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휘스님을 만났습니다.
[만남이 머문 자리]
만남이 머문 자리에서는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법휘스님을 만났습니다.
봄비 내려 촉촉한 월요일 오후, 마음 편집진들은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딱 오늘 같은 봄날에 만나고 싶은 사람. 대학원 졸업생 법휘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법휘스님의 마음을 만나러 가는 길, 함께 동행 해 보실까요?
올해 3월에 졸업하시고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저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사실 지금 이 생활을 결정하기까지 많이 고민했고, 저에겐 많은 용기가 필요했거든요. 정말 많이 고민했고 두려웠지만 요즘에는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지금 경험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망설이고 두려워하겠구나 싶거든요.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나의 느낌? 생각? 그런 내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고, 그것을 따라가는 시간이예요.
지금의 생활이 내가 걸어보지 않은 길이고, 익숙하지 않은 패턴이다 보니 많이 힘들었던 거거든요. 지금은 마음의 안정이 많이 되었지만, 이렇게 될 때까지 많이 갈등하고, 방황하고, 많이 두려웠어요. 내가 지금 잘하는 건가? 이렇게 해서 어떡하지? 시간이 갈수록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힘들어 지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이 아니면 나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이 생활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고, 선택하지 못할 거라는 그 마음이 저를 멈추어 세우더라고요. 차라리 무언가 하고 있을 때에는 불안은 없거든요. 뭔지 모르지만, 가면 되니까.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걱정되지 않고, 두렵지 않고, 처음 어떤 곳을 갈 때에도 위축되지 않고 긴장되지 않게 되는 나의 모습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늘 안전하고 확실한 것만을 찾아왔었고 결정해왔었거든요. 그것들은 안전하고 확실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민이 필요치 않았어요. 그냥 열심히만 하면 되니까.
지금의 결정이 스님께 굉장히 치열한 결정이셨구나 싶어요.
저만 아는, 아무도 모르는 치열함이죠.(웃음)
저는 나 자신이 독립적이라는 것을 정말 1%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근데 어느날 저에게서 엄청난 의존성을 본거예요. 그 의존성을 보는 순간 저의 모든 것이다 무너지는 거예요. 나의 모든 선택은 누군가의 손잡음이었던 거예요.
그 손을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잡고 가려고 하는지 그걸 보니까 내 삶이 너무 두려운 거예요. 늘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끌어주는 길이 보였기 때문에 그게 없을 때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할 수 있을지를 몰랐는데 딱 놓고 보니까 너무 무섭고 막막한거예요.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혼자 내 길을 가는 것을 경험하지 않으면 난 영원히 이 손을 놓지 못하겠구나 싶더라고요.
근데 이게 정말 힘들더라구요. 미치도록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은 거예요. 나의 소리, 나와 친해지는 거, 내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이 너무 힘든거예요.
지금은 그 소리가 들리세요?
이제 주위의 소리에 집착하지는 않게 된 것 같아요.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 비교라든지 그런 부분에서는 많은 부분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진 거 같아요.
참 아이러니 하게도 제가 만나는 환자분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이 제게 하는 공통된 이야기가 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요. 그러면 저는 이야기하잖아요.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 그것만으로 이미 가치가 있는 거라고, 그러면서 너무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자체를 과연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죠.
열심히 하되 자기 안에 충만 되어있는 존재의 의미는 잊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의 여정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 여정을 딱 한마디로 말한다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도반을 만날 수 있었던 곳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지고 있던 나의 큰 문제들을 풀어 낼 수 있는 시작점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것을 했고, 그 과정은 어떤 결과물을 얻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내 앞으로의 삶을 위한 자양분? 토대를 닦는 시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관계라 하면 어떤 관계를 말씀하시는지요? 누구나 자신이 아는 자신의 모습이 있잖아요. 그리고 관계 속에서 함께 하면서의 또 다른 내 모습이 있구요. 우리는 많은 부분 그런 모습들을 잘 통합할 수 있고, 관계도 잘하면서 자신의 삶을 잘 이루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나 혼자일 때에는 별 어려움이 없는데 남들이 아는 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나는 늘 너무 힘겹고, 어려움이 컸어요. 관계라고 하면 가깝게는 우리 은사스님일 수도 있고, 또 내 주변에 도반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일 수 있는데 그런 속에서 나의 온전하지 못한 부분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누구나 그 정도는 “그렇잖아? 그럴 수 있잖아?” 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살아갈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부분들이 계속 궁금했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까? 좀 더 괜찮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찾고 있었거든요. 그런 마음들이 아마도 나를 정토마을로 오게 한 것 같아요. 그 기간이 3년이었어요. 참 3년이란 기간이 짧지도 길지도 않은데, 스님께서 짧게 말씀해 주신 그 여정이 굉장히 길게 느껴져요. 그 시간 안에서 스님의 그런 어려움들이 해결이 되셨나요? 음...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다만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무엇이 문제였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늘 나를 과거 속에 가두는 내 모습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더 이상 어떤 새로운 것,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내 스스로 선을 긋고 과거 속에만 머물렀던 것이 나에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아요. 찾은 해결 방법이라고 한다면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고 그것으로부터 출발하면 된다는 것,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대학원과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다면 어떤 순간일까요? 사람들의 변화됨을 마주할 때인 것 같아요. 솔직히 자신의 변화는 잘 못 느끼잖아요. 그런데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가벼워지고 밝아지고 그런 모습들을 마주할 때 그때가 가장 기억되는 순간들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공부를 해 오신 그 시간 안에서도 어려운 고비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일과, 공부와, 공동체의 여러 가지 생활을 함께 했던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너무 많이 힘들었거든요. 힘드니까 공부에 더 집중하지 못 한 부분도 있고, 그것이 계속 반복 되니까 내 스스로에게서 밀려오는 정체되어 있는 느낌들? 그런 것들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어요.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어느 것도 완벽히 할 수 없는... 우리 공동체 스님들의 힘듦이네요. 그런 힘듦 속에서도 좋은 점이 분명히 있어요. 생활 속에서 공부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찾게 되니까요. 기도가 되었든 행사나 활동이 되었든 그런 곳에서 함께하며 이루어 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을 펼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자기 균형이 없다면 아무래도 소홀해지는 부분들이 생겨나고 그게 반복된다면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어지는 거죠. 공동체로 본다면 스님이 가신 자리에 또 누군가가 와서 그 일을 하게 될 텐데요. 누구일지 모르지만, 그 분들게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제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주위의 어떤 인정이나 기대보다는 자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일들을 찾아서 하는 것이 좀 더 오래 소진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스님께서는 영적돌봄가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그 여정이 궁금합니다. 이 영적돌봄의 일은 정말 정토마을이 저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은 정토마을이 아니었다면 절대 나에게 인연지어질 수 없던 일이고, 그곳에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뭔가 생각하고 움직였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예요. 그때에 시작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비록 정토마을과 떨어져서 나 혼자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저에게 참 많은 공부가 되고, 앞으로도 이 길에서 얻게 될 삶의 배움? 인간에 대한, 존재에 대한 가치에서 오는 것들을 경험하게 해 준 일이죠. 아마 영적돌봄가로서의 활동이 있었기에 내 모습을 잘 성찰하고 용기 내어 지금의 어려움, 힘듦들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스님은 영적돌봄가 법휘스님이라는 이름을 평생 가져가실 건가요? 여력이 닿는다면 늘 그 이름과 함께하고 싶어요. 지금은 영적돌봄가 스님들께서 각자 자기만의 몫을 하고 계신데 계속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스님이 지금 경험하는 것들을 나누어 주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이 일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것이 함께 배워질 때 이 활동을 끝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영적돌봄가 각자의 힘듦은 개인의 문제로 끝이 아니라 그걸 서로 나눌 때만이 같이 성장할 수 있고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걸 저는 경험했거든요. 함께해야 하고,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스님께서 앞으로 그리시는 모습이 있으신가요? 사람들 속에 있을 때, 그 누구를 만나도, 관계 속에서 늘 편안하고 자유로운 그런 모습? 저는 제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이잖아요. 스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음...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저에게 있어 마음은 [완성된 빈 도화지]이다. 그것 자체만으로, 어떤 식으로 그려지든, 어떤 모습이든 그것 자체로 온전하다. 그래서 저는 마음은 완성된 빈 도화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대학원에 오신 분들은 자신의 여정을 떠난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여정에는 분명 좋은 일만 있지 않고 그것이 주는 아픔 또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일과 함께 힘든 일들도 올 텐데 그때 그 경험을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떤 경험이든 다 소중하고 의미가 있고 그것이 그 사람의 삶에 분명히 중요한 부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경험이 올 때 피하지 말고 함께 머물기를. 그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네요.
인터뷰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의 경험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시는 스님, 오늘 스님의 말씀 중에서 함께 해야 할 수 있다는 말씀이 굉장히 소중하게 들렸습니다. 공동체의 생활 속에서 힘든 여정을 지내오신 스님이지만, 지금의 스님은 어쩌면 더 커다란 공동체를 그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공부와, 활동들에 잠시 쉼표를 찍고 청소하고 밥하고 기도하는 살림을 살고 계신 스님의 오늘에서 정성스러움이 느껴져 저절로 듣는 마음 또한 따뜻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진심어린 마음의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스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