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수복 선님을 만났습니다.

 

봄 햇볕 따스한 토요일 오후, 배움의 열기가 뜨거운 대학원에 졸업생 이수복 선생님께서 양손 가득 간식을 사들고 방문하셨습니다. 선배님의 깜짝 방문에, 맛있는 간식에, 학생들의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 피어납니다.

오랜만에 마주한 이수복 선생님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묻고 싶었습니다. 마음과 이수복 선생님의 데이트에 동행해 보실까요?


 

드디어 졸업하셨습니다. 논문 쓰신다고 바쁘셔서 오랜 시간 잘 뵙지 못하였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진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재가요양 보호기관 운영을 하면서 석사 논문 준비를 한다는 것, 두 가지 큰일을 병행한다는 게 참 쉽지가 않았어요. 이제 지나고 보니 내가 그 기간을 참 열심히 잘 살았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논문에는 만족하시나요?


만족이라 할 게 있겠습니까? (웃음) 만족보다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것 같아요.

 


교수님들의 칭찬이 참 많으셨어요. 현장에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담아내었다는 말씀들이 있었어요. 의미 있는 논문이라는 생각에 굉장히 반가웠는데요. 그런 부분에서는 만족하시나요?


제가 장기요양기관 사업을 2008년도부터 시작했어요. 올해로 10년째에 접어드는데요, 요양사업의 성공 유무라든지, 어르신의 서비스 질은 오로지 요양보호사분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피부로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요양보호사의 감정노동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요양보호사의 컨디션에 따라 캐어가 달라지기 때문에 대상자를 위해서는 요양보호사들에게서 사랑의 에너지가 충분해야 한다는 생각에 석사 논문(자애명상이 재가 요양보호사의 자아 존중감에 미치는 영향)을 준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8주간 자애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말 이런 힐링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양보호사분들의 말씀을 많이 듣게 되었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더욱 이러한 프로그램이 논문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으로 꾸준히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논문을 통해 저는 그러한 부분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우리 대학원을 선택하게 된 첫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선은 제가 간호사로 일하던 시절에 인간의 고통, 질병, 늙음, 괴로움의 근원이 뭘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아주 중요한 계기가 있었어요. 의료현장은 주사 놓아주고, 약주고... 어쩌면 겉치레적인 치료만을 해주는데, 그런 치료는 환자를 돌아서면 다시 돌아오게 하거든요. 단골이 생기는 거예요. 그렇다면 진정한 치유가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그렇다면 이 고통의 근원을 찾아봐야겠다 싶었고, 그 근원 자리는 뭘까? 생각해 보니 자기 내면의 어떤 명상,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저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서 찾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던 중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신입생 모집 신문광고를 보게 되었고, 그걸 보는 순간 제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내가 찾는 게 바로 이것이다이런 공부를 하면서 자기 마음자리를 지켜보면서 장단점을 바라보면서 자신을 조절해가는 삶을 살 수 있을 때 고, 괴로움, 질병에 대한 것 또한 어느 정도 조절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대학원과 함께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다면요?


새록새록 기억들이 나죠. 그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걸 뽑자면, 진경스님의 사띠명상 수업이에요. ‘, 정말 명상이란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집중한다는 게... 수많은 잡생각이 끝없이 일어나면서 명상에 깊이 들어간다는 게 쉽지가 않았어요. 나 자신이 생각도 많고 산만하다고 느끼게 되었고 차분히 싸띠를 깊이 있게 하려면 걱정근심을 없애야 한다는 걸 느끼게도 해주었던 수업이었죠.

 


진경스님 수업이 과제도 많았고 굉장히 힘든 수업이었다고 학생들이 그랬고 선배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지나고 보니 그래도 사띠명상 수업이 가장기억에 남는다는 말씀이시네요?


뭐든지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힘든 만큼 얻는 게 분명 있어요. 등산할 때 너무 힘들어서 돌아 내려가고 싶고 쉬고 싶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 가파른 고개를 넘어 정상에 오면 그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잖아요? 공부도 그런가 봐요. 힘들지만, 힘든 만큼 많은 얻음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답을 찾았습니다. 학생들이 힘들다. 하면, “견뎌라, 기쁨이 있을 것이다.” 선배님의 말씀을 전하면 될까요?(웃음)


네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감추어진 이면을 한번 생각해 봄이 좋습니다. (웃음)

 

공부를 해 오신 그 시간 안에서도 어려운 고비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려운 순간이 있으셨다면 어떤 순간이었고, 또 극복되셨는지? 극복이 되셨다면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금요일 수업과, 토요일 종일 수업을 들으러 온다는 것? 직장과 가정과 학교를 양립한다는 것 자체가 힘듦이었죠. 그래도 또 가장 힘들었던 때를 말하라면 2학기 때였던 것 같아요. 제 기억에 6명의 교수님이 계셨던 것 같은데, 그 학기에는 모든 교수님이 리포트과제를 내어주셨어요.


그래서 그때는 제가 직장이 70% 학교가 30%라고 생각하고 다녔었는데 그 당시에는 과제가 너무 많아서 직장이 30%밖에 안 되고 리포트 공부에만 70%의 시간을 쏟다 보니까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 학교를 조금 보류해야 하나? 하는 갈등까지 하게했던 학기였거든요. 그렇지만 분명한 건 궁극적으로 이곳에서 배움을 통해 얻는 기쁨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반드시 졸업하고야 말겠다 하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중간에 포기하면 시작을 않은 만 못하다는 생각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죠. 이렇게 졸업까지 하게 되었네요.

 


2학기가 사띠수행이 있던 학기 아닌가요?


맞습니다. (웃음)



선생님께서 앞으로 그리시는 모습이 있으신가요?


저는 학문이 학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학문이 살아있으려면 삶에 접목하여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나 스스로 반추하면서 수행에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지금까지 열심히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에 대한 보답이고 또 우리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동안 공부했던 이력을 가지고 몇 군데 이력을 내어서 강의를 뛰고자 하고요. 좋은 인재가 있을 때 학교에 소개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저는 명상센터를 하나 열고 싶다는 꿈이 있거든요. 현대인들은 정말 너무 바쁘게 사는데 뭣 때문에 바쁘게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요.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 공간을 통해 잠시나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앞으로의 소망입니다.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음이라는 주제는 요약할 수도 있겠지만, 밤을 새우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끝이 없을 커다란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마음이란 요술쟁이이고 마법사인 것 같습니다내가 마음에 미소를 상대에게 보내면 상대방도 나에게 미소로 화답해 주더라고요말이 없어도 마음으로 뭔가 좋은 에너지를 보내면 멀리서도 그 마음을 느끼고 또 마음을 보내주는 힘을 느끼면서 마음이란 정말 마법사고 요술쟁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간단히 부탁드려요.


꾸준히 하시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처음에 세웠던 목표를 염두에 두고 그냥 꾸준히 성실히 늘 나의 목표를 잊지 말고 쉬지도 말고, 그렇다고 너무 급하게 가지도 말고, 차근차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생각했던 어떤 위치, 목표에 올라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양손 가득 후배들을 생각하며 준비해 오셨을 선배님의 간식을 나누며 즐거워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신입생으로 앉아있던 때가 엊그제 같다며 추억에 잠기시는 이수복 선생님의 눈빛에서 달달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의 앞으로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강의를 뛰고, 명상을 하고, 제자들을 이끌고 대학원에 방문하실 그 날의 선생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수복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

[천천히 읽는 명상]

천천히 읽는 명상의 주인공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입니다교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공수래 공수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이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 또한 드물 것이다.

무더위가 시작되던 7월 하순이었다. 금년에는 가뭄도 유난히 심해서 나뭇잎을 만지면 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으스러질 듯 했다. 친구랑 화장장 앞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하얀 보자기에 싸인 물건이 상주의 손에 들려져 나왔다. 올 때는 요란해도 갈 때는 조용했다. 영구차가 앞서고 친구랑 둘이서 그 뒤를 따랐다. 저승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배웅이다.

영구차는 고인이 자주 오르내렸던 동해안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가 한적한 산길로 접어들더니 산촌 마을에 자리한 작은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선다. 앞은 오십천의 지류이고 뒤는 팔각산 자락이 유순하게 펼쳐져 있다. 고인이 처음 교사 발령을 받아서 아동들을 가르친 곳이다. 20대 초반, 푸른 꿈을 안고 아이들과 마음껏 뛰놀던 초임학교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비록 한 줌 재로 남았지만 고인의 뜻에 따라 영구차는 이곳에 들린 것이다.

고인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 1학년 때이다. 고향은 서로가 시골이었지만 그는 멋쟁이였다. 헤어스타일도 남달랐고 옷도 아무렇게나 입는 일이 거의 없었다. 겨울이면 바바리코트를 즐겨 입었고 목도리도 항상 길게 늘어뜨려 멋을 부리곤 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춤도 격식에 맞게 잘 추었고 축구 실력도 뛰어났다. 축구시합에서 공을 몰고 나가면 상대 선수 대여섯은 예사로 채치고 상대방 골대 앞에 이르곤 했다.

우리는 유난히 술을 좋아했는데 막걸리를 마시면 주머니 사정도 잊은 채 마셔대곤 했다. 한 번은 절친 셋이서 술을 마셨는데 주머니를 모두 털어도 술값이 모자랐다. 고인은 잽싸게 집에 달려가더니 탁상시계를 허리춤에 차고 나타났다. 그것을 잡혀둘 심산이었지만 주인은 그것을 받아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입은 옷을 벗어 맡기고는 술집을 나올 수가 있었다. 친구들이 어려움에 쳐하면 그는 항상 앞장서서 해결하려고 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절친 셋이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무전여행에 가까웠다. 세 사람은 포항과 영덕 그리고 의성에 살고 있었으므로 모이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만 합의를 했는데 중간지점인 안동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과 대관령 그리고 오대산 등산이었다. 안동역에서 만나 중앙선 완행열차를 타고 영주를 거쳐 다시 강릉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탔다. 경포대에 도착해서 야영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칫솔은 모두 가지고 왔는데 치약은 아무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서로를 믿은 탓이라고나 할까. 하는 수 없이 여관에 투숙객처럼 슬며시 들어가서는 여관에 비치된 치약을 시용했고 해수욕장에서는 돈을 아끼느라 탈의실을 이용하지 않고 인파 속에서 적당히 둘러서서 수영복을 갈아입기도 했다. 대관령을 오르는 버스 안에서는 여자차장에게 애교(?)를 부려서 공짜로 버스를 타기도 했다. 그런 일은 고인이 된 친구가 항상 앞장서서 처리하곤 했다.

월정사 계곡에서 야영을 할 때는 치약이 없어서 비누로 양치를 했는데 며칠 동안 입안에서 비누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각자가 가지고 온 약간의 돈은 모아서 저녁마다 막걸리를 마시는 일에 쓰곤 했다. 비를 맞으며 오대산 정상에 올랐던 날은 가지고 온 돈을 모두 털어서 막걸리를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가지고 온 반찬도, 차비할 돈도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오대산을 걸어 나오면서 민가에 들러서는 반찬을 얻고, 학교에 들러서는 처음 보는 선생님에게 차비를 구하기도 했는데 역시 고인이 된 친구가 나서서 해결했다. 남의 눈치보지 않고 용감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는 능력이 돋보였던 친구였다.

졸업여행을 갔을 때이다. 마지막 날 저녁에는 술판이 벌어지고 가무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평소에도 주먹을 쓰는 한 학생과 과대표 사이에 시비가 붙어서 싸움판으로 이어졌다. 둘은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잠그고 싸웠다. 싸움이라기보다는 과대표가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상황이었는데 과대표의 비명 소리가 크게 흘러나왔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주먹을 쓰는 친구가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때 고인이 된 친구가 맨주먹으로 이중 합판의 방문을 부수고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문짝이 떨어져 나가고 싸움도 멈추게 되었다. 주먹을 쓰는 학생도 한풀이 꺾이고 말았다. 그는 의협심이 강했으며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는 성품이었다.

교육에 대한 열정도 강해서 남 먼저 교감으로 교장으로 승진을 하기도 했다. 육십 줄에 들어서 검도를 배우더니 단증을 획득하고 장구도 배우고 플루트도 배우고 바이올린에 오카리나까지 연주했다. 나이를 잊은 채 배우려고 했고 인생을 알차고 멋있게 꾸려가던 친구였다. 노후를 대비해서는 도심 근교 한적한 곳에 땅을 구해서 친구들과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오두막도 짓고 아름다운 꿈을 가꾸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찾아온 병마는 정년퇴임을 달포 정도 앞둔 어느 날, 그를 그만 데려 가고 말았다. 아까운 친구였다.

영구차는 고인의 고향 마을을 지나쳐서 선산으로 접어들었다. 선친의 묘소 옆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날은 무더워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조그마한 구덩이 속으로 오동나무 상자 하나가 내려앉는다. 보드라운 흙이 덮이고 그 위로 작은 상석이 하나 놓인다. 흙으로 돌아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했다.

같이 간 친구와 함께 평소에 고인이 즐겨 마시던 막걸리를 잔 가득히 붓고는 두 번 절을 올렸다. “나고 죽음이 모두 헛것이라 하여도 슬프기는 매 한 가지이다라던 춘원 이광수 선생의 산중일기 한 구절이 스쳐 지나갔다. 허망하고 슬펐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무심하게 남은 이들을 비추고 있었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

[천천히 읽는 명상]

천천히 읽는 명상의 주인공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입니다교수님께서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일치, 정신장애의 원인

 

김경일 │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말과 행동을 일관되게 일치시키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또 바라는 이익에 따라 사람들은 적당하게 말을 꾸미며 살아간다. 그것을 처세술이라 한다면 크게 문제 삼을 수도 없는 일이다. 불일치한 행동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행태이기도 하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 ’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표리부동이란 말도 있다. 같은 의미이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하는 시조 역시 행동이 불일치한 사람들을 나무라는 내용이다.

유교사상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에는 선비정신이란 것이 있어서 언행일치가 사람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간신들이 우글거리는 정치판에서도 가뭄에 콩 나듯 훌륭한 선비들이 있어서 좋은 본보기가 되곤 했다.

불일치의 근본 원인은 우리의 정신이 통합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자신이 아는 정신인 의식이 있고 자신이 모르는 마음인 무의식이 있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의식으로 아무리 다짐을 하고 각오를 해도 자신이 모르는 무의식이 움직이면 의식의 결정은 힘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도박을 안 하겠다고 각오하는 것은 의식의 작용이지만 그것을 무너지게 하는 것은 무의식의 작용이다. 우리의 마음을 지구에 비유하면 의식은 땅의 껍데기이고 무의식은 땅속을 의미한다. 땅 밑이 움직이면 땅 표면은 맥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프로이드는 불일치를 좀 더 학문적으로 풀이했다. 인간의 성격은 무의식적 욕구가 중심을 이루는 이드(ID)와 개인의 이기성이 중심이 되는 에고(ego)와 도덕적 행위 또는 이타행이 중심이 되는 슈퍼에고(super ego)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한 지붕 아래 세 가족이 살고 있는 셈인데 이들이 추구하는 욕구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만약에 자식이 효자 소리도 듣고 싶고 재산 상속에서도 손해 보기가 싫다고 하면 갈등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두 가지의 목적을 모두 달성하고자 하니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라고 했다. 그것의 핵심은 자신에 대한 무의식성을 통찰하라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말하면 겉 다르고 속 다른 자신을 알아차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의 불일치한 삶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면 정신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

다중 성격장애(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것은 한 사람 안에 서로 다른 정체감(특성)을 지닌 인격이 존재함을 말한다. 이런 경우는 하나의 통일된 자기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서로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 성격의 이중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정신질환을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자기 삶의 불일치를 알고 행동하는 사람과 모르고 하는 사람은 차이가 있다. 알고 행동하는 사람은 도덕적인 비난은 받을지언정 정신장애는 아니지만 모르고 행동하는 것은 정신장애에 해당된다. 많은 사람들이 불일치한 행동을 하면서도 정신장애에 걸리지 않는 것은 자신의 겉과 속이 다름을 스스로 알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다중성격장애로 진단을 받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을 통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불교 수행의 기본이 되는 위빠사나 수행 또는 사티 수행 역시 알아차림이 근본이다. 내 안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그것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수행의 핵심이다.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언행의 불일치를 알아차리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불교대학에 열심히 다니며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인색한 편이긴 하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에서는 돈을 펑펑 쓰기도 한다. 물론 인정욕구와 이기성에 바탕을 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외관상으로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 사람은 남들이 돈도 좀 쓰고 선행도 하라.’고 하면 나는 장사꾼입니다.’라는 말을 곧잘 한다. 정직한 표현이다. 겉과 속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사업하는 사람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다. 그것을 가지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또 다른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돈 벌어서 뭐하느냐, 좋은 일 하라고 버는 거지.’ 라는 말을 곧장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나는 장사꾼입니다.’ 하는 사람보다 훨씬 훌륭하게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 속은 알 수는 없다.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내면에 불편함이 적고 잠도 잘 잔다. 특별히 잔꾀를 부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은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묘수들을 찾아야 하므로 사는 것이 좀 피곤할 수 있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깊이 잠들지 못하고 또 새벽에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계산이 복잡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생각하고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면 불일치로 인한 갈등은 줄어든다. ‘사람 좋다라는 말도 듣고 싶고 이익도 챙기고자 한다면 머리를 많이 써야한다. 그러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고자 하는 것도 불일치 현상이다. 하나로 통합해서 살아야 편하다. 이래야 좋은 건지 저래야 좋은 건지를 두고 밤잠을 설치며 생각을 이어간다면 힘 들 수밖에 없다.

하나의 자기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들이다. 스스로는 편안하고 남들에게는 믿음을 준다. 하나의 자기를 온전하게 이룰 수는 없지만 그렇게 노력해 가는 것이 성장이고 성숙이다.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카를 융은 자신에 대한 무의식성, 즉 자기가 자기를 모르는 것을 정신장애라고 했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을 의미한다. 즉 내면의 자기를 통찰한다고 해도 되고 불교식으로 말하면 자신의 업을 알아차리고 극복하는 것이라고 해도 된다.

나는 누구인가? 결국은 그것이 인간의 마지막 목적이 될 것이다. 즉 하나 된 자기, 일치된 자기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들이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

[가능한 선택]

기회와 희망의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가능한 선택에서는 교육, 행사, 세미나 등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1. 2016학년도(전기) 석사임상상담전문가 신입생 모집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2016학년도(전기) 신입생을 모집합니다.

수행과 돌봄이 하나 된 실천학문의 메카,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의 가능한 선택을 많은 분들과 함께 공유해주세요.^^

 

 

 

2. 42th 생사의 장 불교호스피스교육 , 버릴 것인가? 찾을 것인가?”

 

 

42기 생사의 장 불교호스피스교육 , 버릴 것인가? 찾을 것인가?” 교육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생사의 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생사를 인생이라는 한 선에 놓고 무엇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성찰과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발견하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나를 만나는 오롯한 선물 같은 시간이 되실 거예요. 기꺼이 경험해 보시기를, 기꺼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똑똑, 마음을 두드려 전합니다.

어서오세요.^^

 

 

대학원 공개특강 영화, 심리학과 만나다.

 

 

 

20161,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서 공개특강 <영화, 심리학과 만나다>가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가능한 선택을 많은 분들과 공유해주세요.

30명 선착순 마감(재학생,수료.졸업생 우선)이므로,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서둘러 교학처 행정실로 접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학처행정실(052-255-8521/8523)로 문의, 접수해주세요.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