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문자리]
마음이 머문자리는 교육을 통한 생각들, 느낌들, 책이나 영화, 그 무엇에선가 문득 마음이 머무는 그 어느구절들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 그 자리에, 함께 머물러 보세요.
種樹郭卓駝傳
곽탁타는 곱사병을 앓아 허리를 굽히고 다니는 모습이 낙타와 비슷해 마을 사람이 '탁타'라 불렀다. 스스로도 그 별명을 듣고 내게 꼭 맞는 이름이라고 자기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탁타라 하였다.
탁타의 직업은 나무 심는 일이었다. 탁타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더라도 죽는 법이 없을 뿐 아니라 잘 자라고 열매도 일찍 맺고 많이 열렸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대답하기를, '나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많이 열게 할 능력이 없다. 나무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할 뿐이다.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그 뿌리는 퍼지기를 원하며, 평평하게 흙을 북돋아주기를 원하며, 원래의 흙을 원하며, 단단하게 다져주기를 원한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연후에는 움직이지도 말고, 염려하지도 말 일이다. 가고 난 다음에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심기는 자식처럼 하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무의 천성이 온전하게 되고 본성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 없다. 결실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일찍 열매 맺고 많이 열리게 할 수 없다.
다른 식목자는 그렇지 않다. 뿌리는 접히게 하고, 흙을 바꾼다. 흙 북돋우기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한다. 비록 그리 하지 않아도 그 사랑이 지나치고 근심이 심하여, 아침에 와서 보고는 저녁에 와서 또 만지는가 하면 갔다가는 다시 돌아와서 살핀다. 심한 사람은 손톱으로 껍질을 찍어보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사하는가 하면, 뿌리를 흔들어보고 잘 다져졌는지 알아본다.
이리하는 사이에 나무는 차츰 본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비록 사랑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무를 해치는 일이며, 비록 염려해서 하는 일이나 그 나무를 원수로 대하는 것이다.
나는 그리 하지 않을 뿐이다. 달리 내가 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
신영복 <강의> 514-515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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