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무진스님을 만났습니다.

 

첫 눈이 하얗게 내리던 날, 무진스님을 만났습니다.

스님의 마음에 묻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 스님의 마음에 함께 귀 기울여 볼까요?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과 인연이 어떻게 시작 되셨는지, 입학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곳 정토마을과의 첫 인연은, 20121월에 34기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면서 시작 되었어요.

그 후 다시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를 하려면 어머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작년 하안거 기간에 선방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건강이 굉장히 안 좋아 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안거 해제 하자마자 어머니 병간호를 시작했어요. 병원에서는 더 이상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치료가 없으니 퇴원하라고 했고, 화장실 가는 거, 식사하는 것 까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하실 수 없는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조카가 운영하는 가족식 요양시설로 들어갔어요. 그렇게 그곳에서 지내면서 정말 다행히도 어머니의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어머니가 그렇게 좋아지신 후에 봉사를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어디를 가면 좋을까 하다가 호스피스 교육을 받았던 것이 생각났어요. 그렇게 봉사하려고 다시 왔어요.

그러니까 원래는 대학원을 다니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거예요. 교육을 받을 때 대학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곳에 왔을 때 저의 건강도 그다지 좋지 않았고, 어머니가 좋아지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하러 왔던 거니까요.

그런데 그때 도반스님 한 분이 대학원을 다녀보는 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대학원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게 되고, 그렇게 대학원과도 인연이 시작 되었던 거예요.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 초심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첫 마음... 오래 전부터 명상심리 자체에는 관심이 있었어요. 제가 사찰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보살님들이 무언가를 물어볼 때 이에 어떤 답을 해주는 것이 맞을까 고민하게 되고, 뭔가 답으로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상담으로서 만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상담공부에 뜻이 생겼고, 명상은 원래 스님들이 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관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스님으로써 신도들과 어떻게 접근하고 만나고 이야기 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어요.

 

 

 

 

2학기 동안 저희 대학원과 함께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이 있으시다면 어떤 순간일까요?

아무래도 지금 파랑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하고 있는 명상수업이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저로 봐서는 나의 가장 가려운 데를 긁었다고 해야 할까요? 해보고 싶은 것을 하게 되면서 제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때그때 아이들이 반응하는 것에 맞춰서 명상수업을 하려고 하죠. 물론 내가 보는 눈높이와 아이들이 보는 눈높이가 다를 수 있겠지만요.(웃음)

명상수업에 잘 따라오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고맙고 보람도 느껴져요. 수업에 잘 못 따라오는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지금 당장에는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안 될 지라도, 명상에 대한 이 경험이 나중에 어떤 어려움들을 만났을 때 문득 생각이 나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면 그 또한 저에게 보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스님께서 아이들을 믿는 그 마음이 저희에게도 깊이 전해집니다. 처음 명상수업을 준비하면서 학생 중에 과잉행동장애 아이가 있다고 했을 때, 스님께서는 그 아이도 빼놓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다 무경험자였잖아요. 저희도, 스님도요.

그런 저희는 스님을 믿는 마음이 있었고, 스님은 아이를 믿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스님께서 아이들을 이렇게까지 깊이 믿을 수 있는 마음은 어디에서 생겨나신 걸까 궁금해요.

아이들은 원래 그런 거예요. 원래 그런 아이들을 갖다가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렇다 저렇다 하면 그게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거죠. 원래 그런 것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예요.

저 어렸을 때를 기억해보면요.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 때 교장선생님께서 열심히 말씀하고 계실 때, 맨 뒤에서 혼자 딱지치기를 하고 있었어요. 딱딱 소리가 나니까 담임선생님이 와서 딱지를 빼앗아 호주머니에 넣으셨어요. 제가 그걸 쫓아가서 선생님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딱지를 뺏는데 선생님 호주머니가 찢어졌어요.(웃음)

어릴 때를 떠올리면 저는 그것부터 기억이 나요. 아이들은 그냥 순수한 것 같아요. 지금이 어떤 분위기고, 이게 어떤 거고, 무엇을 해야 한다하는 생각들을 떠나서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예요.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기준을 요구하는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요?

오늘 저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했던 제 방식이 맞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어요.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를 처음에는 그냥 놔두었다가 나중에 다른 친구들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시점이 와서 다른 친구에게 말 하면 안 돼요. 속으로 말 해주세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말해줬어요. 그랬더니 그 아이도 서서히 분위기를 타더라고요.

우격다짐으로 안돼! 안돼! ‘하는 게 아니고 지금이 어떤 분위기,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고, 살며시 알아차리게 해주면 그 아이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어요.

 

스님께서 앞으로 그리시는 모습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수행이죠. 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도 수행이고, 두 번째도 수행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저희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스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제가 수행을 하고 뭘 하고 해봐도 이 마음을 알 수가 없더라고요.

알 수가 없는 게 마음인 거 같아요. 요 근래에 한번씩 이 마음이 뭐지? 이렇게 올라오는 이 마음이 뭘까? 하는 순간순간의 질문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게 무엇이냐 하면서 이 뭐꼬?” 하고 생각이 이어져요. ‘이 뭐꼬가 제 화두는 아니었는데 그런 마음에 대해서 이게 무엇이냐 이것의 정체가 무엇이냐 이렇게 올라왔다가 사라지는 이게 뭐냐. 마음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일어났다가 사라질까? 생각하게 되요.

그런 마음을 한마디로 한다면 이 뭐꼬? 이게 무어냐?! 알 수가 없다! 라고 하겠어요.

 

함께 공부하고 계신 도반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서로가 좋은 도반이 되어서 마음공부를 하고, 마음을 털어놓으며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이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웃음)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무진스님께서는 요즘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을 만나 명상지도를 하고 계십니다. 마음과 무진스님이 만난 그날도 파랑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의 두 번째 만남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아이들과 마주하신 환하고 밝은 스님의 미소를 만날 때면, 우리의 마음에도 저절로 환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기꺼이 인터뷰에 응해주신 무진스님께 다시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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