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문자리]
마음이 머문자리는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구절들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외로움으로 생긴 마음의 구멍에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
바람이 분다. 봄을 느끼기엔 밤하늘의 별빛조차 왠지 쌀쌀한 밤이었다.
누워도 누운 것 같지 않고 책을 들춰도 타자기가 글자를 찍어내듯 글씨만 읽어내려 갈 뿐 내가 무엇을 읽는지 조차 알 수 가 없었다. 지난 기억들이 기쁘기도 아프기도 웃음이 나기도 눈물이 나기도 화가 나기도 미안하기도 온갖 감정들이 정신없이 마음에 불어왔다.
이유 없이 흥미 없이 영화를 보게 된 그날 밤 산만한 내 마음의 상태다. 그런 나에게 찾아온 영화가 ‘외로움으로 생긴 마음의 구멍에’ 전하는 메시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 였다.
어릴때부터 사요코 주변에는 늘 고양이들이 모여들었다. 어른이 된 사요코는 여전히 고양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올해야 말로 결혼’ 하겠다는 목표를 크게 써서 벽에 붙여놓고는 있지만, 마땅히 남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의 위패 앞에 앉아 이야기를 할 때 말고는, 사요코의 대화상대는 늘 고양이들 뿐 이다. 집안 어느 곳을 둘러봐도 온통 고양이다. 딱히 만나는 친구도, 직업이라 할 만한 일을 가지고 있지도 못한 그녀, 그런 그녀가 매일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리어카에 고양이를 싣고 거리로 나서는 일이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 빌려드립니다”
홀로 남겨져 죽음을 기다리던 할머니,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사는 중년 아저씨, 손님 없는 렌터카 사무소를 홀로 지키는 아가씨, 그런 ‘홀로’된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 주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그녀는 고양이를 건네주기 전에 그들이 고양이를 빌릴 자격이 되는지를 심사한다. 무엇으로 그들을 심사할까. 아마도 그녀는 그들의 ‘마음의 구멍’을 찾은 것 같다. 그녀는 품에 고양이를 안겨주며 말한다.
“구멍을 채우세요. 마음의 구멍을!”
어쩌면 혼자인 그녀는 고양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함으로 외로움에 사무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구멍을 메워준 고양이를 통해 세상에 외로운 이들의 구멍을 찾아 거리를 걷는다. 누구보다 외로움을 잘 아는 그녀이기에, 고양이와 함께 외로운 이들의 마음을 따뜻이 채워줄 수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람들 마음속에 구멍을 매워주던 사요코는 허풍쟁이에, 절도범인 중학교 친구 요시자와를 만나며 자신의 마음속 구멍을 떠올리는 듯하다.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있는 걸까요?”
요시자와를 만난 날 밤, 사요코는 묻는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마음속에 뻥하고 구멍이 뚫렸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매일 짜증날 정도로 밝은 아침이 찾아오고,
눈치 없이 하루 세 번 배가 고프고, 지겨울 정도로 해가지면 다시 해가 뜨고,
토할 것 같은 봄이 끝나고 다시 여름이 지나가고...
슬픔으로 가득차서 앞날이 없이 쓸쓸한 마음의 구멍을 매워준 것이 고양이들이었다.」
-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중
영화가 끝나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마음의 구멍’이란 그 한 마디가 가슴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어느 누구에게든 그 ‘마음의 구멍’이 존재할 것 이다. 세상이 외로워지는 만큼 그 구멍들은 점점 커질 것이다. 발전되고, 진보하고, 그렇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하는데, 어찌된 것인지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렇지도 않다. 늘어만 가는 범죄 소식들, 가난해서, 힘이 없어서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 높아져가는 자살률, 점점 더 소외당하고 내몰리는 생명들은 늘어가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예의’ 인 듯 우리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 등 돌리고 살아가지 않는가. 어쩌면 함께 살고 있는 가족, 이웃들과 나누면 해결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과 고민들 까지도 모두 ‘개인’의 문제가 되어버려 무엇이든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삶이 버겁기만 한 세상이다. 그것을 우리는 ‘자유’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다른 존재들과 함께 더불어 나누는 삶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더불어’ ‘같이’ ‘모두’ ‘우리’ 란 말들을 내 자유가 침해되는 것 같은 불편함으로만 느꼈던 적은 없는지를 내 마음에게 먼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협력하고 나누고 돕기 보다는 서로의 발등을 밟고 밀치며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경쟁의 교육만을 가르치고 배우며 자라왔으니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잃어버린 거라면, 지금이라도 다시 찾으면 되지 않을까.
사요코처럼 외로움이 가득한 세상 길목에서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 빌려드립니다.” 씩씩하게 외치는 그녀처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운 사람이 너무 많다.
구원받지 못한 슬픔이 너무 많다.
그래서 오늘도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 준다.마음 속 구멍을 채우기 위해서」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중
내 마음의 구멍과 내 이웃들의 구멍을 생각해 보게 된다. 난 무엇으로 그 구멍들을 매울 수 있을까.
씩씩하게 걸음을 옮겨보고 싶어졌다. 또박또박 천천히...(글 : 김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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