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머문 자리

김두환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2020. 7. 20. 16:57

[만남이 머문 자리] 정성스러운 만남을 가져 보려 합니다. 소중한 인연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김두환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2020년 6월 21일은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다는 하지이자 오후 3~4시경 부분 일식이 예정된 멋진 날입니다. 일요일이기도 한 이날 만나기로 한 분은 생명교육전문가 과정을 밟고 계신 대학원생 김두환 선생님입니다.

 

원래 대학원의 수업은 토요일에 진행되고 김두환 선생님은 먼 지역에서 통학 중이셔서 그 동안엔 좀처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이날 특별히 붓다빨라 스님의 사띠명상 특강이 열리고 김두환 선생님도 참석을 하셔서 점심 때 시간을 내어 잠깐 만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두환 선생님은 평생을 교직에 몸담고 계시다가 정년퇴임한 이력이 있으십니다. 남다른 탐구심과 학구열로 첫 학기 기말세미나 때부터 칠판 가득히 판서를 하면서 열정적으로 발표를 하여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셨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영남알프스 산들로 둘러싸인 카페에서 음악처럼 그윽한 차향기를 마주한 채로 김두환 선생님과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반갑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 선생님께서는 벌써 생명교육전문가 과정 3학기네요. 이번 학기 어떠셨는지요? 지금 서울에 계시니 이번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하여 비대면수업을 진행하다가 대면수업을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었죠. 

사실, 출석을 많이 못했죠. 수업에 참여한 날이... 제가 또 그 사이에 수술까지 했으니까, 한 2주 정도 되나 싶네요. 그 수업 자체도 빠졌었거든요.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집중이 안 되었던 학기이기도 해요.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학기가 아니었는가 해요. 그것을 우리 불교와 관련된 생각을 코로나19와 연결해서 할 수 있었거든요. 제가 공존(NGO 생명교육 네트워크_공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우리 연구과제와 연결해 보면, 우리 인류가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인 것이 아니라 원래가 원래가 그런 것이 아닌가. 이번 학기는 이러한 것을 일깨워주는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NGO 생명교육 네트워크_공존은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2017년 10월 14일 설립한 비영리단체로서 인류와 일체 생명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함께 존재할 수 있도록 생명 교육을 통해 공존의 가치를 공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존의 주요사업으로는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무료시민특강, 어린이명상수업이 있으며 멤버들도 각 분야에서 연극 활동, 명상지도자 활동, 호스피스 활동, 교육지도자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선생님은 공존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계시죠. 거기에서 연구하고 있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요.

현재 자료수집 단계에 있어요. 지금까지 진도 나간 것을 보면, 일단 지금까지는 연구자들이 종교 위주로 공부를 했거든요. 기독교, 유교, 천주교를 세 사람이 나누어서 기본적으로 공부를 하고, 인간교육 또는 생명교육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어요. 종교 자체가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 없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니까 당연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 다음이 우리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정리할 단계였는데,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연구자들이 서로 만나지를 못했죠. 거기에 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또 시간이 흘러가 버렸어요. 세 사람 다 불교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려고 했거든요.  생명교육과 관련된 교리를 한번 찾아보자라고 했는데, 결국에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전염병 사태가,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거죠. 계기가 되고 동기를 주었어요. 

늘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연기론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혼자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제가 전에 기말세미나 때도 발표를 했었지만, 용기를 가지고 했었는데, 연기란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하나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 하나의 행동이 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얘기죠. 나의 존재와 세계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불교의 연기론이 말해주는 것이고, 최근의 이 (코로나19) 사태는 진짜 그것이 전부임을 증명해준 거예요. 


 

 


● 지난 학기 기말세미나 때 선생님께서 12연기(緣起)를 주제로 정말 열띤 발표를 하여 박수를 받았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판서를 하시면서 정말 열정적으로 하셨죠.

원래는 연구내용을 정리하여 책을 발간할 계획이었는데, 올해엔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 올 거예요.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공존의 구체적인 사업이 이루어지도록 그 바탕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연구를 하고 있는 거니까요.  

혹시 아시는지요. 종교계가 생명윤리에 대하여 선언을 한 것이 있더라구요. (네). 우리와 아주 유사한 내용인데, 자살예방을 위한 것으로 기억해요. 모든 종교가 거기에 다 참여했고, 그 선언문을 각 사찰에 보냈다는 뉴스였어요. (2019. 6. 18. '생명 살리기, 자살 예방을 위한 종교인 선언') 말하자면, 이미 우리나라 종교계가 자살을 먼저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한 거죠. 이미 만들어진 이론도 한번 찾아볼 필요가 있어요.

 


● 선생님,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에 입학하시게 된 동기가 있으셨나요.

2019년 1월이었어요. 정시모집이 끝났을 때죠. 그때 제가 갑자기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이미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은 알고 있었거든요. 초파일에 정토마을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모셔오는 행사를 할 때 (2016년) 석남사에 갔다가 집사람하고 들른 적이 있거든요. 진신사리 친견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받은 많은 홍보물 중에 대학원 것이 있더라구요. 원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랬는지 '아, 여기는 대학원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2019년 1월달의 상황이 굉장히...

2012년 봄에 학교에서 퇴직을 하고 7년쯤 되는 기간 동안에 뭔가 하려고, 나름대로 마지막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도 안 되는 것 같았어요, 그게. 뚜렷하게 눈에 보이게 뭐가 안 된다, 사업이 안 된다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의 정리가 안 된 것 같았죠. 거기에다가 집사람이 서울의 아이들 집에 올라가 버리고 혼자 있는 상태였었고, 아이들 집에도 걱정거리가 있는 상태 등등이 내 인생을 정리하는 데 상당히 방해? 어려움을 준 것 같아요. 

그래서 무엇인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찰라에, 사람마다 다 해결방법이 다른데, 공부를 해야 되겠다. 그냥 공부가 아니고 바로 내가 70 넘어서, 그때 나이가 일흔하나였거든요. 우리나라 나이로. 정리를 해보자. 평소에 내가 좋아했고 또 공부하려고 했던 불교 공부를 해보자. 그럼 혼자서 할 수 있는가, 그건 아닐 거다. 분명히 사람 사이에 들어가서  공부를 해보자 하는데, 딱 생각난 것이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보자, 가보기 전에 전화를 했지요. 

전화를 할 때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한 뒤입니다. 아마 오지 말라고 해도 갔을 거예요. (웃음) 그래서 들어간 거예요. 이해가 잘 안 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내 나이 또래는. 

그러나, 저는 70이 넘으면 굉장히 평화스러워질 줄 알았어요. 공자 말씀에도 70이 되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거침이 없다고 논어에서 이야기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더라구요, 이게. 솔직히 이야기하면, 소위 말하면 분노라든가 또는 욕심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는 거예요. 욕심은 뭐, 그리 욕심은 없었지만은, 작은 욕심도요. 그런데 분노라는 것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늙어가는 내 자신이 변하지 않는 모습에 제가 실망을 한 거예요. 사람이 이렇게 못났나. 누구나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는 느꼈어요. 좀 모자란다. 하~ 좀 멋지게 늙을 수 없나.  

제가 원래 약간은 그런 기질이 있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도 아이들에게 생활지도를 할 때 내가 가진 인격을 가지고 지도를 못했을 때 굉장히 어려움을 느꼈어요.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이런 아이들도 있고 저런 아이들도 있고, 말 잘 들을 수도 있고 그런데, 그걸 자꾸 내 인격과 연결시켜서 힘들어하는 거예요. 

아마 70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역시 그랬을 것 같아요. 70이 되면 사람다워야지 왜 그 모양이냐, 이런 게 아마 마지막이라도 정리를 해야겠다는 동기를 갖게 된 것 아닌가 생각해요. 

 


● 대학원에 입학하셨을 때의 첫 마음 어떠셨나요? 대학원 공부가 도움이 되고 계신가요?

대학원에 올 때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 열심히 해야지.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이게 마지막이거든요, 마지막. 무조건 열심히 해야지. 특히 이것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는데, 그리 안 보였어요? 하하.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대학원에 가면 나보다 젊은 친구들과 공부를 공부답게 하는 분위기를 한번 만들어 볼까? 이런 생각도 했어요.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일도 있고, 석사 학위는 딴 바이고, 분위기는 제가 알거든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게 문제가 아니고, 다시 대학원에 들어간다면 정말 학우들과 학문이랄까 불교 공부를 정말 열심히 토론하고 공부하는, 그런 대학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제가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조금은 의도적으로 했죠, 하하하. 대학원생들이 활발하게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습니까. 

 


● 벌써 한 학기만 남았는데요, 아쉬움은 없으신지요? 작년에는 대학원 공부 이외에도 같은 재단인 마하보디교육원에서 불교논리학 공부도 하셨는데요.

불교논리학 이야기 좀 할까요? 사실, 내용은 우리나라 책 가지고 그냥 공부하면 다 있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티벳인들이, 티벳불교에서 어떻게 공부를 시키느냐, 불자들뿐만 아니라 스님들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보면서 저는 놀랐습니다. 제가 교사잖아요. 딱 앉아가지고 강의를 듣고 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모습입니다. 

(티벳 논리학 특유의 토론방식인 딱셀에서처럼 손벽을 치고 발을 구르는 시연을 하면서) 이런 모습들, 그리고 몸으로 행동을 하잖아요, 그렇죠? 그걸 잘 응용하면, 한국의 교실에서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티벳 논리학에서 손벽을 치고 발을 구르는) 그런 행동들이, 토론의 결과로서 그렇게 한다고 알고 있거든요. 티벳에 가면 군데군데 토론팀이 모여서 다 이렇게 손을 치고, 그 얼마나 다이나믹하고 매력적인 동작입니까. 그래서 공통적인 어떤 결론이 났을 때 진짜로 지식이 되는 거죠.

또한 티벳 논리학의 1구, 2구 같은 형식들도 소위 집합 개념을 가지고 하는데, 개념이 명확해진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한국) 스님들도 적응을 잘 못하잖아요. 그건 개념이 정확하지 않다는 의미거든요. 티벳 논리학의 그 방법이 정말 좋았어요. 

우리가 티벳어를 한국 말로 알 수만 있다면, 티벳 스님들이 티벳어를 쓰지 않고 바로 강의를 하실 수 있다면 굉장한 성과가 있을 거예요. 지금은 통역 과정이 정말 기니까 뭔가 안 맞지만, 티벳 스님들이 우리말을 완전히 배웠을 때 그 수업 방식은 최고가 될 거예요!

 


● 인생을 살면서 받았던 최고의 선물은 무엇이었는지요? 

저는 늘 모자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가 원하는 바가, 내게 주어진 것들이. 어찌 보면 욕심일 수도 있는데, 늘 좀 모자랐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아 정말 멋진 선물이다라는, 말하자면 엄청나게 오랫동안 기억나고 잊을 수 없는 그런 감동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늘 모자람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사람들이 흔히 결혼을 했다, 아이를 가진다 등등을 말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대단해 하지 않고, 보편적 생각을 가지고, 별 흔들림이 없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인정 없는 사람. 물론, 작은 기쁨들이 늘 있어 왔죠. 그런 하나를 딱 꼬집어서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모든 그런 것을 다 뛰어넘어서 정말로 멋있다,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 우리 웹진 이름이 ‘마음’인데요.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느끼는 ‘마음’을 한마디 또는 한 문장으로 표현해 주신다면요?

어제 저녁에 생각을 해보았는데, 어떻게 마음을 한 단어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은 직접적인 직유로서는 안 되지만 은유로서는 되니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 저는 마음을 '내 손자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손자가 두 놈 있는데 그 중에 한 놈, 그 놈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아이 마음을 알 수 없거든요. 알고 싶은데, 정말 모르겠는 겁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마음을 모르듯이, 일반적인 마음이라는 것도 그럴 것이다. 

특히 불교 공부를 하면서, 유식 공부를 하면서 마음이라는 건 정말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이것 때문에도 끊임없는 고민과 어떤 지적 호기심이 지금 계속 생기고 있거든요. 정말 마음을 모르겠는데, 지금 현재는 '우리 그놈이다'. 모르는 거니까. 그놈 마음도 알고, 진짜 보편적인 마음도 아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하하하.


● 사랑하는 후배님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이왕 오신다면, 대학원에서는 선생님들이 다 가르쳐주시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걸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교수님들이 끌어주시는 방향대로 공부를 하시되 이왕 오신다면, 우리가 취업을 위해서 오시는 분들은 없잖아요. 마음을 알기 위해서 오는 분도 있고, 마음의 고통을 잊기 위해서 오시는 분도 있고. 진짜로 한 2년 동안 몰두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대학원의 학위는 기본적으로 학문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것도 공부하시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졸업하고 어디를 가든 논문 한편은 척척 써낼 수 있는, 연구보고서를 써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가면 어디 가서든 그 능력이 아마 쓰일 수 있고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난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 또 공부를 하시게 되면, 박사를 하시더라도 기본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논문은 다른 것과는 좀 다르잖아요. 그렇죠? 그 능력을 딱 자기 것으로 갖추고 간다면 공부하기가 얼마나 쉬워요? 대학원은 그것을 하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냥 공부는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 끝을 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리고 싶네요. 

 

 

● 바쁘신 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