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임주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항상 기분 좋은 웃음으로 유쾌한 상상을 하게 해주는 임주은 선생님을 만나러 가던 날. 우리는 불그스레한 가을빛으로 물들어 가는 벚나무 숲길을 지나고 구불구불 고갯길을 넘어서 울주군 상북면에 있는 아름다운 숲속의 찻집 '농도'로 향했습니다. 모처럼 찾아온 맑고 온화한 가을 날씨 덕분에 실내에만 머물지 않고 야외에 나가 원목그네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우리. 이제 임주은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를 풀어내 보려 합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지요?
주말에는 대학원 공부하면서 보내고, 평일에는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요. 요즘 아주 바쁠 때라서 다른 일은 못하고 있어요.(웃음)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입학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여기 자재요양병원에 입사하기 전부터 해왔고, 진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저는 원래부터 불교와 상담을 접목해서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제가 일하는 분야가 사회복지잖아요. 그런데 보통 사회복지현장은 거의 기독교 쪽이고, 상담도 서양의 철학들과 상담기법이 전부예요. 제가 불자이기도 하니까 불교에서 하는 상담을 배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우연찮게 자재요양병원에 입사를 하려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을 알게 되었어요. 정보를 검색해 보니까 '아,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제가 자재요양병원에 이력서를 내게 된 동기에도 대학원이 큰 역할을 했어요.
그 동안 사회복지현장에서 상당한 커리어를 쌓아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홀트아동복지회 미혼모자 공동생활 가정에서 근무를 했었죠. 그 이전에도 부산에서 미혼모 관리를 하면서 근무를 했었고요. 그 이전에는 YWCA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예전의 근무지들이 기독교적인 곳과 연관이 있는 곳들이었죠.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은 어떠셨나요?
입학하면서 이곳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다시 떠올려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어요. 부모님이 불자이셔서 저도 어릴 때부터 종교로서의 불교를 자연스럽게 익혀 왔었는데,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학문적으로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정말 생소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염려도 컸었던 것 같아요. 사실 입학할 때는 가슴 벅참도 있었지만 약간 부담이랄지, 지금도 불교에 대한 학문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는 생각은 있죠. 대학원 과정이기 때문에, 그런 데서 오는 고민들이 아직까지도 있는 상황이긴 해요.
하지만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제가 종교로서의 불교를 그냥 알 때보다 좀더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들어요. 그 동안은 믿음으로서의 불교를 많이 봤왔었고 믿음을 제외한 종교적인 갈등이라고 할까, 이것이 정말 확실한 것인가 하는 모호한 질문들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었는데 이제는 약간 걸러지는 기분이에요. 제 안에 있는 그런 모호함이라든가 종교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안정적인 마음상태가 되는 것도 있고요. 대학원 공부를 할수록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게 이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원 동기들 중 자재요양병원에 함께 근무하면서 동시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분들이 세 분 계시죠. 학생회장을 역임한 이경화 선생님을 비롯해서 이현 선생님까지 포함해서요.
사실, 대학원에 지원한 목적 자체가 불교에 중심을 두었다기보다 셋이서 다같이 공통적인 부분은 불교호스피스에 대한 것이죠. 그래서 불교도 불교지만 대학원 전문가 과정에 명상심리 과정도 있었기 때문에 환자를 상담하고 돌봄하는 데 좀더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생명교육 전문가과정이 생기면서 좀더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호스피스나 그와 관련한 돌봄으로서의 접근으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것이라서 셋이서 딱히 불교에 대한 논점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따로 모임을 갖지는 않았어요. 서로 오고가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불교적인 것들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들은 있죠.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 입사하기 전에는 직장동료 사이에 분명히 명확한 선이 있고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있었는데, 사실 여기에 입사해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사회적 관계라기보다 좀더 가까운, 사적 개념과 공적 개념들이 모호해질 정도로 그런 관계예요. 오히려 저한테는 그런 관계가 좀더 가벼워진 것 같아요. 사회관계에서는 보통 말하는 가면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스스로 벗기는 연습을 하는 거죠.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제가 여기에서 하는 일들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대학원에서 배웠던 명상이나 관련 수업, 교수님 강의들의 도움이 컸어요. 계속해서 내 안에 여운을 남기는 질문을 계속 하게끔 하는 수업이었거든요. 확실히 달랐어요. 그런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데에서 공부를 하니까,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학원을 공통 분모로 할 수 있는 동기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도 좋았던 것 같아요.
대학원 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지금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영상들은 아주 많은데요. 처음 첫 시간에 둘러앉아서 서로 자기 소개할 때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무척 긴장되면서 설레이기도 하고 감정들이 복합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 시점에서 그 때를 떠올리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그리고 제가 대학원 총무를 할 때 비오는 날 우리가 통도사에 우중산사 체험을 갔잖아요. 그 때도 좋았던 것 같아요. 그 때 제가 차키를 잃어버려서 다시 찾으러 갔던 일도 기억이 나구요. 순간 순간들이 다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4학기인데 아쉬움은 없는지요?
제가 주말에 일이 있어서 한번씩 수업에 빠질 때가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공부와 일을 병행해서 하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후회되거나 그런 것은 없어요. 모든 것이 아주 감사한 경험들이라서요.
10년 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금 내가 행복한 것은 다 내 노력 덕분이다(웃음). 십년 후면 제가 마흔하나예요. 그 때는 제 영역에서 좀더 능숙해져 있고 단련되어 있는 모습이 되고 싶어요. 업무적으로도 그렇고, 제 스스로의 감정도 그렇지만 일적인 부분에서 뭔가에 휘둘림 없이 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이라고 해도 좋겠죠.
제가 지금 돌보고 있는 대상자가 환자 보호자예요. 호스피스 대상자죠. 저는 그분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그분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확실하고 면밀하게 파악해서 그것들을 추진함에 있어서 좀더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에 대한 행복감을 스스로 느끼고 보람감을 계속 느끼고 싶죠. 특히나 호스피스 환자분들은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짧아요. 임종하시고 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매 순간 순간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크죠. 제가 그것을 정말 잘하고 있나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족함이 많다고 느껴요. 제가 호스피스 분야에 들어온 것 자체가 불과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경험을 쌓아가는 상황이다 보니 좀더 그런 부분이 있고, 나중에 스킬적인 부분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가 염두에 둔 논문의 주제가 불교라는 부분과 제가 현장에서 하고 있는 호스피스라는 부분이 결합되어 있어요. 사실 논문이라는 것, 내가 대학원에 들어온 것, 이 모든 것들이 돌봄을 좀더 잘하기 위한 공부이거든요. 논문 주제와 현장이 별개가 아닌 거죠. 그래서 제가 좀더 집중을 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제가 오늘도 살고 있다는 것. 그냥 그런 것들이 늘 감사하죠.
저희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선배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저에게 마음이란 "바다"예요. 겉으로는 고요해 보이지만 실제적으로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면 굉장히 일렁임이 있잖아요. 마음이라는 것도 그렇죠. 그냥 넌지시 사람을 밖에서 보면 그 사람이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무수한 감정들이 오고가는 역동적인 것이 늘상 있는 것 같아요. 그 심연으로 내려갈수록 분명히 또 더 고요하고 깊고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심연을 계속 보려고 하는 것이 사람인 것 같거든요. 사람의 마음도 그런 바다를 닮은 것 같아요.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저만큼은 수업에 빠지지 마세요~(웃음) 출석에 대한 아쉬움이죠. 바쁠 때는 오기가 쉽지가 않더라구요. 하지만 오는 게 힘들지 오면 아주 즐거운 수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