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읽는 명상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4)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2019. 3. 30. 15:51

[천천히 읽는 명상]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김경일 교학처장님이 들려주시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불교 유식학(唯識學) 산책(4)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마음은 파도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출렁인다. 잠을 잘 때도 마음은 움직인다. 무의식은 쉼없이 작용하고 활동한다. 꿈은 무의식의 작용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을 통해서 쉼없는 자극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동일한 자극이 주어져도 사람에 따라 반응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반응이 서로 다른 이유를 유식학에서는 오심설로 설명을 하는데 탁월한 심리학적 해석이다.

오심설은 의식(제육식)에서 일어나는 인식과정을 설명하는데 순서대로 솔이심(率爾心), 심구심(尋求心), 결정심(決定心), 염정심(染淨心), 등류심(等流心) 등이다. 솔이심은 외부의 대상에 대해 처음으로 작용하는 순간의 마음이고, 심구심은 대상이 무엇인지 알려고 추구하는 마음이며, 결정심은 대상이 어떤 것이라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염정심은 대상을 결정한 후에 선심(善心)이나 악심(惡心) 등을 일으키는 것이고, 등류심은 잡염심과 청정심이 찰나찰나에 상속해서 같은 마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솔이심은 깜깜한 밤에 어떤 짐승을 만났다고 할 때 저기에 무엇이 있구나하는 마음이며, 심구심은 저것이 무엇일까하고 알고자 하는 마음이며, 결정심은 호랑이다하고 결정하는 마음이고, 염정심은 무서운 짐승이구나하고 개인적인 경험이 개입되는 마음이며, 등류심은 호랑이에 대한 평소의 무서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지속되고 이어지는 마음이다.

 

오심설은 의식이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인식의 오류가 발생하는 과정도 알 수 있다. 눈이 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안식이 사물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저기에 무엇이 있구나 하는 찰나적인 마음이다.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는 것이나, 코에 어떤 냄새가 느껴지는 것은 모두 솔이심의 작용이다. 이 상태에서 더 이상의 마음을 내지 않으면 대상에 대한 인식도 진행되지 않고 멈추게 되며 인식 오류도 발생하지 않는다.

 

심구심은 솔이심이 인식한 것을 알아보려고 하는 마음이다. 저게 무엇일까, 고양이일까, 아니면 귀신일까, 하고 대상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마음을 말한다. 순간적으로 들은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를 알고 싶고, 코로 맡은 냄새가 무슨 냄새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모두 심구심이다

 

결정심은 심구심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엇이라고 단정하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저것은 고양이다, 저것은 호랑이다, 또는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일어난 그림자의 움직임이다 하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저 소리는 하모니카 소리이며, 저 냄새는 참기름 냄새이며, 이 맛은 씀바귀의 맛이다 등이 모두 결정심이다. 결정심은 작동하고 나면 곧바로 염정심이 따라 붙는다.

 

염정심은 결정한 대상에 대해 선한 마음이나 악한 마음 또는 선도 악도 아닌 마음을 일으키는 것으로, 과거에 나쁜 감정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이 일어나고 좋은 감정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이 일어난다. 개인적인 경험의 영향을 받는 마음이다. 고양이에게 할퀸 기억이 있는 사람은 고양이를 무섭게 인식할 것이며, 애완용으로 고양이를 길렀던 사람은 매우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염정심은 개개인의 경험의 지배를 받는 물든 마음으로 인식의 오류나 왜곡의 근원이며, 말라식이나 아뢰야식의 영향을 받는다.

 

등류심은 계속 이어지고 흘러가는 마음으로 염정심에서 인식한 것이 잡염식이든 청정심이든 상속되고 유전되는 마음을 말한다. 고양이를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고양이를 무서워 할 것이고, 고양이를 귀엽게 생각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귀엽게 보게 된다. 의식에서 인식한 것들이 말라식을 물들이고 다시 아뢰야식에 저장되어 부단히 이어지는 마음이 등류심이다.

 

오심설은 사람들이 어떻게 현실을 오해하는가를 밝힐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솔이심은 신체적인 이상 즉, 오감에 이상에 없으면 개인차는 크지 않다. 따라서 비슷한 정도로 반응하게 된다. 그러나 심구심에서부터는 차이가 생겨난다. 무엇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체가 내 앞을 스쳐 지나갔구나 하면서 생각을 멈출 수도 있고, 지나 간 것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정심은 대상이나 현실을 파악한 후에 무엇이라고 결정하는 마음이다. 내담자의 경험과 주관적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내담자의 지적 능력과 경험의 세계가 동시에 반영된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고 주관적인 인식으로 인해 오해와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정심에서 일어나는 왜곡은 현실적인 판단의 미숙이나 지적 능력의 부족에 기인할 수도 있다.

 

염정심은 대상을 인식하고 결정한 다음에 주관적인 경험과 감정이 개입해서 일어나는 마음이다. 염정심은 사람들의 주관적인 세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내담자의 주관적인 세계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형성된 것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음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찾는 것이 염정심을 이해하는 것이며 무의식의 요소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염정심에 이르면 개인차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등류심은 이어지는 마음으로 변화를 일으키려면 내담자의 새로운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 이는 무의식의 상태가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지속되는 것과 같다. 마음공부는 염정심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주관적이고 왜곡된 감정을 통찰하고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