화를 추구할 수 없다. 경계를 멀리하고 대인관계를 정리하고 혼자 지내면서 자신을 살피는 작업은 안전하긴 하지만 통찰의 기회는 줄어든다. 소극적인 수행이라 할 수 있다. 귀를 막아두고 고요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진정한 고요함이 아니다. 저자거리에서 중생들과 부대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유지할 수 있어야 참된 수행자이다.

 

아뢰야식을 살피는 작업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괜히 건드려서 과거의 아픔을 되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응지물은 시간이 흐른다고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정리해야 극복되는 감정이다. 물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며 정리하지 않고 사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그렇게들 살아간다. 그러나 참 된 자기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애응지물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수행이나 명상을 인생의 진검승부(眞劒勝負)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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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대학원 학식

우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모든 학생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구내식당(공양간) 무료개방은, 같은 재단인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불교호스피스 전문병원)의 환자 가족분들을 위해서 밥 한끼라도 따듯하게 드시도록 무료로 개방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내식당은 대학생들, 교육생들, 환자 가족분들, 방문객들까지 늘 많은 분들로 북적거립니다.

원주를 맡고 계신 태감스님의 세심한 정성과 공양주 세분의 깊은 손맛, 정토마을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상추, 쑥갓, 고추, 오이, 가지, 깻잎 등 신선한 먹거리로 가득한 마하보디 학식. 우리 대학원에 오시면 꼭 맛보고 가세요~

구내식당(공양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곳이 아니라 힐링의 공간입니다

 

 

지난 9월 개강 때의 학식을 소개합니다. 아래 사진 전체가 모두 한끼 메뉴입니다~

정토마을 원주 태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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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선택] 기회와 희망의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교육, 행사, 세미나 등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대학원 정기모집] (2019. 8. 30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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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가을 무료시민특강 (선착순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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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호스피스교육 "생사의 장" 50기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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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안인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지난 여름은 정말 더웠고 잊을 만하면 크고 작은 태풍들이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곤 해서 가을학기가 더더욱이 기다려졌던 것 같습니다. 개강하자마자 추석연휴가 겹쳐서인지 아직 여름방학 중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던 평화로운 오후. 우리는 양산 통도사 가까이에 있는 갤러리카페 '스페이스나무' 로 바삐 달려갔습니다. 멀리 부산에서 오시는 대학원생 안인옥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였죠. 작은 미술관과 공연예술관을 겸한 그곳은 찻길에서 멀지 않은데도 너무나도 고요하고 아늑했고 곳곳에 놓여진 아름다운 미술품들이 힐링의 손길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였습니다. 정원에 가득 피어난 붉은 꽃무릇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마주 앉은 우리는 마치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너무나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 반갑습니다. 벌써 4학기차인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

 

기분이 너무 평온해서, 그냥 어제 가고 오늘 가는 것처럼 중간에 방학이 없이 쭉 흘러온 듯한 느낌이에요. 방학 때 바쁘긴 했죠. 내 방학이 아닌 느낌? 딸아이가 고3이라서 개학과 동시에 수시 대학입학원서를 써야 하거든요. 딸래미랑 거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어요. 8월 한달은 거의 그 일에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개강을 했으니 우선은 4학기를 잘 보내야죠. (웃음) 논문을 어떻게 쓸 건지는 이번 학기에 고민을 해보려구요. 지금처럼 수업에 참여하다가 어느 날 뭔가 직감적으로 떠오를 때!! 그런 걸, 기다리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아직은 안 떠올라서요.

 


[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

 

학교상담 자원봉사 활동을 해보니까 정말 공부가 많이 필요하고 내가 여유롭고 평온하고 굉장히 수용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지더라구요. 표면적으로 좋게 보는 시선 때문에는 할 수가 없는 게 상담활동이거든요.

 

결혼할 때 나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남편은 자기 역할을 하면서 이렇게 가정을 꾸리기를 원했어요. 남편도 나도 엄마 아빠들이 너무 바쁘셔서 우리는 좀 아이들 키울 때 신경을 써주자, 아이들이 학교 갔다 왔을 때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것들을 원했죠. 정말 부모로서 엄마로서 그렇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게 제 바람이었고 남편이 웠했던 것도 있어요.

 

그래서 그냥 암묵적으로 내가 무엇을 하든 아이들 대학 보낼 때까지는 돌봐주자는 게 남편이 원한 거고 저도 그렇게 살아왔어요. 시댁도 제가 그렇게 살기를 원했구요. 그래서 가족을 놔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내 스스로도 아이들 대학 보내고 난 이후로 미루고 있었어요. 내 일을 가지거나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었죠. 내가 뭘 할 수 있겠노 싶었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것들이 아이 양육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어요. 학교 상담 자원봉사도 학교이기 때문에 하게 되었죠. 아이들 초,중,고등학교까지요. 아이 고등학교 2학년 되니까 나도 자원봉사 졸업. 이런 식으로 딱 7년 정도만 봉사활동을 하고, 이런 식으로 주로 아이와 관련된 일만 공부하고 봉사활동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지금은 큰애가 군인이고 둘째가 고3이니까 그 역할도 빠지게 되었죠.

 

저는 그냥 우리 아이들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 봉사활동이었는데, 순수하게 나를 위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참여했던 활동인데, 남들은 그 봉사활동을 좋게 바라봐 주시더라구요. 지금 다시 봉사를 하게 된다면 정말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냥 그 아이가 하는 말, 표정을 따듯하게 바라봐줄 수 있을 것 같은 여유가 지금은 생겼어요. 이제는 하라고 하면 "못하겠어요" 그런 말은 안하고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 어떠셨나요? ]

 

아이러니한 건, 제가 대학원에 입학할 때쯤 남편의 사업이 완전히 뒤집힌 상황이었어요. 그 동안 활동을 하든 안하든 경제적으로 구애받으며 살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제가 대학원에 다니고 있더라구요. 힘이 된 거죠.

 

내가 남편의 상황을 반대로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남편을 탓하지 않고 내가 남편을 온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역할은 할 수 있다는 것. 솔직히 이런 상황이 되면 가장 하기 쉬운 게 원망하고 탓하고 하는 건데, 내가 그런 말을 안하고 남편을 이해해줄 수 있는 것. 그럴 수 있었던 건 제가 계속 마음을 공부하는 곳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 남편이 가장 힘들 때 내가 남편을 더 힘들게 하지 않는 그런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었고, 하고 싶었어요. 남편이 항상 고마워해요. 사실 갑자기 툭 떨어지는 느낌이 들 만큼 감정적으로 소진이 된다고 할까, 그런 사건들이 많았죠. 상황이 완전히 안 좋지만 남편의 새로운 모습, 새로운 나, 그래서 새롭게 보아주는 우리 아들, 새롭게 보아주는 딸. 그래서 이 일들이 여러 가지로 내게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어요.

 


[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나요? ]

 

러브 마이셀프(love yourself : 너 자신을 사랑하라).

 

너무 많이 슬펐으면 못살았을 것 같아요. 기억나는 특별한 사건도 없었고 우리 집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내보면 너무 평범해요. 엄마 아빠의 삶이란 것이 나한테만 특별히 더 힘들거나 가혹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어느 집에나 있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나 우리 엄마, 언니, 동생 등 내 환경이 특별히 불우했다는 생각이 지금은 안 들어요, 솔직히.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이 너무너무 없어서 그랬다기보다, 내가, 나라는 사람 자체가 굉장히 상황을 좀 심각하게 보고,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느끼고, 그렇게 살아온 거예요.

 

그런 성향, 그런 경향, 그런 시선이 너무 당연하게 이어지다 보니 그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평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톤 낮은 느낌, 톤다운된 느낌으로 살아왔어요. 나는 별로 안 즐거운데 사람들은 왜 즐거울까? 그런 이야기를 듣고 또 깔깔깔 웃는 사람들이 다수인데 나는 덜 우습고, 나는 뭔가 덜 기쁘고, 그렇게 좋은 줄 모르겠고, 나만 걱정이 이렇게 많고, 나만 이렇게 불안한? 남들은 다 괜찮아 보이고 별로 안 그래 보인다는 생각.

 

중학교 때부터였어요. 중고등학교 때, 반항하는 사춘기가 아니라 굉장히 내 스스로 고립되고 내 스스로 우울해 하는 그런 것들이 내 성향이었다는 것을 아주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나에 대한 니즈가 없기 때문에 내 스스로 힘든 거지. 무엇 때문에 힘든 건지, 지나고 보니 딱히 왜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내 마음밭이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알았을 때는 알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어요. 아, 이제 내 성향이 그랬구나를 알게 되니까 순간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죠.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지, 진작에 알았더라면 내가 나를 잘 케어하면서 살았을 텐데! 싶으면서도 너무 오랫동안 나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했던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안다고 한들 삶이 바뀌진 않더라구요. 이제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노력을 진짜 많이 해야만 나의 그런 성향에도 불구하고 기쁠 수 있고, 덜 심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또 가려니 내가 그렇게 살아온 것을 알고 벗어나려는 노력을 살아온 것만큼 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행히 어쨌든 40대 초반쯤에 아이를 잘 양육하기 위해서 책을  많이 봤어요. 우리 때 부모교육이 유행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운이 좋게 상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와 맞딱뜨려진 거죠.

 

지금은 믿죠, 우연은 없다고. 어느 날 도서관 앞에서 딱 눈에 띈 상담자원봉사자 모집, 1기인가 2기인가 모집 광고가 내 눈에 띈 건 행운이고 우연일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날 그 모집광고를 보고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전화를 하면서부터 마음공부라는 것을 세상 처음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그 마음공부에 참여하면서 그 이전과 그 이후가 조금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 아쉬움은 없는지요? ]

 

더 열심히 공부할 걸!!! (웃음) 정말이지 마음공부가 내 안식처, 위로, 격려가 되었어요. 지금도 저는 대학원 수업도 받고 스님 법문에도 계속 참여하고 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스님이 이런 말을 강조하세요. "일단 와서 앉아 있어라, 법이 너를 끌고갈 것이니. 90프로 못 알아들어도 나머지 10프로, 20프로가 끌고 가게 된다. 그냥 마음만 내서 계세요" 하고 늘 당부했던 스님이죠. 그래서 졸더라도 법당에 가서 졸고 있어요.

 


[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

 

지금 현재 해보고 싶은 것은 좀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내가 스스로 만든 틀에서 좀 벗어나서 여기든, 저기든, 거기든 가고 싶어요. 저 비행기 아주 좋아하거든요.그런데 (승무원 생활을) 오래는 못 했죠. 첫번째 떠오르는 것은 경이로운 자연이 있는 곳이에요. 저는 대도시만 다녔거든요. 그랜드캐니언이나 캐나다의 북극 가까운 데 가서 오로라도 보고 싶어요.

 


[ 10년 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일단 제가 살아 있겠죠? 살아 있다는 거니까 진짜 축하해야 할 일이구요. 우리 엄마가 60에 돌아가셨거든요. 저는 60 넘어서의 삶을 엄마를 통해 본 것이 없기 때문에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요.

 

[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

 

앎.

 

그게 저에게는 가장 큰 선물 같아요. 몰랐는데 알게 되어서 좀더 편안해지거나 기쁨? 그런 순간들이 저에게는 매우 소중해요.

 

나만 이렇지 않아, 알고 보니 다 똑같다는 말을 그래서 쓰나?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불교. 나는 이제까지 마음작용이 마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늘 마음을 쓰고 살면서, 내 마음이 늘 그러면서도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 마음이라는 것을 어떤 언어로 정의를 해놓고, 그걸 해석하고, 이런 이치로 이런 원리로 작용하는지 설명하고. 새 세상이 열린 것 같아요. 내가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텍스트가 있다는 놀라웠고, 위로가 되는 동시에 위안이 되었죠.

 

마음공부는 하면 할수록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더 많이 느끼게 되고, 상대적으로 기쁜데도 나한테는 어렵다 그런 생각도 많이 들어요. 마음공부를 하면서 괴로움은 알아도 안 되는 것.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책을 많이 읽고 좋은 강의를 많이 들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길었어요. 그렇게 해도 안 되네? 그런 마음이 더 힘들었죠. 그래서 상담 자원봉사를 하면서 주변에는 그런 봉사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자신이 없어서요. 물어볼까봐 겁나서요. (웃음)

 

어쨌든 마음작용만 알아도,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만 알아도 기뻤던 공부하는 재미.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마음공부하는 자리에는 별로 빠져본 적이 없어요.

 


[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

 

마음이 뭔지는 아직 잘 몰라요. 그래서 지금 마음이 뭐냐고 물으면 마음은 내가 아는 것, 모르는 것, 그 모든 걸 다 포함한 모든 것이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

 

같이 공부해서 고마워요. 나랑 같이 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는 인연으로 와줘서 고맙죠. 같이 수업하고 같이 나누는 즐거움? 그런 것들이 좋아요. 같이 얘기할 수 있고 차도 같이 마시고 내가 졸업할 때까지 항상 곁에 같이 있고 같이 공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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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머문 자리] 그런 날이 있지요. 무심히 지나치던 어떤 곳, 어떤 사람, 어떤 풍경에 새삼스레 오래도록 시선을 머물게 되는 날. '시선이 머문자리'에서는 그런 시선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여름방학특강 : 불교 기초교리


2019년 8월 24일 토요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재학생과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여름방학 특강이 열렸습니다.

주제는 본 대학원의 석사과정(명상심리학과)와 생명교육전문가 과정에 기초가 되는 <불교기초교리>. 강사는 김경일 주임교수님이 맡아서 해주셨고, 장소는 교육협정을 맺은 위덕대학교 대학원에서 진행하였습니다.

 

방학기간이어서 개인 일정상 부득이 참석 못한 재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먼길을 마다않고 오시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후기 신입생도 새로 오셔서 재학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특강 1부가 끝난 뒤 학교 탐방과 점심식사, 커피타임을 가졌습니다. 이어 포항시 남구의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산책하면서 추억의 시간을 함께 나누고 야외에서 특강 2부를 진행하였습니다.

 

먼길이었지만 즐겁고 아름다운 일정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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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머문 자리]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 구절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영일만의 여름방학 특강  

 

김두환 (생명교육전문가과정 재학중)



1.

1285년 가을 인각사.

금당 앞 넓은 뜰을 노 스님이 천천히 걷고 있다.

벌써 나뭇잎들이 많이 붉어 졌구나.”

스님, 바깥 날씨가 찹니다.”

무극(無極)이다.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 자료는 대충 정리가 되었나?”

, 큰 스님, 수이전(殊異傳)과 여러 고기(古記)에 있는 내용을 망라해서 모아 두었습니다.”일연은 하늘을 쳐다본다. 가을 햇살이 따뜻하다.

연오, 세오라. 연오 양오, 세오 쇠오, 모두 태양속의 삼족오.”

일연(一然)은 작년 인각사에 온 이후, 유사 쓰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무극을 비롯한 몇몇 제자들이 도와주고 있지만,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여든의 노구이지만 이 일은 기필코 이루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루도 유사에서 마음이 떠난 적이 없다.

삼국유사(三國遺事)라는 가제를 두고 여러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하면서 일연은 연오의 이야기를 꼭 유사 속에 넣고 싶었다. 조선에서 신라, 고구려, 백제 삼국에 이르는 수 천 년 동안 태양을 받드는 믿음은 우리 민족의 깊은 정신세계가 아니었던가.

무극, 오늘 연오랑 세오녀를 마무리 해야겠다.”

, 스님

 

2.

2019824.

포항에 있는 연오랑 세오녀 테마 공원.

여름의 끝머리였지만, 아직도 태양은 이글거렸다.

 

여름방학 불교 특강을 위덕대학 캠퍼스에서 마친 김경일 교수와 대학원 학생들이 이곳 테마공원을 일부러 찾았다. 김경일 교수의 연오랑 세오녀에 관한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태양을 숭배하는 집단에 관한 설화이므로 이름에 들어 있는 라는 글자는 당연히 태양 숭배 신앙과 관련해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 三足烏의 오와 같은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합니다. 일중삼족오의 신화를 따르는 집단이며, 그것을 이름으로 쓸 만큼 삼족오를 숭배한 추종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바이칼을 거쳐 이곳 영일만까지 장구한 시간에 걸쳐 이루어졌던 인류의 이동, 아니 우리 민족의 이동을 먼저 설명한 김경일 교수는 연오랑과 세오녀가 태양을 숭배한 집단의 후예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태양을 숭배한 집단이 영일만까지 이동해 온 것은 태양이 뜨는 곳에 좀 더 가까이 가 보려는 열망의 결과였다고 봅니다.”

테마 공원 내 신라마을의 초가로 된 정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의 마음은, 저 일출의 성지에 보다 더 접근해 보려는 연오랑 부부를 따라 바위에 두둥실 몸을 싣고 동해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연오랑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태양을 쫒아 간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그렇습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곳을 찾아서 이동해 온 조상들처럼 태양이 솟아오르는 곳을 찾아서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간 것입니다.”

 

김경일 교수의 목소리는 점점 확신에 차 가고 있었다.

 

일본이라는 국호가 태양 숭배와 관련이 있고, 국호의 변경 이유를 태양이 뜨는 곳이 가깝기 때문이라고 일본 스스로 밝힌 것은, 한 반도에서 일본으로 흘러간 태양 숭배 신화의 자연스런 귀착이라고 봅니다.”

 

마하보디 명상 심리 대학원의 여름 특강도 이제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고 있었다.

 

설화의 내용이나 역사적 기록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일현 지역의 전설이나 제례 전통 그리고 지명의 의미 등을 종합해 보면, 설화속의 연오랑 세오녀 부부는 태양 숭배 집단의 제사장이거나 제례를 주관했던 인물로 짐작이 됩니다. 오늘 강의는 여기서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푸른 파도가 뜨거운 태양아래 영일만에 출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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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7)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불교의 수행법은 다양하다. 마치 산꼭대기에 오르는 길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근기에 따라 자신에게 알맞은 수행의 길을 찾아서 가면 된다. 참선이 맞으면 참선을 하면 되고, 염불이 맞으면 염불수행을 하면 되고, 진언이 맞으면 진언수행을 하면 된다. 궁극의 도달점을 하나이다.

 

유식학에서는 수행단계를 다섯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자량위(資糧位), 가행위(加行位), 통달위(通達位), 수습위(修習位), 구경위(究竟位)가 바로 그것이다.

자량위는 수행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흔히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노잣돈을 준비하는 과정에 비유된다. 멀고도 험난한 수도의 길을 떠나려면 필수적인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이미 만법유식의 도리를 깨달은 사람이 유식의 실성에 머물고자 하나, 아직은 능소이취(能所二取)의 번뇌가 단멸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능소이취란 능취()와 소치()의 두 가지를 말하는 것으로 나와 대상에 대한 번뇌를 말한다.

 

자량위는 네 가지의 수승한 힘에 의지하는데, 인력(因力), 선우력(善友力), 작의력(作意力), 자량력(資糧力)이 그것이다. 인력은 훈습된 좋은 종자를 말하며, 선우력이란 좋은 도반이나 선지식을 만나는 인연을 말하고, 작의력이란 나쁜 일에 동요하거나 휩쓸리지 않는 힘, 자량력이란 이미 쌓여진 복덕과 지혜의 힘을 말한다. 이와 같은 네 가지의 힘에 의지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수행한다. 자량위에서는 화엄경의 수행 52단계 중 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回向)의 삼십 위를 닦는다.

 

두 번째는 가행위이다. 자량위가 여행에 필요한 노잣돈을 준비하는 단계라면 가행위는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단계이다. 즉 수행을 실천하는 단계이다. 자량위에서 깨닫지 못한 아공과, 법공을 체득하게 된다. 여기서는 유식지관(唯識止觀)을 닦는 입문적 관법이다. 대상을 살피는 힘이 더욱 깊어지고 지혜의 힘으로서 나와 대상이 모두 공함을 깨닫고 아공과 법공을 거듭 인가하여 원만하게 성취하는 경지이다. 아직 세간을 벗어나지는 못하였지만 유류법 중에서 가장 수승하고 세간법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렀으므로 세제일위라 한다.

 

세 번째는 통달위이다. 통달위는 목표로 삼은 여행지에 일단 도착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통달위에서 소지장이 없어지고 아공과 법공에 의해 현현된 진여, 즉 진리의 본성을 요해한다는 뜻이다.

 

소지장은 대상에 대해 집착함으로 발생하는 장애로 객관적인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하는 장애이다. 이 위를 견도위(見道位)라고도 한다. 견도는 무루지를 발하고 진여를 증득하는 초입이니 십지(十地)의 초지에 해당하는 환희지이다. 십지는 환희지, 이구지, 발광지, 염해지, 난승지, 현전지, 원행지, 부동지, 선혜지, 법운지이다. 화엄경의 수행 52단계 중 41위부터 50위까지에 해당한다. 견도위 이전은 범부 중생이고 견도 이후부터는 성자에 해당한다. 견도를 다시 두 가지로 나누는데, 진견도(眞見道)와 상견도(相見道)가 있다. 진견도는 본질적인 측면을 볼 수 있는 지혜로 만유공통의 근본체성을 보는 것이며, 상견도는 현상적인 측면을 보는 지혜로 대상의 차별성을 볼 수 있는 지혜이다. 통달위는 나와 대상에 대한 분별상을 버리고 무루지를 증득하는 자리가 된다.

 

네 번째가 수습위이다. 여기에서 비로소 근본적인 수행이 이루어진다. 수습위를 통해 번뇌를 끊고 단계적으로 진여를 증득하여 고유의 무명을 철저히 소탕해야만 비로소 본래 면목을 보게 된다.

 

수습위에서 증득하게 되는 무분별지는 부사의(不思議)한 것으로 출세간의 지혜이다. 번뇌장과 소지장이라는 두 가지의 조중(粗重)한 종자를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보리와 열반이라는 두 가지의 전의과(轉依果)를 증득할 수 있다.

 

무분별지는 번뇌장과 소지장을 끊어야 얻을 수 있으며 이 지혜는 나와 대상을 멀리 여의었으므로 무득(無得)이라 하고, 묘한 운용을 헤아리기 어려우므로 부사의라 한다. 조중이란 번뇌장과 소지장의 종자가 거칠고도 무겁다는 뜻이다.

 

전의(轉依)는 아뢰야식에 의지하여 번뇌장과 소지장의 종자를 버리고 보리와 열반의 종자를 얻으므로, 두 가지 조중을 버리고 두 가지 전의과를 증득함을 말한다.

 

수습위에서 비로소 진정한 수도의 과정에 입문하게 되는데, 6개의 근본번뇌 가운데 마지막인 악견번뇌가 사라진다. 악견은 워낙 견해가 강해서 악견이라 하는데 다섯 가지가 있으며 오리사(五利使)라고 한다.

 

오리사(五利使)의 첫째가 신견(身見)이다. 신체가 오온의 작용으로 이루진 것을 알지 못하고 실제로 존재한다고 여기는 아견(我見), 음식과 재물 같은 것은 고정불변의 주인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아소견(我所見)을 합하여 신견이라 한다.

 

둘째, 변견(邊見)이다. ()과 유() 또는 단()과 상()의 극단적인 견해는 모두 양변에 치우치는 것이므로 중도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변견이라 한다.

 

셋째, 사견(邪見)이다. 잘못된 견해로 가장 중대한 것이 인과와 연기법을 믿지 않고 우연에 맡기고 방종하고 방만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를 믿지 않으므로 악을 고무하고 장려하게 된다.

 

넷째, 견취견(見取見)이다. 자신의 견해만을 취하고 고집하는 것으로 자기와 다른 견해들은 배척해 버린다.

 

다섯째, 계금취견(戒禁取見)이다. 자신이 지키는 계율만이 가장 뛰어나다고 믿고 집착하는 견해이다.

 

마지막 단계가 구경위이다. 구경은 지극(至極)이라는 의미로, 수도하여 지극이면 성불이고 불위(佛位)이다. 번뇌가 없는 무루의 경계이며 법신이라 이름한다. 번뇌를 지닌 채 쌓은 지혜를 유루지라 하고 번뇌가 사라진 곳에서 얻은 지혜를 무루지라 한다. 구경위는 번뇌가 흘러내리지 않는 무루의 세계이며, 헤아릴 수 없고 지고지선한 선이며, 영원불멸이며, 고통이 없는 안락이며, 탐진치에 얽매이지 않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경지이다. 이것은 수행자가 도달해야 할 마지막 목적지이다. 이 단계를 전식득지(轉識得智)라고 한다.

 

유식수행의 계위를 요약하면 수행자가 수행의 자산(자량)으로 삼아야 할 십주, 십행, 십회향의 삼십위를 닦고 준비하는 자량위와, 네 가지 선근을 닦는 가행위와, 아공과 법공의 도리를 깨닫는 통달위와, 십지를 닦아 십성에 이르는 수습위와, 모든 의혹이 끊어지고 깨달음이 원만하게 성취되어 진식득지에 이르게 되는 구경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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