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1)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불교 유식학은 중관학(中觀學)과 더불어 대승불교 사상의 두 기둥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가르침이다. 중관학은 흔히 공사상(空思想)이라 하여 불교신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공사상을 집약해서 나타낸 것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며 그 중에서도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은 공사상을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대부분의 불교의식에서는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그래서 공사상은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유식사상은 불교인들에게조차도 잘 알려진 것이 아니다.

 

유식학은 이론적이고 사변적인 것이 아니라 활용적이고 실천적인 사상이다. 보통사람(중생)들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아간다. 그것이 중생들의 속성이다. 욕망은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고통의 근원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욕망을 추구하는 삶은 갈등과 대립그리고 투쟁은 피할 수가 없다. 자신과 타인, 자신과 세상과의 갈등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근원은 욕망이다. 욕망의 근원이 무엇이며 욕망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가르침이 유식사상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불교사상이며 또한 보편적인 사상이기도 하다.

 

공사상은 진리 그 자체이다. 우주의 근본은 텅 빈, 공이다. 다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현상들이 나타난 것으로 연기의 법칙으로 설명한다. 유식사상은 진리에 이르는 길을 통찰하게 하고 나아가 욕망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상세하게 안내하는 가르침이다. 진리 자체를 배우고 이해하여 남들에게 전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식과 이론은 배워서 타인들에게 전달하면 된다. 그러나 자신이 진리에 이르는 것은, 달리 말하면 자신 안에서 진리를 구현하는 것은, 스스로 공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진리 자체를 말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며 자비를 베풀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제로 자신이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유식(唯識)이란 오직 마음이란 뜻이다. 글자의 의미는 오직 안다는 뜻이지만 안다는 것의 심리적 의미는 인식이다. 인식은 마음의 작용이며 마음의 작용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 인식이라고 하고 자기 마음대로 인식하기 때문에 착각이라고 한다. 그것이 오해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인식은 존재하기 어렵다. 달걀을 달걀이라고 알아차릴 수는 있지만 달걀에 대한 의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서 결코 동일한 것이 아니다. 개개인의 인식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종자(성품)와 개인적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현대물리학에서 밝히고 있는 물질의 최소단위는 원자핵이다. 원자핵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전자나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나 중성자 등은 움직이는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관찰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고정불변의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현상과 작용 그리고 갈등과 대립 등도 보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인식된다. 주관적인 인식이 존재할 뿐이다. 예측할 수 없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자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고 옳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주관적인 인식이다. 주관적인 인식의 근원은 마음이며 욕망이다. 마음을 알고,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면 갈등의 근원을 이해할 수가 있다. 유식사상은 마음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고 순간순간 요동치는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서 열반(마음의 평화)에 이르게 하며 나아가 개인은 물론 사회, 국가 간의 갈등도 해소할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는 사상이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여서 질문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해답을 찾으려고 밤을 새우며 노력한다면 그것은 부질없는 헛수고가 될 것이다. 마음에 대한 공부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지식을 알아보았자 본인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견(知見)만 늘어날 뿐이다. 오로지 본인 자신의 주관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타인의 수고를 슬쩍 차용한다 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따라서 마음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나의 마음은 무엇인가?’라고 바꾸어야 비로소 올바른 과제가 되고, 넘어야 할 산을 구체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나의 마음은 무엇인가?’에 대한 살핌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이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자신을 아는 정도(의식성)에 따라 마음공부의 진전을 평가할 수도 있고, 정신장애의 심각성 정도를 구분할 수도 있다.


유식학은 마음에 관한 학문이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게 하는 가르침이며 나아가 진정한 자유인, 참된 도인에 이르게 하는 가르침이다. ‘천천히 읽는 명상코너는 앞으로 유식학을 통한 자기 통찰과 자기 심리치유에 관한 내용을 연재할 계획이다. 같은 길을 걷는 도반들은 이 코너가 끝날 때까지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이어가길 바란다. 나무 불법승

 

Posted by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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