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최경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2019. 12. 31. 13:36

[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최경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포근한 날씨가 많은 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2학기 기말세미나를 앞둔 어느 겨울날,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나 포근해서 바람마저도 봄날처럼 따사롭게 느껴지던 그날, 대학원생 최경희 선생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학기 중엔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을 듣느라 바쁘고 평일엔 평일대로 개인상담 일로 바쁘게 지내시는 최경희  선생님이기에 만남이 몇 번씩 연기되곤 했었거든요.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는 대학원에서 멀지 않은 울주군 상북면의 아름다운 한옥 카페입니다. 영남알프스가 이어지는 아늑한 산길 언덕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한옥 카페는 평일인데도 차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많았고 바깥날씨도 따듯해서 우리는 한적한 정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커다란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오후의 햇살이 내리비치는 그곳에서 우리는 따듯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최경희 선생님의 목소리가 그윽한 커피향처럼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요?

 

요즘 네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하는 일 부분은 개인상담이구요. 그밖에 다른 일은 별로 없어요. 잘 쉬고 있어요.


-네 가지 일을 하신다고 하셨는데요. 대학원 공부까지 포함하면 다섯 가지 일을 하고 계시네요? 가장 애착을 갖고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개인상담요. (잠시 침묵)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상담을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예요. 가정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시작했구요. 그렇게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왔어요. 그런데 내담자들을 생각하니까... 얼마 전에 자살 시도를 했던 내담자도 있었구요. 힘들었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니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눈물이 나네요. 상담을 할 때 같이 울기도 해요. (계속 눈물) 맨날 울지는 않는데,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데 있었던 일을 물어보시니까 갑자기...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그렇죠. 상담을 시작하고서, 음... 상담을 먼저 시작했다기보다 마음공부를 먼저 시작했죠. 그러다가 상담 분야를 알게 되었구요. 학부 1학년 때부터 태롯(tarot)이 손에 잡혔죠. 그러다가 불교 쪽이 자기를 바라보는 데는 가장 맞는 것 같았고 저하고도 맞는 것 같아서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온 거예요. 대학원에 들어와서는 제가 몰랐던 것들에 대해 좀더 고민을 할 수 있었고 사람의 균형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의 심연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죠. 저에게는 이 대학원에 오게 된 게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대학원에 들어와서 불교를 학문적으로 배우게 되신 건가요?

 

저는 초파일에 한번 절에 가는 정도? 그 정도였고 교회는 편하지 않은 사람. 누가 종교를 물어보면 불교예요라고도 하고, 무교라고도 하고, 그냥 그 정도였어요. 저는 불교를 학문이라기보다는 불교 = 삶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불교를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나를 알고 싶어서 불교 쪽 관련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게 된 거죠. 아직도 깊이 있게 공부하지는 못했지만요. 나를 알고자 불교 공부를 시작했는데, 인간을 알게 되고 나아가서는 우주 전체를 이해하게 되는 역할을 불교가 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편안해졌어요. 도움이 많이 되었죠. 개인상담에도 도움이 되구요. 상담에도 불교를 접목해서 개인상담 때 명상을 시도하기도 해요. 내담자와 같이 명상을 하기도 하고 숙제로 과제를 내주기도 하죠. 그러면 명상에 관심도 없던 내담자가 명상 동아리에 가입을 하여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래요.


-이제 논문학기만 남으셨는데요, 졸업 후 계획이나 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 부분은 아직까지도 고민이긴 한데요. 처음에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개인상담센터를 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그랬는데 지금 현재 상담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많고, 상담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그리고 상담센터를 차리시는 분들도 많은데 문을 닫는 분들도 많으세요. 주변에서 그런 일들을 보면서 때때로 고민을 좀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지금 하고 싶고, 내 양심에 맞는 일을 하면 세상이 나에게 시키는 일이 올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죠.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을 하나 하나 해나가는 것, 거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제가 중학생 학생회에서 활동을 좀 하다가 결혼해서 민간복지기관에서 일을 좀 하다가 민간복지기관의 장이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이어서 그분하고 일을 같이 했었어요. 앞에 나가 노동운동을 같이 했다기보다는 연결된 일들, 행사나 집회 있으면 한번씩 가고 그런 정도였죠. 제 생각도 그런 쪽을 띠고 있죠.

그분은 선두에서 리드하는 그 모습과 함께 인품이 넉넉하셔서 뒤에서 또 끌어안는 부분도 넉넉하셨어요. 저는 정치인에 대해서 안 좋은 말만 들었었는데, 제가 그분 밑에서 직접적으로 일했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물론 사람이니까 실망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분은 아우르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주변에 그분을 존경하는 분들도 많았고 저 또한 그랬었죠.

제가 선택은 해왔지만 항상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구나, 공동체가 있고, '함께'가 있고, 그걸 중심으로 내가 선택하고 움직였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그분도 사람이 먼저인 분이었고 공동체가 먼저인 분이었어요. 대학원에서 만난 김경일 교수님 또한 마찬가지구요. 김경일 교수님 수업 때 저는 맨 앞에 앉거든요? 김경일 교수님 강의 때면 너무 좋아서요. 솔직히 대학원 수업 중에 김경일 교수님 수업이 제일 좋아요. 제가 웃음이 떠나질 않죠. 교수님도 아실 거예요. 하하하.

첫 1학기 끝나고 강의평가 때 제가 뭐라고 평가했느냐 하면요, 김경일 교수님 강의는 정말 물 흐르듯 흘러간다, 이런 강의는 처음 들어본다고 적었어요. 그런데 정말 김경일 교수님은 한결 같으세요. 위트도 있으시구요. 김경일 교수님 너무 좋아하죠.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첫 마음이 기억나시나요?

 

입학했을 때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어요. 내가 상담을 하면서 불교 쪽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상담에 접목하리라. 내가 실력이 된다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거죠. 내가 하는 일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다면 널리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겠다, 그런 프로그램을 한번 만들어보겠다라는 큰 포부를 안고 왔었죠, 하하하.

제가 개인상담을 하면서 내담자들과 명상을 하고 과제를 내주고 있어요.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 설명을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깊이 알고 제대로 알아야 그 사람에게 맞게끔 설명을 해줄 수가 있어요.

알아듣기 쉽게요.

그래서 상담 때 제가 아는 선에서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끔 '유식'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거나, 우리 불교 쪽 용어로 '아뢰야식'이라든가 이런 것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죠. 아직 프로그램을 만든 건 아니지만 불교를 접목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현대 상담이론들이 많이 있는데, 저는 서양에서 온 이론들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우리나라의 불교적인 것이 너무 좋아서, 점목하고 싶어서 조금씩 활용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구체화되겠죠.


-대학원 생활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학교생활하면서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 제일 좋았죠. 학교 가는 토요일이.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 음... 정말 하고 싶은 걸 배우러 가니까요.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하는 편이었구요.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1학기 때 야외수업을 갔을 때예요. 통도사 암자를 몇 군데 돌았거든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죠.

그 다음은 기말세미나예요. 세미나 때 같이 공부했던 선배님들, 동기들이 공부했던 것을 설명하고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저도 세미나 발표를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고민해가면서 준비했던 것들. 그게 제 기억에 남네요. (박수가 많이 나왔지요). 이곳엔 정말 공부가 많이 된 분들이 오시더라구요, 저 빼고. (웃음)


-이제 논문학기 한 학기가 남았는데요, 대학원 생활에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올해는 개인적으로 따로 공부한다고 부득이 한달에 한번씩 주말에 수업에 빠졌는데요. 그쪽에 가서는 채워지지만, 이쪽에서는 수업에 빠지고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그것이 좀 아쉬웠었죠. 더 깊이 공부를 하고자 했던 욕심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10년 후의 모습은 어떠실 것 같은가요?

 

일단 아이들은 20대 후반이고 자기들이 알아서 할 거구요. 저는 아마도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아... 갑자기 또 훅... (눈물) 최고의 선물은 태어난 거죠. 저는 예전에 힘들었을 때는 왜 태어났나,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 때문에 지금 상담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 건데요. 지금 몇 년에 걸쳐서 나를 만나고 보니까, 나를 알게 되니까 세상에 태어난 것이 너무 감사해요. (그때 상공에 까마귀가 나타나 "까악까악" 울음) "맞아, 맞아" 하하하.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태어난 것도 감사한데 제가 만난 모든 인연들, 모든 상황들. 정말 나에게 이런 일이 왔을까, 그때는 그것이 너무 힘들고 부정하고 싶었는데 그 일들이 나를 키웠더라구요. 나를 성장시켜 주었고, 이 세상을 알게 해주었고, 나를 알게 해주었고. 아직 다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나에게 온 모든 것들에게 또 감사하죠.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아... 갑자기 또 훅 들어오네요. 마음... 마음은 나의 세상, 내가 생각하는 세상. (손으로 저수지를 가리키면서) 저 물과 같은 것 같아요. 세상을 그대로 비추어 주고, 나무를 그대로 비춰주고, 그림을 그대로 비춰주고. 그런데 그 마음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그대로 비춰지는 사람도 있고, 그대로 비춰지는 것에 자기 것이 들어가면 그대로 세상을 볼 수 없죠. 그래서 제가 갖고 싶은 마음을, 세상을 그대로 비추는 물과 같은 마음이죠. 그래서 제가 마음공부를 하는 것 같아요. 그걸 위해서. 그 마음에 머물고 싶어서.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너무 잘하고 계셔서요. 후배님들 보면 오히려 제가 배우거든요. 우리가 후배였을 때 선배님들이 저희한테 했던 말씀들이 있어요. 정말 칭찬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우리 기수들이 후배를 보면 또 그 마음이 드는 거예요. 어떻게 저런 생각들을 하지? 야, 공부 많이 한다. 잘한다. 선배님들이 저희들 볼 때 해주신 말들이 이 마음이었구나, 그냥 이쁜 거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대학원에서 맺은 인연들인데 저 또한 선배로서 후배한테 이 길에 있어서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뭔가 물어오면 내가 아는 선에서 답을 해주고 싶고 도움을 주고 싶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