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는 명상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6)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2019. 7. 23. 10:27

[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6)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마음을 흔히 바다에 비유하기도 하고 우주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것은 마음이 무한하게 넓고 깊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마대사는 마음이 법이요, 마음이 부처라고 했다. 마음을 떠나서는 삶과 인생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명상을 한다, 참선을 한다, 정신분석을 한다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보조국사 지눌스님은 불취외상(不取外相) 자심반조(自心返照)라고 가르쳤다. 바깥의 경계를 취하지 말고 자기의 마음을 밝히라는 것이다. 간화선을 꽃피운 송나라 때의 대혜 종고 선사는 애응지물(碍膺之物) 기제각(旣除覺)이라고 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으면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신심명을 저술한 3조 승찬 대사는 단막증애(但莫憎愛)하면 통연명백(同然明白)이라, 사랑하고 미워하지 않는다면 확연히명백하다.’고 했다. 마음의 문제를 사랑과 미움이라는 두 개의 핵심감정 작용으로 정리를 해 버린 것이다. 원각경에도 중생의 고통은 증애심(憎愛心)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을 알면 아는 만큼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모르면 모르는 만큼 병리적인 삶을 살게 된다. 법구경 술천품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다. “전쟁터에서 혼자서 천 명의 적군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더 위대한 전사이다.” 자기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통찰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자신의 내면을 알아차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옛날 옛적에 의좋은 형제가 있었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형제는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형님은 자신보다도 동생을 더 생각했고 동생도 자신보다 형님을 더 생각했다.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두 사람의 우애를 멀리할 수는 없었다.

가을걷이가 끝나자 모처럼 두 사람은 멀리 나들이 길에 나서게 되었다. 산등성이 고갯길을 넘어가는데 길가에 뭔가 반짝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가만히 살펴보니 자연석 돌에 박힌 노다지 금덩어리가 분명했다. 형제는 서로의 눈을 의심하며 금덩어리를 살피고 또 살폈다. 가난하게 살아 온 고단한 삶이 끝난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그들은 가던 길을 재촉하며 한 나절을 더 걸어 강가에 도착했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배가 강 한 가운데쯤에 이르렀을 때, 형님은 갑자기 노다지 덩어리를 깊은 강물 속으로 던져 버리는 것이다. “풍덩소리와 함께 노다지는 깊은 강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동생은 깜짝 놀라 형님을 쳐다보았다. 형님은 상기된 표정으로 동생에게 말했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읜 후로 이 세상에서 너보다 더 소중한 존재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금덩어리를 줍고 나서 한나절을 걸어오는데 문득문득 만약에 네가 없다면 이 금덩어리를 나 혼자 가질 수가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이 일어났다. 내 마음 속에 그런 나쁜 생각이 들어있는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아우야,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 나를 용서해 다오. 이런 생각이 결국은 금덩어리 때문에 일어난 것이므로 강물에 던져버렸다. 나에겐 금덩어리보다도 네가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형님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금방 환하게 웃으며 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동생도 고개를 떨구며 형님께 말했다.

형님 죄송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형님은 부모님 이상으로 저를 아껴주시고 챙겨주셨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걸어오는 동안 그런 나쁜 생각들이 문득문득 일어났습니다. 제 마음 속에 그런 나쁜 생각이 들어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형님이 미리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제 속이 후련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동생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나룻배 위에서 서로 부둥켜안았다. 강물은 고요하게 흘러가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무심하게 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우애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는 평생을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았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평소에는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많은 요소(?)들이 숨어 있다. 그러나 어떤 경계나 상황, 또는 환경에 부딪히게 되면 숨어있던 요소들이 움직이게 된다. 유식학에서는 그것을 종자라고 한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온 것을 본유종자라고 하고 출생 이후 만들어진 것을 신훈종이라고 한다. 탐심, 진심, 치심 같은 것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강한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정신장애를 일으키거나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종자들을 통찰하고 극복하는 것이 마음공부이고 심리치유이다. 종자들을 극복하게 되면 삶이 보다 편하고 자유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